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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는 이 나라의 X맨?

902~906호 독자 모니터링… 불법사찰, 언론사 파업, 재벌 총수 비리 등 MB 정권의 사건들에 녹다운된 23기 독편위의 세 번째 회의
등록 2012-04-28 14:27 수정 2020-05-03 04:26

조금 맥이 빠진 분위기였다. 지난 4월16일 저녁 7시,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23기 독자편집위원회 세 번째 모임을 가졌다. 이번 모임에서 리뷰할 902~906호에는 총선과 관련한 특집·표지이야기가 주를 이뤘는데, 새누리당이 152석을 차지한 19대 총선 결과를 받아들고 보니 모두들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사찰 정권’에 대한 피로도도 높았다. ‘그’를 더 이상 표지에서 보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기어이 봄은 오지 않았나. 연말 대선에서의 선택에 대한 희망을 품고 지난 기사를 되돌아봤다.

마음 무겁게 한 재벌 문제, 언론사 파업

임성빈 902호 표지는 왕관 쓴 총수 얼굴과 ‘우리 회사 敵은 회장님?’이라는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읽어보고 싶게 만든 표지였다. 그런데 막상 기사에서는 새로운 내용이 없어서 아쉬웠다.

김자경 구치·시그램·발렌베리 등 해외 기업의 좋고 나쁜 사례를 다룬 부분은 흥미로웠다. ‘총수 리스크’와 관련한 표를 그렸는데, 정당들이 제시하는 재벌 정책은 익히 들어왔다. 제대로 실행되지만 않을 뿐. 잘 몰랐던 내용을 도표화했을 때, 더 눈에 들어온다.

임성빈 이창근의 해고 일기 ‘준엄한 호응, 경고의 응원’에서 바라본 방송사 파업에 대한 시각, 식상하지 않아 좋았다. 파업이 길어져 외부인들도 지친다. 다양한 시각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줄 필요가 있다.

임성빈 가수 이효리를 다룬 레드 기획 ‘언니가 돌아왔다’를 재미있게 읽었다.

김자경 재벌 총수 리스크, 방송사 파업 등으로 앞부분이 무거웠는데, 레드 기획에서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다.

권채원 ‘손미나의 레자망’은 기획 의도가 잘 와닿지 않는다. 여러 커플을 다루며 얘기하려는 게 다양성인지, 소통인지 명확하지 않다.

김자경 굳이 국제 커플로 한정할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더 괴리가 느껴지는 경우도 있었다.

장슬기 903호 표지이야기 ‘법조인, 당신들의 대한민국 국회’가 인상적이었다. 정리가 잘 됐다.

조원영 표지 이미지보다 기사 대문에 실린 이미지가 더 좋았다. 두 개를 바꿨다면 어땠을까?

김자경 그동안 사법 문제와 관련한 이슈가 많았다. 영화 도 그렇고, 한명숙 전 민주통합당 대표 공판도 그렇고. 국회에 법조인이 많아진 것은 상식이 공유되지 않는 현실에서 사람들이 법에 기대려는 심리를 갖기 때문 아닐까?

이정주 특집 ‘김용민의 선택, 나꼼수는 어디로’를 쓰는 시점에서 은 김용민의 역효과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나? 김용민 막말 파문 전이긴 하지만, 를 듣지 않는 일반 대중과 기성 세대에게 김용민은 어떻게 비쳐졌을까, 이런 것들에 대한 분석이 더 녹아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정주 경제 ‘K시리즈 종결자가 온다’는 너무 광고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비자가 관심 있어 하는 모델이니까 기사화하는 것은 좋지만, BMW 등 독일 명차를 겨냥한 차종이라고 언급했는데 스펙 등 더 적정한 근거가 제시되어야 하지 않나.

접점이 너무 많아진 크로스

임성빈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후보 사퇴를 다룬 904호의 표지 사진은 상황이 딱 읽히는 컷이었다.

장슬기 표지이야기가 두 개였는데, 표지 사진 내용을 다룬 기사는 표지이야기2로 뒤에 실렸다. 앞에 실린 표지이야기를 읽다가 혹시 책이 잘못 왔나 싶었다. 이정희 대표 후보 사퇴 기사가 앞에 나왔으면 혼돈이 없었을 듯하다.

