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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왜 ‘산업’인 거야?

등록 2004-06-04 00:00 수정 2020-05-03 04:23

표지이야기 · 특집 약화 우려한 위원들… 경제 · 과학 기사엔 용어풀이 필수 · 시의성 기사에도 충분한 정보를

김수현 기자 groove@hani.co.kr

대한민국의 5월은 거대한 물줄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 없는 ‘범람’의 한달이었다. 북한 용천 사태·이라크 포로학대 사건·탄핵 가결 뒤 정치권의 변동 등 ‘제목’은 있어도 ‘주제’를 알기 힘든 사건들이 많았다. 이에 독자들은 틀림없이 뿌연 유리창의 먼지를 닦아줄 명쾌한 기사들을 찾았을 것이다. 이 그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검토하기 위해 독자편집위원들이 다시 칼을 들었다. 제507호 표지이야기 ‘김정일, 용천역 정면돌파하는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박진희: 인도적 차원에서 한발 나아가 북한 체제와 연관하여 문제를 다룬 시각이 좋았다. 기자가 현장감을 살려 직접 취재한 ‘단둥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사에 높은 점수를 준다. 조선족을 취재원으로 한 보도 일색이던 국내 기사에 신뢰감을 잃었을 때 좋은 정보를 줬다.

김형진: 평소 정치기사에 관심이 없었는데 이번 기사는 김정일을 둘러싼 권력 헤게모니와 북한의 개방성을 물고 가는 기사 전개에 흥미 있게 읽었다.

정서린: 하지만 김정일이 기사 주체가 되면서 북한 주민 개개인들이 개체화됐다. 기사 표현에 드러난다.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사건을 보는 시각을 단순히 ‘지겹다’고만 해야 할까.

박용신: 이 섣불리 북한의 변화 가능성을 점친 것은 보수 집단의 어떤 바람을 그대로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북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더라도 변화를 전제로 지원하는 건 ‘도움’이 아니다. 또한 남쪽 단체들이 급조되어 모금운동을 했는데 북과는 연락라인이 없는 단체가 대부분이어서 아무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언론의 호들갑에 편승해 벌떼처럼 달려들어 별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북한돕기는 신뢰가 쌓여야 가능하다. 도 북 지원사업을 담당한 실무자들을 만나 어떤 자세와 방법이 필요한지 세밀하게 얘기해야 한다.

제508호 ‘명상하세요, 웰빙하세요’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보인 독자편집위원들이 대부분이었다. 표지 제목과 기사 내용이 일치하지 않고 기사 방향성이 불투명했으며 주제 선정의 철학이 의아했다고 비판했다.

김종옥: 할말이 많다. 요즘 ‘명상에 빠진 기자들이 한겨레신문사에 많은가’라는 생각도 한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태권도장’이 생각났다. 태권도도 우리나라가 종주국이고, 전국에 도장이 세워졌고, 세계 곳곳에도 전파돼 있다. 우리가 실제 태권도를 얼마나 진지하게 전통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생각해볼 때, 명상산업도 비슷한 측면에서 우려된다. 명상을 산업으로 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박진희: ‘명상이 보약이다’라는 표지 제목을 봤을 땐 돈 안 드는 명상법을 가르쳐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에 대한 평소의 호감까지 반감시키는 기사다. 대한민국의 ‘웰빙’은 돈 있는 사람들의 취미가 아니던가.

김형진: 한국방송 이 4%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지만 그 프로그램이 ‘토마토가 좋다’고 얘기하면 가게의 토마토가 동이 난다. 그만큼 매체력이 강하고 실제 내용에 책임을 진다. 그런데 불충분한 근거로 ‘명상이 산업이다’라고 말한 건 이 스스로 자산규모를 넘어버린 발언이 아니었을까. 결국 도 자신을 납득시키지 못한 아이템이 됐다. 책임질 수 있는 기사를 써라.

백승규: 명상을 띄우는 게 하나의 추세일 순 있다. ‘탁닛한’의 문화적 영향력과 그것이 파생시킨 관광·출판 이익을 생각해보라. 우리도 의도적으로, 정책적으로 몸불리기가 불가능하진 않다. 언뜻 법정 스님·김용옥씨 등이 생각난다.

김혁: 10주년 특집호에서 언급한 핵심타깃층 ‘30대 남성’이라면 충분히 관심가질 만한 기사다. 직장인들은 명상편의점에서라도 명상을 얻고 각박한 생활에서 휴식을 얻기를 바란다. 하지만 전체 독자를 아우르는지는 모르겠다.

김우석: 우선 정치이야기에서 오랜만에 벗어난 표지이야기라는 점만으로도 점수를 주고 싶다. 문제는 타이밍이다. 명상은 아직 산업이 아닌 듯하다. 모든 게 계획 단계일 뿐인데 너무 빨리 다뤘다.

김무늬: ‘단월드’에 대한 내용으로 가득 차 있어 광고지인 줄 알았다. 명상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결과나 의학적인 검증들을 기대했는데 명상 전문가를 자칭하는 사람들의 근거가 부족한 말들이 많았다.

