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마지막 17기 독편위 회의는 따뜻했다. 12월23일 저녁, 이수택 위원은 “맛 좀 보시라고요” 하며 퇴근길 헐레벌떡 사온 먹을거리를 내려놨고, 최고라 위원은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예쁜 다이어리를 하나씩 나눠줬다. 풍성하고 정 넘치는 회의장에 순간, 마른 표정의 한 사내가 들어섰다. 그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위원들은 다정한 표정을 거두고 바로 전투태세를 갖췄다. 전종휘 기자를 상대로 한 ‘기자소환제’를 가차 없이 진행했다.
전종휘 기자 전방위 공격한 ‘기자소환제’와 737~740호 모니터링 회의.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전종휘(이하 전): 에 99년 입사했다. 여러 부서를 거쳐 올해 3월, 인권 기사를 열심히 써보려고 로 왔다. 인권 OTL을 30주간 펼치면서 한계를 많이 절감했다. 소환 대상임을 알고 스스로 혐의점을 찾아보려 노력했다. 처절히 심판받고 돌아가겠다.
이수택: 739호 블로거21 ‘계창이 형, 기억나?’를 보고 꼭 보고 싶었다. 근데 당구만 쳐도 들어오나.
전: 당구만 쳐서 들어온 기자는 없다. 나 역시….
이수택: 설명까지 할 건 없다. 아무튼 740호 레드 기획 격투기 기사도 잘 썼더라. 아쉬웠던 게 왜 ‘격투기 인기가 식는’ 현상만 봤는가 하는 거다. 거기서 사회문화적 의미를 읽을 수도 있지 않나. 인간 극단의 폭력성, 남성주의를 내재한 비인간적인 게임에 사회가 열광했던 것 아니냐.
전: 격투기를 즐겨본다. 격투기가 현상적으로는 폭력적이다. 하지만 최근 전교조 교사 해직·파면까지 세상엔 얼마나 폭력적인 일이 많은가. 눈에 보이는 폭력만이 사람들에게 상흔을 남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재영: 그럼 애초 기사 계획에 그런 내용이 들어 있었나. 사회에 만연한 폭력성에 관한?
전: 최홍만을 비롯해 일부 격투기 스타들의 부진한 상황이 격투기 인기를 떨어뜨린 핵심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부 시대의 폭력성이 격투기 인기를 떨어뜨린다는 논리는 그 간극을 메우기가 힘들다.
이수택: 기사에 ‘한국인 선수 가운데 추성훈과 데니스 강이 가장 정상급에 다가섰다’는 말이 나온다. 두 사람이 한 묶음으로 ‘한국인’인가. 그들은 이기기 전까지 한국인이 아니었다.
전: 그 표현을 쓸 때 고심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인이 아니라고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추성훈은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고, 데니스 강은 어머니가 캐나다인이지만 본인이 ‘슈퍼코리안’이라고 얘기한다.
이현정: 한국방송 노조 선거를 737호·739호 두 번에 걸쳐 초점으로 다뤘다. 결국 당선된 강동구 위원장은 이병순 사장을 인정했음에도 왜 뽑힌 건지 원인 분석이 부족했다.
<한겨레21> 737~740호
전: 기술직 표가 쏠렸을 가능성은 있지만 근거가 없으니 강 위원장이 오로지 직역 이기주의로 뽑힌 사람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그건 해석의 영역이라 여론조사를 해봐야 안다. 뽑힌 사람이 앞으로 어떻게 해갈지도 역시 추측일 뿐이다. 좀 어정쩡하게 썼다는 독자 비판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이수택: 737호 ‘갈림길 KBS, 정치만의 계절’에선 노조 선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비정규직 얘기를 던지더라. 큰 연관성은 없지 않나.
전: 인정한다. 끼워맞추기식으로 느낄 수 있다. 미련한 사람들이 꼭 미련이 많다. 한국방송 내부 비정규직 얘기를 언급하고 싶단 생각이 발동했다.
조성완: 쓰는 기사의 스펙트럼이 넓다.
전: 내 블로그의 제목이 ‘격투기 자동차 낚시 그리고’다. 내 취미들이다. 예전에 스포츠부에 있을 때 격투기 기사를 한국 언론 중 앞서서 썼다. 아, 부끄럽다. 난 격투기와 당구가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낚시도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한 번쯤 보여주고 싶었다. 앞으로 자동차와 관련해 재밌는 기사를 쓰고 싶다.
