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근저당’에서 공소 취소까지… 밈이 된 ‘내로남불’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7월23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KBS)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정치를 소재로 한 고전 드라마 ‘웨스트윙’에는 상속세를 ‘사망세’(Death Tax)라고 부르는 공화당에 대해 백악관 참모가 비아냥대는 장면이 나온다. “공화당이 이름 짓는 것보다 더 잘하는 건 없지!” 비슷한 느낌을 국민의힘으로부터 받았다. ‘더불어근저당’이라는 작명은 고약하지만 나름대로 센스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사저 매매 논란을 부풀리고 확산시키기에 적당한 작명이다.
청와대 해명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17억7천만원의 근저당을 설정하는 형태로 원래 살던 아파트의 소유권을 넘겨주게 된 사정은 이렇다. 이 집의 가격은 25억원을 초과해 시중은행 대출이 최대 2억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거기에 거래 성사를 위해선 매수자 실거주 의무 때문에 세입자를 내보내야 한다. 그런데 전세난으로 세입자가 새로운 집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국민일보). 게다가 여긴 재건축 예정지다. 투기과열지구 재건축 단지는 사업시행자 지정 뒤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는데, 여기에 해당할 우려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이 집은 빨리 팔기 어려운 조건이지만, 빨리 팔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거다. 이게 사람들이 ‘흔히 찾아보기 어렵다’고 보는 거래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편법’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볼 문제는 아닌 듯하고, 그래도 정책적 논란이 뒤따르는 것은 필연이다. 앞에 열거한, 대통령이 자기 집을 팔기 어려워진 사정의 대부분은 이재명 정부가 시행한 부동산 정책의 영향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대통령마저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고통을 피할 수 없었다고 하는, ‘자승자박’이라는 얘기가 나오기 딱 좋은 모양새다.
대통령이 이걸 예상 못했을까? 그렇지는 않을 거다. 그런 점에서 지금 상황은 대통령이 스스로 ‘선택’한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앞에 적은 사정으로 볼 때 이번 같은 방식이 아니었다면 이 집은 팔지 못했을 거다. 만일 그랬다면 보수세력은 대통령이 재건축 수혜를 입기 위한 목적으로 국민을 속였다고 일제히 주장했을 것이다. 이러면 대통령 입장에서 집 문제는 ‘가드불능기’(방어할 수 없는 기술, 난감한 딜레마 상황을 일컫는 말)가 된다. ①‘셀러 파이낸싱’(구매자가 은행 대신 부동산 매도인에게 대금을 분할 상환하는 부동산 거래 방식)이라는 비난을 받더라도 집을 팔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하든지, ②팔리지 않으니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버티다 재건축 로또를 맞은 거짓말쟁이가 되든지. 어느 쪽을 택하든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자를 택한 게 이번 논란의 원인인 셈인데, 하여간 부동산 정치의 측면에서 보면 특히 대출규제를 지금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아졌다.
그런데 ‘부동산 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하려면 집을 팔아야 한다’는 관념은 어디서 나왔을까? 엄밀히 말해 이해충돌이 아닌 한, 어떤 정책을 펴기 위해 대통령이나 장관, 관료, 주요 정치인이 자산을 처분해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이 정권이 공직자의 집 팔기를 독려하고 나선 것은 ‘다주택자 또는 고가주택 소유자가 과연 무주택 서민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펴겠는가’라는 통속적 의문에 답하기 위한, 부동산 정치의 산물이다. 이런 부동산 정치의 전통은 유구하지만, 이재명 정권이 겪는 일의 단기적 기원은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이를 둘러싼 논란이다. 당시 당국자들이 ‘똘똘한 한 채’를 갖고 있다든지, 다주택자가 집을 안 팔고 차라리 직을 버렸다든지 한 사실이 비웃음을 당했는데, 이는 보수정치가 눈덩이처럼 굴려가던 ‘내로남불’ 서사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됐다. 내로남불 서사의 유행과 확산은 결국 정권 상실로 이어졌다. 그러니 이재명 정권에선 아예 대통령부터 1주택인데도 아파트를 처분하는 모범을 보여 이런 빌미 자체를 주지 않으려 한 것일 텐데, 그게 ‘더불어근저당’이라는 비아냥으로 돌아왔으니 참 황당한 일이다.
여기서 다시 내로남불이라는 정치적 공격 논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권 때는 내로남불의 전성기였다. 많은 사람이 모든 사안에 내로남불을 갖다 붙이는 거로 진지한 비판을 대신했다. 이 지점에서 내로남불 논법이 밈(Meme)화됐음을 포착할 수 있다. 오늘날 정치 논쟁에서 밈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대상을 특정 이미지로 정형화해 조롱하거나 폄하하기 위해 활용된다. 긴 설명과 엄밀한 논증이 필요할 일도 밈을 동원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그 밈에 담긴 핵심 요소만 공유하면서 한바탕 조롱하며 웃고 떠들고 말면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밈화된 요소를 활용한 정치 논쟁은 논리적 주장과 반론이 오가는 게 아니라, 그저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헐뜯는 이미지 전쟁의 양상만 남는다.
