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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한동훈, 계산기 끝판왕들의 재등판

‘제3정당’도 ‘보수 재건’도 멋쩍어진 출마 지역… 정치공학 넘어 유권자 설득하는 정치를
등록 2026-04-16 19:49 수정 2026-04-20 13:36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26년 4월14일 국회에서 6월3일 치를 국회의원 재선거의 경기 평택을 지역구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026년 4월14일 국회에서 6월3일 치를 국회의원 재선거의 경기 평택을 지역구 출마를 발표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경기 평택을 재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조 대표는 평택과 그다지 인연이 없기에, 이 선택은 온전히 ‘정치공학적’ 맥락으로 이해된다. 물론 조 대표는 나름대로 명분을 댄다. ‘국힘의힘 제로’라든가 ‘내란 척결’을 위해 선택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설득력이 약하다. 평택을은 조 대표만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은 진보당이 더불어민주당과의 선거연대 대상으로 꼽던 지역이다. 언론 보도를 보면 진보당은 평택을에 김재연 후보를 단일후보로 내세우고, 민주당의 울산시장 후보 단일화 요구에 응하는 그림을 그렸던 것 같다. 그러나 조국혁신당이 울산시장 후보를 내기로 하고 조 대표 역시 평택을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단일화 논의는 조국혁신당도 함께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차려진 선거연대 밥상에 숟가락 얹기

 

조국혁신당에 이런 전략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조 대표의 원내 진입 가능성을 극대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 대표의 당선은 어느 지역구에 출마하든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거나 단일화하는 등 선거연대가 실효적으로 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그러나 합당 논의의 후폭풍 때문에 민주당과의 일대일 선거연대 논의는 쉽지 않다. 그러니 이미 진행되고 있는 다른 선거연대 테이블에 억지로 숟가락을 얹은 것이다. ‘왜 하필 평택을인가’란 질문의 답은 이렇게 볼 때만 속 시원히 낼 수 있다.

민주당이 받지 않으면 그만인 얘기 아닌가? 정청래 지도부 입장에서 그게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사실상의 합당 무산 사태 이후 선거연대를 통해 이후에도 합당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테이블에 앉은 조 대표를 그냥 내칠 수는 없는 이유다. 그렇다고 조 대표를 단일후보로 만드는, ‘짜고 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어렵다. 합당 논의에서 이미 확인했듯, 당내 반발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가 평택을에 누구를 공천하느냐부터 논란은 시작될 것인데, 이 글을 쓰는 시점에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다.

이런 정치공학을 어떻게 봐야 할까? 정치공학 없는 여의도 정치는 없다. 문제는 그것만 보인다는 것이다. 즉, 비전의 문제다. 조 대표가 왜 국회에 가야만 하는지를 유권자가 이미 잘 알고 있다면 정치공학은 부차적 문제로 취급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아니다. 상당수 유권자를 사로잡았던 “3년은 너무 길다”란 슬로건의 유효기간은 이미 끝났다. 즉, 정체성의 문제다. 필요한 때는 ‘제3정당’을 자처하면서, 또 어떤 때는 집권세력 내 당파처럼 행동하며 살기 위한 합당 논의로 달려가는 방식은 유권자에게 어떤 비전도 전달하지 못한다. 그러니 정치공학만 남는 것이다.

 

‘한동훈 대 전재수’ 구도를 노리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마찬가지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출마를 공언하면서 ‘보수 재건’을 말했다. 하지만 그가 정말로 보수를 재건하리라 믿는 사람은 지지자들뿐이다. 한 전 대표가 그간 보여준 것은 보수 재건의 정치적 비전이 아니라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고 약 올리면서 한편으로는 세련된 척하는 ‘기술’이었다. 그건 ‘우리 편’에 유용한 도구일 수 있지만, 무언가의 재건을 책임질 지도자의 덕목일 수는 없다.

한 전 대표는 이번에도 그 한계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부산 북구갑이 부산시장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지역구라는 점에 착안해 ‘한동훈 대 전재수’ 구도를 만들 참이다. 이러면 국민의힘 후보인 박형준 부산시장과의 자연스러운 러닝메이트 효과도 노릴 수 있다. 한 전 대표에게도 역시 필요한 것은 보수 단일화인데, 이는 국민의힘의 장동혁 지도부가 절대 용인하지 않을 기세다. 하지만 보수정당 부산 조직을 아군으로 만들면 중앙의 압박도 벗겨낼 수 있다. 박 시장이 한동훈식 선거 캠페인에 도움을 받는다고 느낀다면 성공이다. 한 전 대표가 ‘까르띠에 시계’를 언급하며 전 전 장관을 공격하는 배경인데, 공학적 계산으로는 근거가 있지만 역시 보수 재건과는 관계없어 보인다.

이런 공세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기본 전략은 지역발전론인데, 집권세력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여당의 기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하정우 청와대 에이아이(AI)미래기획수석의 부산 북구갑 출마론이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식지 않는 게 이런 이유다. 전 전 장관과 지도부가 생각하는 건 ‘전재수가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떠나면서 대통령도 붙잡을 정도의 전문가를 후배라고 데려왔다’는 그림이다. 전재수-하정우 조합으로 지역발전론을 키우면서 민주당 비토 정서를 돌파하겠다는 복안 같다.

묘한 것은 하 수석의 태도이다. 최종 결정은 대통령 몫이라는 식의 주장을 계속하면서 언론 노출을 반복했다. 이런 태도는 대통령이 사실상 출마를 만류한 상황 이후에도 계속됐다. 당의 설득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통령이 “잡고 싶지만 당이 요구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는 상황을 미리 가정한 것처럼 느껴진다. 정치인 출신이 아닌 대통령 참모가 비교적 솔직하게 본인 얘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게 집권세력 차원의 ‘띄우기’에서 진행된 일인지는 조만간 확인되리라 본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2026년 4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2026년 4월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겸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은 지도자다움을, 여당은 주류다움을

 

하여간 지역발전론으로 가닥을 잡았다면 이에 집중해야 한다. 이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것은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위 청문회 같은 일정이다. 박상용 검사의 의도가 의심되는 발언이 담긴 통화 녹취 이후 추가 성과가 있어야 했는데, 냉정하게 말해 그렇게 보기엔 부족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오히려 쌍방울 관계자가 북한 공작원 리호남을 필리핀에서 만났고 방북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북송금 사건을 서울고검으로부터 가져간 2차 종합특검의 특검보가 과거 이 사건 핵심 관계인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방용철 쌍방울 전 부회장의 변호를 모두 맡았던 것으로 드러나 또 다른 잡음이 생겼다. 경향신문은 정작 사건을 가져간 특검이 검사의 진술 회유 의혹 등은 수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특검의 수사 범위는 윤석열·김건희의 개입 의혹이라는 것이다.

계속 이러면 진실 규명은 없고 잡음만 남길 가능성이 커진다. 선거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이라 볼 수 없다. 핵심 지지층을 향한 이슈의 성격상 중도를 겨냥하는 지역발전론의 방향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이재명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민의힘 인사가 조폭 연루설을 퍼뜨려 자신이 2022년 대선에서 패배했는데, 이제 그 인사에 대해 유죄가 확정됐으니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이 갑자기 억울한 마음에 이러진 않았을 거고, 전선유지용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전체 국민이 아닌 자신 혹은 자파를 대변하는 듯한 모습은 선거에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대통령은 지도자다움을, 여당은 주류다움을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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