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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 캠페인] 이름 적은 영새부는 어디 있을까

등록 2007-07-27 00:00 수정 2020-05-03 04:25

야스쿠니신사 가이드, 지하철부터 류슈칸까지 보아야 할 것과 보지 않으면 좋을 것

▣ 도쿄=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많은 사람들이 일본 우익들의 성지인 야스쿠니신사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신사 안에 정확히 어떤 시설들이 있는지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신사 안에는 일본 천황을 위해 목숨을 잃은 240만여 명의 영령들이 일본을 지킨 ‘호국영령’으로 잠들어 있다. 물론, 그 안에는 원치 않은 전쟁에 끌려가야 했던 조선인 2만1천여 명과 대만인 2만7천여 명의 영혼도 함께 갇혀 있어, 이들의 합사를 취하해달라는 법정 소송이 진행되는 중이다. 그러나 정작 신사 안에는 유골은 고사하고, 흔한 위패 한 장 모셔져 있지 않다. 그럼 야스쿠니신사 안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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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타치마루에서 숨진 영국인은 비합사

대답에 앞서 야스쿠니신사로 가는 길부터 차례로 짚어보자. 일본 도쿄에서 야스쿠니신사로 가려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하다. 야스쿠니신사에서 가장 가까운 역은 도에이신주쿠선 구단시타역 1번 출구나 주오선 이다바시역이다. 구단시타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저만치에서 야스쿠니신사의 터를 처음 정했다는 일본 육군의 아버지 오무라 마쓰지로의 동상이 웅장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이 동상(높이 15m)은 일본에서 처음 만들어진 서양식 동상으로 건립연도는 1893년, 제작자는 도쿄포병공창으로 알려져 있다. 오무라가 노려보는 것은 메이지 일본 천황에 저항했던 도쿠가와 막부 쪽 사람들로, 표정이 자못 위압적이다.

동상을 바라보며 2분쯤 발길을 옮기면 도쿄이과대학을 지나 ‘야스쿠니신사’(精國神社)라고 쓰인 돌기둥이 찾는 이를 반긴다. 이 돌기둥에는 애초 ‘별격관폐사, 야스쿠니신사’라고 쓰여 있었지만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신사가 국가시설에서 민간 종교시설로 바뀌면서 ‘별격관폐’ 부분을 잘라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돌기둥을 지나면 신사의 안과 밖을 구별하는 문 구실을 하는 웅장한 도리이를 지나게 된다. 야스쿠니신사에는 모두 3개의 도리이가 있는데, 첫 번째 도리이의 높이가 25m로 가장 크다. 그래서 이 도리이를 ‘제1도리이’ 또는 ‘대도리이’라고 부른다. 첫 번째 도리이를 지나면 이제 비로소 야스쿠니신사로 들어섰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첫 도리이와 오무라 마쓰지로 동상 사이의 오른쪽 구석에는 이제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진 위령비 하나가 서 있다. 바로 ‘히타치마루’(常陸丸) 순난기념비다. 히타치마루는 러일전쟁 때 일본 본토에서 만주로 파견되는 병사들을 실어 나르던 배로, 운항 중이던 1904년 6월15일 러시아 함대의 집중 공격을 받고 탑승자 1238명 가운데 1091명이 숨졌다. 이 사건의 피해자들을 합사하는 과정에서 배의 승무원으로 같이 숨진 영국인 3명의 합사 문제가 논쟁거리로 떠오른다. 그러나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되지 않는다. 은 지난 4월19일치 656호에 히타치마루의 영국인 3명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됐다”고 적었는데, 이번 현장 방문을 통해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음을 확인했다.

오무라 동상을 지나 계속 앞으로 걷다 보면, 작은 찻길 하나를 지나게 된다. 그 찻길에서는 일본 우익들이 모여 1년 365일 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공격적인 거리방송을 하고 있다. 찻길을 건너면 이곳에서부터 차에서 내리라는 뜻의 ‘하승’(下乘)이라고 쓰인 작은 간판을 만나게 된다. 우리나라 궁궐 앞에 세워두던 하마비와 같은 구실을 하는 시설이다. 이곳까지가 야스쿠니신사의 외원이고, 그 뒤부터가 내원이다.

들어가기 전 손과 입을 씻으라?

내원으로 접어든 방문객들이 맨 처음 지나는 것은 야스쿠니신사의 두 번째 도리이다. 이 도리이는 옛날 막부시대 번국들에게서 받은 대포를 녹여 ‘오사카 포병공창’에서 청동으로 만들었다. 높이는 제1도리이의 3분의 2쯤 되는 15.5m다. 두 번째 도리이 옆에는 더러워진 손과 입을 씻을 수 있는 작은 전각이 하나 마련돼 있다. 야스쿠니신사의 영령들을 만나기 전에 몸을 정결하게 하라는 의미다.