애초에 내로남불은 자기편에만 관대한 태도 등 이중 잣대를 비유적으로 지적하기 위한 용어로 고안됐다. 그러나 밈적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로맨스’와 ‘불륜’의 관계가 아니더라도 비판 대상을 무조건 이 구도에 욱여넣은 뒤 일부 형태적 유사성만을 근거로 내로남불을 주장하는 일도 일상화됐다. 배재고 5·18 조롱 응원 논란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과거 ‘탱크’ 발언을 한 인터넷 방송인도 방송을 계속하고 있고 스타벅스도 영업정지를 당하지 않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 게 대표적이다.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에 대한 판단과 인터넷 방송인의 방송 여부 및 스타벅스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은 아무 관계가 없다. 무엇보다도 배재고 야구부 선수들에 대한 징계의 적절성을 따지려면 실제 내용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그저 ‘왜 이건 되고 저건 안 되느냐’는 식의 형평성 문제만 쳇바퀴처럼 반복 제기된다. 이런 우격다짐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내로남불 서사가 갖는 밈적 특징이다.
이 대통령의 경우 내로남불 서사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부정적 이미지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것은 생존을 포함해, 자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무엇이든 활용할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식의 내용이다. 사저 매각을 둘러싼 논란이 이를 강화했다는 점에서 가벼이 볼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부동산 대책이 그 정책적 정당성과 별개로 국민에게 불편과 걱정을 끼친 점을 겸허히 인정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세입자 대책을 포함해 더욱 진전된 실효적 내용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26년 7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서 또 하나 짚을 점은, 이 대통령이 취임 뒤 밈으로서의 이미지화에 가장 많은 동력을 제공한 주제가 공소 취소를 둘러싼 논란이라는 것이다. 이 문제는 심지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주장과 맞물려 여당의 전당대회 구도를 뒤흔들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은 다양한 지상파 및 유튜브 방송에 나와 비슷한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검찰개혁에 미온적인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을 한다며 부적절한 인사로 논란을 빚는 것은 지금의 여당 지지층이 감당할 수 없는 정계 개편을 하기 위해서이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직접 여론을 조성하고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이 주장에서 미온적 검찰개혁과 비상식적 정계 개편의 동기는 직접 거론되지 않는다. 그러나 언론은 이를 공소 취소와 연임 개헌에서 찾는다. 한겨레(2026년 7월20일치 ‘당원주권주의? 강성 당원에 휘둘리면 정당은 길을 잃는다’)와 조선일보(7월22일치 정우상 칼럼 ‘유시민이 “李 대통령 연임 불가”까지 입에 올린 이유’)가 같은 진단이다. 이들의 해설을 종합하면 ‘이 대통령이 퇴임 후 안전을 얻어내기 위해 정체성을 내다 팔고 있다’는 게 유 전 이사장이 하고 싶은 얘기라는 결론에 이른다.
여기에는 아무 논리적 근거가 없다. 특히 정계 개편과 연임 개헌은 가능하지도 않다. 그런 점에서 이는 가짜뉴스에 가깝다. 그런데도 유 전 이사장에 의해서든 언론이나 유튜브에 의해서든 이런 주장이 가능하고 일부가 이를 받아들이는 건 대체 왜인가? ‘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재명’이라는 밈화된 이미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집권세력 밖에서뿐만 아니라 내부에서까지 이런 식으로 소화된다는 것은 임기 말까지 공소 취소 문제가 대통령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라는 미래를 예고한다. 내부에서 치고 올라올 차기 주자들 역시 현재 권력과의 차별화를 모색할 하나의 포인트로 이 문제를 활용하려 할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의도했든 아니든 이 문을 열어버렸다.
정치의 기본은 약점은 감추고 강점은 드러내는 것이다. 이제 이 대통령의 실용 노선은 그 뒤에 이어지는 게 통치 책임성이냐 공소 취소냐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게 돼버렸다. 대통령이 여기서 빠져나오려면 더 이상 공소 취소를 스스로 쟁점화하지 않는 현명한 정국 운영이 필요하다. 자신과 유관한 과거 사건을 언급하는 일도 더는 없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 밈적 세계관이 지배하는 정치 자체를 집권세력이 스스로 극복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지금 논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얼마나 많은가? 가령 ‘반도체 몰아주기’를 둘러싼 논쟁이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 상황을 볼 때 피해가기 어려운 길이지만, 그게 가져올 미래는 양극화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폭넓게 제기된다. 반도체산업 자체의 고용 창출 효과가 크지 않고, 다른 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정도 역시 낮으며, 인공지능(AI) 도입을 핑계로 한 노동의 파편화와 고용유연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또 앞으로 이런 현상이 심화되리라는 전망이 이를 방증한다. 이 대통령은 반도체 공장 입지와 이른바 ‘엔(n)% 성과급’에 대해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는데, 반도체산업이 노동 의제보다 우선순위가 높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집권세력 내 이견이 이런 대목에서 형성되고 거기서부터 경쟁이 시작된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논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여당 전당대회는 과잉 쟁점화된 개혁 이슈나 신천지 논란 등 자기들끼리만 알아듣는 얘기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 모양새만 보면 정권이 끝날 때까지 이럴 듯하다. 변해야 할 때 변하지 않는 바로 이런 모습이 지금 집권세력의 최대 약점임을 왜 모르는가.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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