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자정리’라 했던가. 21기라서 더 각별하던 독자편집위원회의 마지막 회의가 6월13일 저녁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방 근무로 불가피하게 참석 못한 신성호 위원을 제외하고 6명의 독자편집위원들은 ‘벌써 반년’이라는 사실에 시원함보다 섭섭함을 짙게 내비쳤다. 그 때문이었을까. 염은비 위원이 직접 만들어 돌린 쿠키를 먹으며 훈훈하게 시작한 회의는 밤 10시를 넘겨서야 마무리됐고, 어느새 정이 든 위원들은 작별의 술잔을 새벽까지 나누었다.
사회 한국 사회를 뒤흔든 저축은행 사태를 최초 보도한 858호 표지이야기로 회의를 시작해보자.
김대훈 의 특종인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피해자들의 얘기를 비롯해 건설사 부도라는 그 원인까지 언급해준 것이 특히 좋았다.
김원진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몸통으로 번져가는 게 신기할 정도다. 2주 연속 특종을 보도한 점이 좋았다.
안재영 파급력이 더 컸던 이유는 비리의 중심에 금융감독원의 묵인과 방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은숙 듣고 보니 의 저력을 보여준 것 같아 독자편집위원으로서 자랑스럽다.
사회 강경대씨의 죽음으로 시작된 1991년 5월 투쟁이 올해 20주기를 맞았다. 이를 다룬 특집은 어떻게 읽었나.
염은비 1991년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다. (웃음) 이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다.
김혜림 기사에서 언급된 김지하씨의 ‘죽음의 굿판’ 사건은 모르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설명이 없어서 불친절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김원진 같은 생각을 하는 분들만 모아서 비판적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 아닌가 해서 아쉬웠다.
김은숙 당시에 난 대학 2학년이었다. 학교에 오면 어제는 누가 죽었고 오늘은 누가 죽었다는 그런 시절이었다. 한 달 사이 8명이 죽었다. 그때 죽은 이들을 기억하는 것은 남은 자의 몫이다.
안재영 일지에 사진을 넣었으면 어땠을까.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사회 859호 표지이야기부터 860호까지 두루 비평해달라.
김혜림 표지이야기 가운데 ‘두 얼굴의 정치인’ 기사는 인상비평 아닌가. 그의 정책이나 정견을 보여줘야 하지 않았을까. ‘남의 옷에 묻은 먼지를 못 본다’든가 하는 대목은 너무 이미지 위주다.
김대훈 오히려 이런 부분이 그 사람을 더 잘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손학규 대표가 약간 무색무취한 부분도 있지 않나. (웃음)
김원진 동의한다. ‘이 사람이 이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다. 그의 정책과 정견은 앞으로 검증될 것이다.
안재영 고성국 박사의 외고에서 “선거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후보 단일화 방식이건 통합당 건설 방식이건 가릴 일이 아니다. 기술적 문제에 가치판단을 개입시킬 필요는 없다는 뜻”이라는 대목은 동의하기 어려웠다. 의 논조와 배치되는 것 아닌가.
사회 859호 레드 기획 ‘TV, 불량 맛집을 찾아라!’가 인터넷에서 난리가 났다고 들었다.
김혜림 의미는 있었지만 영화 소개에 의존해서 조금 아쉬웠다.
김원진 동의한다. 다른 취재를 더 했거나, 인터뷰 내용을 더 늘렸으면 좋았을 듯하다.
안재영 얼마 전에 영화를 봤다. 기사와 다른 부분이 별로 없었다. 방송사 PD도 저널리스트인데 이렇게 윤리의식이 실종된 게 신기할 따름이다. 860호 표지이야기 ‘다시 재벌개혁이 대세다’는 그리 새롭지 않았다. 늘 다뤄오던 얘기가 아닌가.
염은비 동반성장위원회 기사나 재벌 기사들이 큰 틀에서 대동소이하다. 매주 같은 얘기를 하는 느낌이다.
김원진 그렇다. 동어반복에다 (경제 기사가 대부분 그렇지만) 딱딱했다. 통계도 많이 나오고. (웃음)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같은 얘기라도 다른 각도에서 쓰는 방법을 고민했으면 한다. 지금의 경제 기사는 너무 안 읽힌다.
김대훈 대다수 사람들이 알고 있더라도, 동어반복이라도 필요한 이야기는 계속 제기해야 한다.
김은숙 영어로 같은 ‘Trickle-down’인데, 860호 김상조 외고에선 ‘낙수효과’로 읽고 862호 특집 김기태 기자의 기사에선 ‘적하효과’라고 쓰고 있다. 같은 용어인지 몰랐다. 헷갈린다. 용어를 통일했으면 한다.
