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이 있었고(952호), 기획 연재 ‘무죄와 벌’이 시작됐다(952호). 편집장이 바뀌었고(953호), 기자들이 자리를 옮기거나 새로운 기자들이 지면에 등장했다(954호). 25기 6명 독자편집위원들은 총 6강의 인터뷰 특강을 하나씩 맡아 지면에 이름을 올렸다(954~956호). 덥다가 추워지고 햇살이 쏟아지다 거친 바람이 분 4월22일의 복잡한 봄날, 952호부터 957호까지 ‘격동의 ’을 ‘사건’으로 돌아보았다.
사람이 무섭다, 사람인 게 무섭고
사회 952호부터 개편이 있었다.
구혜림(이하 구) 952호 10개, 953호 5개, 954호 1개의 새로운 꼭지가 등장했다. 전반적으로 스토리텔링이 강해졌다. 그렇다고 날카롭고 끈질긴 뚝심이 약해지지는 않았다. 전쟁은 기억하지만 평화를 관리하는 노력은 덜 조명되곤 하는데 ‘김연철의 협상의 추억’이 취지가 좋다.
정진희(이하 정) ‘7인의 변호사들’을 보면서 변호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 원래 나빴다고 이야기해야 될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들도 일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는다.
박선희(이하 박선) ‘오 선생을 찾아서’는 대학가의 무가지에서 흔히 보는 글이다.
박가영(이하 박가) 내 주변에서는 오히려 반겼다. 도 본격적인 섹스 칼럼을 쓸 때라고 말하더라.
사회 개편호에서 기획 연재 ‘무죄와 벌’이 시작됐다.
K군 느닷없이 나와서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살인사건을 자세하게 묘사해 거부감이 들었는데 워낙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더라. 읽으면서 관심이 더 갔고 나중에는 기대하면서 보게 됐다.
구 기획 연재를 접할 즈음 영화 를 봤다. 기사를 읽고 영화를 보고는 실제로 그게 내 일이 됐을 때 표적이 된 범인에 대해 의심을 품을까 궁금해졌다. 구명할 수 있는 방법이 참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사람이 무섭더라. 사람인 게 무섭고.
박가 읽어보고 충분히 내 일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K군 애매한 경계에 있는 사건도 있을 것이다. 기사니까 관점이 있고, 관점을 택해서 이야기하는데, 읽으면서 기사의 관점과 반대편에 설 경우도 있더라. 그런데 956호 ‘유죄추정의 덫’에서 ‘법정에서는 피고한테 유리한 쪽으로 봐야 한다. 무고한 피해자가 없게 하는 게 판사의 임무’라는 내용을 보고, 옳다 그르다란 판단을 넘어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
임성용(이하 임) 판사 등 인력을 늘려야 하는지, 소양 교육을 더 늘려야 하는지 등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언급이 있었으면 싶었다.
박선 최근에 나온 일간지·주간지를 통틀어 이 기획이 가장 인상 깊었다. 스토리텔링식이라 내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보통 범죄 피해자에 나를 대입하게 마련인데, 기사를 읽으면서는 범죄자 입장으로 대입하게끔 됐다.
K군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무죄와 벌’의 교훈을 되새길 수 있지 않을까. 확정되지 않은 죄를 마녀사냥식으로 재단하는데, ‘무죄추정’이 법정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구현돼야 하지 않을까.
구 결론을 빨리 내려고 하는 문화가 비약을 만드는 듯하다. 결론을 유보할 수 있는 인내심 있는 문화였으면 좋겠다. 희생양이 있어야 사회가 유지되는데, 희생양을 빈번하게 필요로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겠는가.
정 범죄 드라마도 마찬가지로 누군가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다. 기획 연재는 카테고리화를 잘했는데 사례가 반복되는 듯했다. 사건에서 한 가지만 잘못된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잘못이 겹쳐 있어서, 사례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욕과 탐욕을 기대했으나사회 953호 창간특대호 2호 표지는 광주 르포, 955호는 새마을운동과 최외출 교수, 정치부 표지였다.
박선 955호 ‘새마을운동의 화려한 외출’은 내용은 재밌는데 요점을 모르겠더라.