김자경 표지를 봤을 때 기대한 것은 이정희 대표 후보 사퇴와 관련한 진보의 문제는 무엇인가였다. 그런데 경기동부연합에 대한 내용이 너무 길었다.

이정주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과 야권 연대 완성과 승리를 위해 출마를 강행하겠다는 의지 사이, 그런 딜레마를 보여줄 줄 알았는데 아쉽다.

권채원 ‘방송 파업 지금 이후’를 다룬 크로스는 두 필자가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처음의 의도와 다르게 점점 더 서로 비슷한 얘기를 하는 듯하다. 세대별 필자를 나눠 싣는다고 했는데, 그 특성도 그다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김자경 어렵겠지만 조정은 필요할 듯하다.

이정주 레드 기획 ‘20대의 사교장, 언니들은 가라~’는 어땠나? 아주 재미있게 읽었는데.

권채원 기사를 읽으며 조마조마했다. ‘언니’가 문제의식을 제기하면 어떡하나. 그랬다면 ‘꼰대’처럼 보였을 텐데, 그러지 않아서 좋았다.

임성빈 904호에는 독자편집위원회 기사가 실렸는데, 이 기사의 필요성에 대해 고민을 해봤다. 대화체로 회의록을 정리하니 오히려 잘 안 읽히는 것 같다.

이정주 개편 별점을 매긴 상자 기사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한눈에 들어오도록 처리하는 건 어떨까. 호별로 좋았던 점, 나빴던 점 나눠서 처리하는 식으로.

일동: 905호 표지는 보는 이에게 가혹했다. MB 얼굴의 압박!

이정주 사건이 쏟아져나오는 시기에 사찰 문제가 터져서 묻히는 것 같아 아쉽다. 전 정권에서 보수 논조의 잡지 편집장을 사찰했다고 하면 아마 대통령 탄핵 100번 하자고 했을 거다.

조원영 특집2 ‘강남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는 분석이 돋보였다. 자기 수준 이상의 사람만 강남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김자경 지도가 꼭 필요한 기사였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장슬기 이런 특집을 대구로도 지역을 옮겨서 해봤으면 좋겠다.

김자경 지역에 녹아든 역사와 정착의 과정을 분석하는 것은 지리학에서 많이 얘기하는 주제다. 예컨대 경기도 분당 아줌마들이 어떻게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가 등은 학술논문으로도 다뤄진다. 다양한 지역을 이번처럼 분석해보면 좋겠다.

장슬기 황이라의 스머프 통신 ‘꽃잎이 피고 또 질 때면’에서 4·11 총선이 노동 인권을 위한 또 다른 출발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선거 국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기고 지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데, 우리가 무엇을 위해 선거를 하는지 되새기게 해주었다.

도시 농부가 되고 싶어라

조원영 906호에서 다루는 MB 정권의 민간인 불법 사찰은 들여다볼수록 질린다.

장슬기 권두 칼럼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기자 지망생을 향해 썼다. 다음번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면 어떨까. 을 보면 세상이 피곤하다고 느끼는 청소년이 많다. 그런 친구들에게도 무언가 얘기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조원영 이번호 ‘신명환의 초~상식 시대 만화’는 좀 식상했다. MB의 파시즘, 이미 에서 다뤘던 내용 아닌가.

김자경 특집 ‘지금은 도시농업 시대’를 재미있게 읽었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원영 나도 기사를 읽고 집에서 열무를 키우기 시작했다.

임성빈 서울시에서 오페라하우스 대신 추진하는 시민농장이 5월에 개장한다는 내용도 실렸는데, 어떻게 참여하는지 알려주었다면 더 좋았겠다.

이정주 초점 ‘아동인권, 한 뼘의 진보를 위해’도 좋았다. 예비교사들이 비교적 체벌을 관대하게 생각한다는 점에 놀랐다. 신체를 이용한 체벌은 안 되지만 매를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점도 눈에 띄었다.

장슬기 조사 내용과 더불어 예비교사들을 인터뷰해서 실제 목소리를 들어봤다면 더 좋았겠다.

권채원 레드 기획 ‘낸시랭, 된장녀들의 잔 다르크?’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된장녀’라는 단어에 대한 고민 없이 트렌디한 단어를 그냥 갖다 쓴 거 같아 불편했다.

