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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석군이 어떻게 바꾸는가요?

등록 2005-01-07 00:00 수정 2020-05-03 04:23

‘올해의 인물’ 둘러싼 독편위원들의 갑론을박… 생생한 버마 르포기사 호평·금융권 경제기사 이해 어려워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매서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매서운 비판을 위해 독자편집위원회 위원들이 회의실에 모여들었다. 혼란스러운 정치판을 다룬 표지이야기가 없어서 의아했다는 한 위원의 말을 서두로 모임이 시작됐다. 무엇보다 ‘올해의 인물’을 둘러싼 의견이 분분했다.

김주경: 송년호에 기획된 ‘올해의 인물’ 기사에 대해 몇 가지 의문이 든다. 강의석군은 참 <한겨레21>스러운 인물이었다. 또 겸과 대담하는 형식을 취해 스트레이트 기사들이 보여주지 못한 측면을 밝힌 것도 좋았다. 하지만 그를 선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른 주간지들처럼 설문조사나 내부 의견 수렴 과정을 밝혀주면 좋지 않았을까.

그리고 ‘서울대를 바꾸리라’라는 말은 침소봉대가 아닐까. 본문을 뒤적여봤지만 이에 해당되는 내용이 거의 없었다. 예전에 행정수도 위헌 판결을 놓고 ‘대선 필패’라고 예측했던 것과 비슷하다.

김혁: 표지 제목과 기사가 잘 부합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또 이왕 올해의 인물을 통해 한해를 마감해보려 했다면 1월부터 12월까지의 주요 이슈들을 펼쳐놓고 고르는 재미를 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또 강의석군이 사회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 상징성과 영향력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올해의 인물’로 등극한 것 같아 아쉽다.

이현미: 그래도 기사를 읽으면서 이전 세대의 감성과 또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상대에 대한 배려나 자발적인 자기 희생, 성취감 등은 집단에 의존하여 사회 변혁을 시도했던 80, 90년대를 벗어난 현재의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식이 아닐까. 희망을 보여줬다.

권동욱: 2, 3위 인물도 등장했다면 송년호 분위기가 났을 것이다. 또 강의석군의 서울대 입학을 둘러싸고 언론 플레이 얘기가 도는 만큼 그런 민감한 부분들을 밝혀줘야 했다. 서울대를 바꾼다는 논리에 대한 검증도 별로 없었다.

김주경: 탈학교나 교육 일반의 문제가 중심이 되면서 서울대 문제, 언론 플레이, 미션스쿨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소외된 듯하다.

권동욱: 538호 ‘딸들이여 질주하라!’는 기획 의도는 십분 이해하지만, 사실 독자 입장에선 ‘학생회’란 말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학생회의 필요성을 따지는 게 시급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성 학생회장 이야기가 한가해 보였다.

박정호: 대학 진학을 안 했거나 직장에 파견직으로 근무하는 여성들을 생각해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었다. 여성들의 유쾌한 질주를 보여주려면, 여자 운전기사나 여자 군인처럼 남성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발굴해서 생생하게 밀착 취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김주경: 기사가 따뜻하고 충실하게 작성됐다. 하지만 가장 다수를 차지할 직장여성들의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아쉬웠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진행된 은행권의 변화를 다룬 표지이야기나 보수적 교회 세력을 파헤친 표지이야기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보였다. 그러나 경제 기사는 여전히 어려운 부분이 많고, 현장감이 부족하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김혁: 537호 표지이야기 ‘공룡은행, 거꾸로 간다’는 IMF 이후 변화된 금융권 상황을 조망하기에 적당한 기사였다. 하지만 은행 영업방식과 고용관계, 투기자본에서부터 제2금융권에 이르기까지 너무 많은 주제를 한번에 다뤄서 산만해 보였다. 몇 호에 나누어 얘기했으면 더 이해가 쉬웠을 것이다. 독자편집위원회를 하면서 거의 1년간 꼼꼼히 잡지를 읽어왔는데, 표지이야기나 특집의 양이 많아 집중이 어려울 때가 있다. 하나의 주제에 맞춰 매주 소주제를 나눠가며 연재하는 특집 포맷 등을 통해 요즘 독자들이 잡지를 읽는 감각에 맞춘 스타일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권동욱: 나도 상자 기사에 유독 눈이 많이 간다. 한 기사의 분량이 많다 보니 더 그런 듯하다.

박정호: 은행이 망가졌다는 기사에 가슴이 아팠다. 기사들이 대부분 수치로 얘기가 진행되는데, 회사원의 느낌을 곁들여 풀었으면 어땠을까. 예를 들면 결혼 적령기에 있는 김아무개씨가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더니 어떻더라는 식으로 생활에 와 닿도록 현실적인 얘기를 해주면 좋겠다.

권동욱: 거시경제의 관점에서 다루는 경향이 있어 어려운 듯하다.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또 지면의 한계를 느끼겠지만 수치들은 절대로 텍스트로 보여주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잘 만든 그래픽이 많은 걸 설명해준다.

김혁: 539호 표지이야기 중 ‘기업 사냥꾼의 황홀한 먹잇감?’은 현대건설의 미래와 관련하여 인수·합병 사례를 구체적으로 들어가며 얘기해줘서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현대건설 공동관리 시한 이후 이뤄질 결정이 어떠한 의미를 지닐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듯하다.

김무늬: 536호 표지이야기 ‘교회의 선동’은 교회의 이름을 빌려 극우적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하는 대형 교회들을 꼬집어서 참 좋았다.

