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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논쟁’ 이어지는 겁니까

등록 2004-08-06 00:00 수정 2020-05-03 04:23

기업도시·스톡옵션 등 경제문제 높은 관심… 정치인 인터뷰 기사 홍보성 전락 경계하라

▣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7월에 모인 독자편집위원들은 ‘경제기사는 너무 어렵다’고만 지적하던 여느 달과 달리 경제기사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기업도시’ 찬반 여부를 놓고 논쟁이 한참 이어졌다. 2쪽 분량의 정보를 놓고 논의를 발전시키긴 어려웠지만, 앞으로 이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다뤄야 할 의제라는 걸 확인하긴 어렵지 않았다. 한국 경제를 왜곡시키는 구조적 문제들을 지속적으로 파헤치면서 경제 현안을 다룰 때는 노·사·정 3자의 입장을 골고루 검토해줄 것을 주문했다.

▷ 516호 ‘보복하는 대한민국이 아름다운가’는 이라크 파병반대라는 의 기존논조를 유지한채 다양한 관점에서 사태를 다뤄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제517호 ‘20세기형 민족주의자, 김일성’은 근래 보기 드문 뜨거운 글로 새로운 논쟁의 씨앗이 됐다는 평이다.

백승규: 기업도시 문제는 수도 이전 문제와 함께 깊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한국이라는 국가의 미래에서 어떤 궤적을 남기게 될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김종옥: 516호 ‘아예 재벌공화국을 세워달라?’에서 확인된 대기업의 배짱과 열린우리당·재경부의 찬성이 어이없다. 기사에 나온 홍재형 정책위의장이나 재경부 관리의 말이 당과 정부의 공식 입장인지 궁금하고, 반론들도 더 알고 싶다.

김우석: 기업도시안이 나오게 된 배경을 검토해야 한다. 정부가 실제로 고용창출만 강압적으로 요구하고 규제 수위를 올리고 있는지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 정부 규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크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김무늬: 기업도시건설특별법이 잘못됐다면 현실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대책 방안도 함께 내놔야 한다.

김우석: 517호 ‘스톡옵션, 노동자도 떼돈 번다?’는 정부의 청사진만으로는 이상적인 스톡옵션제가 실행될 수 없음을 노-사 양쪽 입장을 들어 잘 전달해줬다.

정서린: 우리사주제 자체가 가진 맹점을 짚었고, 노·사·정의 동상이몽을 지적하면서 섣부른 기대를 하지 말라는 고언도 유효적절했다. 경제기사지만 해독이 어렵지 않았다.

박진희: 지금의 우리사주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과 스톡옵션제를 활용하는 외국 사례들이 있는지 관련 기사가 한번 더 나오면 좋겠다.

정서린: ‘지구촌 경제’는 전문가가 쓰는 경제칼럼이다. 그런데 한번 읽어선 내용을 흡수할 수가 없다. 알기 쉽게, 피부로 와닿게 써줬으면 좋겠다.

김우석: 515호 ‘주5일제, 여름투쟁의 도화선’은 주5일제와 하투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선진국형 제도의 그림자를 잘 보여준 좋은 기사다. 애초 노동계도 환영했던 정부의 주5일제 정책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정부의 입장을 들어가며 검토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517호 ‘국민건강, 현대차에 양보하다?’는 정부의 기업 규제가 어떻게 필요한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다. 국민보다 기업을 우선시한 정부 경제정책의 한 단면을 잘 꼬집었다.

위원들은 ‘김일성’과 관련된 한홍구 교수의 글이 무척 뜨거웠다고 평했다. 논쟁이 붙은 김에 후속장을 펼치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이어서 기자들이 ‘문화 마인드’를 더 키워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정서린: 한홍구의 역사이야기 ‘20세기형 민족주의자, 김일성’을 보면서 이 글을 둘러싸고 얼마나 말이 많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모임에서 이 글이 재미있다고 평했더니, 정말 위험한 생각이라며 작은 논쟁이 일었다. 그의 항일운동과 이후 행보를 놓고 어떻게 볼지 논의해볼 만하다. 김일성을 달리 보자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항일운동의 ‘영웅’으로 대접해야 할지는 의문이다.

김무늬: 신선한 시도가 놀라웠다. 지금까지 접해온 생각과 달라 우선 새로웠고, 생각을 검토해볼 기회가 됐다.

김종옥: 김일성이 북한에 대해 품었던 비전이나 그가 남한을 어떻게 여겼는지 궁금하다. 김일성의 동기와 행보를 살펴보고 여러 평가들을 묶어내면서 토론을 해봄직하다. 제516호 ‘여의도 문화우위 시대 열리나’는 제목이 부담스러웠다. 연극·영화가 일종의 ‘부업’이나 ‘여가활동’으로 보이는데, 문화에 대한 정치 우위가 관철된 것으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