박용신: 사실 더 궁금한 건 왜 명상이 상업화가 된다는 얘기를 하는가였다. 명상의 본래 의미를 기자가 고민했는지 궁금하다.

표지이야기와 특집의 비중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었다. 표지이야기는 세 꼭지로는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이다. 또한 지면 개편 이후 특집이 약화되어 자잘한 기사가 넘친다고 했다. 아울러 어려운 기사엔 자세한 풀이를 겉들이고 시의성 기사도 가치 있는 정보와 함께 실어달라고 요구했다.

김옥자: 509호에서도 차이나 쇼크 관련 기사들이 많았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 기사들이 특집이라는 꼭지로 모여 일관성 있는 줄거리를 만들면 좋았을 것이다.

박용신: 기사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철저한 사전 편집회의로 아이템을 선정하고 기자 선정과 취재계획을 세우는 회의 테이블을 정돈하라. 앉아서 쓰는 기사는 보기 좋지 않다. 한 군데 들러 인터뷰 한번 한 것으로 기사가 나온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김혁: 507호 ‘한국 PDP가 무서워 죽겠다’는 전후 상황과 자세한 해설이 적절했지만 ‘원천 기술’이나 ‘효율적인 발광 구조’에 대한 설명이 추가되면 더 유익했을 것이다.

정서린: 510호 ‘마법의 돌, RFID’ 기사도 모처럼 재미있게 읽은 과학기사였다. 실생활과 밀착된 내용이고, ‘우울한 시나리오’를 곁들여서 좋았다. 하지만 용어설명은 여기서도 부족했다.

박진희: 510호 대우종합기계 인수에 나선 종업원들 기사는 상급단체 노조활동을 한 내가 읽기에도 어려웠다. 해설과 사례들이 필요했다. 또한 부실경영에 놓인 기업을 인수한 사레들을 보완하면 대우종합기계 종업원들의 행보를 더 이해할 수 있고, 여러 편견도 없앴을 것이다.

김무늬: 507호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라는 기사의 취지와 의미엔 전적으로 공감이 갔지만 아무리 시의성 기사라도 안티 패스트푸드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방법을 제시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포르노를 합법화하라’는 기사에서도 김현동씨가 성인 사이트로 발을 들여놓은 과정보다는 포르노 합법화에 따른 장점과 단점을 더 파헤쳤으면 좋았을 거다.

김형진: 507호 ‘만철아 돌아와라’에서 흥미롭게 장선우 감독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했으면 그에 대한 답 또한 잡지에서 해줘야 한다. 기획기사는 좀더 치열해야 한다. 답장이나 인터뷰를 준비하지 않았나.

박용신: 정치기사들도 함량 미달일 때가 많다. 내부조직에 대한 밀착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지닌 몇 가지 시각들을 교정해주길 바라면서 일간지가 생산하지 못하는 장기적 안목을 기대한다는 주문을 보탰다.

백승규: 사실 우린 평소 이슬람-이스라엘-미국-미국 내 유대계 등과 같은 거시적 줄기들을 궁금해하고 있지만 이를 한데 아우르는 매체가 없다. 509호에서도 이라크 문제를 다뤘지만 시의성을 넘기 어려웠다. 510호 표지이야기에서 김혁규와 관련된 얘기를 읽으면서도 옛날 박지원씨의 사례와 유사함을 느꼈는데, 미 교포사회에서의 정치적 영향력이 국내에 유입된 과정들도 궁금증으로 그냥 남겨져 있다. 큰 그림을 보여달라.

박용신: 509호 언론개혁 특집에서 열린우리당의 정책을 따라 이를 홍보하는 듯한 기사들을 발견했다. 이보다는 국회 운영을 포함한 정치권의 개혁 과제를 제시하는 특집을 마련하여 정치를 세력싸움으로만 보는 시각을 벗어나 민주화를 제도화하는 데 이 앞장서야 한다.

박진희: 은 요즘 언론처럼 정치적 사안들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대결 구도로 풀지말라. 또한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 뒤 언론들이 노동 문제를 민주노총보단 민주노동당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는데, 여전히 민주노총의 위상에서 검토할 문제가 많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는 따로 연구단체가 필요할 만큼 복잡해지고 있다. 따라서 풍부한 취재를 통해 감정적 접근을 막고 구조적 원인을 치밀하게 보여주길 바란다.

김혁: 507호 ‘세계의 국경을 가다-미국은 이민 노동자가 필요하다’에서 미국이 불법 이민자의 필요성을 현실적으로 인정한 내용을 충실히 다뤄냈다. 한국의 노동시장이 미국의 것과 유사해지는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관심거리를 넘어 장기적 안목을 보여준 가치 있는 기사였다. 507호의 호스피스 체험도 기성세대가 놓치고 있던 죽음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줘서 좋았다.

백정필: 509호 ‘삼팔선은 드레스덴에도 있었다’는 기사가 인상적이었다. 속편이 궁금하다. 가치 있는 사람이야기를 계속 발굴해달라. 그리고 다른 언론을 통해 얻기 힘든 민주노동당의 내부 논의를 전해달라. 또 정부가 침묵으로 일관하는 파병 문제는 계속 깊게 파고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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