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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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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캠페인] 대학생 평화유람단의 일본 기행

등록 2007-08-17 00:00 수정 2020-05-03 04:25

“일본의 다른 얼굴을 보았다”고 말하는 ‘대학 희망’ 소속 36 명의 여정

▣ 히로시마·오사카·교토·도쿄=글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 사진 스나미 게스케 기자 yorogadi@hotmail.com

“어, 그럼 대만 사람들은 어디 있지?”

태평양전쟁에 끌려갔다가 숨진 조선반도 출신 군인·군속들의 유골을 보관하고 있는 일본 도쿄의 사찰 유텐지(祐天寺) 분향소 앞에서 일본 기자 스나미 게스케가 불쑥 물었다. 유텐지에는 지난 전쟁에 끌려갔다 숨진 군인·군속과, 해방 이후 일본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조선인들을 가득 실은 채 폭침된 우키시마마루(浮島丸)호 희생자 등 1135위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진보적 일본인도 많다는 걸 느꼈다”

일본 기자와 함께 넉 달 동안 취재를 진행하면서 받은 인상은 한국인이 느끼지 못하는 어떤 문제들을 일본인들이 너무 당연한 듯 잡아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은 우리는 ‘피해자’, 일본인은 ‘가해자’, 더 나아가 한국은 ‘선’, 일본은 ‘악’이라는 인식 틀 속에 갖혀 있는 데 견줘, 일본의 양심들은 자신들의 가해 책임을 수십 년 동안 집요하게 고민해왔기 때문이다. 자이니치 코리안 3세인 일본 오사카의 김광민 코리아엔지오센터 사무국장은 “조선반도와 일본 사이에는 서울에서 보는 것 말고도 다양한 시각이 있음을 한국인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한국 중심적 사고’와 ‘피해의식’은 한-일 사이의 건전한 소통을 가로막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한국인과 일본인이 서로 자주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서울 시내 7개 대학 연합동아리 ‘대학 희망’은 7월31일부터 8월7일까지 ‘역사의 길에서 평화를 생각하다’라는 주제 아래 나가사키(평화자료관)를 출발해 히로시마(평화기념공원·원폭자료관), 오사카(자이니치 코리안 집단주거지 쓰루하시), 교토(리츠메이칸대학 평화박물관)를 거쳐 도쿄(야스쿠니신사·유텐지)를 잇는 평화유람을 떠났다. 교토에서는 일본 리츠메이칸대학 학생들과 토론 모임을 가졌고, 오사카에서는 자이니치 코리안들의 고된 이민사를 들었다.

그들이 보고 느낀 일본과 야스쿠니신사 문제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은 평화유람을 끝낸 ‘대학 희망’ 소속 대학생 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고, 8명으로 구성된 소모임을 따로 모아 좌담회를 열었다. 1·2학년이 전체의 72.2%인 26명이었고, 절대 다수(30명·83.3%)는 이번이 첫 일본 방문이었다. 유람에 참여한 계기도 ‘방학 기간에 좋은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63.8%)나 ‘일본 문화에 대한 관심 때문에’(13.8%) 등으로 소박했다.

정희석(경희대2)씨는 “한국인들은 일본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일본에 와보니 그런 생각이 일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방해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매스컴에서는 일본 우익에 대해서만 말하지만, 역사 인식을 공유할 수 있는 진보적 일본인도 많다는 것을 느꼈다. 두 개의 일본이 있는 듯하다.” 강현주(숙명여대 대학원)씨도 “일본 시민사회를 경험하면서 긍정적인 일본을 많이 봤다. 아래로부터의 힘을 느꼈다”고 말했다.

공동의 이해를 만들려는 노력

학생들은 “인식하지 못했던 우리 모습을 일본 속에서 더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에는 우리가 흔히 재일동포라 부르는 사람들을 일컫는 호칭이 세 개나 있다. 하나는 해방 이후 한국 국적을 선택한 ‘재일 한국인’, 두 번째는 여전히 조선적을 유지하고 있는 ‘재일 조선인’, 세 번째는 이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인 ‘자이니치 코리안’이다. 학생들은 ‘자이니치(在日)의 정체성이 그렇게 복잡하다’는 사실을 몰랐다(77.8%)고 말했다. 자이니치의 복잡함은 결국 우리 민족 정체성의 복잡함일 것이다.

젊은 세대의 변화를 반영했기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한-일 두 나라 학생들의 과거사 인식은 생각보다 이질적이지 않았다.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생들과 만난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생각이 다른 부분도 있었지만 서로의 차이를 알 수 있어 좋았다’는 응답이 44.4%(16명)로 가장 많았지만, ‘예상보다 과거사 인식이 다르지 않아 놀라웠다’는 인식도 36.1%(13명)나 됐다. 그러나 ‘한국보다 별로 과거사 문제 등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응답(5명·13.8%)도 있었다. 그에 대해서는 일본 학생들도 동의하는 편이었다. 가쿠타니 도시유키(리쓰메이칸대3)는 “보통 일본 학생들은 일―한 문제에 대한 이해 수준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다케시마(독도) 문제를 놓고 볼 때 그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또 어떤 사태를 지나치게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사실 일-한 관계는 그 역사적 배경과 원인을 모르면 말하기 어렵다.”

