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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되돌아보게 된 ‘그 거리…’

등록 2007-07-06 00:00 수정 2020-05-03 04:25

‘남녀’ 모두 관심갔던 불임·대리모 문제, ‘노소’ 아울러서 다뤄준 6월항쟁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6월26일 화요일 저녁 7시30분.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해 회의실에 들어서자 그곳에선 이미 독편위 14기 위원들이 더 화려한 먹을거리를 즐기고 있었다. 김선영 위원이 그동안 활동을 적극적으로 못해 미안하다며 김밥과 빵 등의 음식을 준비해온 것. 서로 고마워하고 미안해하니 마음도 좋고 배도 좋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나니 충전 완료, 661∼664호를 꺼내들며 14기 위원들은 그들의 세 번째 회의를 시작했다.

눈이 번쩍, 선진 장애인복지시설

김승현: 661호 표지이야기 ‘어둠에도 강해지는 개방의 불빛’은 우선 사진 배치가 시원시원해서 좋았다. 북한 경제 변화상의 ‘편린’을 모아보겠다고 미리 운을 떼고 시작했듯이 기사를 통해 북한 경제의 전체적 분위기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줬다.

김휘관: 5월17일 56년 만에 남북열차 연결 시험운행이 있어 어느 정도 예견됐던 기획 기사였다. 북한의 7·1 조치 5년에도 맞춰 타이밍이 적절했다. 접하기 어려운 평양이나 다른 도시의 시장 또는 현장의 이야기를 생생하고 쉽게 전달함으로써 북한의 현 경제 상황을 가늠할 수 있었다. 더 욕심을 낸다면 북한 개발의 상징인 개성공단에 대한 중간 평가가 있었으면 좋았겠다.

김선영: 표지 사진을 보고 하필이면 여공일까 생각했다. 우리 사회의 1960년대 여공의 모습이 생각나 그때와 비교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정선미: 특집 한센인 특별법에 관한 기사는 일본 정부로도 모자라 우리 정부까지 국민을 기만하는 어이없는 현실을 드러냈다. 이런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휘관: 보도 그 뒤를 통해 상지대 사건을 접하면서 기사가 좀더 길었으면 하고 아쉬워했는데 662호에서 바로 특집으로 자세히 다뤄 반가웠다. 세 번에 걸친 기획연재 ‘선진 장애인복지시설을 가다’도 매우 의미 있었다.

유진아: 사실 표지이야기보다 기획연재 기사에 더 혼을 빼앗겼다. 환자를 배려한 완벽한 시설, 더 이상 배우자의 허리를 휘지 않게 하는 치료비, 실직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의료제도 등 절로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물론 ‘수술받으러 한국에 가야 하나’ 기사에서 엿볼 수 있듯이 완벽한 복지제도라는 것은 없다는 씁쓸한 현실을 맛봐야 했지만.

김선영: 경제 ‘기업은 기는데 주가는 왜 뛰나’는 주주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느라 오히려 노동자를 쥐어짜는 현실을 잘 지적했다.

황자인: 라이프 & 트렌드 ‘고급스럽게, 건강하게 마시고 계십니까?’ 기사 중간에 건강을 생각하고 살을 빼고 싶다면 차라리 그냥 물을 많이 마시라는 조언이 어찌나 안심이 되던지. 더워지는 날씨와도 어울리는 기사였다.

김수지: 시사넌센스 ‘건설왕자의 못질, 못할 짓’이 펼친 언어유희는 정말이지 탁월했다. 그간 이명박의 망언들이 함축한 문제를 재치 있고 명료하게 건드려줬다.

김휘관: ‘시사넌센스’와 ‘장봉군의 툰21’의 정곡을 찌르는 비유가 통쾌했다.

김수지: 문화 ‘톡톡 튀는 한 문장, 토토는 즐거워’식의 매체 비평이 신선했다.

쭉쭉빵빵하고 어여쁜 난자?

유선의: 662호 표지이야기 ‘불임 시대, 대리모 딜레마’는 대리모 문제에 문외한이던 나에게 충격적인 기사였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합법화와 전면 무효화의 입장을 균형 있게 다뤄 좋았다.

유진아: 아쉽게도 정작 당사자인 대리모의 목소리는 없었다. 기사를 읽으면서 대리모가 흡사 우리 사회 성매매 여성과 동일한 구조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했다. 자궁을 빌려준다는 대리모는 사실, 사회적 약자, 경제적 약자에게 그 피해가 몰릴 수밖에 없다.

김선영: 불임 부부의 입장에서 쓰다 보니 대리모의 인권 문제는 배려하지 못한 느낌이다.

김승현: “정자는 외로워요, 무서워요”는 기사를 정자의 관점으로 쓰니까 이해하기 쉬웠다.

김휘관: 아이들 성교육 교재로도 충분할 듯.

