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광진(tcd1941)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 학창 시절 나와 고등학교 생활을 함께 보낸 명찰이 나왔다. 내 이름 석 자가 한자로 새겨진 네모 반듯한 명찰이었다.
등교 시간이 되면 누구든 요 녀석이 왼쪽 가슴에 달려 있는지 확인해봤을 것이다. 등굣길에 교문을 무사히 통과하려면 왼쪽 가슴에 반드시 있어야만 했다. 이 녀석과 함께라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아 당당하고 거침없이 교문 안으로 힘차게 걸어 들어갔다.

교문 한쪽에선 노란 완장을 찬 무시무시한 형들이 서 있었다. 명찰을 안 달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면 “너 명찰 어떻게 했어?”라고 묻고는 안 가져왔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얼차려를 주곤 했다. 교복도 제대로 입고 명찰도 달고 있는 날이면 그 모습을 보면서 “휴~ 다행이다”라며 속으로 웃었다. 그때마다 교실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힘이 넘쳤다.
월요일 등굣길엔 항상 주의해야 했다. 어머니께서 주말에 교복을 세탁하면서 명찰을 떼어두기 때문이다. 그런데 월요일에 늦잠을 자는 날이면 허겁지겁 학교를 가다가 깜빡 명찰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그땐 교문 앞에서 나와 같은 처지의 ‘동지들’과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지나가다가 걸려 얼차려를 받았다. 그럴 땐 얼마나 억울하던지, 왜 안 가져왔을까 하면서 속상해했다.
가끔 영화 속에서 같은 장면이 나오면 나를 울고 웃게 했던 작은 것들과 관련된 옛 추억이 떠올라 미소짓게 된다. 다시 한 번 그때로 돌아가고픈 마음도 든다. 서랍 속에 아무렇게나 들어 있던 명찰을 발견하고는 소중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3년을 함께한 친구를 졸업 뒤 서랍 구석에 10년 넘게 처박혀 있게 했다니. “미안하다, 친구야! 이젠 잘 대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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