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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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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주의로 좀더 전진하라!

아랍 민주화 보도를 계기로 국제 뉴스의 양적·질적 문제 짚어본

21기 독편위 세 번째 모임, “세계의 현실 속으로 한발 더 내디뎌달라”
등록 2011-03-17 10:23 수정 2020-05-03 04:26
〈한겨레21〉846호, 847호, 848호, 849호, 850호

〈한겨레21〉846호, 847호, 848호, 849호, 850호

긴 겨울의 끝, 가까이 다가왔던 봄이 꽃샘추위로 성큼 물러앉은 3월7일 저녁 한겨레신문사 4층에서 21기 독자편집위원회 세 번째 회의가 열렸다.

설 합본호인 846호부터 카다피와 리비아 사태를 표지이야기로 다룬 850호까지 독편위원들은 예의 날카롭거나 때론 후덕한 비평으로 의 지면을 들었다 놨다 했다. 논의는 아랍권 민주화 관련 기사를 비롯한 국제 뉴스와 3회에 걸쳐 기획 연재한 ‘경계의 아이들’에 집중됐다. 이는 아랍의 민주화 열풍으로 이슬람 관련 국제 뉴스가 많았던 점과, 공교롭게도 강의와 출장 일정으로 장년층(?)인 김은숙·신성호 위원이 참석하지 못해 평균연령이 낮아진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 무리의 위원들은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 기사도 새로운 기사 작성법이 필요하다면서, 한국과의 관련성을 부각하는 것을 한 방법으로 들었다. 850호 표지이야기 ‘카다피의 세계 8대 불가사의는?’기사와 ‘중동 사태, 위기 혹은 기회’가 그 좋은 예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쪽의 위원들은 ‘국제주의적’인 에서 국제 기사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며, 과도한 의미 부여를 거두고 많은 해외 소식이 실렸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호평이 많았던 ‘경계의 아이들’을 두고서는 고등학생인 염은비 위원이 현실을 제대로 모르는 기획이라는 신랄한 비판을 던져 20대 독편위원들이 뒤늦게 긴장(?)하기도 했다.

기존 통념 흔든 846호 표지이야기
제21기 독자편집위원회

제21기 독자편집위원회

사회: 오늘은 846호부터 851호까지 다섯 부를 검토해야 한다. 모든 기사를 비평하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요 기사들을 톺아보았으면 한다. 지난 두 번의 모임은 센 비판들이 주를 이뤘다. 오늘은 좀 살살 해달라. 먼저 846호 표지이야기 ‘평등해야 부자도 오래 산다’부터 얘기해보자.

김원진: 살살? 노력해보겠다. (웃음) 846호 표지이야기는 부자가 오래 산다는 기존의 사회 통념에 반하는 부분을 제시해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다. 국민소득 2만달러가 넘어가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인구가 많은 미국 같은 나라와 우리나라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반론도 있었다.

안재영: 기사의 요점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를 줄여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그게 과연 기득권층에게 설득력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들었다. 제도적 대안이나 대책을 언급해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염은비: ‘복지해야 부자도 행복하다’를 보고 좋았다. 여담인데 학교에서 누가 가져가는지 는 너무 빨리 없어진다. 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굴러다니는 조·중·동을 본다. (웃음) 조·중·동은 복지를 대놓고 비판한다. 그런 상황에서 의 이런 시도가 더 좋게 와닿았다.

김원진: 칭찬 일색이니 살짝 딴죽을 걸자면, 동어 반복인 부분도 없지 않은 듯하다. 구체적인 대안 제시도 아쉬웠다. 현상 진단에만 머무른 것 아닌가.

안명휘: 그렇다. 전체적으로 계속 아쉬운 것이 대안 제시를 못했다는 점이다. 책 읽고 서평을 쓰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김대훈: 생각이 약간 다르다. 기사를 통해 대안 제시까지 하는 건 무리라고 본다. 대안을 제시하면 오히려 공허해질 수도 있다. 다만 우리 사회가 사회복지를 할 수 있는 여건은 이미 마련돼 있다는 점 정도는 밝혀줬으면 좋지 않았을까. ‘이 정도 여력이 있는데 왜 못했을까’라는 공분이 들게 말이다.