문제는 야스쿠니신사로 대변되는 일본 우익들의 퇴행적 역사 인식이다. 학생들은 야스쿠니신사의 역사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깰 수 있는 아주 심각한 문제’(25명·69.4%)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한국에도 야스쿠니신사의 역사 인식과 맥이 닿는 극우적인 흐름이 있다. ‘내가 일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8명·22.2%)는 인식도 꽤 많았고, ‘전부 동의하진 않지만 말이 되는 측면도 있다’는 답변도 2명 있었다.

김재근(건국대2)씨는 “야스쿠니신사의 관점은 삐뚤어졌지만 호소력은 있었다. 그게 무서운 일”이라고 말했다.

“박물관이라는 게 객관성이 생명인데, 삼국간섭으로 요동반도를 돌려준 사건을 설명하는 항목의 제목이 ‘와신상담’이다. 우리가 배워온 역사관과 달라 당황스러웠다.”(윤소연)

“대동아전쟁까지는 다 일어로만 써 있는데, 태평양전쟁은 영어로도 써 있고, 한국인 가미카제 특공대 얘기는 한국어로도 쓰여 있다. 치밀한 고려가 느껴졌다.”(오누리·동덕여대2)

“40~60년대 독립된 국가를 말하면서 우리나라만 빠져 있다. 아직 한반도 해방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인식이다. 야스쿠니신사와 류슈칸에는 언젠가 다시 미국과 싸워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는 듯 보였다. 그렇지만 형제와 가족을 죽여서 이룬 그런 성취는 의미가 없다.”(김재근)

그렇다면 한-일 두 나라가 진정한 우정을 키워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과거사 문제에 대해 공동의 이해를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대답(19명·52.7%)이 ‘일본 쪽의 진정한 사과’(13명·36.1%)가 필요하다는 응답보다 많아 눈길을 끌었다. 일본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평균적인 인식과는 조금 차이가 나는 응답이었다. 윤소연씨는 “결국 중요한 것은 역사를 보는 관점”이라고 말했다. “모든 민족이 나름의 시각이 있다.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암살을 보고 우리는 거사라고 말하지만, 일본 시각에서는 테러다. 역사는 연구자의 주관을 거쳐 나오지만, 다양한 역사관을 엮는 메인 스트림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게 ‘역지사지’라고 본다.”

우리 전쟁박물관에서 바꿀 내용은?

그러나 여행이 끝났을 때 ‘일본에 대한 시각이 변했냐’는 질문에는 36명 모두가 “그렇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방점을 찍는 위치는 저마다 달랐다. 가장 눈에 띄는 응답은 “일본의 양심 세력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놀랐다”(8명·22.2%)는 것이다. “일본에 대해 나쁜 감정이 많았는데, 한편에선 바른 시각으로 역사를 보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천대웅·연세대1) 그러나 ‘일본의 역사적인 무관심이 실망스러웠다’는 지적(8명·22.2%)도 많았다.

학생들은 8월4일 도쿄 오타구민센터에서 열린 ‘평화와 민주주의를 위한 전국교류회’ 청년학생 연대의 밤 행사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대학 희망’에서 이번 기행을 주도한 김선경(경희대3)씨는 여행 속에서 평화의 진정한 의미가 뭔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했다. “평화는 추상적인 가치잖아요. 행사장에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일본 말을 세 시간 동안 들으면서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 게 바로 평화가 아닐까요.”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 일본에 손가락질을 하는 한국의 모습은 어떤가 고민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야스쿠니신사 방명록에서 11살짜리 고마가 ‘선조들이 이렇게 목숨을 바쳐 살아왔는데, 내가 이것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고 쓴 구절을 보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에게 베트남전은 어떤 의미일까요, 또 우리 전쟁박물관에서 바꿀 내용들은 없을까요.”


[야스쿠니신사 합사 피해자 돕기]
일본 유권자들에게 박수를

15,212,000원

8월10일 현재 1521만2천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8·15 패전일을 맞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기로 했다고 결정했습니다. 그의 각료 16명 전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같은 뜻을 밝혔습니다. 일본의 현직 각료가 8·15에 맞춰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것은 1950년대 이후 처음입니다. 일본 각료들은 “종교의 자유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만 주요직에 있는 사람은 이웃 국민들의 심정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리기까지 여러 변수가 있었을 것입니다. 지난달 있었던 참의원 선거 참패 결과가 아베의 ‘꼴통’외교에 경종을 울린 것이겠죠.
은 아베 총리가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본 우경화 흐름을 멈춘 일본 유권자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8월 초 일본을 찾은 한국의 대학생들도 “일본에 많은 양심 세력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계좌이체 우리은행 1006-401-235747, 예금주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ARS 060-707-1945·한 통화 3천원
주관 민족문제연구소, ‘노합사(NO 合祀)’,
문의 민족문제연구소(02-969-0226), 홈페이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www.anti-yasukuni.org),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38-29 금은빌딩 3층(우편번호 130-866)
모금자 명단
이은령(3만원) 임경화(3만원) 이순임(5만원) 윤가희(1만원) 유봉수(1만원) 김난아(5만원) 신용승(1만원) 김찬수(1만원) 조태영(10만원) 김다혜(1만원)
*그 밖에 ARS로 33명이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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