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되는 새 연재 ‘맞수 기업 열전’ 깊은 뒷이야기를 끌어내고, ‘인권 OTL’은 ‘보편’의 이야기로 확장되길
▣ 진행·정리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 사진 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시험이 독편위를 덮쳤다. 더위가 한풀 꺾인 8월26일 진행된 독자편집위원회 회의에 두 명의 ‘취업준비생’이 ‘합숙시험’으로 인해 불참했다. ‘수능준비생’ 윤이삭 위원은 회의가 끝난 늦은 시각 부랴부랴 학원으로 향했고, 길고 상세한 모니터링을 ‘1등’으로 게시판에 올리던 김기홍 위원은 ‘(일종의) 고시’ 준비로 종종 1등을 놓쳤다. 그리고 빵이 도착했다. 제빵사 한성곤 위원이 ‘빵빵’거리던 독편위원들에게 직접 구운 빵을 가져다주었다. 회의 중간중간 “정말 맛있다”라는 감탄이 새어나온 달콤한 독편위 회의를 전한다.
721호 누군가는 짚어줘야 했던 농촌
강인경: 특집 ‘비 내리는 청계천, 펜촉에 촛불을 켜다’는 언론인 자신의 문제로 시위에 나간 것을 중계한 글쓰기 방식이 색달랐다. 표지이야기는 ‘보고서’라는 제목답게 풍부한 화보와 기사들로 채워져 있어서 두툼했다. 특히 ‘귀여운’ 지도는 주민의 사정을 써놓아서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정부 정책에 ‘농업 프렌들리는 없다’는 건 익히 아는 사실이지만, 누군가는 짚어줘야 하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대안을 다양하게 제시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엘리트 영농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대안은 정부 보조밖에 없었다. 농촌이라고 다 갑갑하지는 않다. 대안적인 삶을 보지 못하는 것은 외부의 시선일 수 있다. 그리고 농업의 사회적인 기여나 무형적인 자산의 측면을 세밀하게 짚어줬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븐시나라는 인물을 소개한 ‘로쟈의 인문학 서재’는 개인적으로 이번호에서 제일 인상 깊었다. 그런데 여기서 언급한 세계철학대회를 이후로는 전혀 지면에서 다루지 않았던 점이 아쉽다.
윤이삭: 인권 OTL ‘밥이 인권이다’의 경우 급하고 심각한 일이라고 하면서 너무 가볍게 다룬 건 아닌가. 강연·기부 이야기도 있지만 반 이상이 연예인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심각한 일에 가볍게 접근하는 게 여기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다.
김기홍: 표지이야기는 농촌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주었다. 지난해에는 자유무역협정(FTA) 이야기를 하면서 쌀이 주된 논란거리였는데, 올해는 이슈가 쇠고기가 되면서 농촌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어졌다. 관심을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표지이야기다. 1권에서 성찬이 하는 말이기도 한데, 농촌은 사회적·환경적 비용이 중요한데 왜 경제적 가치로만 따지는지 모르겠다. 유·무형의 기여, 탄소배출권에 대한 이야기까지 해줬으면 좋겠다. 특집 ‘예능 프로그램이 웃음거리를 놓치리오’에서 예능 프로그램의 정부 정책 ‘까대기’를 보여주는 것은 좀 이상하다. 정권 초기 은 청와대를 찾아가고, ‘무릎팍 도사’에서는 김은혜 대변인을 불렀다. 자세가 바뀐 것까지 지적해줘야 하지 않을까.
722호 중국의 3세대가 보인다
김기홍: 표지이야기를 보고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20년 전 서울이었다. 베이징 내의 문제만 거론하고 정작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은 게 좀 걸린다. 농민공을 주제로 한 사진 기사가 좋았는데, 앞에 있는 농민공을 설명하는 상자기사가 사진과 함께 들어갔다면 농민공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중국의 각 세대별로 한 사람씩 인터뷰를 해서 연속으로 배치한 기사는 셋의 성향이 달라서 재미있게 읽었다. 이번호에 처음 등장한 ‘맞수 기업 열전’도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기업간 경쟁으로 소비자가 이득을 본 경우에 대해 MS와 모질라, 인텔과 AMD, MS와 애플 등 외국 기업의 사례밖에 몰랐다. 국내 기업의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득이 되게 만든 뒷이야기를 엿본다는 것은 두근거리는 일이다. 잡지 한가운데 ‘책 속의 책’이 마음에 든다. 별책부록으로 분리해놓았을 때 간혹 못 받아보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염려가 없고 기사 흐름을 끊지 않아서 좋다. 아쉬운 것은 뗄 때 조금 겁이 난다는 것.
한성곤: ‘맞수 기업 열전’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다르게, 농심은 우지 파동이 나기 전부터 1위였다고 한다. 기존의 상식을 그대로 인용해 아쉽다.
윤이삭: 청소년들의 인권 토론은 ‘청소년이 말했다’는 의미 외에는 새로운 이야기가 없었다. 수준별 학습 등에 대해서도 학생들 자신의 시선이 없이 교육단체에서 하는 이야기를 학생들이 하는 것 같다. 이야기 주제가 너무 다양하고 비약이 심하다.
