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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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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살고 토토에 빠지고, 젊은이는 암담하여라

946~951호를 함께 읽은 25기 첫 독자편집위원회… 결혼도 보육도 힘들고 집 사기도 힘든데 일확천금을 바라는 게 손가락질받을 일인가
등록 2013-03-24 14:57 수정 2020-05-03 04:27

창간 19주년 개편과 함께 독자편집위원회도 개편했다. 이전 기수 중 한 명씩 유예되던 관행도 없이, 모두 ‘새로고침’이다. 봄이 알쏭달쏭한 저녁 어스름 한겨레신문 사옥 출판미디어국 사무실에서 독자편집위원들이 얼굴을 맞댔다. 25기 독편위 ‘신참’ 6명의 나이 차이는 최대 10살, 20∼30대에 ‘편중’됐다. 유독 ‘젊은이들의 고난’을 많이 다룬 최근호(946~951호)를 같이 읽은 게 동류 의식을 높인 것일까. 이미 과 친한 이들은 서로의 말에 동감하고 웃어가며 급속도로 친해졌다. 최근호부터 짚어 내려갔다.

953호 독편위

953호 독편위

 

월세 걱정, 이단 걱정을 없애주다

임성용(이하 임) 951호 표지이야기 ‘월세시대’는 나의 이야기였다. 통근 거리가 멀어 나와서 살려고 하는데 전세를 구할 수 없더라.

구혜림(이하 구) 최근 학생 주거권을 다룬 기사가 많이 나왔는데, 표지이야기를 보면서 월세라는 것에 대해 전체적인 스케치가 되었다. ‘쫄지 마세요, 살아남는 법이 있어요’ 기사에 나온 팁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정진희(이하 정) 내년에 결혼한다. 전셋값 걱정만 했는데 월세도 괜찮겠구나 싶어 참고가 되었다. 선택지가 늘어나고 두려움이 사라졌다.

박선희(이하 박선) ‘쫄지 마세요∼’에서 서울시청에서 보증금 분쟁을 해결하라고 나오는데 다른 지역은 없다. 서울 중심적인 것 같다. 지방은 이렇게 월세 비율이 높지도 않다. 요즘 20대, 월세 부담을 갖고 살다보니 뭐하러 집을 사냐는 입장이다. 일본의 월세 생활자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리나라 버전도 있으면 좋겠다. 독립하면서 임대주택에 사는 경우도 많아졌다.

박선 특집 ‘마키아벨리를 사랑한 괴벨시안’의 윤창중 이야기가 재밌다. 그런데 부모님이 고졸이신데 어렵게 읽힐 수 있겠다 싶었다. 인도 여성의 치안 문제를 다룬 포토2를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대학생들이 많이 가는 곳, 첫째가 유럽이고 두 번째가 인도다. 싸고 오래 있을 수 있으면서 영혼을 치유하는 곳 인도의 이면을 보았다.

이단은 무섭다는 공포심이 컸다. 950호 표지이야기 ‘하느님 20명, 재림예수 50명’에서 개신교는 율법 중심, 교리 중심이다, 종파 안에서 해석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공포심을 느낄 만한 게 아니구나 싶었다.

박 가 소종파는 종교 자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만 여겼다. ‘기존 종교에 실망하거나 사회가 혼란하면 소종 교가 많이 생긴다’는 사회학적 접근이 인상 깊었다.

멋진 ‘화성 성역의궤’ , 정확한 ‘수몰’

953호 독편위

953호 독편위

박가 특집1 ‘머리카락 보일라 숨어서 유전자 검사하는 사람들’은 신기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하는 극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한 사례를 보니 많은 사람 들이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구나 알게 되었다.

동네에서 유전자 검사를 한다는 간판을 보고 깜짝 놀랐는데 기사로 나왔더라.

하승수의 오, 녹색 ‘오늘도 우리는 세슘 생선을 먹 었다’는 내부 피폭 문제를 다루는데 다른 곳에서는 좀처 럼 보기 힘든 기사다. 좀더 자세히 다룬 기사를 보고 싶 다. 기획 ‘진보정당, 방황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에서 3 개의 당적을 가진 당원 이야기를 읽으며 진보정당을 지 지하는 사람들의 피로가 잘 느껴졌다.

박가 레드 기획 ‘모두가 옳았다 결말은 파국이다’는 영 화 을 전문가가 보고 리뷰를 쓴 것인데 영화 전문지 등에서 볼 수 없는 기사였다. 표창원 전 경 찰대 교수가 본인의 전공과 연관지어 법은 대충 상식에 기반해 정하는 것이다라고 했는데 설득력 있었다.

