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으로 어수선했던 지난 12월19일 저녁, 22기 독자편집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에서 열렸다. 안철수와 문재인을 표지로 다룬 884호부터 이명박 정부의 ‘토건내각’을 파헤친 889호까지 22기 독자편집위원들은 마지막 한 장까지 비판과 질정을 아끼지 않았다. 그 열정과 애정은 뒤풀이로 이어져 22기 독자편집위원들의 마지막 밤은 길고도 길었다.
너무 통합에 기운 것 아닌가
사회 비상시국에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다. 마지막이니만큼 호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자.
유미연 884호 표지이야기에서 20~40대의 투표율 변동을 여러 가지로 분석해준 점이 좋았다. ‘응징 투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여러 가지 현상들(학생운동·촛불시위 등)을 겪으며 오래전부터 쌓아온 분노가 표출된 것임을 짚어준 점이 돋보였다.
정은진 육아책을 다룬 레드 기획은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가 없었다. 예전에 나온 책들 위주였다. 그나마 새 책인 법륜 스님의 도 내용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더라.
김종옥 ‘아름다운재단’을 고발한 보수단체의 정체를 밝힌 ‘고발자도 모르는 고발’ 기사가 좋았다.
유지향 ‘영등포교도소’를 다룬 특집 기사도 좋았다. 있을 때는 싫었는데 이전한다니까 아쉬워하는 주민의 감정이 이채로웠다.
정은진 884호는 볼 게 많았다. ‘귀뚜라미문화재단’을 다룬 줌인 기사도 좋았고, 초점에선 ‘피죤’의 후속 기사를 실었다.
박소영 자유무역협정(FTA)을 표지이야기로 다룬 885호는 몇 주에 걸쳐 나온, 두 사람을 내세운 표지 이미지 중 가장 나았다. 사진과 카피가 깔끔하게 맞아떨어졌다.
김종옥 특집1 ‘멀고도 험한 야권 통합의 길’을 보고 은 계속 통합 얘기만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통합을 당위로서 다룬다는 느낌이다. 통합하지 않은 진보신당이나 사회당 등 다른 얘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반이명박 전선만 얘기하는 것 아닌가.
류하경 통합 기사를 다루더라도, 국민참여당은 ‘노동’이 들어가면 안 하겠다는 등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런 모습도 다뤄졌으면 싶다. 너무 좋게만 다루려는 것이 아닌가. 특집2 윤금이씨 사건은 반가웠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다뤄줘서 다행이었다.
박소영 윤금이씨 살해 장면 묘사가 상세해서 놀랐다. 예전 고등학교 때도 에 실린 관련 기사를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어린 친구들이 보고 놀라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정은진 맞다. 이렇게까지 자세히 묘사할 필요가 있을까. 너무 선정적이다.
유지향 FTA를 다룬 표지이야기와 연동해서 읽으니 더 분노하게 됐다.
박소영 886호 표지이야기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독점 취재했다고 하지만 같은 주에 다른 잡지에도 관련 기사가 나왔다. 굳이 ‘독점 취재’라고 할 필요가 있었나. 기사 ‘적과의 동침 12시간’도 그냥 따라다닌 느낌이었다.
성매매 특집, 도덕주의적 비판 넘어서야
유미연 동의한다. 박원순에 대해 너무나 칭찬 일색이었다. 그가 어떤 체계로 공약을 실현시키고 있는지, 조·중·동의 날 선 비판을 어떻게 잘 방어해내는지 확실히 알려주는 게 진짜 예찬 아닐까.
손웅래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비판을 가해야 한다.
류하경 정치 기사는 이 통합 논의에 할애한 지면에 비해,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 인터뷰가 절대적으로 적었다. 기계적 형평성이 오히려 불공평한 듯한 기분도 들었다.
유지향 조승수씨는 종종 다뤘지만 홍세화씨는 처음 다루는 것인데도 질문 내용이 10개도 안 되더라. 그리고 박원순 시장에게 너무 우호적인 거 아닌가.
김종옥 886호 ‘만리재에서’는 화가 많이 난 듯했다. 그게 참 좋았다. 솔직하게 화난 느낌이.
