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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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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달랐던 ‘좋은 표지’

등록 2012-12-07 15:30 수정 2020-05-02 19:27

6주 만에 독자편집위원회가 열렸다. 평가 대상은 931~937호였다. 아무래도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는 법인가. 24기 독편위의 세 번째 회의, 회의를 거듭할수록 비판보다는 칭찬이 많아졌다. 아쉽게 이번 회의에 함께하지 못한 독편위원이 있었다. 기자가 된 김도연 위원이 급한 인터뷰 일정이 생기는 바람에 전자우편 평가로 회의 참여를 대신했다. 김 위원의 평가를 추려 회의에 더했다.

 

기분 좋은 원순씨, 기분 나쁜 그분들

사회: ‘가장 말하고 싶은 기사’를 말해달라.

장슬기: 933호 표지이야기 ‘무소속도 괜찮나요?’가 좋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잘하고 있어서, 찍지 않은 사람도 이미지가 좋다고 하더라. 여름 이후 정치 표지이야기가 많고 희망적인 기사가 별로 없었는데, 사진만 봐도 희망찬 느낌이 있었다.

이정주: 934호 표지이야기 ‘도둑님들: 5공 핵심 비리 땅, 전두환 딸에게 증여 단독 확인’이 좋았다. 전두환 비리 문제에 대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함구하고 있지 않나. 타인의 재산을 강탈해 불법 증여하고 있는데, 그들은 뻔뻔하고 사회는 관대하다. 잊혀진 것을 일깨워준 기사였다.

백대현: 932호 표지이야기 ‘너희가 유신을 아느냐’는 막연히 나쁘다고만 느끼던 유신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었다. 가장 보기 싫었던 건 김재철 MBC 사장이 나오는 931호 표지, 그분의 얼굴을 까만 테이프로 가렸으면 어땠을까.

김도연: 오히려 931호 표지가 가장 재미있었다. 김재철·최필립씨 합성이 절묘하게 됐다. 두 분, 꽤나 잘 어울린다. ‘전두환 땅’ 기사는 주간지만의 매력을 보여주었다. 장기간에 걸친 집요한 취재로 비리를 밝혀내는 기사 말이다. 후속 기사가 기다려진다.

황소연: 박원순 표지도 좋았지만 경제민주화 실패의 역사를 다룬 937호 표지이야기 ‘재벌에 차칸 대통령’도 좋았다. 관점도 분명하고 사례도 적절하게 담겼다.

J씨: 932호 ‘너희가 유신을 아느냐’를 꼽겠다. 역시 겉핥기로 알던 유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줬다. 특히 대담이 좋았는데, 유신을 옹호하는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지 알게 됐다. 박원순 표지는 제목이 ‘무소속도 괜찮나요?’인데, 안철수 후보를 다룬 것처럼 보이는 낚시성 제목이었다.

이정주: 936호 ‘문 되겠니, 안 되겠니’ 표지는 구도나 서체가 너무 자주 본 느낌이었다. 928호 ‘어떻게 만날까’ 표지를 그대로 옮겨온 듯하다.

 

정치와 사회는 이대로 좋은가
939 독자위원회

939 독자위원회

사회 정치의 계절인데, 정치 기사는 만족스럽나.

백대현: 전반적으로 큰 불만은 없다. 다만 안철수 후보가 사퇴했는데, 그동안 이런 맥락을 짚어낸 기사가 없어서 아쉬웠다.

황소연: 정치와 문화 모두 관련되지만, 대선 후보들의 문화 정책이 어떤지 보도를 보기 어렵다. 실제로 가지고 있는지조차 궁금할 정도다. 인터넷 셧다운제 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데 다뤄주면 좋겠다.

장슬기: 김소연·김순자 후보의 차이가 뭐냐고 묻는 사람이 있던데, 총선처럼 소수당·소수후보에 대한 관심도 보여주면 좋겠다.

이정주: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는 다룰 가치가 없는지 궁금하다.

사회: 935호 표지이야기 ‘12월, 배신당한 30대의 복수가 온다’는 어땠나.

장슬기: 현재의 30대에 대한 배경지식을 갖고 보면 참 의 미 있는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잡지의 특성상 생략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보니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정주: 심층 인터뷰에서 왜 야권 지지자만 다뤘는지 의 아했다.

백대현: 제목을 보면 기사 내용이 짐작이 가서인지 흡입 력이 약했다.

