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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짜로 기사 내니 읽다 죽겠소

등록 2007-04-06 00:00 수정 2020-05-03 04:24

진보 대논쟁과 지구 온난화 대형 기획이 쏟아내는 기사에 한 주가 너무 짧네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13기의 마지막 회의라는 이름이 주는 묵직함 때문이었을까. 13기 독편위원들의 여섯 번째 회의가 있던 3월28일,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의 문을 열자 낯익은 얼굴들이 벌써 와서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상쾌하게 7시 정각에 시작된 회의는 평소보다 일찍 시작한 보람도 없이 두 시간을 훌쩍 넘겨 평소와 같은 시간에 막을 내렸다. 정성스럽고 열띤 시간이었다.

주제는 시의 적절, 방식은 부적절

이윤주: 649호 표지이야기 ‘진보 대논쟁, 10인에게 길을 묻다’는 아이템도 시의 적절했고 다양성도 갖췄다. 하지만 10개나 되는 인터뷰 뒤에 마무리 글이 하나쯤 있는 것이 좋았겠다. 진보 논쟁을 보는 기자들의 시선도 필요했다.

손은영: 한국 사회의 미래상을 그려나갈 큰 논쟁을 기대하며 ‘진보 인사 10명에게 길을 물은 것’은 ‘폭탄’ 같은 시도였다. 읽기 전에 혹시 지겨워지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역시나 쉽게 지쳤다. 흐름에 발맞춰 형식만 갖추려 하지 말고 연속적인 논쟁을 끌어가려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장일호: 질문도 범위가 넓고 많았다. 10인의 선정 기준이나, 질문 선정의 이유와 고민에 대해 좀더 친절한 안내가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질문 간에도 차별성이 보이지 않았다.

양희준: 요즘 주변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논쟁이 되는 주제 중 하나가 ‘노무현을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같이 운동을 했던 사람들 간에도 평가가 극과 극으로 엇갈린다. 이번 표지이야기는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따분하고 어려운 질문들만 많고 생생하고 재밌게 볼 수 있는 부분은 적었다. 독자의 눈높이에서 적나라한 이야기를 했다면 좋았겠다.

이윤주: 649호는 표지와 특집 모두 주제가 무거웠다. 특집 ‘한국전쟁 종전 선언을 상상해보라’는 새로운 사실이나 시선을 전하기보다는 이제까지의 북-미 관계, 북핵 문제를 정리해놓은 듯했다.

장일호: 기사가 너무 장밋빛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이해관계가 명확한 주변 국가들이 과연 순수하게 우리의 통일을 바랄까.

양희준: 금태섭 검사의 소식이 궁금했던 터라 사표가 수리되는 날 그를 만나고 온 ‘김창석의 도전인터뷰’는 매우 반가웠다.

장일호: 649호 정치 기사인 ‘이명박 검증은 반박될 수 있을까’를 보니 너무 한나라당에 초점을 맞춘 듯해 불쾌했다. 은 검증하는 차원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반박될 수 있을까’가 아니라 ‘반박할 수 있는’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기수: ‘신윤동욱의 스포츠 일러스트’에서 다룬 오관영의 추억은 아련하게 추억하고 있던 내용을 다시 떠올리게 해줘 좋았다,

홍선표: 650호 표지이야기 ‘포로감시원, 나는 억울하다’를 읽고 고민했다. B·C급 전범이 피해자이긴 해도 가해자이기도 하지 않은가.

장일호: 억울하다는 이학래씨의 외침을 적극적으로 공감하면서 읽을 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시대 상황임을 고려해도, 과연 ‘떳떳한 억울함’일까. ‘따귀를 때린 적은 있지만, 가혹 행위는 없었다’라고 말하기보다는, 포로감시원으로서 자신의 ‘어쩔 수 없는 잘못’에 대한 고백이 있었더라면 좀더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손은영: 나도 내가 나쁜 애인가 느낄 정도로 억울함에 공감이 안 갔다. 진실 공방만 왔다갔다 하면서 그 이후에 힘들게 살았다는 식이니 정말 그럴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대만 포로감시원들에 대해 잠시 언급했는데 이들의 현 생활과 대만 정부의 태도가 궁금했다.

이윤주: B·C급 전범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새로운 소재였고 좋은 시도였다. 자신이 의도하지도 예상치도 못했던 결과 앞에서 전범으로 낙인찍힌 B·C급 전범은 A급 전범과는 다르다. 이들이 전범으로 몰려 살아온 시간을 생각해야 한다.

중동 르포 연재에 기대감

홍선표: 650호 특집 기사로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의 ‘21세기 지구촌 화약고 중동 3개국 르포’가 시작됐는데 국제 기사를 현지에서 보내온다니 기대가 크다. 첫 기사인 ‘적대감은 블루라인을 넘었다’는 대단히 좋았다.

장일호: 나눠서 싣다 보니 짧아서 아쉽지만 다음 기사를 기다리게 되긴 한다. 화보가 더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양희준: 650호 라이프 & 트렌드 ‘빚을 내서라도 메탈릭 핸드백?’은 누구 보라고 쓴 건가 싶었다. 의생활에 대해 쓸 거면 삶의 향기 같은 걸 추구하는 쪽으로 갈 수 없을까.

