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야스쿠니 합사 피해자 돕기 바자회 풍경…30여명의 도우미들이 시민들에게 평화를 홍보하다</font>
▣ 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야스쿠니신사가 뭔가요?”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산다는 전명수(47)씨가 ‘2천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은 스페인제 토스터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러니까, 그게요.” 팔을 걷어붙이고 “싸다, 싸!”를 외치던 기자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아, 그러니까 그게 일본에 있는 신사거든요. 그곳에 도조 히데키 등 일본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어요. 그 안에 전쟁에 강제로 끌려간 할아버지들도 일본을 위해 싸우다 죽은 신으로 모셔져 있는데, 그 수가 2만1천 명이나 됩니다.”
홍명보 축구공, 김혜수 점퍼…
“아 그래요? 저 마우스는 얼마예요?”
“이거, 광마우스거든요. USB로는 연결이 안 되고요. 500원입니다. 그래서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우리 할아버지들의 영혼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는데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행사를 여는 거예요. 이거 하나 사가세요. 500원이면 완전 거저죠.”
9월30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종로 밀레니엄타워 앞에서 민족문제연구소, 아름다운가게, 이 공동 주최한 ‘야스쿠니신사 합사취하 소송지원을 위한 바자회’가 열렸다. 지난 9월15일 명동에서 예정됐던 바자회는 그날 오전 서울을 덮칠 것으로 예상된 태풍 때문에 취소됐다. 부랴부랴 새로 날짜와 장소를 섭외하느라, 민족문제연구소와 아름다운가게 관계자들이 진땀을 흘려야 했다. “비가 또 오면 어쩌지?” 서우영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의 염려대로 행사가 예정된 9월30일에도 아침부터 부슬비가 내렸지만, 다행히 오후 들어 비가 개었다. 이희자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회장은 “아침부터 비가 내려 조마조마했다”고 말했다.
이날 2시에 시작된 행사에는 손숙 아름다운가게 공동대표,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장창덕 한겨레신문사 미디어사업국장, 정재권 편집장이 나와 야스쿠니 캠페인의 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야스쿠니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당부했다. 임헌영 소장은 “일본의 우경화를 막는 중요한 행사에 시민 여러분들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로 밀레니엄타워 앞으로 모인 아름다운가게 자원봉사자들과 민족문제연구소 상근활동가, 태평양전쟁 피해자 유족들은 ‘귀혼’(歸魂)이라고 쓰인 흰색 티셔츠를 나눠 입고, 바자회의 실무를 총괄한 은혜경 간사 앞으로 모여들었다. 은 간사의 지시 아래 30여 명의 행사 도우미들은 도서, 옷, 장난감, 잡화, 계산대 등으로 업무를 나눠 흩어졌다. “물건 파실 때 야스쿠니신사 소개하는 팸플릿 나눠주시는 것 잊지 마시고요.” 은 간사가 말했다.
물품 판매대 옆에서는 야스쿠니신사 반대운동과 함께해온 고경일 상명대 교수팀이 캐리커처를 그렸다. 고경일 교수는 상명대 만화과 학생 10여 명을 데리고 행사장 한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학생들 그림은 1만원, 고 교수 그림은 2만원으로 책정됐다. 마포구 아현동에서 우연히 지나다 들렀다는 김명수(27)씨 커플은 “실제보다 훨씬 더 예쁘게 그린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오후 3시 반에 접어들면서 김홍구 아름다운가게 움직이는가게팀장의 사회로 특별 물품 경매가 시작됐다. 홍명보 국가대표 축구팀 코치가 사인한 축구공은 시민 김재민씨에게, 김남일 국가대표 미드필더가 사인한 운동복은 “애들 가져다주겠다”는 열의로 용맹하게 가격을 높인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실장의 품으로 들어갔다. 영화배우 김혜수씨가 제공한 점퍼의 주인공은 시민 권영만씨로 정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 도자기에 관심 집중
사람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몰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도자기의 차례가 돌아왔다. 50만원에서 시작한 경매 금액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5대째 분청사기를 만들어온 한기옥 장인이 직접 구운 도자기엔 김 전 대통령과 부인 이희호씨의 서명이 적혀 있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도자기의 주인이 된 사람은 서승 리쓰메이칸대 교수. 서 교수를 대신해 경매에 참여한 이희자 대표가 모두 깜짝 놀랄 만한 과감한 금액을 불러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영화배우 김혜수씨가 영화 에서 입고 나왔던 주홍색톤의 원피스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유찰됐다. 김홍구 팀장은 “이런 옷이 나오면 참 고민된다”며 “옷을 소화할 수 있는 여성들이 많지 않아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현장에 나온 임지선 기자가 “그럼 내가 살까”라며 관심을 보였다가, 주변의 냉대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4시간 남짓 이어진 물품 판매를 통해 모은 돈은 모두 625만9010원. 적당한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유찰된 특별 기증 물품들을 처리하고 나면, 바자회 모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이날 모금액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모두 야스쿠니신사 합사 취하를 위한 소송에 사용된다. 2천원짜리 전기 토스터와 1만원짜리 녹즙기와 가습기, 5천원짜리 가죽가방은 좀더 평화롭고 아름다운 동아시아를 만들 수 있을까. 바자회는 끝났고, 야스쿠니신사 문제 해결을 염원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은 계속된다.
<table width="480" cellspacing="0" cellpadding="0" border="0"><tr><td colspan="5"></td></tr><tr><td width="2" background="http://img.hani.co.kr/section-image/02/bg_dotline_h.gif"></td><td width="10" bgcolor="F6f6f6"></td><td bgcolor="F6f6f6" width="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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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4" color="#216B9C">평화에 끝은 없습니다</font>
10월5일 현재 3130만3030원
바자회가 끝났습니다. 바자회를 통해 모두 625만9010원의 수익을 얻었습니다. 이 가운데 행사 진행 경비를 제외한 438만원 정도가 야스쿠니신사 합사 취하 소송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바자회를 위해 기증됐지만, 값이 비싸 현장에서 소화되지 않은 여태명·정비파·이태길 선생님의 작품들은 다른 좋은 자리에서 팔리는 대로 야스쿠니신사 문제 해결을 위한 기금으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과 민족문제연구소, 일본의 소송지원 단체 ‘노합사’가 함께한 야스쿠니신사 캠페인은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야스쿠니 캠페인은 곧 동북아시아의 평화 공존을 염원하는 캠페인입니다. 캠페인에는 그렇기에 끝이 있을 수 없습니다. 야스쿠니신사와 관련된 국내외의 크고 작은 뉴스가 있을 때마다 은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겠습니다. 앞으로도 독자 여러분의 많은 격려 부탁드립니다.
계좌이체 우리은행 1006-401-235747, 예금주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ARS 060-707-1945·한 통화 3천원
주관 민족문제연구소, ‘노합사(NO 合祀)’,
문의 민족문제연구소(02-969-0226), 홈페이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www.anti-yasukuni.org),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38-29 금은빌딩 3층(우편번호 130-866)
바자회 수익금(438만9010원) 민족문제연구소 서울동부지부(15만5천원) 최재철(5만원) 오세원(1만원) 오영숙(1만원) 손영익(3만원)
*그 밖에 33분이 ARS로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바자회 수익금은 총 수익금 625만9010원에서 행사 진행 경비를 제외한 금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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