사회: 사회 기사는 어떤가

장슬기: 937호 특집 ‘그린피스와 함께, 불법 참치잡이 어 선을 잡아라’가 좋았다. 집어장치·선망어업 같은 낯선 단어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어서 도움이 됐다. 이런 건 알겠지 하고 넘어가는 기사가 자주 있는데 말이다.

백대현: 참치 없으면 찌개를 못 먹는 사람이 많으니 관심 이 갔다.

김도연: 대선에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기사였다. 이런 기사는 한국 사회에서 참 드문 것 같다. 그만큼 환경은 머나먼 주제다. 새로운 정보를 알려주며 또 다른 문제의 식을 갖게 해줬다는 데서 90점 주고 싶다.

J씨: 뭔가 심각한 상황이 일어나지는 않아서 약간 맥 빠 진 느낌도 있었다.

백대현: 경북 구미 불산 사태에 대해 932호 특집1 ‘비둘 기를 까마귀가 파먹는데… 누가 쓰러져야 일을 멈출 거 요’가 나오긴 했지만 후속 보도가 없어서 아쉬웠다. 서울 에서 유출됐으면 난리가 났을 텐데, 서울 중심성이 드러 난 대목 아닌가.

장슬기: 고추가 말라비틀어진 사진은 정말 좋았다.

김도연: 936호 ‘태초에 말싸움이 있었다’는 ‘말’로 특집을 삼다니 신선했다. 각 대선 후보의 토론팀을 분석한 것은 다른 언론에서 볼 수 없는 아이템이었다. ‘지금부터 토 론을 중계해드리겠습니다’는 시도가 돋보였고 재미도 있 었다.

이정주: 대선 후보의 교육정책을 특목고에 집중해 분석 한 937호 이슈추적 ‘특목고 정책서 갈리는 세 후보’가 좋았다. 교육감 선거가 대선에 묻혀 아쉬웠는데, 표로 정책 을 말끔히 정리해주니 도움이 됐다.

 

뉴스가 있는 기사는 이랬다

사회: 몰랐던 것을 알려준 기사, 알던 것을 반복한 기사 는 없었나.

백대현: 934호 하승수의 오, 녹색! ‘세금 먹는 하마는 신 작로를 타고 오네’에 나온 사진 한 장, 사진에 잡힌 중복 된 도로는 세금 먹는 하마가 왜 신작로를 타고 오는지 한 눈에 보여줬다.

황소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초점을 맞춘 세계 기 사들이 좋았다. 잘 몰랐던 오바마의 임기 중 실책 등을 꾸준히 읽으며 알게 됐다.

김도연: 937호 표지이야기 ‘재벌에 차칸 대통령’은 경제민 주화 주제를 경제주체의 관점에서 풀어썼다는 점이 좋 았지만, 다른 텍스트에서도 봤던 내용이라 복습한 느낌 이었다.

J씨: 937호 최민규 기자의 S라인 ‘모범도 아니고 열등아 도 아닌’에 모범 소수자 얘기가 나오는데, 잘 모르던 개념 을 알게 돼서 좋았다.

장슬기: ‘전우용의 서울탐史’ 팬이 많더라. 오래 연재하면 좋겠다.

황소연: ‘신명환의 초~상식 시대 만화’는 호흡이 빨라서 시간을 들여 읽어야 한다. 디테일하다.

백대현: 가끔 보고 나서도 이해를 못할 때가 있다.

J씨: 요즘 레드 기획은 트렌드를 잘 잡아내고 있다. 937호 ‘주문하신 미스터리 박스가 도착했습니다’가 특히 좋았다.

사회: 연재글 평가도 해달라.

김도연: ‘박래군의 인권이야기’를 꼼꼼하게 읽고 있다. 자 신의 노동운동 경험을 풀어낸 칼럼은 보기 드물다. 고공 농성하는 노동자들의 혹독한 현실과 필자의 글에서 묻 어나는 따뜻함이 이질적이라 더욱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기대되는 연재다.

J씨: ‘곤란해도 괜찮아’에서 임산부를 거절한 택시 이야 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육아와 직접 관련 없는 사람도 공감이 갔다.

이정주: 신소윤 기자가 쓴 남성 패션지 기사도 좋았는데, 꾸준히 관련 기사를 봤으면 한다.

사회·정리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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