장일호: ‘빚을 내서라도’ 부분은 딱 걸리더라. 패션 에디터들이 쓰는 라이프 & 트렌드는 과 참 안 어울리는 꼭지라는 생각이 든다. 좀더 실용적이고 보편적인 패션 제안을 할 수 없을까.

이윤주: 라이프 & 트렌드에는 이런 트렌디한 게 더 좋다. 왜 은 트렌드도 지지리 궁상이어야 하나. 이런 기사를 보면서 느끼는 대리만족감도 크다. 그냥 교양의 하나로 보면 되지 않나.

홍선표: 650호 산별노조에 대한 이슈추적 기사들은 그간 산별노조 안에서 대공장 노조가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그런 모습이 산별교섭의 걸림돌이 됨을 잘 다뤄줬다.

신기수: 650호는 사람이야기 기사가 힘이 없었다. 세 기사 중 2개는 책을 쓴 사람 이야기여서 책 광고처럼 보일 소지가 있었고, 스카이라이프 행운의 당첨자 소개 기사도 좀 뜬금없었다.

장일호: 651호 ‘포털, 풀까지 뜯어먹는 사자’를 보니 예전에 네이버 제국의 명암을 다뤘던 기사가 생각났다. 포털도 문제지만 지적재산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이 부족한 것이 문제가 아닐까. 누리꾼이 뜻하지 않게 싸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저작권 문제를 다뤄줬으면 좋았을 텐데….

이윤주: 사용자들도 문제점을 알면서도 편리하니까 네이버를 이용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각성이 요구된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얘기지만 뜬구름을 잡는 느낌이다. 인터넷 환경과 온라인 콘텐츠 수익 구조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사용자만 탓할 순 없다.

신기수: 포털의 문제는 ‘콘텐츠에 대한 적절한 보상 없이’ 시장을 블랙홀처럼 흡수하고 있는 데 있다. 거대한 수익이 착취 구조를 통해 만들어진다.

양희준: 적절한 문제 제기였다. 주변의 인터넷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친구들은 무척 힘들어하더라. 사이버 세계의 다양성을 해치는 포털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야 한다.

홍선표: 그러고 보니 콘텐츠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많이 들어 있었으면 좋았겠다. 651호 특집 ‘양심적 병역거부 1만2324명’은 병역거부 이후 감옥에 가는 게 끝이 아니고 각종 불이익을 받는 모습까지 다뤘다. 감옥이 군대보다 더 편할 거라고 빈정대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전부가 아닌 것이다. 지금 주변에 병역거부를 하려는 사람이 있어 더 관심이 갔다.

손은영: ‘독거특창’ 구조가 삽화로 들어가 있어 그 고통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투발루 사진과 제목이 준 긴박감

양희준: ‘이덕일의 시대에 도전한 사람들’을 재밌게 봤다. 선배들에게 들었던 심산의 얘기를 접해 반가웠다. 특히 고문 형구 앞에서 시를 적었다는 대목은 그가 다른 세상 사람인 듯 숭고하게 느껴졌다.

신기수: 마지막 인사를 하는 코너가 많다 보니 연말에 결산하는 느낌이었다.

홍선표: 652호의 표지는 보는 순간 정말 좋았다. 사진도 시원한데다 코팅이 돼서 더 멋졌다.

조성웅: 표지이야기인 ‘적도 섬나라 투발루를 가다’는 기사 곳곳에 삽입된 큼지막한 사진이 인상 깊었다. 화보의 제목인 ‘당신 차례는 언제일까요’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온난화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긴박감이 들었다.

장일호: ‘남으로 창을 내면 더워 죽소’와 같은 재치 넘치는 제목들이 좋았다. 그러나 무려 50쪽에 가까운 표지이야기가 너무 숨찼다.

양희준: 은 30대 중반 이상을 겨냥하고 있는가. 652호부터 새로 시작된 코너인 ‘김작가의 음담악담’에서 다룬 ‘최악의 리메이크 상품은?’은 이라는 노래를 통해 80년대를 미화하는 느낌이었다. 특집의 두 번째 기사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은 뭐예요?’라는 제목 역시 80년대 학번의 감정을 건드리려는 의도가 느껴졌다.

장일호: 을 모르는 게 충격이란 사실이 더 충격이다. 하지만 652호 특집 ‘2030 표심은 카오스, 찍을 사람이 없다’는 11명의 표적집단 면접조사를 해 흥미로웠다. 기사를 읽으면서 꼬집고 싶던 대목은 뒷부분에 기자가 ‘아쉬웠던 부분’이라 실토해 더 믿음이 갔다.

신기수: 창간 기획 ‘B급 표지’는 방송의 NG 퍼레이드를 보는 듯했다. 디자인과 관련해 내부의 고민도 엿볼 수 있어 재미있었다.

장일호: 일주일간 을 만드는 사람들의 노력과 정성을 생각하게 됐다. 숨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제작 뒷담화’ 코너로 만들어도 재미있겠다.