김혜림: 한편에선 ‘무상’이라는 용어가 잘못됐다는 말이 나오는데, 우리가 낸 만큼 확실히 돌려받는다는 신뢰가 중요하다. 한국 사회는 신뢰가 없기 때문에 복지가 실현되지 않는 측면도 있다.

국제 뉴스 가독성 높일 방안 고민을

사회: 846호부터 새로 기획된 ‘2011 만인보’가 실렸다. 어떻게 보았나.

김원진: 참신하다. 평범한 우리네 삶, 이런 게 중요한 것 같다. 주간지는 너무 무거운 얘기 위주인데 평범한 사람들이 나와서 좋다. 무게감 빼고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반갑다.

염은비: 어떤 글은 맘에 들고 어떤 글은 잘 모르겠고, 연재글마다 편차가 있긴 한데, 문체가 쉬워서 읽기 편했다.

김대훈: 정해진 삶, 당연하다고 생각한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살면서도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줘서 좋았다. 그런데 기민호씨의 글은 ‘2011 만인보’의 특색에서 약간 벗어난 느낌이다. 최근 자살한 최고은씨 관련 기사를 읽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문학상 수상자들이니까 자유롭게 써보게 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안재영: 자유로운 형식을 실험하는 것도 좋은데, 기본적으로 시사 잡지이니만큼 사실에 기반한 글이어야 한다. 새로운 형식에 대한 고민이 기본을 허물어선 안 된다.

김혜림: 우리 시대 장삼이사를 다루려는 기획 의도에 지지를 표한다. 그렇다고 장삼이사가 아무나를 얘기하는 건 아닐 것이다. 평범하면서도 나름의 얘깃거리가 있는 사람을 다뤄야 할 것이다.

사회: 846호 특집 ‘평화신년, 7개의 비극에 전하는 연하장’부터 이집트와 리비아 사태를 다룬 최근의 표지이야기와 특집까지, 국제 이슈가 많은 시점에서 국제 기사가 늘었는데 어땠나.

김대훈: 국제 기사의 양이 좀더 늘어났으면 좋겠다. 세계 여러 나라의 소식을 더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은 국제주의적인 매체 아닌가. (웃음) 더욱 국제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아랍의 민주주의 들불 혁명도 현재 리비아에 멈춰 있는 상황이다. 850호 표지이야기는 카다피에 대한 흔히 알 수 있는 얘기가 실렸다. 인터넷만 뒤져보면 알 수 있는 얘기여서 아쉬웠다. 다만 리비아와 남북한의 관계를 비춰본 건 신선했다.

김원진: 사실 국제 뉴스는 독자가 재미없어할 부분이다. 그래서 더 관심을 갖고 읽도록 우리 문제와 결부시키는, 새로운 기사 작성법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안명휘: 현장감이 안 들어서 읽는 재미가 없는 듯도 싶다. 책상에 앉아서 쓴 느낌이 들어서 그런 거 아닌가.

김원진: 밥의 문제를 좀더 다뤄야 했다. 경제적 문제를 좀더 분석해줬으면 아랍 민중이 처한 현실을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안재영: 아랍권 민주화 열풍에서 트위터의 역할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의 기사는 이 부분보다 국제 정세의 변화에서 사회 변동의 원인을 찾고 있어서 주체가 객체가 돼버린 느낌이다. 세계의 현실 속으로 한발 더 내디뎌달라.

안명휘: 솔직히 군중심리도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한국 언론에서 아랍권이 당장에라도 민주화될 것으로 생각하는 건 허무맹랑한 진단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김혜림: 리비아 문제에 대해 가장 공정한 태도를 보인 것은 850호 만리재에서 칼럼 ‘석유의 정의’인 것 같다. 그 태도를 지지한다.

사회: 기획 연재로 3회에 걸쳐 다룬 ‘경계의 아이들’은 어떻게 봤나.

김대훈: 지난 독편위 회의에서 이 젊은이들의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다루는 거 아니냐고 비판했는데, 마침 청소년 문제를 기획 연재로 다뤄서 반가웠다. 마이스터고 등을 보고 전문계고가 좋아지는 게 아닌가라고 순진하게 생각한 자신을 반성했다. 특히 848호 ‘상가에 들어선 졸업장 쇼핑몰’의 경우는 교육청이 알고도 모른 척한 게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로 충격이었다.