장슬기 보수, 진보, 빈자, 부자… 사람들은 자꾸만 규정지으려고 하는데, 낸시랭은 그렇게 규정지을 수 없는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야 하는데, 기사에서도 자꾸만 그를 ‘어떤 사람’으로 규정하려 한 점은 아쉬웠다.

사회·정리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총선 보도 평가
아수라장 속 분투한 나의 지침서여

이정주 29·취업준비생
현상에 대한 해설은 쉽지만 예측은 어려운 법. 그런 면에서 의 총선 기사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문제는 너무 낙관적이었다는 것. 첫째, 연이은 MB 정권의 악재를 성급하게 야당 지지로 치환했다. 둘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파급력을 과대 해석했다. 스마트폰 보급률과 기성세대의 정치적 인식 사이에는 무시할 수 없는 괴리가 존재했다. 실질적으로 선거의 판세를 좌우하는 40~50대의 여론에 귀기울여야 하지 않았을까. 대선에서는 인간이란 존재의 정치적 관성과 보수성을 염두에 둔 냉철한 분석 기사가 필요하다.

조원영 29·회사원
총선 이슈에 집중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사건·사고가 워낙 많은 탓에 1.5호를 1호로 압축한 듯한 무게감과 산만함을 느꼈다. 읽기는 고됐으나, 비리가 비리를 덮고 악재가 악재를 덮는 기이한 폭풍 정국에서 내 선택의 가닥을 잡아준 것은 이었다. 응원 한마디 던질 법한데 미지근하게 보고만 있다고 서운한 마음 슬쩍 있었지만, 이제는 그 신중함을 이해한다. 진중하게 참고서 역할을 해준 , 특히 ‘멘붕’(멘털 붕괴) 사태에 그간의 수고를 생색도 못 냈을 기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김자경 28·교사
무언가 휩쓸고 간 자리 같은 총선 뒤. 총선을 공부하기에 만큼 좋은 교과서는 없었다. 접전 지역구 속에 숨겨진 의미와 새롭게 주목해야 할 정당 소식까지 다양한 주제로 총선을 풀어간 점이 좋았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건 우리에게 왜 총선이 중요한지 잊지 않게 해준 점이었다. 이 선거를 통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치와 사회에 대한 고민을 함께할 수 있다는 점, 만이 해줄 수 있는 커다란 역할이었다.

임성빈 36·프리랜서 번역가
이번 총선은 주요 쟁점이 김용민 막말 파문 같은 사안에 묻혀버렸지만 은 그 와중에도 분투했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큰 문제로 부각됐던) 경제민주화는 선거 막바지에 거의 잊혀졌지만 은 계속 강조했다. 야권 지지자들의 주요 쟁점이던 정권심판론은 (자유무역협정(FTA), 종합편성채널, 방송 장악 등) 기사화할 것이 너무 많은데다 민간인 사찰이라는 거대 이슈가 터지는 바람에 간접적으로만 짚고 넘어간 것 같아 아쉬웠다.

장슬기 25·학생
선거의 핵심이 905호 특집 ‘강남이라는 상상의 공동체’에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선거는 연인이 상대에게 고백을 받아내는 과정과 같다. 이성적으론 설명되지 않는 요인이 강하게 작용한다. 아무리 보수 진영이 ‘뻘짓’을 해도 새누리당을 찍는 지지자들의 심리를 강남 기사에서 유추할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도 이런 기사가 많이 등장하길. 은 훌륭한 선거 지침서였다. 상세한 정보와 소수정당에 대한 기사까지. 결과는 아쉽지만 총선에서도 약자들을 조명했던 노력을 칭찬하고 싶다.

권채원 24·학생
긴박한 시간이었다. 하루가 지나면 어제보다 더 큰 사건이 터졌다. 수많은 사안에 노출되다 보니 중심 잡기가 힘들었는데, 을 펴면 총선 정국의 큰 그림이 알기 쉽게 재정립돼 있었다. 경제민주화와 사법 개혁, 한-미 FTA, 에너지 문제 등 이견 대립이 있었던 굵직한 논제들을 차례로 짚어준 덕에, 나의 가치관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선거 결과가 우리에게 실망을 안겨줬을지언정, 총선 전반을 바라보는 의 자세만은 앞으로도 계속 한 줄기 희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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