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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 아예 결혼도 하지 마?

등록 2006-12-06 00:00 수정 2020-05-03 04:24

‘차와 이혼하기’ 돋보이는 표지였으나 아예 차를 사지 못하도록 설득하는 덴 실패…생생해서 정말 눈 뜨고 보기 힘들었던 ‘소들의 킬링필드’,구체적 취재는 아쉬워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칼바람에 옷깃을 여미게 되던 11월28일 밤, 날씨보다 더 날카로운 눈빛의 사람들이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로 모여들었다. 매번 을 긴장하게 하는 이들은 바로 13기 독자편집위원회 위원들. 그들의 두 번째 모임은 시작됐고 숙명의 심판대 위에 633호부터 636호까지 네 권의 이 차례로 올라갔다.

보수와 진보 양쪽을 다 비판했으면 어땠을까

장일호: 개인적으로 633호 표지의 깔끔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그 인공기 표지를 본 어머니가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얘야, 너 이런 거 좀 들고 다니지 마라. 조마조마하다”고 하시더라.

홍선표: 북한 핵에 대해 명확한 반대를 말하지 못하고 눈치만 보는 진보세력을 비판하는 기사가 꼭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표지이야기는 시의적절했다.

조성웅: ‘오해 마시라’로 시작하는 서두 부분이 좀 불편했다. 진보세력에 양해를 구하는 듯한 느낌이 자칫 객관성을 떨어뜨린 것은 아닌가 싶다. 차라리 예전에 ‘보수의 오르가슴’ 기획과 합쳐 한 권에서 보수와 진보 양쪽을 종합적으로 비판했다면 어땠을까.

손은영: 한꺼번에 두 가지 주제를 다뤘다면 심도가 너무 얕지 않았겠는가.

장일호: 그래도 같이 있었다면 북핵에 대한 양쪽의 입장을 한 번에 볼 수 있어 독자에게는 더 편리했을 수도 있겠다.

양희준: 법륜 스님 인터뷰를 넣은 것이 기사를 살렸다고 본다. 스님의 얘기는 보수와 진보의 핵심을 동시에 짚어주었다. 공교롭게도 다른 기사 제목들은 의문형인 데 반해 ‘친북과 친미는 모두 분열세력일 뿐’이란 제목 덕분에 명쾌한 느낌이 더욱 살았다.

조성웅: ‘노 대통령, 고향집 못 가는 신세’ 기사는 한 일간지 기사와 내용이 비슷한 듯했다. 임기가 1년이나 남았는데 레임덕만 가속화할 수 있는 기사가 아닐까.

신기수: 반대로 기사를 읽으며 우리 사회가 이 정도로 바뀌었구나 하고 생각했다. 5공 때면 상상할 수 있는 일이었겠는가? 달라진 세상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사였다.

장일호: 를 두 번 봐서 관련 기사가 더 반가웠다. 영화 기사에 내용이 많이 드러나던데 이런 경우 개봉 전 영화라면 ‘스포일러 있음’ 표시를 하면 어떨까.

김영경: 퀴어멜로 영화에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기사는 신윤동욱 기자의 섬세한 표현이 가슴에 와 닿았다. 찾아가서 봐야겠다.

신기수: 스포츠 일러스트를 보면서도 그런 섬세함을 느낀다. ‘스포츠 중흥, 이 정도면 족하다’는 기사를 보면서 공감을 많이 했다. 비인기 종목의 관중석을 메워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해방된 느낌이다. 김병철을 오랜 시간 지켜보고 쓴 635호의 스포츠 기사 역시 마음에 와 닿았다.

오아시스 같은 작은 칼럼들

양희준:저마다 좋아하는 코너가 있을 것이다. 내가 좋아했던 ‘조계완의 노동시대’가 끝나 아쉽다.

신기수: 난 ‘임경선의 무면허 인간해부’가 좋다. 월급쟁이와 프리랜서 사이의 고민이 공감되어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조성웅: 어렵고 딱딱한 기사를 읽다가 머리가 아프면 얼른 ‘반이정의 사물보기’나 ‘스크린 가라사대’ ‘브랜드 스토리’와 같은 작은 코너들을 찾아보며 쉬곤 한다. 이런 기사들은 안의 ‘오아시스’와 같다. 오아시스 기사를 읽고 나면 다시 빡빡한 기사를 읽을 힘이 생긴다.

장일호: 이번 기획 대담 ‘6월 항쟁의 첫 불씨를 아십니까’는 마지막에 사회자가 마무리 멘트라도 해서 대담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대학생들이 변했다는 것이 얘기의 중심인가?

조성웅: 패널들이 각자 자기 얘기만 하다가 만 느낌이다.

양희준: 건대항쟁 20주년과 겹쳐서 언급을 한 것 같은데 그 의미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기사였다.

이윤주: ‘소들의 킬링필드’ 기사는 정말 눈뜨고 보기 힘들었다. 정확한 사실과 일관된 논조, 세밀한 설명으로 긴 글을 지겹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에서 직접 취재를 해도 좋을 듯하다.

손은영: 소설가의 펜을 빌려 쓴 덕에 소들의 킬링필드 현장이 눈앞에 쉽게 그려졌다. 그러나 감정적인 묘사가 많았고 구체적인 취재가 아쉬웠다. 불시검사동행권과 전수검사에 대해서만 언급한 일본의 사례도 더 자세히 알려주면 좋았겠다.

