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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추석에도 차례상 차리셨네요

‘감단직’과 대기전력 기사를 읽고 생활에 대한 반성이… ‘명절 기사’는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을 더하길
등록 2008-10-08 16:08 수정 2020-05-03 04:25

16기 마지막 모임이다. 6개월 여정의 닻을 내려놓았다. ‘난세의 무사’처럼 날카로운 칼을 품고 등장한 독자편집위원들은 점점 신중해졌다. ‘성숙한 무사’처럼 칼을 휘두를 때를 조심스럽게 골랐고, ‘상처 입은 무사’처럼 휘두르고는 마음 아파했다. ‘어머니 무사’처럼 기자 한명 한명의 기사 변화를 감지해나갔다. 마지막 뒤풀이에서 그들은 독편위 활동이 생각 외로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들은 각각 하나씩의 사회였다. 자신이 속한 곳에서 출발해 무관심을 일깨웠고, 기사의 방향과 다른 또 다른 팩트를 제공해 기자의 ‘나와바리’가 우스워지기도 했다. 칭찬이 유난히 많은 회의였지만, 마지막이니만큼 ‘센’ 이야기들 중심으로 정리했다.

16기 독자편집위원회

16기 독자편집위원회

<font color="#C21A8D"> 725호</font> 몇백원을 아끼려고…<font color="#006699">김정민: 히틀러와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이 나란히 있는 표지가 많은 걸 말해주는 것 같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수만 개의 진실이란.
초점 ‘문자 메시지 못 보면 신용 강등?’은 직접 겪은 에피소드를 기사에 녹여내 내용을 이해하기가 한결 쉬웠다. 하지만 카드 연체 일수가 넘어 신용정보원에 개인의 신상정보가 넘어가고 곧 사용자에게 연체 통보가 들어오는 ‘시스템 전반’을 좀더 알기 쉽고 자세하게 설명했다면 좋았겠다. 개인의 신용점수가 어떻게 매겨지는지에 대해서도. 인권 OTL의 ‘감단직’ 이야기는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주는 ‘인권’ 기사다운 기사였다. 아파트 입구 게시판에 붙어 있는 수많은 종이들 속에서 얼마 전 나는 ‘경비 감축’이라는 단어를 본 기억이 있다. 단돈 몇백원의 관리비를 아끼기 위해 주민들 손에 잘려나가는 경비 노동자들과, 또 살아남았지만 그들의 노동력까지 메워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현실이 쓰라리다.
경제 ‘대우조선 쟁탈전, 3강+α’는 대구 지역 신문들이 연일 기사화하고 있는 내용이다. 후판 공급자의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는 포스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이 분야에서 새로운 독점자본이 된다. 한 페이지로는 너무 적다.</font>

강인경: 이슈추적에서 대한체육회장과 정치·스포츠의 밀착이 너무 막연하게 그려졌다. 유력 후보들이란 사람들이 모두 생소하고 그들의 역학관계도 그다지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 아직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아 공약이나 지향성 비교가 어렵겠지만, 어떤 차별성을 보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경주마식 해설 기사를 보는 것 같다. 다른 두 기사는 내 생활을 돌아보게 했다. 감단직 노동 착취 현장 기사는 지금도 마음에 남는다. 사회적 환기, 시선의 환기가 돋보였다. 지구온난화 연재도 의미 있었다. 이번 여름에 대기전력이 흐르는 곳이 없도록 단속을 했는데 그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지난해 8월에 견줘 전기요금이 거의 10만원 가까이 절감됐다.

이미지: 30쪽 사진설명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는 너무 주관적이다.

<font color="#C21A8D">726호</font> 스님과 달라이 라마

<font color="#006699">이미지: 표지이야기는 이슈였던 종교편향 논란을 발 빠르게 다뤄 눈길이 갔다. 그러나 처음 세 기사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종교편향 의혹을 제기하거나 이미 제기된 의혹에 대해 각계의 반응을 담는 데 불과했기 때문이다. 종교편향의 실체를 의심하는 내 입장에서는 뭔가 한 단계 건너뛴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인명진 목사 인터뷰가 그나마 목마름을 채워주었다. 종교편향 사례의 대부분이 오해에서 비롯한 것임을 지적하면서, 그래도 여전히 그 오해를 풀지 않고 방기한 정부의 책임은 크다는 점을 꼬집었다. 신선했다. 세계면 달라이 라마 기사는 표지이야기와 비교해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표지가 일반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종교를 다루었다면, 달라이 라마 기사는 종교사회에서의 민주주의를 다루었다. 한동안 잠잠했던 티베트 문제를 다시 끌어낸데다 신정(神政)에 칼날을 들이댄 점이 신선했다. 다만 표지가 ‘신정불일치 사회에서 종교의 정치적 소외를 논할 수 있는가’란 의문을 남겼다면, 이 기사에선 ‘신정일치 사회에서 종교와 정치의 결합을 비판할 수 있는가’란 질문이 남았다. </font>

