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춤을 춘다. 시뻘건 불덩이가 춤을 춘다.”
서울 남대문이 화염에 휩싸이고, 용산 재개발 구역에서 불이 났습니다. 좁디좁은 고시원에도, 드넓은 경남 화왕산에도 불이 났습니다. 화마에 휩쓸려 사람들도 쓰러졌습니다.
화가 납니다. 광우병 쇠고기에 분노한 시민들이 지난해 여름 내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시민 앞에 명박산성을 쌓으니 더 화가 났습니다. 사이버 토론 광장에선 미네르바가 구속됐습니다. 펀드는 반토막 났는데 대통령은 주식을 권합니다. 방송은 ‘조·중·동’과 재벌에 넘기려 하고, 그러거나 말거나 취직은 안 됩니다.
이 화나는 세상에서 ‘생존’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인터뷰 특강이 3월16일부터 31일까지 여섯 번에 걸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매주 월·화요일 저녁 7시, 서울 숙명여대 백주년기념관으로 오십시오. 교양(2004년)·상상력(2005년)·거짓말(2006년)·자존심(2007년)·배신(2008년)에 이어 여섯 번째 열리는 올해 인터뷰 특강의 주제는 ‘화’입니다.
‘화자’들이 궁금하다고요? 첫 타자는 입에서 불을 뿜는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입니다. 시민들이 왜 촛불을 들고 나섰는지, 인터넷이 왜 들끓는지 모르는 권력자들을 향해 그가 ‘대중의 화’를 이야기합니다. 2회에는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과학, 화를 말하다’를 말합니다. 화를 내는 동안 뇌와 몸에선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에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를 연재하고 있는 두 강연자는 인터뷰 특강의 첫 주에 ‘크로스’ 합니다.
3회에는 현직 검사로서 에 ‘제대로 수사받는 법’을 기고했던 금태섭 변호사가 ‘분노의 법, 사형제’를 말합니다. 살인범의 얼굴을 공개하고 어서 사형을 집행하라는 세상의 분노 앞에 그는 어떤 얘기를 꺼내놓을까요? 4회는 홍기빈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의 ‘울화와 돈’입니다. 그는 “사회 전체의 돈이 뭉쳐 울화가 돼 사방으로 그 불기운이 튕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5회 강사는 의 저자 안병수씨입니다. 잊을 만하던 멜라민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화난 음식이 화를 부른다’니 내막을 알고 가려 먹어야겠습니다. 화나면 음식도 미치는 법이죠. 마지막 강연은 김어준 총수의 ‘웃으며 화내는 법’입니다. 도대체 왜 화났는데 웃으라는 건지, 웃으면서 어떻게 화내라는 건지 들어봅시다.
인터뷰 특강은 관객과 강연자가 서로 사귀고 싸우는 즐거운 파티입니다. 파티를 더 빛나게 해줄 사회자로 배우 오지혜씨가 참여합니다. 자리는 350석인데, 해마다 신청자가 좌석 수를 넘겼습니다. 이럴 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공평한 기준인 ‘선착순’을 적용합니다. 늦기 전에 빨리 신청하세요.
◎ 인터뷰 특강이란유쾌하고 솔직한 지식과 교양의 한마당.
2004년 3월, 창간 10돌을 기념해 시작된 ‘인터뷰 특강’은 해마다 관객의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6년째를 맞이했습니다. 인터뷰 특강에서는 강연자가 혼자 떠들지 않습니다. 사회자·강연자·청중이 좀더 가까운 거리에서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 형식을 지향합니다. 강연자와 사회자의 대화, 강연, 강연자와 관객의 대화순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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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강국답게 그동안 우리 사회는 여러 가지 담론들을 인터넷에서 뜨겁게 달궈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퇴행하는 정치의 성숙도로 인해 말하는 자유마저 유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런 때에 한시 한 장소에 모여 시국을 이야기하고 동시대의 정신을 돌아보고 다짐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에 새삼스레 감사하고 싶을 뿐입니다.
한 가지 주제를 가지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공동체 전체의 큰 문제에서부터 개인의 심성 깊은 곳까지 살펴보는 인터뷰 특강이 더 재미있는 시간이 될 수 있는 건 공개 인터뷰와 질의응답 강연이 동시패션(?)으로 진행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기에 올해도 여러분의 지식의 향연과 광장 소통의 목마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해봅니다. 진중권·정재승씨처럼 스타 단골 게스트에 이어 올해는 새로운 분들도 많이 오셔서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기대가 큽니다. 새로운 분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지면을 통해 여러분들과 질 높은 교감을 나누신 분들입니다. 개인적인 살인과 사회적인 살인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생각에 대해 법조인이지만 철학적으로 이야기해주실 금태섭씨, 없어도 고민이고 많아도 고민인 돈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주실 홍기빈씨, 알면 알수록 괴롭기만 한 음식 이야기로 기어코 또 우리를 불편하게 해주실, 그러나 꼭 들어야 하는 음식 이야기를 해주실 안병수씨, ‘졸라’와 ‘씨바’ 없인 대화가 되지 않을 것 같은 이 시대 진정한 자유주의자 김어준씨까지, 와우! 생각만 해도 마음의 배가 부를 지경입니다.
주제가 ‘화’라고는 했지만 그것이 꼭 화병 나는 일만 얘기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화합하자는 얘기도 할 수 있고 꽃에 대한 얘길 할 수도 있습니다. 꽃이라… 아… 시절이 하수상해서 그럴까요. 꽃 이야기는 왠지 송구스럽네요. 양심과 지성이 함께하는 이런 자리가 더욱더 많이 생겨 꽃 이야기를 해도 죄송하지 않은 세상이 빨리 왔음 좋겠습니다. 여러분들 마음도 그러시지요? 그러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 네, 바로 대화를 하는 것이겠지요. 자, 불(火)과 돈(貨) 때문에 생긴 스트레스(禍)를 없애고 화목한 세상(和)을 이루기(化) 위해 우리 서로 마주 앉아 이야기(話)의 꽃(花)을 피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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