949호 표지이야기 ‘공적연금 뒤흔들며 민간연금이 몰려온다’는 ‘불안’을 너무 강조한 게 아닌가 싶었다.

박가 951호 표지이야기 ‘월세뿐입니다’처럼 문답 형식 의 기사가 있다. 막연히 불안해할 건 아니고 합의가 있어 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사적 연금이 이자도 높고 나중에 더 좋을 줄 알았 는데, 국민연금이 외려 그랬다. 그 점을 알 수 있어서 좋 았다.

K군 진보 진영의 연금개혁론 쟁점 대결이 재밌는 부 분을 많이 짚어줬다.

박가 박근혜의 법치를 다룬 특집1을 비롯해 박근혜 대 통령의 사진은 음산한 것을 주로 쓴다.

박선 특집2 ‘기업하기 좋은 도시서 기업알기 좋은 도 시로’가 대기업과 지방자치단체의 관계 문제를 다뤘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데 석회암 지대라 대규모 시멘트 공 장이 형성돼 있다. 대표적인 좋은 직장이었는데, 이후 석면 발암물질이 문제가 되었다. 일찍 지자체가 발전됐다 면 관련 법이 제정됐을 텐데 싶었다.

이 기사의 끝부분에 를 언급했는데 기사 전체가 멋있게 확 들어온다.

박선 경제 ‘네네, 호갱님이십니까’는 좀 늦은 주제를 다룬 것 아닌가. 2011년 말에서 지난해 여름까지 큰 문제 가 되었다. 어머니가 심하게 당하셨다. 전화 판촉으로 단 종된 기종을 60만~70만원에 제값 주고 샀다. 걷는 법을 다룬 레드 기획 ‘마흔에 걷기를 배우다’를 읽고는 발뒤꿈 치부터 신경 써서 걷게 됐다.

기획 ‘디지털 수몰민의 눈물 “우리 추억을 어쩌라 고”’가 인상적이었다. 저작물의 권리라는 제반 문제를 다 룬 기사를 보고 싶고, 그 추이도 계속 보도해주면 좋겠 다. ‘수몰’, 대단히 적확한 표현이다.

박선 설 합본 특대호 948호 기획 ‘생존율 10%, 달관하 려면 택배하세요’에서 택배 체험 내용은 짠해지는 게 있 었다. 이야기가 살아 있었다.

스케일에 감동한 ‘책임지십시오’

세계 ‘투기자본이 강탈한 9억명의 식량’은 세계적 차원의 대책을 고민해보게 한다.

박가 표지이야기 ‘전업주부의 종말’은 변화하는 전업 주부의 삶을 그렸는데,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 대 안은 없을까 고민하게 된다.

노동력 측면에서 새로운 시각을 보여줬다. 대안은 없을까. 이 기사가 임팩트가 있어서 그런 생각을 하는 듯 하다.

‘가족을 구조조정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서로 돌보 면서 사는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있는데, 거기서 벗 어나 드라마나 극에서 보이는 이상한 가족 구성원을 빗 대 구조조정한다는 게 흥미로웠다.

947호 표지이야기 ‘책임지십시오’는 사료다. 기억하 기 위해 읽었다. 반드시 읽어야 할 기사다.

K군 947호를 보관하면 될 것 같다.

박가 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 있 는데, 이것도 그렇게 만들면 좋을 것 같다.

스케일에 감동했다. 특집1 ‘꼭 나병 환자가 된 느낌 이었다’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 이야기다. 금융권 소송은 자세히 알려고도 하지 않았는데, 쉽고 재밌게 썼다. 금융 기사에서 사람 냄새가 난다.

박가 특집2 ‘잘 늙기의 어려움’은 주제를 잘 잡았다. 단 순히 보수화된 노인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 개 인이 늙어가면서 보수화할 수 있음을 엮었다.

박가 946호는 무상보육 문제가 표지이야기다. 무상보 육 지원금이 나오는 것만 생각했는데 교육과정을 보니 무섭더라. 의무교육을 5~6살부터 하겠다는데, 결혼해 도 전업주부 못 될 것 같고, 아이 낳기도 걱정된다.

박가 특집 ‘복권도 도박이다 복권에 빠진 청년들’은 로또·토토에 빠진 20~30대 이야기다. 10대들이 한다 는 것에 충격받았다. 마지막 문구가 와닿는다. 고단한 20~30대는 결혼도 힘들고 보육도 힘들고 집 사기도 힘 든데 일확천금을 바라는 게 손가락질받을 일인가. 최근 특집이나 표지이야기의 결론이 대부분 젊은 세대가 제 일 살기 힘들다는 것이다. 6주치를 몰아서 읽고 보니 더 암담했다.

