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김동연 후보 캠프 제공
건장한 체격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청년이 있었습니다. 어려서부터 참 정직했습니다. 중학생 때 친구들과 과외를 하는데, 첫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문제집 뒤에 있는 답안지를 다 뜯으라고 했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그 답안지를 모아 한 학생에게 보관하라고 했답니다. 바로 이 청년입니다. 그만큼 정직했다고, 그때 그 친구들은 지금도 이야기를 합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힘들어도 피하지 않고, 친구들과 만날 때는 한 명 한 명 세심한 배려를 하는 청년이었습니다. 국제관계를 전공으로 택해 미국에서 홀로 공부했고, 국외 오지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제기구에 자리를 얻어 힘차게 날아오를 채비를 갖췄던 청년에게 갑자기 병마가 찾아왔습니다. 결국, 스물일곱 해 다섯 달의 짧은 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버지는 그 청년을 너무나 사랑했습니다. 아들에게 더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싶었습니다. 정직해라, 예의를 갖춰라, 절약해라, 열심히 공부해라, 규칙적으로 생활해라, 약속은 반드시 지켜라…. 자신이 겪었던 힘든 환경이나 어려움이 ‘위장된 축복’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는, 아들도 그 단편을 조금이나마 경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하면서 사람과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그만큼 더 성숙해질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 아버지는 틀렸습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나고 난 뒤 수없이 자책하며 울었습니다. 내가 겪었던 경험이 얼마나 대단한 거라고. 정답도 아닌데. 왜 그렇게까지 엄하게. 그 나이 때의 나보다 훨씬 더 성실하고 반듯한 청년이었는데. 전적으로 믿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도 충분히 잘했을 텐데.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얘기하고,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더 많이….
그 아버지는 자신의 경험, 자신의 틀에 갇혀 더 중요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아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지켜봐 주지 못했고, 자꾸만 자신이 살아온 삶의 잣대를 갖다 댔습니다. 말로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정작 보이는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습니다.
모두 틀렸습니다. 그 아버지가 바로 접니다.
마음껏 도전하라. 자신만의 답을 찾고 하고 싶은 일을 해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 그에게 해주지 못했던 말들은 이제 그를 닮은 수많은 청년에게 해주고 있습니다.
저는 정말 못난 아버지입니다. 그를 다시 만나는 것이 저의 간절한 꿈이고, 그럴 수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라도, 어떻게 해서라도 바로 가고 싶습니다.
그렇게 그를 다시 만나면 꼭 말해주고 싶습니다.
내가 틀렸었다고. 많이 미안했다고. 정말 사랑한다고.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1957년 충청북도 음성 출생.
제26회 행정고시 합격(1982), 국무조정실장, 제15대 아주대학교 총장, 기획재정부 장관(경제부총리), 경기도지사(2022년 7월~)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이 대통령, 국힘 이혜훈 첫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

‘갔던 데가 천정궁인지 몰라’ 나경원에 최민희 “이따위 허접한 변명을…”

조갑제 “윤석열 ‘아내 없어 집 안 가’ 진술, 유일하게 진정성 느껴져”

국힘 격앙 ‘이혜훈 제명’ 돌입…“일제 부역 행위와 같아”

이 대통령, 김성식 전 의원 ‘장관급’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임명

국힘, 이혜훈 예산처 장관 후보자 제명 “이 대통령과 협잡…최악의 해당행위”

“구속 만기 돼도 집에 안 갈 테니”…윤석열, 최후진술서 1시간 읍소

강훈식 “대전·충남 통합 추진, 국힘 45명이 저를 위해 발의했단 거냐”
![윤석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 윤석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28/53_17668955612172_20251228500976.jpg)
윤석열,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여기면 [아침햇발]

‘파격 지명’ 이혜훈 “민생은 정파·이념 떠나 협력하는 게 소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