한성곤: 출판 ‘우리만 몰랐던 결정적 사건들’은 아직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리뷰만으로도 주는 것이 많은 글이었다. 특집 ‘스몰 비즈니스는 찬밥덩어리’는 환율이 급등했는데 왜 어려움을 겪는지를 중소 상공인·자영업자들까지 한 번에 잘 살핀 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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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3호 대통령 기싸움의 진실을 보여주다
윤이삭: 표지이야기 ‘곰팡이 핀 주거권, 지상에서 살고 싶다’는 르포로 현실을 보여주어서 좋았다. 그런데 총 9페이지 중 실질적인 대책을 얘기하는 것은 마지막 기사의 인터뷰 한두 단락이다. ‘힘들다, 제습제가 몇 개 출동해도 안 된다,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등 현실을 보여주는 기사만 이어졌다.
이슈추적 ‘한국 기록문화 사망 사건’은 이슈를 심화시켜 알려주었다. 신문에서는 현직과 전직의 싸움으로만 다루는데, 기사에서는 아키비스트 입장을 들려주어 이 문제가 다른 관점에서 중요하고 깊게 다뤄져야 함을 처음으로 느꼈다.
‘맞수 기업 열전’은 재밌는데 어디서 들은 이야기를 모아놓은 느낌이다. 더 깊고 더 안 알려진 이야기를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박미경의 알찬 재테크’는 투자증권 분이 쓰셨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진도 관련 사진이 아닌가. 레드 기획 ‘첫경험’을 재밌게 읽었다. 처음엔 보기 불편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도에 충분히 공감하게 되었다.
강인경: 아이들과 함께 보는데 ‘첫경험’이라니 난감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읽고 나서는 성교육 자료로 활용해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한테 성교육을 하기가 힘들어 친구와 품앗이할까 생각했는데. 쉬쉬하지 않고 이슈를 만들어가는 당당함이 돋보였다.
한성곤: 기사를 보면서 내 속의 이중성을 보았다. ‘이런 기사를 내면 어떡해’ 하는 생각을 하고는, 스스로 ‘그럼 에 나오란 말인가’ 하고 되물어졌다. 기획 ‘납량특집, 재벌의 금융 사냥’ 상자기사에서 재벌들이 금융에서 실패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보일 뿐이다. LG나 SK는 금융업을 못해서 실패했다기보다 다른 분야의 손실을 메우는 차원에서 철수했다고 보는 게 옳지 않을까. 또 한화가 실패 사례로 나오는데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화려하게 복귀하지 않았나.
홍경희: 인권 OTL 기획이 인권의 보편성을 살렸으면 좋았겠다. 지상에 있는 집이라 해도 집 같지 않은 집이 얼마나 많은가. 이번 기사는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이 참 불쌍하다’ 정도의 공감에서 그친 것 같다. 좋았던 인권 기획은 712호 ‘죽음의 품격’처럼 인권의 보편성으로 접근한 경우였다. 특수한 사안을 다루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지지받을 수 있도록 접근했으면 좋겠다.
724호 정말 나쁜 기업, 기륭전자
한성곤: 우리가 알고 있지만 기억 속에 매몰된 것들을 끄집어냈다고 할까? 이번호는 잊고 지내던 부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기사로 가득 차 있다. 우선 1천 일이 넘었지만 해결의 실타래는 점점 더 꼬여만 가는 기륭전자. 비단 기륭만의 문제가 아닌 비정규직 전체의 문제지만 사람이 죽어가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것이 우리의 노동현실을 알려주는 것 같다.
그리고 전혀 브라질이란 느낌이 나지 않는 표지를 보면서 밀림 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결국 소와 콩, 옥수수를 얻기 위해 대자본이 계획대로 불을 지르고 그 불길이 아마존에서 멈춘 게 아니라 지금 서울에서 일어나는 기후변화의 원인이 됨을 알 수 있었다. ‘당최 음력이 맞지 않는다’는 브라질 이야기에서 서울로 바로 넘어가는데, 중간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었으면 좋았겠다.
마지막으로 베이징올림픽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기량을 다해 멋진 승부를 보여준 선수들의 모습에서 국력을 자랑하는 순위표에서 벗어나 올림픽 정신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다.
홍경희: 세계 ‘휴대전화, 세계의 풍경’이 재미있었는데, 영국의 사례가 좀 동떨어져 보였다. 4개국은 현재 사용하는 문화를 보여주는데, 영국 시위대는 현재도 유용한 거긴 하지만 좀 오래된 느낌이었다. 표지이야기는 그래프가 친절했다. 40페이지에 있는 그래프에 각주를 달아 설명을 한 부분은 통계를 바로 보게 했다. 특히 그래프2에서 수치만 비교하면 아마존 남벌에는 소규모 영세농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착각을 할 수 있다. 1% 대규모 상업농의 무서운 힘을 보여주는 설명이 통계의 오류에 빠지지 않게 했다.
강인경: 표지이야기는 막연하게 ‘문제가 있을 것 같다, 뭔가 센 놈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의 실체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사진의 힘이 세다. 적나라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4번에 걸쳐서 기획연재된다니 기대된다.
*독자편집위원의 모니터링 전문은 인터넷 사이트(http://h21.hani.co.kr) ‘독자편집위원회 클럽’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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