김수지: 쉽게 정보를 전달하려는 기획이 돋보였으나 서두의 수사들이 걸렸다. ‘잘난’ 정자지만 속은 ‘부실’하다든지, ‘쭉쭉빵빵하고 어여쁜 난자’ ‘미녀를 둘러싼 무수한 경쟁상대들’ ‘몸짱 만들기 프로젝트’ 등의 표현들이다. 각 수사에 함축된 의미에서 비롯된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생물학의 영역에서 섹슈얼리티 문제에 접근할 때 수사는 최대한 배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응당 그러해야 하는 것처럼 독자가 착각하게 만든다.

유선의: 정치 ‘홍준표가 그렇게 어리석지 않다’를 보며 이 지난 ‘밀어주고 띄워주는 중립언론’의 초라한 성적표를 만회하는 것인가 생각했다. 많은 이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홍준표 의원의 경선 출마 소식을 다뤄주어 홍준표 의원의 의중을 읽는 데 도움이 됐다.

정선미: 제목도 재치 있어 기사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기사가 짧아서인지 결국 이명박·박근혜 2강 구도 안에서 정치역학을 바꿀 홍준표의 위치만을 다룬 것 같아서 아쉬웠다. 이슈추적 ‘철필구락부에서 통합 브리핑까지’는 기자실 통폐합 이야기였다. 대부분 언론의 시선이 내부를 향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기득권 지키기로만 비친 상황에서 의 기사가 반가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언론재단 연구위원의 지적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어서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김휘관: 663호 표지이야기 ‘벅찬 승리였고 시린 상처였다’는 무엇보다 시대순으로 시원하게 배치된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김선영: 그 시대를 젊은이로 살았던 사람으로서 사진을 다시 보니 가슴이 아팠고, 이한열 열사의 사진 앞에선 죄책감마저 느껴졌다. 그때 우리가 좀더 구체적으로 미래를 대비했다면 뭔가 더 달라졌을까.

유선의: 14명 정치인의 당시 이야기가 나오면서 그래도 이들이 그 시대에 뭔가를 했었구나, 싶은 게 그저 정치인이라 해서 무턱대고 싸잡아 욕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김수지: 87년 6월을 박제화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세대를 어우르는 절묘한 기획이었다.

김승현: 얼마 전 대학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663호를 들고 와서 표지이야기의 기사들을 읽어보라고 하더라.

유진아: 역사적 사건을 교과서에서 보는 것과 실제로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듣는 것은 확실히 달랐다.

우리와 다른 대만을 어찌 볼까

김휘관: ‘야스쿠니의 원혼을 고국으로’ 캠페인을 통해 우리나라와 함께 일본의 식민지 경험이 있는 나라라고 해도 일본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대만 총통까지 역임한 인물이 일본을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니. 자신이 그러한 자리에 오르기까지 일본의 덕을 많이 보았다 해도 공개적으로 그러한 언행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유진아: 하지만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친일이 나쁘다며 대만을 비판하는 것 아닌가.

김수지: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걸 느낀다. 나는 한 사람의 개인사를 통해 그 국가가 안고 있는 문제를 매우 콤팩트하게 정리했다고 생각했다.

유선의: 안인용의 개그쟁이는 한정된 프로그램들만 다루다 보니 소재가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김수지: 664호 표지이야기 ‘직무 스트레스 폭발 1분 전’ 표지 사진으로 전형적인 샐러리맨의 애환이 담긴 표정을 담았는데, 스트레스 받는 노동자의 대표로 화이트칼라 샐러리맨을 내세운 것인지? 비정규직의 스트레스 문제가 더 심각하게 언급된 것에 비해 표지 사진에는 기존 고정관념이 밴 것 같다.

유선의: ‘직원 마음 풀어주는 기업들’에 들어간 사진은 군대에서 보여주는 홍보 영상 같더라.

정선미: 한 사무실 안에 정규·비정규 노동자가 같이 있는데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도 고용불안과 같이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비정규직의 현실이 너무 끔찍하게 다가왔다.

유진아: 가명으로 나오는 개인들의 사례를 나열하다 보니 신빙성이 떨어진다.

김선영: 기업이 그런 정보는 철저히 비밀에 부치니까 그런 식으로 다룰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유진아: 사람과 사회 ‘딱 걸린 그대, 합의냐 벌금이냐’는 정말 유용했다. 공유파일에 올려놨던 것을 바로 내렸다. 라이프 & 트렌드 ‘납작하게 감싸줘, 플랫슈즈’는 내 뒤통수를 때렸다. 기사 말미의 “이들이 입어 슬림한 걸 체형을 고려하지 않고 ‘나도 한번’ 생각하며 무조건 따라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말이 내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현재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대로 ‘보이기 위한 아름다운 여성성(性)’으로 속박하려는 시선이 씁쓸했다.

김휘관: 시대상상에서 한비야 팬인데 김남희를 발견했다. 기자가 한비야와 김남희가 스스로도 정의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잘 정의해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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