이수택: 739호 인권 OTL 번외편에 인권위원 대담은 왜 냈나. 같이 기사를 발굴하고 조언받은 공동체인데 그들의 모니터링이라니.
전: 기사는 기자가 거의 다 썼기에 독자 중 인권 OTL 시리즈를 가장 관심 있게 봤고 그 분야에 경력과 전문성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마지막 갈무리를 하고자 했다.
이수택: 740호 시사브리핑 ‘MB 정권의 신체포기각서’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려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기사에서 ‘구토물’ ‘개 발의 편자’와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썼다. 그러면서 정작 인권위 인력을 몇 명으로 줄이는 건지는 정보가 없다.
전: 시사브리핑은 사실관계에 기초해 기자들의 시각을 투영하는 콘셉트다. 기초적인 팩트를 늘어놓으면 신문에 나왔던 내용과 중복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팩트를 줄이고 의견을 많이 담으려 한다.
사회자: ‘기자소환’을 이쯤에서 마무리하자.
17기 독자편집위원회
전: 칭찬도 받을 줄 알았는데 빗발 같은 칼날을 피하느라 힘들었다. 기사에 관심을 갖고 진지한 비평을 해주어 고맙다. 시속 180km의 견제구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독편위의 시선을 의식하며 기사를 발굴하고 쓰도록 노력하겠다.
최우리: 미네르바와 경방고수를 다룬 738호 ‘황혼의 미네르바들’은 약간 들떠 있는 느낌이 났다. 관음증도 느껴졌다. 전체적으로는 흥미로웠다. 경방고수의 대중적 글쓰기는 일부가 정보를 독점하던 예전과 달리 정보가 광장으로 나왔다는 긍정적인 면을 잘 짚어준 기사였다.
홍경희: 미네르바는 정부가 탄압하니까 상대적으로 떠오른 측면도 있다. 경제 문제에 무관심한 이들도 정부 탄압 이후에 관심을 가졌다. 그런 부분을 짚어줄 줄 알았다. 너무 경제에만 시선이 집중돼서 아쉬웠다.
진보경: 고등학생이다 보니 경제에 관심이 없는데 기사가 재밌게 나와 좋았다. 한데 미네르바가 너무 신격화된 게 아닌가 싶다. 한국 사회에 워낙 실력 있는 아이콘이 없어서인가.
조성완: 전공 분야와 관련된 카페의 운영진이다. 한데 글을 많이 쓰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경력이 짧다. 진짜 고수는 글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자주 못 쓰게 된다. 인터넷에서는 글을 많이 남기는 사람에게 권력이 생기곤 한다. 아님 말고 식으로 얘기하는 비전문가들이 득세하고 전문가는 입을 다물고 있다. 미네르바를 정부가 잡아가면 그 사람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가. 인터넷 논객이 이런 식으로 이슈화되는 게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택: 하도 미네르바가 인기라기에 그의 글 모음을 시각장애인용 음성 파일로 만들었더니 13시간 분량이더라. 일주일 내내 출퇴근길에 들었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인터넷 문화가 업그레이드됐다는 생각을 했다.
진보경: 739호 올해의 인물 ‘노바디’를 보니 737호 ‘ 르포상 수상자 없음’이 겹치더라.
최고라: 수상자를 내지 못한 문학상도 여럿이다.
최우리: ‘노바디’가 올해의 인물이라는 사실은 놀랍기도 하고 와닿기도 했다. 수많은 촛불시민을 지칭하는 게 말로도 맞다. 다만 연대하지 못한 이웃들 얘기를 다뤘다면 더 의미가 컸겠다. 원더걸스 의 가사 ‘니가 없이 어떻게 행복해’를 응용했으면 어땠을까.
이수택: ‘노바디’를 ‘노바디’로 두지 않은 세상 문제도 있다. 촛불이고 인터넷 논객이고 그냥 의미 있는 몸짓으로 보지 않고 누군지 색출하고 방해한다.
홍경희: ‘독자 여러분이 희망입니다’라는 ‘노바디 벗 유’ 부분을 좀더 강조했어도 좋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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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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