손을 씻은 사람은 야스쿠니신사의 신문(神門)으로 들어설 수 있다. 이 문은 수령이 1천 년 넘은 대만의 전나무를 베어 1934년에 만들었다. 문 한가운데에는 천황가의 문양인 커다란 국화가 금박으로 새겨져 있다. 국화의 꽃잎을 정확히 세어보니 16개다.

신문을 지나고 나면 야스쿠니신사의 마지막 도리이와 맞닥뜨린다. 도리이 안쪽으로 그대로 직진하면 야스쿠니신사에서 가장 중요한 세 건물인 배전, 본전, 영새부봉안전 등을 만나게 된다. 배전은 야스쿠니신사를 찾는 사람들이 참배를 할 수 있게 만든 건물이다. 그 뒤의 본전은 야스쿠니신사의 영령들이 깃들어 있다는 ‘신체’(神體)를 보관하기 위해, 다시 그 뒤에 자리한 영새부봉안전은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영혼들의 이름이 적힌 영새부를 보관하기 위해 각각 세워졌다. 영새부란 후생노동성에서 야스쿠니신사 합사 대상자들의 명부인 ‘제신명표’를 보내오면, 이를 적어두는 명부를 뜻한다. 물론, 본전과 영새부봉안전에는 일반 사람들의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야스쿠니신사에는 뭐가 있을까. 야스쿠니신사에는 칼과 거울과 명부가 있을 뿐이다. 야스쿠니신사는 후생노동성이 보내온 제신명부를 영새부에 옮겨 적는다. 그렇게 옮겨 적은 영새부를 야스쿠니신사가 모시는 신체인 거울과 칼에 비춘다. 그러면 신체인 거울과 칼로 죽은 사람의 영혼이 깃들게 된다는 것이 일본 신도의 신앙이다. 그래서 지난 2월26일 “조선인들의 합사를 취하해달라”며 한국인 합사자들의 후손이 야스쿠니신사를 상대로 도쿄지방재판소에 낸 소송의 가장 큰 요구사항이 “영새부에서 이름을 삭제해달라”는 것이었다.

류슈칸 앞 기념비의 실체

배전을 뒤로하고, 야스쿠니신사의 마지막 도리이에서 오무라의 동상을 바라보면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야스쿠니신사의 전쟁 박물관 류슈칸이 나온다. 류슈칸에는 전쟁 때 쓰이던 각종 전쟁 장비들과 지난 전쟁을 미화하려는 야스쿠니신사 쪽의 선전물들을 만날 수 있다. 류슈칸 정문 앞에는 도쿄전범재판 때 일본의 A급 전범들에게 유일하게 무죄를 선고한 인도인 라다비노드 팔 판사의 ‘업적’을 기리는 팔 판사 기념비, 전쟁에 남편과 아이들을 내보낸 어머니의 상, 전쟁에 동원돼 죽은 말을 기리는 ‘전몰말 위령상’ 등 다양한 기념물들이 설치돼 있다. 류슈칸의 입장료는 성인 기준으로 800엔인데, 작은 일에도 쉽게 분노하는 열혈청년이라면, 괜히 돈 쓰고 기분 나빠지지 말고 일찌감치 관람을 포기하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다.


[야스쿠니신사 합사 피해자 돕기]
그곳엔 칼과 거울과 책뿐

14,389,000원

7월20일 현재 모금액 1438만9천원
한-일 관계에 관심 있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야스쿠니신사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겁니다. 야스쿠니신사에선 일본 천황을 위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이 일본을 지킨 호국영령으로 추앙받고 있습니다. 자기 나라를 위해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가 찬양하는 것은 수백만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의 침략전쟁입니다. 침략전쟁에 끌려나가 숨진 사람들을 찬양하는 것은 침략전쟁 자체를 찬양하는 것이고, 다음번에 있을지 모를 침략전쟁을 긍정하는 일입니다. 야스쿠니신사에 들어 있는 것은 칼과 거울과 책뿐입니다. 문제는 신사 그 자체가 아니라, 신사를 바라보는 일본 우익들의 어긋난 시선인지 모릅니다. 독자 여러분, 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작은 정성을 모아주세요.

계좌이체 우리은행 1006-401-235747, 예금주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ARS 060-707-1945·한 통화 3천원
주관 민족문제연구소, ‘노합사(NO 合祀)’,
문의 민족문제연구소(02-969-0226), 홈페이지 야스쿠니반대공동행동 한국위원회(www.anti-yasukuni.org),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 38-29 금은빌딩 3층(우편번호 130-866)
모금자 명단
강신화(1만원) 장별님(1만원) 길주연(5만원) 조영임 조영숙(2만원)
*그 밖에 ARS로 21명이 동참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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