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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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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몰랐던 박정희’ 너무 많네

등록 2005-03-10 00:00 수정 2020-05-03 04:24

독편위원 관심이 집중된 박정희 X파일 특대호… 대기업 노조 정면 비판 긍정·과학기사는 용어 쉽게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2월, <한겨레21>이 독자편집위원들에게 몰고 온 가장 큰 바람은 단연 546호 ‘박정희 X파일’ 특대호였다. 표지의 강렬한 이미지를 언급하며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김무늬: 546호 박정희 특집호의 표지는 색감이 좋아서 눈에 확 띄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 관해 다면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평소 <한겨레21>을 사보지 않던 친구도 사서 봤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젊은 사람들이 잘 몰랐던 박정희의 많은 부분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이번호는 꽤 팔리지 않았을까?

이현미: 두툼한 두께를 보니 찬반 양론이 여전히 많이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게재 시기도 적절했다. 다만 박정희에 대한 찬반 양론의 핵심이 ‘경제성장’ 부분인 만큼 이를 더 구체적인 증거와 논리로 펼칠 필요가 있었다.

김혁: 한 호가 한 인물로 통째로 구성되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사실 정리와 외부 기고가의 논평 등으로 나뉘는데, 초반부에 이런 개요에 대한 설명을 했더라면 이해를 도왔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보니 내용이 중복되어 큰 흐름이 분산되는 느낌을 줬다. ‘키워드 4 - 건전가요’ ‘키워드 6 - 대마초 사건’ ‘92쪽의 문화정책 및 대중가요’ 등에서 비슷한 얘기가 반복되었다. 광고와 설날 퀴즈큰잔치를 제외하고 모든 지면을 박정희 관련 기사에 할애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았나 싶다. ‘키워드로 본 박정희 시대’는 박정희에 대한 참신한 접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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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표지 사진만으로도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사실 내 또래의 젊은이들은 박정희에 대해 잘 모른다. 독재를 하다가 암살당했고, 인권유린을 하고, 경제를 발전시킨 대통령 정도로 인식한다. 그런데 이번호를 통해 ‘인간 박정희’에 대해 꽤 많은 걸 알게 됐다. 정치, 경제, 사회, 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박정희가 남기고 간 발자취를 더듬어볼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박정희를 몰아세운 듯싶다. 지난번 부시가 재선됐을 때는 부시 재선에 대한 찬반 의견을 다 보여줬던 <한겨레21>이 이번엔 중심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한겨레21>이 느끼는 중심은 ‘반박정희’겠지만, 어떤 독자들에겐 편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다음엔 완급 조절에 신경써주길 바란다.

곽동운: 정말 숨가쁘게 읽었다. 우리가 몰랐던 박정희가 너무나 많았다. 어찌 보면 민족의 명절 설날에 박정희 특집을 싣는 건 큰 모험일 수 있었겠다. 좀처럼 접하기 힘든 당시의 흑백사진들이 기사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표지에 실린 ‘젊은’ 박정희는 상당히 강단지고 늠름해 보였다. 정부 공식 행사를 담은 사진도 흥미로웠지만 혼분식 운동(42쪽)에 동참한 공무원들의 사진이나 기타 조립공장(44쪽) 등의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국방 문제를 놓쳐서 아쉽다. 미국과 북한의 관계를 풀어낸 기사는 있으나 율곡사업·무기개발 등을 통해 군 전력 상승을 꾀했던 당시 조류를 보여줬으면 더 흥미로웠을 것이다.

민주노동당과 대기업 노조운동을 점검한 545호와 547호는 “필요한 이야기였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표지이야기라는 종합선물세트 안에는 조금 더 다양한 맛의 기사들을 채워줄 것을 주문했다.

이현미: 545호 ‘민노당이여! 불판을 갈아라!’는 표지의 문구와 기사 내용이 상호 보완을 이루지 못해 아쉬웠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조사 내용과 민노당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잘 나열했지만,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향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기 쉽지 않았다. ‘현대화’나 ‘신선함’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에 의지해서 불판을 갈기란 어려운 일이다. 또 한국 사회에서 진보세력의 발전이 한반도의 역학관계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자세한 얘기가 없어서 아쉽다.

김혁: 주로 문제점 보도였다. 현 상황과 문제점을 세부적으로 정리한 게 좋았으나 객관적 사실 보도 위주라 표제인 ‘칙칙한 민노당은 가라’에 걸맞은 방향 제시가 부족했다. 그것이 <한겨레21> 기자의 주장이든, 민주노동당 내부의 의견이든 간에 보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세련된 진보노선을 걸어다오’에서 여론조사 결과가 지지자들의 요구사항을 모두 나타낼 수는 없겠지만, 다른 기사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줬다. 정량화 시도는 좋다. 그러나 자료의 주요 지표를 간략하게 언급한 이상으로 심층 해설이 부족해 아쉬웠다.

곽동운: 545호 민주노동당에 대한 표지는 좀 늦은 감이 있었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민노당의 급성장과 그늘, 그에 대한 고민은 이미 충분히 취재거리였다. “운동권 정서를 하루빨리 벗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창현 사무총장의 인터뷰는 눈여겨볼 만했다. 특히 “의사결정이 더디다”라는 ‘고백’은 걸작이라고 평가한다.

