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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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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752호를 읽고

등록 2009-04-01 11:07 수정 2020-05-03 04:25
〈한겨레21〉752호

〈한겨레21〉752호

[집중 모니터링] 우리 안의 악마성

표지를 넘기자마자 펼쳐지는 ‘독자와 함께’ 속 옥수수 실험 사진에서 웃음이 새어나왔다. 지난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전종휘 기자의 “직접 해보시면 보도해드리겠다”는 도발에 나 역시 불끈 도전욕을 느꼈지만 해보지는 못하고 넘어갔는데 인증샷까지 첨부하시다니, 역시 독자다.

‘유쾌’하게 넘어간 페이지는 철거 작업이 재개된 용산 4구역의 사진에서 ‘불쾌’하게 멈춘다. 그간 타 매체들과 달리 ‘잊혀진 계절’이 아니게 해준 에 고마워하며 용산 관련 기사를 기다려왔다. 참사가 일어난 지 두 달여가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망각을 깨우려면 지금까지 드러난 커넥션의 중간 정리와 이를 통한 확장적 논의가 더 유효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팔수록 쏟아져나오는 화수분 같은 용산이지만, 망각과 시간의 속도는 이보다 더 거침없기 때문이다. ‘토건공화국’에서 벗어나 지금도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을 재개발 참사를 막기 위해 논의의 확장은 식상하지만, 또한 효과적일 수 있다. ‘학원 탈출’에 성공한 아이들이 ‘토건 프레임’에 갇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이 비열하고 남루한 거리에는 언제쯤 봄볕이 비추나. 용산 관련 보도, 늘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독자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길 바라며, 힘내시라.

‘리틀 이건희, 이부진’ 기사는 이부진씨 본인이 고민했다는 ‘언론의 가십성 얘기’와 별반 차별되지 않게 읽혔다. ‘평범한 샐러리맨과 결혼했다’는 점, ‘새벽 3시에 업무와 관련된 전자우편을 보내기도 했다’는 점(이 부분은 743호 맞수 기업 열전에서도 언급됐던 내용이라 식상하기까지 했다) 등이 인물을 평가하는 데 그리 긍정적인 논조로 읽혀야 하는 부분인지, 이어 이부진씨의 인맥이나 자동차 선호 취향까지 읽다 보면 기사가 이부진씨에게 상당히 호의적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이 기사 앞에 있는 용산 기사는 삼성물산, 뒤에 있는 법조계 기사는 삼성특검과 관련지어져 아이러니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삼성공화국’인 건가. 최고라 17기 독자편집위원

9시 뉴스. 일러스트레이션/ 김중화

9시 뉴스. 일러스트레이션/ 김중화

“뉴스의 클로징 멘트가 가슴에 와닿는 요즘 이 기사를 보니 새삼 ‘우리가 사는 세상’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주기에 마음 아프고, 신경민·박혜진 앵커 같은 분들이 더 많이 나와 답답한 세상을 똑바로 볼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는 날까지.”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 댓글(iwtly) 미네르바 구속 뒤 글쓰기 위축

→글이란 건 표현하기 나름인데, 걱정이 너무 지나쳐서 위축되는 모습이 안됐다. 그렇게 완곡하게 돌려서 얘기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저들이 쳐놓은 그물을 빠져나갈 방법이 많다. 특히 한글은 아주 우수해 어떤 표현을 할 때도 몇가지의 대체 표현들을 돌려가며 쓸 수 있다. 논객들은 겁을 먹기보다는 여우처럼 지혜로운 기지를 발휘해 자유로운 글을 쓰면서도 걸림 없는 경지를 추구하길 기대한다. arcueid

법 대신 주먹 택해야 했던 이들

언론과 국민의 스포트라이트도 늘 그랬듯 유효기간이 다했다. 이미 우리 모두에겐 과거형이 돼버린 용산 참사는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현재형이며 미래형이지만 말이다.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 왜 ‘법’ 대신 ‘주먹’을 택했냐고 묻지 않았다. 단지 참사로 인한 인재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혹은 세입자들과 경찰 중 누구의 폭력성이 더 심했는가를 따지기에 우리는 급급했을 뿐이다. 그러니 참사가 일어났던 용산 4지구 외에도 수도권 지역에는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제2·제3의 용산 참사가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어딨나. 용산 참사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현재형이다. 홍인정

모스크바에서 온 편지

안녕하세요. 6개월 만에 상봉한 이 반가워 어쩔 줄 모르다 무작정 이렇게 인사를 띄웁니다. 저는 멀리 러시아 모스크바에 교환학생으로 파견돼 공부하고 있는 이설하입니다. 이곳에는 각 대학의 교환학생, 혹은 연수 프로그램으로 한 학기에서 1~2년가량 파견돼 나온 학생들이 여럿 있는데요. 지난 학기에 함께 지내던 친구가 한국으로 돌아간 뒤 이번 학기에 올 후배 편에 필요한 걸 보내주겠다고 하더군요. 대뜸 생각난 것이 김치도, 고추장도 아닌 이었어요. 제 요청에 기꺼이 응한 친구의 정성으로 어제 저녁 제 손에 이 들어왔네요. 하여튼 멀리 모스크바에서 을 향한 애정을 듬뿍듬뿍 담아 보냅니다. 이곳의 물 좋은 보드카로 건배도 청할게요. 기자님들 모두 건강하시기를! 한국에 돌아가서도 저는 의 든든한 애독자로 남을 테니까요. 이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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