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이아무개씨는 본명 대신 ‘수달’로 호명해달라고 했다. “나이는 서른셋인데 꼭 내보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다. 수달씨는 여행사에서 일한다. 회사명도 공개되길 원치 않는다. 사진을 봐도 얼굴을 분간할 수 없다. 결국 우린 그를 길에서 만나도 인사할 수 없다. 다만 ‘동행’할 뿐이다. ‘수달’과 기자는 7월22일 전화 및 전자우편을 주고받았다.
‘수달’씨
1. 휴가 다녀오셨는가.
8월 말 친구가 있는 필리핀에 가려 한다. 숙식 제공에, 몸만 오라 해서 몸만 갈 생각이다.
2. 여행사 직원만의 휴가 잘 보내는 비법이 궁금하다.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 나도 가까운 여행사에 전화하고 싶다. 노하우라면 항공편은 기본 3개월 전부터 아무 데나 먼저 예약해놓는다는 것 정도 있겠다.
3. 을 휴갓길 용품으로 챙겨갈 가치가 있나.
지난해 휴가 때 미처 다 못 읽은 들을 챙겨갔지만, 이번엔 안 가져갈 것 같다. 여행 가방 안에서 굴러다녀 걸레가 됐다. 표현이 좀 그런가. 너덜너덜 정도?
2008년 촛불 국면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해서 와 함께 구독했다. 활자에 약해 지금은 만 본다.
5. 장단점을 적나라하게 말해달라.
타 매체와의 차별성이 장점이다. 단점은 굳이 꼽으라면, 몇 년 동안 읽다 보니 기사 내용이 더는 신선하지 않다는 정도? (심각하닷!) ‘노동 OTL’ 같은 기획을 또 접하고 싶은데, 구독자들의 기대치를 너무 올린 거 아닌가 싶다.
최근 삼성이 반도체 노동자 유가족과 합의를 보려 한다는 기사가 좋았다. 합의 뒤 그분이 느끼는 죄책감이 무겁게 느껴져 안타까웠다. ‘부글부글’은 항상 빵빵 터진다. 센스가 장난 아니다. (쥐어짜고, 탈탈 터는 센스!) 신윤아무개 기자도 좋아한다. (기자 이름도 익명으로.) 요즘 잘 안 보이던데, 어디 갔나? (제 옆자리에서 편집에만 몰두하고 있음.) 아무개 편집장도 빼놓을 수 없다.
7. ‘아름다운 동행’으로 한국여성민우회에 후원하고 계시다.
민우회 회원이 된 지 8년 가량 됐다. 한때 타이에서 근무했는데, 그곳에서 한국 남성들의 작태를 본 뒤 한국에 와 진로를 고민하던 중 알게 된 단체다. (‘작태’에 대해선 더 묻지 않았다.)
8. 한국 남성, 이건 정말 후지다, 하는 점은.
요즘 주변에 남성이 없다. 회사에도, 집에도. 친구도 모두 여성이다. 2010년 한국 남성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궁금하다. ^^
9. 미처 못한 말이 있는가.
최근 재구독 신청을 하면서 ‘아름다운 동행’ 캠페인의 단체 후원금이 구독료의 20%에서 10%로 내렸다고 들었다. 후원금을 줄이면서 아름다운 동행을 통한 구독자들에게 따로 공지를 했는지 궁금하다. 나만 몰랐던 건가. 아름다운 동행의 취지를 잊은 건지 약간 실망했다.
지난 1년간 20%씩 나누다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올 4월부터 조정했습니다. 참여 단체들의 동의를 구했고 캠페인 블로그에도 알렸는데, 일부 재구독자에겐 미처 설명이 안 된 모양입니다. (아, 동행의 고단함이여!)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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