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양희 교수가 2025년 4월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류우종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전쟁’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5월5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향후 2주 안에 의약품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4월2일 185개국을 대상으로 거의 모든 수입품에 ‘보편관세 10%+최대 50% 상호관세’를 물게 하겠다고 발표한 지 한 달여 만이다. 국내에서는 내란이 종식되지 않아 혼란한데 국외에서는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벌어져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이다.
통상전문가이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정책자문 그룹 ‘성장과통합’의 공동대표인 김양희 대구대 교수(경제금융통상학)는 4월29일과 5월7일 두 차례 한겨레21과 한 인터뷰에서 지금은 “최대 위기”라고 경고했다. 수많은 우려에도 미국과의 협의를 서두르다 결국 대선에 출마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공직을 사유화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이 4월 기준 사상 최대 무역 적자를 기록했는데도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힘이 쇠퇴했다고 해도 아직 트럼프가 지닌 힘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백악관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공개한 관세 대상국이 185개국이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 166개보다 많고 유엔(UN) 회원국 193개보단 단 8개 적은 숫자다. 남수단과 같은 최빈국부터 오스트레일리아의 무인도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까지 관세를 부과했다. 자비 없고 잔혹하다. 왜 그랬을까. 중국의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을 막을 방법을 총동원하겠다는 뜻이다. 궁극적인 과녁은 중국을 향한다. 일단 모두에게 커다란 돌덩이를 올려놓고 중국과 헤어지는지 마는지 대응을 봐가며 돌덩이를 빼주는 식이다. 그걸 할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 미국뿐이다. 미국은 중국이 베트남을 우회해 미국에 수출한 걸 알기에 베트남에 41%나 되는 관세를 부과했고 베트남은 우회 수출을 철저히 막겠다, 원산지 확실하게 하겠으니 관세를 철회해달라고 했다.”
―미국 움직임에 특징이 있나?
“세 가지다. 유례없는 전면전, 기존의 다자 무역 질서의 전복 시도, 트럼프 정부의 오락가락 좌충우돌 관세조치로 인한 고도의 불확실성이다. 이렇게 무모한 전면전을 벌인다는 것은 그만큼 트럼프의 위기의식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는 기존의 허울뿐인 자유무역 기조가 중국을 도와주고 미국의 제조업을 망쳤다는 문제의식이 아주 강하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고강도의 파격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자유무역은 나쁜 것이고 무역 적자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전후에 미국이 스스로 만들어낸 다자 무역 질서를 전복시키려 한다. 특히 상호관세는 관세·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최혜국대우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 그래서 미국은 국제규범 위반 소지를 피하고자 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운다. 게다가 안 그래도 정책 논리가 취약한데 자주 말을 바꾸면서 관세조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웠다. 5월5일(현지시각)에도 수입 영화에 100% 관세를 물겠다고 했다가 반발에 밀려 철회했다. 이렇게 되면 현실에서 작동 가능하지 않다.”
―관세 적용을 90일 유예한 상태다. 90일 후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상호관세 부과에 국채 금리가 폭등(국채 가격이 폭락)했으니, 90일 유예 이후에도 이전 수준의 상호관세를 강행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에서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기업대출 등을 적용하는 금리의 기준이 된다. 특히 국채 가격의 변동은 미국의 대표적 퇴직연금제도인 401(k)의 수익률에도 직결된다. 국채 가격이 하락해서 401(k) 평균 수익률이 3월 마지막 주에 2.1% 하락했다. 미국의 50대 이상 은퇴 예정자들에게 401(k)은 매우 중요한 노후 대비 자산이자 은퇴자들의 중요 수입원이다. 이건 역린을 건드리는 것과 같다. 현재 미국 국채, 주가, 달러가 모두 ‘트리플 약세’라는 것은 관세조치에 대한 불확실성을 넘어, 미국 자체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는 의미다. 그래서 상호관세 등을 온전히 되돌리지는 못하나 사실상 이것저것 예외규정을 만들거나 해서 형해화시키는 방향이 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이를 두고 트럼프의 관세조치가 치즈 사이에 큰 구멍이 여기저기 펑펑 나 있는 ‘스위스 치즈’가 될 것이란 비유가 떠돈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90일 유예’가 결정된 과정을 보자. 백악관에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처럼 월가 출신의 신자유주의자로 금융 지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사들이 있다. 다른 한쪽에는 제이디(J.D.) 밴스 부통령,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고문 등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주의자’들이 있는데 상호 치열한 권력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한동안 마가주의자들에게 힘이 쏠려 있었다. 그러던 중 4월9일 상호관세 발효로 국채 금리가 급등하자 베선트 장관과 러트닉 장관이 합심해 나바로 고문이 마침 백악관 자리를 비운 걸 확인하고 대통령에게 달려가 금융시장의 패닉 상태를 알렸다. 마침내 대통령 설득에 성공했으나 그가 행여 마음을 바꿀까봐 ‘90일 유예’를 엑스(X)에 발표할 때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트럼프가 베선트 장관에게 관세 협상의 전권을 맡긴 상태고 그래서 그가 일본과 한국도 맡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들이 관세조치의 정책논리와 작동가능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존재한다.”

