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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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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전체가 공사판 되겠네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의 4·7 재보궐선거 부동산 정책 평가
등록 2021-04-02 18:15 수정 2021-04-03 05:26

서울 은평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오영진(35·가명)씨는 4월7일 치르는 재보궐선거에서 서울시장 후보들의 부동산 공약을 꼼꼼히 살피고 있다. 2022년 초 결혼을 앞둔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폭등한 집값 때문에 예산에 맞는 전세 구하기도 어려워 반전세까지 고려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킬 사람을 뽑고 싶은데 눈에 띄는 후보가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자기 집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오씨의 말은 통계로도 드러난다. 실제 서울에 자가 보유 비율은 42.7%(2019년 통계청)뿐이다. “서울은 세입자의 도시”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는 서울 집값이 급등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까지 발생해 부동산 공약이 더 중요해졌지만, 서울시장 후보들의 주거·부동산 공약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불충분” “우려” “아쉬움” “부작용 예상” 등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평가 기준은 △집값 안정 △자산 불평등 완화 △세입자 보호 강화 △공공임대주택 확대 등 4가지다. 평가는 참여연대, 민달팽이유니온 등 주거권 향상을 위해 활동해온 50여 개 단체가 참여한 ‘집걱정없는 서울만들기 선거네트워크’(집걱정없는 서울넷)가 했다. 평가 대상엔 후보자들의 정책과 언론 인터뷰, 토론회 발언 등을 포함했다.

“2006년 회귀, 오세훈 낙제점”

평당 가격이 4천만원까지 치솟은 서울 아파트 가격 안정화 대안으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주택 공급’ 공약을 냈다. 박 후보는 토지임대부(공공이 가진 땅에 주택만 분양)나 지분적립형 주택(분양가 일부만 낸 뒤 거주하며 나머지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평당 1천만원짜리 반값 아파트 30만 가구를, 오 후보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로 민간분양 18만5천 가구, 민간토지 임차형 공공주택인 상생주택 7만 가구 등 총 3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두 후보의 주택 공급 공약에 대해 평가단은 “서울시 전역이 공사판이 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경쟁적으로 공급 계획을 제시했지만, 대규모 택지가 고갈된 서울에서 5년 내 수십만 가구 공급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박 후보의 공공주택 공급 방식은 집값 안정에 긍정적이라고 평했지만,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입장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공공 주도 재개발·재건축 방식을 제시하면서도, 강남 재건축과 관련해서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 완화 발언을 한 탓이다.

오 후보에 대해선 더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재건축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민간 재개발 활성화 등 그의 공약이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특히 오 후보가 2021년 2월 한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민간의 활력을 이용하려고 하면 처음엔 부작용이 난다. 민간에 기대가 생기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고 한 발언을 두곤 “초기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가단은 “2006년 서울시장 재임 시절로 되돌아간 듯하다”며 “민간 시장에 대한 맹신, 부동산 가격 상승 부작용 간과, 뉴타운사업 반성적 성찰 부재”라며 낙제점을 줬다.

‘자산 불평등 완화’ 항목에 대해 박 후보는 “공급 외 특별한 대책을 제시한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가에 참여한 박은선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활동가는 “정부·여당이 부동산 가격 급등 문제로 시민들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자, 주거·부동산 이슈를 크게 부각하지 않으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평가단은 박 후보의 공약 중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 공공기관 전 직원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조사해 엄중 조처, 부동산 거래 신고제 시행, 이해충돌 방지 조례 제정, 가칭 ‘부동산감독원’ 설치 등을 긍정적으로 봤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종합부동산세 지방세화, 재산세율 인하를 내세운 오 후보는 집값 안정 항목에 이어 또 낙제점을 받았다. 오 후보의 공약이 자산 불평등, 지역 불평등을 강화하고 고착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에 평가단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박영선, 공급 외 대책 없다”

세입자 보호 항목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은 박 후보, 오 후보한테는 모두 “정책 소홀”이라는 평가가 내려졌다. 평가단은 특히 2012년과 2016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던 박 후보가 이에 대한 공약이 없는 점은 “유감”이라고 했다. 박 후보는 21분 교통거리 안에서 직장·보육·보건의료·쇼핑 등을 해결하는 ‘21분 콤팩트 도시’ 공약에도 상가 임차인 등의 대책을 함께 넣지 않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가 공약으로 낸 토지임대부 및 지분적립형 공공주택 공급 방식은 투기적 구매 요인을 억제하고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공약 자체는 긍정적인 평을 받았다. 그러나 공공임대주택 외 주거비 지원, 주택 품질 확보 등 정책이 없어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오 후보의 공약에서 세입자를 위한 공약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김솔아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은 “서울시 거주 가구 중 민간임대주택에 사는 비율이 50%가 넘는데도, 주택임대차 계약 갱신권 확대, 임대료 상한율 제한 등 임차권 강화를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은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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