한성곤: 지구온난화 기획 연재 ‘쓰레기가 희망이다’에서는 국가나 지방단치가 아니라 농부 세 명이 맥주를 마시다가 의형제를 맺어서 재활용 업체를 시작한 게 신선했다. 한국 농촌은 미래가 없다고 하는데 이런 시도들이 하나의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font color="#C21A8D">727호</font> ‘디자인 서울’은 누굴 위한 것인가

<font color="#006699">임현욱: 추석 특집호라 책이 두툼했다. 그런데 한가위 퀴즈는 왜 이리 어렵던지…. ‘시사 넌센스’가 훨씬 다양하고 풍성해진 ‘시사 브리핑’으로 새롭게 돌아왔다. 여러 기자가 참여해 한 주간의 시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재미가 느껴진다. ‘로봇 주례 선생님!’을 표지에 내건 표지이야기에서는 어느 결혼식장을 가나 뻔하고 똑같은 주례사를 다뤘다. 평소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던 주례사의 존재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다만, 마지막 대담 기사에서 ‘주례사’라는 이 기획의 초점이 너무 확대됐다. 결혼에 대한 생각이나 의례 등을 많이 다뤘다. ‘노형석의 아트파일’의 서울시청사 철거 관련 기사를 보면서 ‘디자인 서울’을 외치는 서울시가 생각하는 ‘문화’는 어떤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과연 ‘디자인 서울’의 ‘디자인’은 누굴 위한 것인가? </font>

임현욱: 결혼문화에 대해 비판을 많이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하려면 다른 방식을 선택하기가 어렵다.

김기홍: 입장할 때 , 퇴장할 때 을 꼭 한다. 음악적인 관례처럼 다른 음악을 쓰기도 그렇다. 마찬가지로 동시 입장을 하게 되면, 아버지가 서운해하는 식이다. 그런 것을 포기할 수 없는 사람들이 결혼 문제에 맞물려 있는 것 같다. 정치 특집은 한 페이지 기사 옆에 광고를 계속 배열해 양쪽이 다 부담스러웠다. 특집 사이에는 광고도 하나 없고. 광고도 양극화인가.

독편위

독편위

이미지: 정치 특집 기사는 생뚱맞았다. 대선주자란 확실한 증거나 일반의 공감이 있어야 하는데 둘 다 찾을 수 없었다. 이재오 전 의원의 경우 기사 어디에서도 대권 도전 조짐을 읽을 수 없었다. 게다가 대권주자들은 모두 여당 인사뿐인가.

한성곤: 추석에 다룰 법한 기사들이 많았다. 한 주간지도 결혼을 다루고 있었고, 정치 역시 추석에 가족들이 모여서 얘기할 만한 내용을 다뤘다. 무엇보다 특집 ‘가장 살기 힘든 도시 비서울’은 차례상 기사다. 매번 명절 때마다 (지방이) 죽었다고 하는데 아직도 살아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김정민: 재래시장과 관련해선 대안이 없다. 재래시장 상품권을 시에서 만들었는데 팔리지 않아 시청 공무원에게 주고 공무원은 식권으로 쓴다고 하더라. 재래시장에 대한 무조건적인 두둔도 동의할 수 없다.

김기홍: 맞수 기업 열전에서는 시간 순서가 맞지 않는다. 1999년 다음의 광고 이야기를 한 뒤 ‘다음은 곧바로 (한메일로) 큰일을 친다’고 했는데, 다음 문단에서 ‘(한메일을 내놓은 지) 1년 만인 98년’이라고 나온다. 광고가 더 뒤의 일이다.

<font color="#877015">→ 지적이 맞습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편집자). </font><font color="#C21A8D">728호</font> 장애인올림픽, 뭉클한 감동<font color="#006699">홍경희: 플래시백 구성 방식으로 미국발 경제금융 사태를 다룬 표지이야기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흥미롭게 다뤘다. 김상조 교수의 견해는 구체적 비판 논거를 독자들에게 제공했다. 촛불의 성과가 가시적인 정치적 영향력으로만 평가받는 상황에서 촛불 경험이 청소년에게 미친 영향을 설문조사로 추적하는 기획은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기사에서 언급한 해석에는 견해를 달리한다. 인권 OTL의 장애인올림픽 기사는 사회구조적 문제와 ‘그래도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력을 고루 조명했다. 그리고 수영선수의 사진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이번호 최고의 사진이다. 서울시청사 철거를 계기로 건축동네의 폐쇄적 소통구조와 지나친 실무 위주의 교육을 지적한 레드 기획은 이렇게나마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석행 위원장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선정과 진행 방식 모두 흥미로웠다.</font>

윤이삭: 촛불 청소년 설문조사는 1차 조사 때부터 궁금했던 게 있었다. 이 조사를 왜하는 걸까. ‘촛불집회에 나갔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해요’ 혹은 ‘대운하 반대!’ 아니면 ‘이명박 대통령! 제대로 좀 하세요’ 중 하나를 말하는 것일 텐데, 집회에 참가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당연한 결과가 나올 설문조사를 굳이 했어야 하나.