김양희 교수가 2025년 4월29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류우종 기자
―정작 중국은 느긋하다.
“트럼프는 조바심이 나는 상황이다. 중국은 트럼프 1기 때 미-중 무역전쟁을 겪으면서 서서히 수출시장 다각화로 대미 의존도를 줄여왔다. 중국이 원하는 첨단 제품은 어차피 수출 규제에 막혀 있어 고관세도 버틸 만하다. 미국의 고관세는 오히려 중국의 기술 자립을 도울 수 있다. 정치 체제 면에서도 중국이 미국보다 버티기에 유리하다. 서로 전화를 했네 안 했네 진실게임을 하다가 드디어 스위스에서 첫 만남을 갖게 됐다. 이를 두고 중국은 미국이 하도 조르니까 할 수 없이 ‘접촉’해주는 것이라고 만남의 의미를 평가절하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과 적대관계를 이어가겠지만, 동맹이나 우방이 미-중 사이에서 누구 편을 드느냐가 문제다. 트럼프식 전면전은 우방까지도 미국과 헤어질 결심을 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안보 문제도 그렇다. 냉정히,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니다. 그러나 관세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미국뿐 아니라 모두가 패자가 된다.”
―4월24일(현지시각) 한-미 재무·통상 수장이 만나 7월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위한 ‘7월 패키지’를 마련하기로 했다.
“뭘 하고 온 건가. 우리 쪽에서 60명이나 갔으면 미국의 요구를 잘 듣고 왔어야 했다. 하지만 우리 얘기만 하고 온 것 같다. 한덕수 권한대행은 어느 나라 총리인가 헷갈릴 정도로 미국에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했다. 결국 그는 엄중한 경기의 심판자 역할을 내치고 경기장으로 뛰쳐나가 선수로 돌변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사익을 위해 공직을 이용한 것이다. 공직자로서 무능과 무책임의 극치다.”
―일본의 협상은 어땠나
“우리와 유사한 처지인 일본의 대응은 우리와 대조적이다. 첫째, 일본은 첫 회담에서 이 협상이 국제 규범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미국 쪽의 상호관세 계산 방식이 비합리적이라고 따지는 등 일본 쪽의 명분과 원칙을 밝혔다. 둘째, 일본은 이번 방미 목적이 미국의 의도 파악임을 분명히 했다. 셋째, 지연 전략이다. 90일 유예기간 내 타결을 표방하되, 실제로는 지연 가능성이 크다. 제2차 미-일 협상에서는 일본이 의외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양쪽이 평행선을 달렸다.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은 미국 쪽에 쉽게 양보하기 힘든 상황이라 협상 난항이 예상된다. 심지어 일본 재무장관은 국채도 협상카드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했다. 사실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이끌어낸 미 국채 대량 투매국은 중국이 아니라 일본이었다. 우리도 일본의 국채 카드와 같은 ‘결정적인 한 방’을 준비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미국 내 움직임이 최대 변수다. 특히 국채 금리 변동과 인플레이션 동향에 대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 이들조차 관세 전쟁에 반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과녁이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관세조치는 확정되지 않았다. 90일 이후 어떻게 될지 트럼프도 장담 못한다. 우리가 대비해야 하는 건 관세전쟁만이 아니다. 트럼프로 상징되는 전혀 다른 세계에 긴 호흡으로 대비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삼중 위기에 직면했다. 먼저 대외환경 위기다. 전후 미국이 씌워준 ‘안보’와 ‘시장’, 두 개의 우산을 상수로 생각했으나 이제는 변수가 되었다. 국내 정치와 경제도 위기다. 12·3 계엄이 초래한 헌정민주주의 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종전의 경제성장 모델은 구조적 한계에 봉착했다. 따라서 지금은 추상적 국익이 아닌 매우 구체적으로 국익을 정의하고 이를 혼돈과 격변의 시대를 헤쳐나가는 나침반으로 삼아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경제안보적 정체성에서 출발해보자.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 제조업 강국이자 수출 대국이고 세계 13위 경제 대국이다. 이번에도 확인했듯이 민주주의 강국이며 자주국방의 잠재력을 지녔고 문화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중견국이다. 다른 한편,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고 제조 생태계의 지반 침하가 심각하다. 지정학적 단층선에 위치해 안보 위기가 상시화되었으나 외교 역량은 취약한 약점을 안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경제안보적 정체성에 기반한 강점을 최대화하고 약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익이 된다. 그게 다름 아닌 한국형 경제안보전략의 목표다. 관세 전쟁도 이러한 큰 그림하에서 대응해야 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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