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여기 독서실인데요. 동영상 강의 좀 끈 뒤 통화할게요.” 독자 엽서에 스스로 ‘백수’라고 밝힌 유재동(30)씨다. 지난해 대학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건축공학도답게 용산 철거민 참사의 배후인 재개발 비리를 고발해달라고 엽서에 썼다.
1. 공부하느라 고단하겠다.
그래도 꿈이 있어 좋다. 대학 다닐 때 종친회 장학금을 받았다. 취업하면 나도 어려운 학생들을 돕고 싶다.
2. 취업 말고 다른 고민은 없나.시대의 유행에 쏠리지 않고 주관을 가지고 꿋꿋하게 살려고 했는데 백수라는 현실이 타협을 강요해 슬프다.
3. 용산 철거민 참사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민간에 맡겨진 도시개발은 주거환경 개선이나 주택공급 안정화엔 관심이 없고 오직 이윤을 많이 뽑는 데만 신경을 쓴다. 그러니 보상 가격을 턱없이 낮춘다. 그 해결사는 이번에도 경찰이었다.
4. 기사 중 기억에 남는 것은.지난해 8월 베이징올림픽 때문에 도시에서 내쫓기는 중국 사람들 이야기가 남의 나라 일 같지 않았다.
5. 745호 표지이야기 ‘초콜릿은 천국의 맛이겠죠’ 기사에도 큰 감명을 받았다고 썼던데.코코아 생산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혹사당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 사례와 수치를 곁들인 현지 상황이 생생했다. 공정무역 활성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줘 더욱 고맙다.
6. 의 어디가 예뻐서 구독하나.객관적인 시각이 좋아서 본다. 주류 헤게모니에 맞서 이면에 가려진 본질을 파헤치고 있다.
7. 아쉬운 점도 있을 텐데.좀 깔끔해졌으면 한다. 이번 설 퀴즈 지면도 너무 어지럽다.
8. 답변에 막힘이 없다.대학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미디어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9. 취미는 뭔가.맛집 탐사.
10. 독자로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스톡데일 패러독스’란 말이 있다. 베트남전 때 하노이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던 스톡데일이라는 장군이 “당시 풀려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낙관론자보다는 풀려나기 힘들 것이라고 판단한 비관론자가 되레 살아 돌아왔다”고 말했다. 요즘처럼 힘든 시기일수록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대비해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광덕 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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