신기수: 634호 표지이야기를 읽고 공감했다. 나 역시 아직 차와 이혼은 못하고 별거 중이다. 오랜만에 표지가 부드럽게 다가와 좋았다. BMW(Bus, Metro, Walking) 타기와, 주말부부나 별거의 대안 제시도 인상적이었다. 특집기사에선 옛길을 찾아나서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양희준: 대안 연료에 대한 내용은 흐름이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대안 연료를 쓰면 차를 타도 된다는 생각인가? 주제와 뭔가 안 맞는다.

손은영: ‘차와 재혼하던 날의 탄식’도 읽기 불편했다. 차를 버린 뒤 “나도 차를 버렸다”고 으스댈 수 있었다는 사실이 가장 큰 이득이었다니 오히려 자동차 소유의 이득이 더욱 견고해 보였다.

신기수: 그만큼 차를 살 수밖에 없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문제가 아니겠는가. 그 힘든 과정이 묻어나는 기사여서 오히려 차를 버린 성공기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졌다.

김영경: 젊은 사람들에게 차를 아예 안 사고 싶도록 설득하는 데는 실패한 기사가 아닌가 싶다. 젊은이들의 인터뷰와 함께 차가 없어서 생기는 이익에 관한 내용을 좀더 넣었다면 좋았겠다.

장일호: 이혼할 차라도 있어봤으면 좋겠다. 그나마 차를 한 번도 안 가진 신윤동욱 기자의 기사가 좋았다.

양희준: 유럽의 ‘카 셰어링’ 제도와 같은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진흙탕 싸움의 속내 흥미로워

장일호: 이슈추적의 이용석 선생님 소식은 기다렸던 기사라 반가웠다. 나도 고등학교에서 ‘겨레여, 우리에겐 조국이 있다. 심장의 더운 피가 식을 때까지 즐거이 이 강산을 노래 부르자’라는 문구를 외워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소름 끼친다. 사람은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조성웅: 난 국기에 대한 경례를 왜 폐지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기사를 읽으면 그것에 동참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전체주의를 따라가는 비지식인이라는 듯 표현해 불편하다. 나도 세뇌된 것일까.

양희준: 우스갯소리로 종교가 없는 남자가 부인 때문에 몸만 교회에 나가더라도 3년이면 독실해진다는 말이 있다. 믿어서 가는 게 아니라 가니까 믿게 된다는 얘기다. 일제강점기 때 천황 사진을 앞에 놓고 애국조회를 하던 것을 생각하면 국기에 대한 경례뿐 아니라 애국조회까지 문제 삼을 수도 있다.

장기호: 이렇게 “왜?”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것도 기사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손은영: 635호 ‘거품의 미래’ 기사에서 중요한 것은 그 거품이 언제 터질 것이냐 아닌가. 거품이냐 아니냐에 집중하기보다는 각 정당의 움직임이나 다른 국가들의 대처방식을 다뤘어야 할 듯하다.

조성웅: 그동안의 거품 형성과 관련해 언론의 태도는 잘못된 게 없었는지를 같이 다뤘으면 좋았겠다.

신기수: 문제 제기도 시의적절하고 식상하다는 느낌이 크게 들지 않는다. 집값, 부동산 가격 폭등이 그만큼 우리 사회의 사회경제적 문제의 결정판이기 때문이다.

홍선표: 실제로 거품이 꺼지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려줬으면 좋겠더라.

양희준: 정치 기사의 경우 통합신당에 대한 지지도조차 낮은 상황에서 관전 포인트를 잘 정리했다.

신기수: 이렇게 잘 정리된 정치 기사가 시사주간지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매일의 해프닝을 보는 것보다 이렇게 정리된 기사만 보고 싶다.

조성웅: 쪽기사인 ‘신당 창당, 주판알 튕겨보니…’가 오히려 재밌었다. 고매한 척들은 다 하고 있지만 새로운 권력에 줄서기하려는 것임을 솔직히 누가 모르겠는가. 진흙탕 싸움의 속내를 보여주는 이런 기사는 무척 통쾌하다.

장일호: 라이프 & 트렌드의 ‘오, 나의 사랑 자궁!’이라는 제목에 비해서 내용이 연약한 느낌이다. 생리통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라면 이 정도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닌가.

김영경: 전문의학 용어가 들어가고 너무 어렵게 전개되면 오히려 공감도가 떨어졌을 것이다. 남자들도 볼 수 있게 쉽고 편하게 쓴 것 같다. 공감이 많이 된다. 안인용 기자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편하고 부담 없어 좋다. 특히 도입부의 드라마 대사는 관심도를 높여준다.

담당경찰 이름 실명 거론, 괜찮나

장일호: 철도노동자 황하일 선생님의 종이비행기에 ‘진보’에 대한 고민과 탄식이 마음 깊이 느껴졌다. 글을 읽은 많은 이들에게 함께 고민하며 해결점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영경: 636호 ‘미아리 포주들의 대박’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문제제기를 했으니 앞으로 꾸준한 관심과 보도를 바란다.

손은영: 집창촌 이야기는 끝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사 중에 담당경찰의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한 것은 자칫 펜의 힘을 빌린 감정적 처벌이 될 수도 있다. 어렵겠지만 분개하고, 행동하고, 심판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길 바란다.

양희준: 언론이 그렇게 해줘야 공권력이 긴장하지 않겠는가. 인간적으로야 공무원들도 감정이 있겠지만 자신이 한 공무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조성웅: 광고는 민감한 사안이긴 하지만 독자들로 하여금 기망을 유도하는 기사형 광고는 싣지 않았으면 한다. 지면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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