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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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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물건] 동네 슈퍼표 지구본 여행

등록 2008-04-25 00:00 수정 2020-05-03 04:25

▣ 엄경숙 경기 수원시 팔달구


나는 대형 마트에 가지 않는다. 차를 타고 가는 것도,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도, 한꺼번에 무엇을 많이 사는 것도, 줄지어 기다리는 것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해서 동네의 작은 슈퍼를 이용한다. 두부와 콩나물을 사기 좋고 급한 내 택배 물건도 받아 챙겨준다. 그렇게 동네 슈퍼를 이용한 지 벌써 10년이다.

이 지구본은 그 슈퍼에서 10년 동안 물건을 사고 받은 쿠폰을 모아 얻은 것이다. 오래된 쿠폰들을 건네고 새 지구본을 얻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지구본을 돌려본다.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가고 싶은 아프리카나 시베리아 혹은 바다를 손으로 헤엄치다가 ‘갈라파고스제도’에서 쉬는 것을 좋아한다. 내 지구에 국경이나 전쟁은 아예 없다.

불을 끄면 지구본 가득 별자리가 보인다. 북두칠성이 있는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 그 사이의 북극성도 좋고 ‘작은 여우’나 ‘비둘기’ 모양도 신기하다. 캄캄한 밤에 빛나는 별자리들을 돌리고 있으면 나 자신도 하나의 별이 되어 하늘을 나는 느낌이다. 꿈을 꾸는 듯 행복하기도 하다.

지구본을 앞에 놓고 앉아 있노라면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커다란 우주에서 나뭇잎만 한 작은 존재이기도 하고 또 바다와 모든 별을 다 합친 것만큼 커다란 존재가 되기도 한다.

추신: 을 계속 보기만 하다가 이렇게 글과 사진을 보내봅니다.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사진도 이제 막 찍기 시작한 터라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한 권을 옆에 두고 찍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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