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이재명 구속영장, 망신주기냐 ‘방탄’깨기냐

헌정사상 첫 제1야당 대표 구속영장 청구…검찰 “불법 정경유착” 날세워
‘천화동인 1호’ 지분 428억원 수뢰 혐의는 구속영장에 포함 안 돼
등록 2023-02-18 00:48 수정 2023-02-18 00:52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023년 2월16일 이재명 대표에 대해 배임 및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성남FC 후원금 의혹이 주된 혐의 내용이다. 그동안 검찰이 강도 높게 수사해온 여러 사건의 ‘몸통’이자 ‘윗선’인 이재명 대표를 구속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특히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지방권력과 부동산 개발업자의 불법 정경유착” “지역토착비리로 극히 중대한 사안”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재명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검찰총장이 이런 발언을 내놓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쪽은 격앙된 분위기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사사로운 정적 제거 욕망에 법치주의가 무너져내린 날”이라며 “단 한 점의 부정행위를 한 바가 없고 부정한 돈 단 한 푼 취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이 주장하는 구속 필요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일거수일투족이 지금처럼 생중계되는 제가 가족을 버리고 도망하겠는가. 사상 최대 규모의 수사진에 의한 수년간의 수사, 백 번도 넘는 압수수색에 수백 명의 관련자 조사를 다 마쳤는데 인멸할 수 있는 증거가 남아 있기나 한가.”

‘체포동의안 부결’도 감수한 검찰의 노림수

검찰은 구속영장에서 이 대표의 혐의를 소상히 밝혔다. 검찰의 노림수는 분명해 보인다. 현직 국회의원인 이 대표를 구속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통과돼야 한다. 민주당 의석(169석)이 과반인 상황에서 체포동의안은 부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 구속영장을 통해 검찰이 밝힌 바대로라면, 이렇게 무거운 범죄를 저지르고도 ‘방탄국회’ 덕분에 이 대표가 구속을 면했다는 부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실제로 검찰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혐의에 대해 “지자체장을 위시한 지역토착세력이 민간업자, 대기업과 유착된 전형적이고 고질적인 지역토착범죄”라고 말했다.

검찰이 밝힌 범죄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민간업자와 유착한 혐의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4년 8월 김만배 전 기자, 남욱 변호사 등 이른바 ‘대장동 일당’과 짜고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마땅히 가져갔어야 할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 가운데 4895억원만큼의 손해를 끼쳤다”(배임 혐의)고 밝혔다. 또한 이 대표는 2013년 11월~2018년 1월 위례신도시 개발사업과 관련해 내부 정보를 이용해 남욱 변호사 등의 민간업자를 시행자로, 호반건설을 시공사로 선정되도록 해서 이들이 211억원의 부당이익을 얻도록 한 혐의(옛 부패방지법 위반)도 받고 있다. 2014년 8월 대장동 사업 과정에서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김만배 등 민간업자들이 이익을 챙기도록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도 적용했다.

둘째, 대기업과 유착한 혐의다. 검찰은 “2015년 6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 기업에 인허가 등을 대가로 성남시 소유 축구단인 제3자(성남FC)에게 133억5천만원을 내도록 했다”(제3자 뇌물죄)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구조적인 부정부패 범죄이자 죄질,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취득 이익이 막대하며 중형이 예상되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상·김용→이재명’ 연결고리는 헐거워

그런데 이러한 혐의 자체는 그동안 언론 보도나 다른 사건의 재판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이다. 이재명 대표 쪽이 적극 반박하는 혐의이기도 하다. 4895억원 배임 혐의만 하더라도, 이 대표 쪽은 다른 계산법을 제시한다. “얼마나 이익이 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인한 손해(리스크)에 대비해 ‘사전 확정이익 환수’ 방식을 도입했다. 사업배당이익 1822억원을 비롯해 공원, 지하주차장, 터널 등을 조성하도록 해 개발이익금 5503억원을 오히려 환수했다”는 주장이다. 성남FC 제3자 뇌물 혐의와 관련해서도, 이 대표 쪽은 “성남FC가 실제 광고를 해주고 받은 광고비일 뿐 후원금이 아니며, 이 같은 광고비는 연간 40회 이상 경기와 중계방송 등을 통한 광고 효과, 다른 시민구단의 광고 실태를 고려하면 과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특히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428억원의 ‘뒷돈’을 받기로 약속받았다는 혐의(부정처사 후 수뢰)가 구속영장에서 빠진 점은 논란을 부른다. 그동안 검찰 안팎에서는 김만배의 ‘천화동인 1호’ 지분 가운데 일부인 428억원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받기로 약정받았고, 이 돈의 실소유주가 이재명 대표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정진상과 김용은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만약 이 대표가 민간업자와 유착했다면, 유착의 가장 강력한 동기가 되는 428억원이 누구에게 어떻게 흘러갔는지가 밝혀져야 한다.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16일 청구했다. 검찰이 제1야당의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검찰이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16일 청구했다. 검찰이 제1야당의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연합뉴스

검사장 출신 ㄱ변호사는 “428억원 뇌물 약속이 (구속영장에서) 빠졌다는 것은 범죄 혐의 흐름에서 이재명 대표의 직전 단계인 ‘정진상·김용’에서 ‘이재명’으로의 연결이 그만큼 애매하다는 의미 아니겠냐”라며 “다른 혐의도 언론에 나온 얘기를 보면 ‘정진상·김용은 이재명의 분신이니까 이재명이 시켰을 것’ ‘성남시장이 서류에 사인했으니 알았을 것’이라는 식인데, 자칫 법정에서 ‘유죄 추정의 원칙이냐’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지금까지 나온 것보다 직접적인 증거를 낼 수 있을지가 (428억원 관련 혐의를 입증하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와 관련해 검사장 출신 ㄴ변호사는 “총장이 특정 사건에 입장을 낸 건 처음 본다. 자기 운명을 (이 정부에) 걸겠다는 의미로 읽힌다”고 말했다.

이런 ‘다 걸기’ 영장청구 다음 단계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처리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참석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체포되는 특권을 가졌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가져 체포동의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지만, 비밀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검찰총장의 ‘다 걸기’는 성공할까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가 불체포특권을 버리고 직접 영장실질심사를 받거나 민주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당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표가 지난 대선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체포동의안 가결 절차를 통하기보다 직접 나가서 영장심사를 받는 게 깔끔하다”고 했다.

반면 변호사 출신인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뇌물이나 업무상 배임 같은 사건은 나중에 무죄가 나오더라도 처음엔 (다른 사람의) 진술만 가지고 구속되는 경우가 많다. 검찰이 오랫동안 수사한 사건을 가지고 법원을 설득하니 구속될 위험이 큰 셈인데, 이런 법조 관행을 볼 때 영장실질심사를 그냥 가서 받으라는 건 현실을 도외시한 비판”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 요구서는 2월24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가능성이 크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