프로축구를 좋아한다. 지난해 승부조작 사건이 터 졌다. 그게 다 토토의 뒷돈이다. 그래서 토토 하는 사람 을 싫어했다. 이들도 사회의 약자였더라.

진행·정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기자는 독자를 이기지 못한다
시작하는 각오
K군 비바람이 세차게 몰아치고, 사위는 어둡고, 서쪽 하늘에는 먹구름만이 가득합니다. 나갈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합니다. 의 표현을 빌리면 ‘시대는 바야흐로 난세’입니다. 하늘이 어지러울 때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 일까를 고민합니다. 그러다가 이런 날은 조용히 집에 있는 게 최고라고 탄식 합니다. 그저 집에서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쓰고, 더 많이 알 고, 더 많이 생각하기로 합니다. 붕정만리, 멀리 날기 위해 갈고닦을 때구나 싶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구혜림 탱글탱글 과일 필링이 빼곡히 들어찬 아름답고도 맛 좋을 것이 분 명한 파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덧발린 윤기. ‘나는 그 파이를 원하고 있어 요.’ 주지의 사실이듯 그것을 나누는 방식은 중요하다. 내 파이 조각과 당신 의 조각을 비교하면서 차이가 생긴 이유는 무엇일까 궁금해한다. 독편위를 시작하는 마음은 거기에 있다. 점점 내 미움과 고민은 내 파이와 다른 사람 의 것을 비교하는 데 소진되고 마는 것은 아닐까. 선택은 당위라기보다는 단계라서 수행할 수밖에 없는 선택 안에서 조금이나마 불합리를 걷어내는 것. 거창하지요? 잠시 파안대소하고 평일에 도 닦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합 니다.
박가영 대입을 준비하던 2008년께부터 을 보았으니 햇수로 6년 째 읽는 셈입니다. 처음 읽기 시작한 곳은 기차역 플랫폼이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학교에 수시모집 지원을 하고 혼자 외로이 상경하는 길, 칙칙한 주간지 들 틈새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표지를 만났습니다. 그렇게 함께한 인연으로 그때의 수험생은 어느새 대학 졸업반이 되었습니다. 첫 만남과 같이 대학생 활에서도 은 내 곁의 든든한 친구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때론 웃고 또 울게 만들었던 좋은 친구와 함께하게 되어 기쁩니다. 멋진 친구와 기차여행이라도 떠나는 기분입니다. 설렙니다.
박선희 “겨울은 봄을 이기지 못한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자주 회자되는 문 장입니다. 누가 처음 한 말인지 몰라 안타깝습니다. 겨울이 봄을 이길 수 없 는 것처럼 “기자도 독자를 이기지 못한다”. 읽히지 않으면 기사는 가치가 없 어지기 때문입니다. 기록한다는 것은 읽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일입니다. 더 많은 이들에게 가치 있는 을 만들 수 있도록 직 언을 서슴지 않겠습니다. 서울 사는 20대 중반 휴학 중인 여성이 의 시각을 어떻게 읽는지 주의 깊게 들어봐주시라.
임성용 고백하건대 저는 독편위의 한 사람이 되기엔 노력과 열정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멘붕의 그날 이후에도 모르는 척, 관심 없는 척 지내왔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구석 ‘위로받고 싶다’는 마음 절반, 희망을 찾고 싶은 마음 절 반에 지원했습니다. 첫 번째 모임에서 다른 위원들의 애정과 내공을 실감했 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내공이 필요한 부분은 다른 분들께서 의견을 주실 테니, 나 같은 초보 독자의 눈높이에서 의견을 내야겠구나.’ 의 기사가 때론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때가 있으니까요. 이 더 많은 사람을 끌어안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정진희 무척 설렙니다. 신문사 건물에 들어가 구경하는 것도, 여러 기자님을 실제로 뵙고 얘기하는 것도 가슴이 두근두근하는 철 안 든 설렘과 언론 소 외 계층(?)인 저와 제 주변인들(다들 자기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의 의견 을 전할 수 있다는 설렘이 앞섭니다. 내가 과연 자격이 될까 하는 두려움도 있지만, 훌륭한 분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게 됐다는 설렘이 첫 미팅 뒤 더해 졌습니다. 첫 권에 반한 사랑이긴 하지만, 정확하게 사랑하는 독편위가 되겠 다고 다짐해봅니다.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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