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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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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래된 물건] 88년, 나의 메달

등록 2008-03-28 00:00 수정 2020-05-03 04:25

▣ 구해옥 대전 유성구 도룡동


1988년에 여러분은 무엇을 하셨습니까?

잠깐 1988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자면 그때는 서울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호돌이가 그려진 책받침을 누구나 가지고 다녔죠. 새삼 그때로 돌아가고 싶네요. 때로는 오래된 물건이나 예전 드라마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당시로 되돌아가서 그때 감정을 또다시 느끼게 됩니다.

1988년, 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전교생이 참가하는 미술대회에서 처음으로 상이란 것을 받았습니다. 그림 내용은 자세히 생각나지는 않지만 불조심에 관한 포스터를 그렸던 것 같습니다. 처음 받아보는 상이라 학교에서 집까지 은메달을 목에 걸고 와서는 엄마한테 “나 상 탔어” 하며 보여드렸죠. 사진 속 메달이 바로 그 자랑스러운 은메달 입니다.

지난해에는 아들이 갑자기 미술대회에 나간다며 한 달 전에 이미 신청해놓은 걸 하루 전날에야 알려줘서 부랴부랴 준비해 월드컵공원 평화공원에 갔습니다. 소방 안전에 관한 미술대회였는데, 날이 따스해서 돗자리를 펴놓고 김밥을 먹으며 그림 그리고 놀다 왔어요. 비록 상은 타지 못했지만 즐거운 추억거리를 만들었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요즘은 미술대회에서 엄마가 아이한테 이렇게 저렇게 칠하라며 코치를 하거나 부모가 다 그려주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어른의 생각대로 그린다고 상을 받을까요? 혼자서 그림을 그려 상을 받았을 때의 뿌듯한 기분이 떠오르더군요. 아이의 생각을 스스로 그림에 담아 본인이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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