한성곤: 첫 번째 조사를 했을 때 이미 표본의 수가 적음을 지적했다. 이번에는 다시 줄어 회답한 112명을 대상으로 했다. 부실한 담보대출건을 여러 개로 쪼개서 채권을 만들어 팔아서 문제가 된 최근 월가의 서브프라임과 같지 않은가?

<font color="#877015">→ 두 차례에 걸친 설문조사는 촛불집회가 10대에게 끼친 영향을 ‘지속적으로’ 추적해보는 의도로 기획되었습니다. 이 ‘생애조사’를 한 번에 국한하지 않고 살펴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십시오(편집자).</font>

홍경희: ‘촛불세대’라는 명명이 부럽다. 우리는 ‘IMF 세대, 이해찬 세대’ 등 불행으로 명명하는 경우가 많다. 촛불세대는 자랑스러운 기억이 되는 것 같다.

한성곤: 맞수 기업 열전 ‘처음처럼과 참이슬’은 맞수라고 여겨지지 않는다. 지방에 가면 지방술의 점유율이 높다.

김기홍: 표지이야기 22쪽 사진 설명이 잘못됐다. 지하철도 아니거니와 그 사람이 금융위기 기사를 읽고 있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 신문도 두 장밖에 안 된다.(웃음)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E7E7E2"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F7F6F4"><tr><td class="news_text02">

16기 독편위를 마치며

<font size="3"><font color="#006699">열정적으로 항변하라 살라</font></font>

강인경: 기대 속에 시작한 독편위.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회의가 거듭될 때마다 다양한 생각, 날카로운 통찰력,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두루 갖춘 독편위원들은 감동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지면 속 깊이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기자들도 이젠 친근하게 느껴진다. 독편위 생활 반년은 내게 멋진 친구들을 선물해주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김기홍: 처음엔 좋아하는 잡지를 씹으려니 어색했는데 어느새 제일 까칠한 캐릭터로 열혈청년이 되어버렸다. 까칠하고 삐딱한 시각과 말투로 하겠다고 각오한 것을 나름 지키긴 지킨 모양이다. 질이 어떻든… 정말 좋은 경험이 된 6개월이었다. 가끔 한겨레신문사 숙직실과 회의실이 그리울 것 같다. 좋은 사람들, 재밌었던 회의, 뒤풀이^^

김정민: 여름에 브라질을 다녀왔기에 석 달 동안 ‘땡땡이’를 치게 되었습니다. 처음의 순정이 이렇게 시들해져서 다른 독편위원님들과 기자님들께 죄송합니다. 그래도 때로는 매서운 질문들로 서로를 할퀴면서, 또 때로는 서로를 살뜰히 보듬으면서 보낸 지난 6개월은 한 걸음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뗑끼빨레!’(Tem Que Valer!) 열정적으로 항변하며 인생을 살라는 포르투갈어입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기를!

윤이삭: ‘독자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많은 언론사에서 뭔가 실수한 뒤 습관적으로 내뱉는 말이지만, 이를 실행하는 곳은 보지 못했다. 내가 독편위에 참여하면서 본 은 언제나 독자를 두려워하고, 독자 편에서 사회를 바라보며, 표지로 촛불까지 들었던, 진짜 언론이었다. 의 기대만큼 열심히 활동하지 않은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하다.

이미지: “너 아직도 그거 하냐?” 얼마 전 독편위 모임 때문에 약속을 취소한 내게 친구가 물었다. 그래, 나 아직도 그거 한다. 벌써 1년. 입사지원서만큼 공들인 신청서를 보내고 합격 기쁨에 가족 외식까지 했던 그날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연장 임기 365일을 꽉 채웠단다. 시원섭섭…이 아니라 섭섭하기만 하다. 독편위 모임만 치면 12번, 그걸로 무어 정이 쌓였냐고 반문하겠지만, 매번 끝장토론에 새벽까지 ‘달린’ 회식은 분명 단순한 12번 이상의 것이었다. 너무도 많은 추억·기쁨·가르침을 준 독편위를 이제 떠난다. 안녕, 안녕히.

임현욱: 벌써 6개월이다. ‘초록색 털북숭이’ 한겨레신문사 건물에 처음 들어서던 그날이 벌써 6개월 전이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나에게도, 우리 사회에서도. 그 일들을 바라보는 올바른 시선을 얻었고, 그 일들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나 멋진 사람들과의 소중한 인연을 얻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한성곤: 벌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6개월이 빨리 지나갔다. 매주 따끈따끈한 기사에서 느껴지는 흥분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새벽에 일어나 오븐을 켜는 것으로 시작해 밀가루 날리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생활을 하던 내게 독편위는 삶의 일탈을 하게 하는 이유 있는 반항이었다. 무엇보다 매달 열리는 모임에서 벌어지는 끝 모르는 대화 속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짚어주시는 분들에게서 더 큰 생각을 얻고 간다.

홍경희: 내가 씩씩하게 살아가도록 힘을 주고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도록 도와준 독편위 활동이었다. 건강한 생활인으로 거듭날 수 있는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았던 것도 귀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예리한 시선과 날선 비판정신으로 무장한 사람들을 만나 담소화락 하는 것이 무엇보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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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정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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