박소영 887호부터 실린 성매매 기사 1~3편에서, 1편은 성매매 산업 규모를 말해줘 놀라웠다. 지역 상인들이 성매매 단속에 항의한다는 것과, 영화산업의 5배 규모라는 지적이 충격적이었다. 남성들의 성매매 통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3편 ‘지옥에서 보낸 14년’은 식상했다.
유지향 성매매 기사가 전반적으로 성구매자에 대한 도덕주의적 비판에 치우친 느낌이다. 성매매를 낳는 구조의 문제에는 소홀한 듯했다. 남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렇게 된 사회구조가 문제 아닌가.
김종옥 ‘양성평등 의식을 길러야 한다’는 식으로 너무 뻔한 결론을 냈다. 성매매가 오로지 양성평등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인가. 양성평등 사회에선 성매매가 없는가. 성노동 문제, 즉 성을 파는 것을 노동으로 봐야 하느냐는 문제는 피해갔다.
김아무개 888호 성매매 남성을 인터뷰한 기사는 신선했다. 이런저런 말을 붙이기보다 남자의 의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독자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판단하게 되니까.
유미연 887호 대안학교를 다룬 특집1은 혁신학교 등장 이후 대안학교의 위기를 좀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아무개 민주당 ‘헌법 제119조 경제 민주화 특위’를 다룬 줌인 기사는 좀더 크게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다. 주요 정책 과제를 보면 엄청난 내용이 많다. 공정위 조직개편,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 재계가 벌벌 떨 내용들이다. 특히 금융거래세 도입 등은 약간 과장하면 혁명적인 정책이다.
유지향 줌인 ‘안철수 코드를 푸는 몇 가지 방법’에서 마지막 문단 3개가 모두 인용문이었다. 인용된 부분임을 알기 쉽게 편집을 다르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박소영 888호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를 다룬 표지이야기는 반MB로만 몰아가지 않고 잘못된 협정은 고칠 수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 민주당의 엉거주춤한 태도를 비판하는 얘기도 나와서 좋았다. 다른 잡지에는 없더라. 그 잡지는 반MB로만 몰고 가더라.
꼼꼼하고 성실한 취재 돋보여
김종옥 침착해서 좋았다. 다들 분노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해줬다.
유지향 3회에 이른 ‘손바닥 문학상’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가진단이 나왔으면 한다. 등단의 길은 아닌 것 같은데. 상의 위상과 의미를 잘 모르겠다.
유미연 손바닥 문학상이 어떤 권위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은진 손바닥 문학상이 형식과 내용이 주는 의미가 충돌하는 듯하다. 어떤 것은 사회적 의미만 있고, 어떤 것은 문학적이기만 하고. 자기모순적이다.
김종옥 이번 수상작들은 전반적으로 재미없었다.
박소영 기발하지 않았다. 2회 수상작인 등은 창의적이어서 좋았는데.
유미연 문학적 장치가 발견되기보다 시대적 의미만 있는 것 같다. 사회적 부분에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이랄까.
사회 마지막으로 889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정은진 표지이야기 ‘MB와 친구들, 그들만의 토건내각을 파헤치다’는 토건국가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줘서 친절했다. 흐름이 좋았다.
유지향 특히 16쪽에 실린 회의록이 좋았다. 어떤 인간들이 지역에서 설치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박소영 짜임새 있는 기사였다. 자료도 적절히 담겨서 꼼꼼하고 성실하게 취재했다는 느낌이다.
김종옥 지역 토호들의 현실을 보여줬다. 표지도 좋았다. 둘 다 못돼보였다. (웃음)
김아무개 이슈 파이팅 차원에서 보면, 4대강보다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이 표지로 가야 되지 않은가 싶었다.
박소영 종편 자체를 이슈화하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띄워줄 필요도 없는 허접한 방송이라는 의미에서. (웃음)
김아무개 기업들 등치는 영업을 계속하고 있고, 죽을 때까지 못된 짓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이슈화해야 한다. (웃음)
류하경 방송사고만 모아서 기사를 써도 좋을 듯하다.
김종옥 기획 연재 ‘사람꽃을 만나다’는 ‘2011 만인보’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정은진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인식, 먼 얘기가 아닌 듯해서 더 그렇다.
사회·정리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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