김형진: 정치인 이재오까지 ‘단순신화’의 영화를 만든다고 나서고, 골프 안 치고 술 안 먹으면 만들 수 있는 게 영화라고 말하다니, 문화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제516호 ‘광주 영화를 꿈꾼다’에선 영화 상영을 계기로 ‘영화’를 매개 삼아 광주 역사에 대한 문화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데, 전남대생과 계엄군을 시사회에 초대하여 논의하는 건 핵심에서 벗어나 있다고 생각한다. 광주항쟁은 ‘YH사건’ 등을 돌이켜볼 때 노동자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주변부의 인물들이 시사회에서 언저리 얘기를 나누고 악수하면서 영화 한편으로 화해의 가능성을 낳는 모습이 불편했다. 제517호에서 ‘기대하시라, 뮤지컬의 한류 열풍!’에서 뮤지컬 극단이 한국적 상황을 기반으로 아시아 지역을 디딤돌 삼아 세계 진출에 나서겠다고 했다. 미국·영국의 유명 뮤지컬의 관객 50% 이상이 해외에서 온 관광객이라는 통계에서 보듯이, 뮤지컬은 언어를 뛰어넘는 비주얼을 만들지 못하면 호소력이 없다. 한국 뮤지컬은 월평균 20여편이 제작되며 과다경쟁으로 질적 저하 상태다. 지금은 국내에서 호평받는 창작뮤지컬을 논의할 때다.

정서린: 제517호 문화포커스 ‘뒤집힌 동화가 우릴 뒤집네’는 제목만큼 재미있는 내용이 많지는 않았다. 슈렉 이야기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이었고, 책을 소개하는 의도는 좋았지만 나열된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라크 관련 기사를 꾸준히 내보내는 의 노력을 높이 샀다. 한편으론 전체 그림을 그리는 정리 기사가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정치인 인터뷰 기사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특별히 새로운 사실이 없으면 홍보성으로 보이면서 반갑지 않은 기사가 된다고 했다.

박진희: 515호 ‘파병은 역시 미친 짓이었다’는 구성이 좋았다. 공중파 방송들이 감상적으로 일본과 한국의 인질 협상을 비교한 기사를 쏟아냈는데, 은 일본 안에서의 인질 석방 찬반 입장들을 상세히 풀어냈다.

김혁: 516호 ‘보복하는 대한민국이 아름다운가’는 파병 반대라는 기존 논조에 변함이 없는 가운데, 일시적인 파병 찬성 여론에 대한 나름의 분석을 시도한 점이 좋았다. 반대편 주장을 객관적으로 살펴본 뒤 거기에 숨어 있는 모순을 베트남전과 같은 기존 선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반박하니 설득력이 크다. 하지만 표지는 색조가 어두워서 표지이야기의 줄거리를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다.

박용신: 은 이라크 현지 상황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결여되어 있다. 김영미 프리랜서 PD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총체적인 그림을 그린 기사가 필요하다. 누가 아르빌을 표현하길 이라크의 ‘이스라엘’이라 했다. 미국의 전진기지이기에 안전하지만, 테러집단들은 아르빌을 차지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평온한 아르빌이 조만간 격전지로 떠오를 것이다. 상황 정리가 필요하다.

김종옥: 제518호 ‘그녀의 애국주의가 휘날린다’는 박근혜 분석기사이다. 사소한 생활태도와 언행보다는 그의 정치이념과 주변인물들의 성향, 협력단체·인맥·자문단 등을 분명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애국주의’를 정치이념이라 볼 수 있는지 그 지점부터 검토해야 한다. 제519호 ‘나는 지단 같은 리더가 되련다’는 신기남 의장의 개인적 변명 같은 기사다. 차라리 517호에 넣으면 좋았을 것이다. 파병이나 행정수도 문제와 같은 현안에 대한 의견을 왜 묻지 않았는가.

백정필: 519호 ‘이제 호랑이 잡는 일만 남았다’에선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을 만났다. 정치인 한 개인을 단독으로 다루는 기사들은 일단 홍보용이 아닌가라는 의심부터 드는 게 사실이다. 충실한 내용이 더더욱 요구된다.

김혁: 517호 ‘따끈따끈한 로드맵이 나옵니다’는 한나라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많이 없애주는 기사였다. 그들의 로드맵이 3년 뒤 발전된 모습을 만들어줄지 언론이 지켜볼 만하다. 이는 한나라당을 편향되게 옹호하는 게 아니다. 타 정당과의 발전적 경쟁을 통해 건전한 정치 문화를 형성하도록 언론이 감시하는 거다.

백승규: 아시아 네트워크 ‘아시아에게 1달러는 무엇인가’는 흥미있는 기획거리였다. 아시아가 하나의 마을이 되어 지구촌에 자리잡을 수 있을지, 번영을 향하는 길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김우석: 의 제목들엔 유난히 의문형 제목들이 많다. 결론을 짓지 못하는 건지, 비판을 위한 비판을 하고 있는 건지, 제목달기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박진희: 518호에서 김천호 사장에 관한 기사는 너무 추측 일색이라 차라리 정황이 없으면 보도를 하지 않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라크 무장단체의 발음이 사우디아라비아 발음이라는 점이나 그들이 외국에서 유입된 조직으로 추측된다는 건 중요한 사실이 아닌 듯하다.

박용신: 519호 ‘필리핀의 줏대는 어디서 나왔나?’에서 드러났지만 미국의 52번째 주라고 불리던 필리핀이 시민운동의 메카가 되고 있다. 이 아시아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아시아국들을 조명해본 건 독자들의 시각을 넓히는 데 상당히 기여했는데, 아시아의 시민운동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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