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25년 7월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선임기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인사청문보고서 재송부를 2025년 7월22일 국회에 요청했을 때만 해도, 그 기한을 7월24일까지로 짧게 잡았을 때만 해도 임명 강행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강선우 후보자는 결국 버티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직전까지만 해도 여당 지도부는 엄호에 나서는 분위기였다. 대통령실이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지명을 철회하면서도 강선우 후보자에 대해선 임명 강행으로 방향을 잡은 것에도 이 영향이 있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강선우 후보자가 현역 의원이기 때문에 안고 가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답하면서 “결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시비에스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고 했다.
하지만 각종 언론 보도에 인용된 의원들의 반응을 보면 부정적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일부 여당 인사가 “일반 직장 내 갑질과 국회의원-보좌관 관계는 다르다”(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갑질에 대한 것도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김현정 원내대변인)라는 등의 논리로 무리하게 방어에 나서면서 여론은 더 악화했다. 강선우 후보자가 성균관대 겸임교수 시절 대선을 치르면서 무단 결강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추가 의혹이 제기될 조짐을 보이자 이런 우려는 더 커졌고, 대통령실에도 이런 반응이 전달됐다는 게 다수 언론의 보도이다. 한겨레는 결국 7월23일 오후 2시쯤 김현지 총무비서관이 강선우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진사퇴를 권했다고 보도했다. 2시30분쯤 강선우 후보자는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여의도에선 장관 후보자의 경우 자진사퇴 역시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만 할 수 없는 것으로 여긴다. 자진사퇴 자체가 정치적 변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실의 공식 반응과 별개로 자진사퇴 과정에 권력 핵심부의 의중이 개입됐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어찌 됐건 논란의 인사를 정리했다는 면에서 강선우 후보자의 자진사퇴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과정이 노출한 혼란상에 대해선 짚고 넘어가야 한다. 강선우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에 이르게 된 것은 애초에 장관 임명 강행이 무리였기 때문이다. 갑질 의혹이 있으면 안 됐고, 의혹이 제기됐더라도 제대로 대응해야 했으며, 대응이 제대로 안 됐더라도 의도한 바를 이루고 싶었다면 이후 사태를 생산적으로 만회하는 정치가 작동해야 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와 이후 이어진 여당의 대응은 추가 논란만 낳았다.
무엇보다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는 게 문제다. 앞서 7월22일 사퇴한 강준욱 전 국민통합비서관의 사례가 그렇다. 지난 대선에서 ‘중도보수’를 표방하며, 통치를 걷어차버린 보수정치를 대신해 국가 운영을 책임지는 세력으로서 ‘상대 팀 선수’를 비서관으로 기용해 국민 통합에 기여하겠다는 발상은 좋다. 하지만 그게 12·3 내란을 정당화하는 수준까지 가서는 안 된다. 강준욱 전 비서관은 내란을 정당화했을 뿐만 아니라 ‘극우’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세계관을 온라인상에 전시해온 인물이다. 민주정부에서 당연히 이러한 인사는 기용될 수 없고 직을 유지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게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과거보다는 현재 입장이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대응했다. 경질이나 사퇴를 전제한다고 보기 어려운 반응에 의문이 커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대선 때부터 따로 회동한 언론계 출신 보수 유력 인사가 강준욱 전 비서관에 대해 “나도 추천했다”고 밝히면서 의문을 풀 유력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추천받고 진행한 인사라는 점에서 검증과 이후 대응에 부담이 있었지 않냐는 거다.
여기서 바로 연상할 수 있는 것은 인사 검증 시스템의 부재다. 이 정부는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정권 초기 시스템의 혼란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더군다나 취임 초기 인사 검증을 담당했어야 할 민정수석을 둘러싼 혼란이 이미 불거진 바도 있다. 이런 사정 때문인지 인사 검증의 경우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측근 인사들이 거의 전담하다시피 하는 구조였다고 다수 언론은 지적한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안 되는 이유’보다는 ‘되는 이유’, 즉 정당화에 초점을 맞추는 검증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내란을 옹호하는 내용의 책까지 출간한 인물이라는 ‘안 되는 이유’보다는, 생각과 철학이 다른 진영 밖의 인물이라는 ‘되는 이유’만 본 것이 아닐까? 강선우 후보자 문제에 대한 대처가 매끄럽지 않고 타이밍이 늦어진 이유도 넓게 보면 이러한 인사 검증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인사 검증 시스템이 보완돼야 할 방향은 명확해진다. ‘되는 이유’ 외의 ‘안 되는 이유’를 좀더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역대 민주정부는 인사 검증 문제를 인사수석이나 인사위원회 등 시스템으로 해결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반면 보수 정부는 시스템을 활용하기보다는 임의적·편의적 방식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어느 정부에서나 인사 잡음은 있었지만 어느 쪽이 그나마 상식적이고 안정적이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스템 정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강선우 후보자 사퇴로 끝내지 말아야 할 논의가 한 가지 더 있다. 그것은 국회의 국회의원 보좌진 처우 문제다. 물론 보좌진에 해당하는 인력도 그들 나름이어서 이들을 약자로만 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직급이 낮은 보좌진은 구조적으로 갑질 등에 노출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는 어느 정당이든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번에 문제가 제기된 김에 인사와 별개로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집권 세력이 마련해 제도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의도 정치를 논할 때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정치공학으로 봐도 이런 후속 조처는 꼭 필요한데, 강선우 후보자에 대한 옹호 논리를 대는 과정에서 여당 인사들의 무리수가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그냥 뭉개고 넘어가면 이후 ‘갑질 세력’ 등의 정치 공세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지금이야 상대편의 이런 공세가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전 민주정권에서 ‘내로남불’이나 ‘위선’ ‘공정과 상식’ 등으로 경험해봤듯 집요한 프레임 전략은 언젠가는 먹혀들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빌미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가족부를 더욱 여성가족부답게 운영할 후임 인사를 찾는 것도 이 맥락에서 꼭 필요하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지만, 뭐든 거저 되는 일은 없는 법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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