사회 860호 특집 ‘노인 자살, 숨죽인 죽음의 비명 ’은 어떻게 봤나.
김혜림 현실을 알게 한 기사였다. ‘심리적 부검’이라는 개념이 새로웠다.
염은비 노인 자살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관련 내용이 좀더 있었으면 했다.
김대훈 의도는 알겠지만 굳이 자살 방법을 설명할 필요가 있었을까. 선정적으로 느껴졌다. 기사 내용에도 그런 얘기가 없다. 사건의 비극성을 강조하려 한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넣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사회 노무현 전 대통령 2주기를 맞아 만든 861호 표지이야기로 넘어가보자.
김은숙 친노들이 갈라지는 게 안타깝다. 그래도 적자를 꼽아야 한다면 개인적으로 문재인씨를 지지한다. 참신한 시도였다.
염은비 솔직히 이걸 왜 조사했는지 모르겠다. 누군가가 노무현을 계승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노무현 정신의 계승이 꼭 이렇게 이뤄져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안재영 문재인 인터뷰 ‘이제는 애도를 넘어 다짐으로’는 지난번 재보선 관련 기사 때와 달라진 내용이 없었다. 노무현 2주기에 맞춘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김대훈 박근혜를 다룬 특집2 ‘닮은꼴 독재자, 다른꼴 딸들’이 좋았다. 페루의 전 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의 딸과 비교한 것이 설득력을 높였다.
사회 의 전매특허, 병역거부 10년을 다룬 862호 표지이야기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은숙 표지이야기 ‘군대를 거부한 용감한 겁쟁이들’을 읽고 많이 뉘우쳤다. (웃음) 내가 너무 아이들을 때려 폭력에 노출시킨 건 아닌가 하는.
김대훈 병역거부 논의에서 군사주의를 지적한 것 좋았다. 우리 사회의 모범적인 남성상을 비판해서 뜨끔했다.
염은비 군대에 간 사람들을 비양심적인 이들로 몰고 가지 않아서 좋았다.
김혜림 약간 딴죽을 걸자면, 보수들이 늘 지적하는 문제인 ‘그러면 적이 쳐들어오면 어떡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을 아울러 제시해줬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대훈 음…, 전체적인 맥락에선 맞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균형 잡힌 시선과 태도 잃지 않아
김원진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군대에 가야 철든다’ ‘남자는 군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이해한다. 궁극적으로 평화주의의 문제를 제기한 것이 아닌가 싶다.
김대훈 기획1 ‘개천의 용은 전파를 타고 오른다’는 다 아는 얘기를 재탕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를 다룬 기사에서 나온 얘기들 아니었나.
김원진 개인적으로 이슈추적 ‘한·미 향한 김정일의 성동격서’가 새로웠다. 편집장이 직접 기사를 쓴 건 처음 아닌가.
김대훈 내가 봐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약간 농담을 하자면 감독이 축구를 안 하는 이유가 있는 것 아닌가. (웃음)
김원진 여담인데, 에 새로온 기자 가운데 김남일 기자를 눈여겨보고 있다. 최근 ‘경찰 수사권’ 기사와, 특히 ‘담쟁이’ 기사가 재밌었다.
사회 김 기자가 좋아하겠다. 아파트 독재의 종말을 다룬 863호 표지이야기는 어땠나.
김대훈 아파트에 대해 이런 식으로 다룬 기사는 없었던 듯하다. ‘10년 뒤 어디에 살 것인가’라는 부분과 무엇보다 아파트의 의미에 대해 쓴 것이 마음에 와닿았다.
염은비 개인적으로 경기 용인시의 전원주택에 살고 있어서, 기사를 보며 ‘아파트의 대안이 주택이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오히려 아파트를 선호하다.
김은숙 단독주택 선호는 사람답게 살려는 욕망의 표현이 아닐까. 내가 사는 시골의 아파트는 흉물이다.
김혜림 아파트에 대해 비판만 한 것이 아니라 규모의 경제, 합리성 부분을 아울러 지적해줘서 형평성이 느껴졌다.
염은비 인터넷에서 한국외대 총장의 비리를 다룬 초점 ‘비리 총장의 용돈이 된 등록금’이 화제였다. ‘사재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은숙 알리려는 사람과 숨기려는 사람 모두가 사재기를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웃음) 해군기지 건설로 파괴되는 제주 강정마을을 다룬 포토² ‘아름다움의 숨막히는 파괴’를 읽고 가슴이 아팠다.
김원진 실종자 안치웅씨를 다룬 초점 ‘실종된 아들, 행방불명된 진실’처럼 알려지지 않은 억울한 죽음을 이 계속 다뤄줬으면 한다.
사회·정리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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