박정호: <한겨레21>이 국회 소수정당인 민노당에 관심을 가져줘서 뿌듯하다. 가장 부족한 부분인 미디어 정치에 대한 언급도 돋보였다. <한겨레21>이 앞으로 민주노동당에 더 관심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547호에선 안타까운 표지 사진이 지금의 고통스런 노동운동을 보여주는 듯했다. 대공장 노조에 대한 채찍질이 돋보인 기사였다. 하지만 <한겨레21>마저 강경한 어조로 노조를 비판할 필요가 있었을까. 표지이야기 전체가 노조를 몰아붙이는 기사였다. 비정규직과 작은 규모의 노조들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정답을 비쳤는데, 노동운동의 필요성과 희망을 더 부각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곽동운: 545호의 민주노동당 관련 기사와 함께 읽으면 현재 내우외환의 위기에 처한 노동계 전반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사라 생각한다. 민주노동당이 500만 지지자 시대로 들어섰고, 대기업 노조들도 몸집이 커진 만큼 커진 정도에 알맞은 사회적인 책임에 기꺼이 동참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전순옥 참여성노동복지터 소장의 목소리는 꽤 설득력이 있다. ‘민주냐 어용이냐’가 아니라 ‘연대냐 이권이냐’는 구분 제시는 눈여겨볼 만했다. 지면이 한정되어 아쉬울 정도였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 전순옥 소장의 더 자세한 견해를 듣고 싶다.

김혁: 547호 ‘노사정위 드림을 깨라’는 앞뒤에 있는 표지이야기 기사들과 달리 세부적인 접근을 통해 내부 시선을 드러내고자 했으나, ‘취재’로 보기 힘든 기고자의 주장 위주라서 본래의 기획 의도와 벗어나 있다. ‘초점’이나 ‘사람과 사람’란에 게재되기 적당한 내용이었다.

그 외에 아인슈타인 이론 100주년과 관련된 과학기사와 역술인으로 나선 시각장애인들의 삶을 다룬 라이프&트렌드 기사가 주목을 끌었다.

김혁: 547호 라이프&트렌드 ‘미아리 점성촌에 살어리랏다’나 사람과 사람 ‘국가가 구박하는 필리핀 신부’는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충실히 담아낸 기사였다. 활기차고 희망적인 시각장애인의 모습을 취재한 게 좋았다. 이런 관점으로 다른 약자층도 다뤘으면 좋겠다

곽동운: 547호 과학 ‘아인슈타인 없이 살 수 있을까’는 아인슈타인의 유명세로 눈길을 사로잡고, 근대 과학사를 정리하는 의미도 있어 눈길이 간 기사였다. 그러나 읽기가 쉽지 않았다. 과학에 대한 대중 독자들의 인식 수준이 미미하기에 그 눈높이에 맞춰 기사를 작성하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을 감안해 더 쉽게 작성되면 좋겠다. 디지털 카메라의 전자결합소자(CCD)나 지구위치확인시스템(GPS)과 같이 실생활에 익숙한 기술들을 서술한 부분은 술술 읽혔다.

박정호: 545호 현장리포트 ‘쓸쓸한 기생도시, 안락사의 그림자’에서 단어가 눈에 거슬렸다. 가뜩이나 미군기지가 이전되어 살기 힘든 판에 기생도시 운운하는 건 좋아 보이지 않는다. 동두천의 지정학적 위치를 설명하는 앞 문단은 독자의 관심을 끌기에 미흡하다. 그보다는 시대별 변화상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들려주는 편이 흥미로웠을 것이다. 545호 ‘X파일 사건’을 다룬 초점기사도 단조로웠다. 여러 가지 기사를 붙여놓은 듯한 느낌이랄까. 더 생생함을 전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연예인 인터뷰 기사를 넣어도 괜찮을 것 같고, 기획사 관계자나 네티즌들의 입장을 들어봐도 재미있었을 것 같다. 심심한 X파일이었다.

곽동운: 평소 산행을 좋아하는 터라 ‘우종영의 즐거운 산행’을 유심히 살펴본다. 수목 전문가가 꽃과 나무에 대한 서술을 많이 하는 게 이 코너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일반 산행기와 차별화되는 장점이 있지만, 낯선 수목 이름에 독자들은 잠시 숨을 골라야 한다. 사진으로 시각적 효과를 높이면 좋겠는데, 지면에 한계가 있는 듯해서 안타깝다. 545호 ‘세계인이여, 자유 맛 좀 봐라?’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잘 분석해줬다. 핵 보유 선언 이전의 기사임에도 현 국면에 유효하게 적용된다.

김무늬: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가 부활해 반가웠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문화면이 늘어난 상태여서 이 코너마저 문화와 관련된 부분을 계속 다룬다면 잡지에서 기사 할당이 불균형해질 듯하다. 그리고 문화면이 영화와 드라마로 많이 치우치고 있다. ‘뉴스인물 다시보기’ 코너는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인사들 위주로 거론되는 듯하다. 다른 당의 사람들도 가끔 넣어주는 게 어떨까.

이현미: 547호 ‘합당의 불씨, 정가를 태울 것인가’에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 시나리오와 가능성에 대해 이런저런 예를 통해 잘 설명해줬다. 그런데 합당론의 본질적인 부분을 간과한 듯싶다. 정치가 살아 움직이는 생물과 같다면, 지금 합당의 방법론을 따지는 한편으로 ‘분당’의 원인과 책임을 거슬러 헤아려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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