이윤주: 개편된 이후 지하철에서 읽기 좋은 작은 기사들이 별로 안 보여 아쉬웠다.

조성웅: ‘한승동의 동방여록’ ‘시대상상’에 대한 기대가 크다. 반대로 ‘반이정의 사물보기’와 같은 작은 기사들이 많이 사라져서 아쉽다.

신기수: ‘독자와 함께’를 앞으로 뺀 시도는 좋은 느낌이다. 구태여 ‘독자 우선 정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13기 활동을 마치며]

돌아온 ‘진짜 독자’, 다시 반갑다

밝고 명랑하고 시끌벅적했던 6개월을 잊지 못하리

김영경
아쉽다. 더 치열하지 못해서, 더 웃고 떠들지 못해서. 젊은 마인드의 신기수 기장님, 보면 기분 좋아지는 양희준씨, 예리함의 절정 이윤주씨, 유쾌한 조성웅씨, 조리 있는 말투의 손은영씨, 호탕한 웃음의 장일호씨, 21살 홍선표씨. 독편위 식구들의 얼굴 하나하나, 함께한 순간순간을 평생 기억할 것이다. 삐딱한 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자, 13기 독편위원들 아자자!

손은영
처음 독편위원 선정 전화를 받았을 때 수화기에 대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던 기억이 난다. 존경하던 기자와 술잔을 기울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자들도 나의 글을 읽으며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감격(?)과 미안함이란. 이제 독자로 돌아가 즐거운 마음으로 읽게 되어 , 다시 반갑다.

신기수
‘처음처럼 끝까지’라는 걸 실천하려고 했는데, 마음과 현실의 차이를 이번에도 느꼈다. 본격적인 매체비평보다는 평범한 한 독자의 느낌과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싶다. 젊은 시절 내 가치관의 기준이던 가 미래에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한다. 만의 시각 못지않게 다양한 목소리에 귀기울여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생 주간지’가 되기를 바란다.

양희준
‘진짜 독자’가 되겠다고 호언장담한 게 6개월 전 독편위원을 시작할 때다. 돌아보니 ‘진짜 독자’가 되기는커녕 ‘불성실한 독편위원’이었다. 나에게 아쉽고 모두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당연히(!) 더 좋은 독편위원이 내 자리를 대신할 테니 나는 이제 ‘진짜 독자’가 되어 의 발전상을 지켜보련다.

이윤주
12기를 마치면서 아쉽고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열성적으로 활동할 독자 하나가 나 때문에 활동을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13기의 경우 ‘재밌었다’. 20대 독편위원이 많았던 덕인지 훨씬 발랄하고 명랑한 분위기에서 토론과 대화가 오간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밝고 명랑한 분위기가 좋았다.

장일호
새로 받아든 653호를 읽으며 자연스럽게 줄을 긋고, 그 옆에 몇 마디를 적다가 곧 ‘이젠 안 해도 되는데’라는 생각에 왠지 모를 아쉬움과 허전함을 느낀다. 당분간은 이렇게 ‘도전! 모니터링’의 자세로 을 대하게 되겠지. 과 뜨거운 6개월을 보냈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대견하다. 생각의 키가 자라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도 한 뼘쯤 자란 것 같다.

조성웅
에 도움이 될 만한 비판과, 기사에 대한 칭찬과, 고생하는 기자들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전하지 못하고 그저 기사를 흡수하기에만 급급했다. 6개월 동안 독편위 활동을 통해 많은 것들을 얻어가기만 해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 항상 을 지켜보는 든든한 독자가 되겠다.

홍선표
고등학생 때 을 읽고 국제분쟁 전문기자를 꿈꿨었다. 처음 독편위원을 시작했을 때의 결심만큼 열심히 하지는 못했지만 반년 동안의 활동을 통해 에 대한 애정을 더 키워나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이 진지한 주제를 말랑말랑하고 맛있게 잘 다뤄주길 바란다.




독자편집위원회 14기 위원을 모집합니다

을 함께 만들어갈 독자편집위원회 14기 위원을 모십니다. 치열한 토론에, 더 치열한 뒤풀이는 한 달을 설레게 하는 생활의 활력소입니다. 비판의 지속성은 허락하되 정형화는 거부하는 독자편집위원회에 지금 참여하세요.




· 자격: 을 사랑하는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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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집 마감일: 2007년 4월15일
· 문의 및 접수: 이메일 sun21@hani.co.kr
· 기타: 접수 여부는 4월16일, 선발 여부는 18일에 일괄적으로 이메일로 통보해드립니다.

[독자편집위원회의 활동]
1. 매주 인터넷 독자편집위원회 클럽에서 최근호 모니터링을 진행합니다.
2. 매월 마지막주 화요일에 정기 회의를 합니다(첫 모임 4월24일). 회의 결과는 바로 다음호 지면에 반영되며, 회의 참석시 소정의 좌담료를 드립니다.
3. 독자편집위원의 임기는 6개월입니다.
4. ‘독자가 뛰어든 세상’ 등을 통해 직접 기사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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