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는 수산시장에서 생선장사를 하십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20년 동안 매일같이 새벽에 나가셔서 저녁에 들어오십니다. 항상 들어오시자마자 풀어놓으시는 전대(纏帶).
생선 비린내와 함께 ‘툭’하고 방바닥에 떨어지는 전대 속에는 쭈글쭈글하고 습기에 눅눅해진 천원짜리며 오천원짜리, 만원짜리 지폐가 엉켜 있습니다. (한국은행에서 알면 엄청 싫어할 겁니다.)
항상 그 속에 있는 돈을 꺼내 차곡차곡 세어, 얼마나 되는지 헤아려보는 것은 제 일이었습니다. 철없던 시절에는 가끔 엄마 몰래 슬쩍 제 양말 속에 천원짜리 몇장을 집어넣은 적도 있었는데, 엄마와 같이 시장에 나가서 일을 해본 다음부터는 그렇게 할 수 없었습니다.
돈을 다 세고 나면 제 손에도 생선 비린내가 그대로 남아서 비누로 몇번을 씻어도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사춘기 때는 그런 비린내가 너무도 싫었는데, 지난 20년간 그렇게 엄마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던 전대는 비린내 나는 돈을 아무 말 없이 담아주었던 것입니다.
이제 낡았으니 버리고 새것으로 하나 장만하라는 제 말에 엄마는 이 일을 그만둘 때까지 계속 쓸 거라는 말로 전대에 대한 고마움을 대신하셨습니다. 엄마가 얼마나 더 시장에 나가실지는 모르겠지만 낡디낡은 전대는 엄마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임이 틀림없습니다.
이지연/ 대전시 동구 삼성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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