경계의 아이들, 개인의 자질과 구조 사이

김원진: 기사를 보고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그들이 처한 정확한 현실을 직시하지 못했는데, 현실을 환기해줬다. 다만 제도 개선과 우리의 의식 변화를 아울러 도모하는 내용의 기사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김대훈: 이들은 어떠한 제도적 지원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교육 전반의 문제로 더 나아가는 기획을 기대한다. 모두가 희생될 수밖에 없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제대로 파헤쳐주기 바란다.

염은비: 고등학생도 좋은데, 중학생의 문제도 다뤄야 한다. 내 주위에 전문계고를 꿈으로 가진 아이는 없다. 사실 인문계고와 전문계고는 성적으로만 가지 않나. 폐기된 꿈이라는 건 어폐가 있다. 이들이 꿈에 대해 덜 절실했던 거 아닌가. 사실 들어가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모르고 들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가출, 담배 다 했다가 나중에 외고에 들어간 경우도 있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한 변수라고 본다.

안명휘: 개인의 자질만으로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생계가 절박해 공고를 가는 아이가 많다. 그런데 기사에도 나왔지만 그곳에서 열심히 기능사 자격증 따고 나와도 취업이 안 된다.

김혜림: 직업도 계급화돼 있는데 그걸 포기하고 들어간 것이다. 폐기된 꿈이라기보다, 보장된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게 문제 아닌가. 한국 사회에서 누구나 자기 적성에 따라 갈 수는 없다. 그런데 한편 이런 기사가 이들을 다시 낙인찍는 건 아닌지. 물론 의도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알지만. 개인적 자질이나 구조적 문제를 아울러 다룰 수는 없었나.

염은비: 대학이 평준화되기 전에는 공교육 안에서 대안이 가능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본다. 850호 ‘백 투 더 스쿨’에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이들 나라는 다 대학 평준화가 돼 있는 나라 아닌가. 대학 평준화에 대한 얘기 없이 대안을 얘기할 수 있나.

사회·정리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지지 속 비판 제기된 레드면
궁극의 재미를 추구하세요~

독편위원들의 혀끝은 레드 기획 기사를 비롯해 ‘S라인’ ‘안인용의 아이돌 코드’ 등 레드면에도 조목조목 미쳤다. 대다수 위원은 전체적으로 무거운 기사가 많은 에서 레드면 기사와 칼럼은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글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면서도, 필자에 따라 글의 편차가 두드러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좀더 다양한 외부 필자를 발굴해 발랄하고 재미있는 읽을거리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격투기를 다룬 849호 ‘60억 명 중 1명으로 돌아가는 60억분의 1 사나이’가 좋았다는 김대훈 위원은 “많은 사람들이 무식하다 잔인하다 얘기하는 상황에서 비주류 스포츠를 다뤄 더 반가웠다”고 말해 자신이 표도르 팬임을 자인(?)했다.
‘S라인’의 기복이 심하다는 김원진 위원은 “어떤 때는 참신한 시각과 접근을 보여주다가 어떤 때는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성의 없는 기사가 실려 실망했다”고 말했다. 특히 848호 ‘재벌들의 리그에 들어선 이방인’은 평소 놓치고 있는 부분이었는데 잘 짚어줬다며 가끔씩 눈높이를 낮춰 잘 읽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안명휘 위원도 S라인에 대해 한마디 거들었다. “블로그에 실린 글을 본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뻔한 결과 위주의 기사보다는 시각을 달리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안재영 위원은 출판면이 조금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혜림 위원은 “더 많은 외부 필자의 글을 통해 앞부분은 무게 있는 기사, 뒷부분은 발랄하고 재미있는 기사로 무게중심을 잡았으면 한다”면서, “때로는 약간 오버하더라도 궁극의 재미를 추구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염은비 위원은 고등학생답게 ‘안인용의 아이돌 코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왜 동방신기를 다루지 않고 어중이떠중이만 다루냐”면서 “369법칙이 아니라 5의 법칙이 중요하다”고 말해, 한때 5명이던 동방신기의 어제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방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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