K군 이 사람이 그렇게 나쁘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저변에 그런 게 있긴 하지만 저 정도는 괜찮지 않나. 권력욕 없이 뒤로 물러나고 좋은 면이 많이 보였다. 결론이 안 나왔는데 끝나버린 듯하다.
임 예전에는 경상도에 놀러가면 새마을 깃발이 펄럭였는데, 요즘은 양재역·성남역에서도 펄럭인다. 이런 배경이 있구나 짐작하게 됐다. 그런데 박근혜 쪽의 오욕과 탐욕을 기대하고 읽었는데, 무색무취한 느낌이었다.
구 기자가 사람 이야기를 참 재밌게 썼다. 시사에 문외한이면 표지로까지 나온 것을 이해하기 힘들 것 같다. ‘빚진 자의 화신’을 보고는 이해가 갔다. 복잡한 맛이다.
박선 옛날에만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복잡한 집안 사정으로 대기업의 장학금을 받은 친구가 있는데 이 친구가 무턱대고 이 대기업에 충성심을 보인다.
K군 촌스러운 느낌이긴 하지만 일반인들은 새마을운동에 부정적이지 않다. 박정희 대통령의 경우도 공에 대해 많이 들었는데 부정하긴 힘든 것 같다. 공과 과가 따로이기 때문에 과로 공을 상쇄할 수는 없다. 역사적 평가를 해야 하는데, 공에 대해 ‘그것도 잘못했어’라는 논리는 잘 모르겠다 .
박선 창간특대 2호 표지이야기 ‘낡은 것은 죽고 새로운 것은 도착하지 않았다’는 필요한 내용이긴 한데 대선 때가 떠올라 속 터졌다.
사회 최근호 956호· 957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보자.
구 956호 ‘여수산단 비계반’ 표지는 사진, 그래프, 사진 자료 등이 현장감 있게 구성됐다.
박선 처음 잡지를 보았을 때 표지도 잘 나왔고 이슈도 맞다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벌써 이게 뭐였지 하며 묻힌 듯한 느낌이다.
박가 그만큼 노동자들이 죽는 것에 무뎌졌다.
정 짚어줄 수 있는 모든 점을 짚어준 기사였다.
박가 957호 표지 ‘평화만이 이 길을 간다’는 카피 역할도 하면서 한 번에 와닿는 표지 문구였다.
정 개성공단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 경제적인 믿음 말고 ‘15km 휴전선을 뒤로 미는 효과가 있었다’는 안보에 대한 믿음을 준다는 점에서 좋았다.
구 957호 사회 ‘살아숨쉬는 학도호국단 학칙’을 보면서 대학생들이 학교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강용석박선 957호 문화 ‘통쾌하다 비정규직 미스김’을 좀더 확대해 드라마가 비정규직 현장에 미친 영향 등을 기사화하면 재밌지 않을까. 의국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점심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더라. 드라마를 본 다음부터 점심시간을 찾게 된다. 비상구 같은 데 숨어 있는다든지 하면서. 보장을 받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 찾아가긴 한다. 미스김 때문에 의식화되고 있는 듯하다. 조만간 의국에서 ‘시다바리’ 일 시키면 내가 할 일이 아니라고 소리칠 듯도 하고. 다들 의식화되면 좋겠다.
구 혼자 백보보다 다 같이 한 걸음.
박선 최동익 의원은 ‘장애인의 날’을 맞아 기사화한 듯한데 장애인을 배려하는 문제를 지적했다기보다는 최 의원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으로 비쳐졌다.
박가 강용석을 다룬 사회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자의 전성시대’에서 ‘악명도 자본이 되는 시대’라는 말에 동감했다. 점점 예전처럼 범주화할 수 없는 인물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강용석은 희화화되면서 이미지가 좋아지고 있다.
정 제목처럼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이 아니라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이다.
박선 953호 기획 ‘4인4색 독거의 기술’에 나온 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할 때부터 기분이 나빴다. 남자 몇 명 늘었다고 문화적 현상인가, 남자들이라고 특별한 게 있나 싶다. 친구들과 이야기해보니 남자들이 혼자 사는 것만 예능이 되는 것 같다. 서인국의 팬티는 웃기지만 여자 싱글 팬티는 야하다.
사회·정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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