곽동운: 동감한다. 다만 보수 기독교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더 자세한 분석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한기총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설명이 미흡했다. 어차피 구국기도회는 늘상 있어왔다. 또 한기총의 하부조직 규합으로 보이는 기독시민운동중앙협의회의 동네 청소가 그렇게 주목할 만했는지 의문이다. 그리고 ‘재벌 뺨치는 목사님의 권력’ 기사에선 목사들의 전횡을 더 적극적으로 고발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혁: 540호 특집 ‘번드르한데 왕짜증이 난다’에서 민자역사의 문제점을 객관적·심층적으로 지적해서 좋았다. 특히 계약관계, 계약 조건과 내용, 영업실적, 역사 활용도 등을 역사나 입점자가 아닌 이용자, 시민의 입장에서 분석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김주경: 더 할 만한 얘기가 많은 주제인 거 같다. 법적인 문제나 공공성이 구현되는 방식들을 다시 상세히 다뤄주기 바란다. 541호 아시아 네트워크 ‘국민당 잔당, 타이군 용병이 되다’는 참 좋은 기사였다. 잡지 중간에 아시아 네트워크가 불쑥 튀어나와 당황했지만, 기사를 읽으며 그 생생함과 무게감에 감탄하게 됐다. 르포 형식의 현장성 기사는 박노자 교수나 한홍구 교수의 칼럼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곽동운: 이름 모를 오지에 가서 기사를 썼으니 칭찬밖에 할 게 없다. 열심히 취재해도 깊이감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정문태 기자의 기사는 돋보인다. 국민당 잔당에 대한 물음부터 시작해서 잘 전개됐다.

대마에 대한 <한겨레21>의 입장이 궁금하다는 재물음과 함께 정치기사나 사회기사에 대한 위원들의 평가가 이어졌다. 주간지인 만큼 속보성에서 일간지에 뒤지니 그 부분보단 재미난 뒷얘기들을 중심으로 묶어서 새로운 정보를 전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권동욱: 정치 기사 중 정동영과 김근태에 대한 인물 분석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관심 가는 인물에 대해 객관적으로 잘 분석해줬다. 하지만 다른 정치 기사들을 놓고 생각해보면, 시사주간지라 뉴스의 신속성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사들이 분석 중심으로 흐르면서 상대적으로 긴박감이 떨어지는 듯하다. 물론 쓸데없이 갈등관계를 조장하고 반목과 대립을 부추기기보단 잔잔하고 침착하게 기사를 써서 호감을 느끼지만 사실을 둘러싼 주변인들의 코멘트를 너무 많이 인용하는 듯하다. 그리고 정치판의 암중모색 등이 가지는 역동성은 사실 정치 기사의 묘미 중 하나이니 그 부분도 참작해주길 바란다.

이현미: 다른 주간지나 월간지들은 195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 정치사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듯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를 잘 모르니 <한겨레21>에서도 꾸준히 지면에 올려주면 좋겠다.

김주경: 537호의 ‘몸값 일등주의, 프로야구는 운다’와 같은 기사는 참 재미있다. 하지만 538호 ‘NBA는 내 인생 최대의 목표’에서 미 프로농구(NBA) 진출을 꿈꾸는 하승진을 얘기하는 가운데, 하승진이 실제 NBA에 가버리면서 소식이 엇갈리니 기사의 흥미도가 떨어진다. 따라서 속보성과 결합하는 기사보다는 일반 스포츠 기사에서 누락된 뒷얘기들을 취합해서 재미있는 기사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권동욱: 연예 기사나 스포츠 기사는 시사주간지 스타일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이현미: 538호 ‘최진실에게 덮어씌우기 이상하다’는 최진실의 편을 많이 들어준 듯한 느낌이 강했다. 그가 약자가 아닌 강자이고, 공인의 이미지가 강한 만큼 자기 변명을 위주로 하기보다는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잘 풀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사도 독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다양한 여지를 남겼으면 좋았을 것이다. 537호 기자가 뛰어든 세상 ‘흑백세상으로의 고된 시간여행’ 연탄공장 체험기는 흥을 잃은 연탄공장의 쓸쓸함이 풋풋한 기자의 눈과 체험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어 긴 여운이 남는다.

곽동운: 537호 ‘프랑스의 이라크 내전 속으로’는 좋은 기사다.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프랑스가 다른 곳에서 제국주의를 행사하고 있는 것을 잘 지적했다. 우리 시각이 닫혀진 곳들을 찔러주는 세계면 기사들이 소중하다.

김무늬: 537호 ‘미샤, 거품 빼고 날개 달다’에선 특정 브랜드가 두드러졌다. 초저가 화장품이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여러 곳을 묶어서 이 시장 상황의 원인과 트렌드 현황을 밝혀줬으면 부담감이 덜했을 듯하다. 537호 ‘섹스 없는 안마 살려주세요’로 안마산업에 가해지는 타격을 이해했는데, 안마사들의 자정 노력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또 539호 ‘피우는 대마? 키우는 대마!’에서 전체 기사는 대마의 재배에 관한 것이지만 기사 앞부분에선 다시 흡연 논란에 대해 일부 언급했다. 예전부터 반복해서 지적했지만 <한겨레21>이 대마초 흡연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권동욱: 대마초가 마약인가, 아니면 대마초를 금지하는 행위가 통제용인가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니 각각에 대해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김무늬: 539호 ‘학대하려고 결혼하셨나요?’에서 등장한 필리핀 자원활동가들의 인권실태 조사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가정폭력을 행사하고 알코올 중독에 걸린 남편과 헤어진 여성들이 불법 체류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들었다. 더 세밀하게 다뤘으면 좋겠다.

권동욱: 537호 ‘별들의 고향 인사참모부가 떤다’에서 기사를 잘 읽다가 마지막 문단에서 논조가 바뀌어 당황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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