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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어렵고, 분당 안 되고 ‘고민의 당’ 될라

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바른정당과 통합 둘러싼 내홍 깊어지는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의 탈당도 여의치 않아 어정쩡한 봉합 이어질 듯
등록 2017-11-29 10:53 수정 2020-05-03 04:28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1월14일 오후 국회에서 손을 잡고 있다. 유 대표가 신임 인사차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았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1월14일 오후 국회에서 손을 잡고 있다. 유 대표가 신임 인사차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았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안철수’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앞서 바른정당을 떠나간 자, 남은 자들이 ‘민심’을 언급했듯, 현재의 정계 개편은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진행 중이다. 바른정당은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중도라는 제3지대에서, 거대 양당의 구심력을 버티지 못했다. 결국 바른정당은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잃은 채 11석의 군소 정당으로 찌그러들었다.

남은 것은 국민의당이다. 현재 정치 지형이 고착화하면 내년 지방선거는 필패다. 안철수 당대표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의 중도 통합으로 현재 정치 지형에 변화를 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당 싱크탱크인 국민정책연구원은 10월18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하면 지지율 19.7%로 자유한국당을 제치고 2위가 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론조사의 배후로 보이는 안 대표는 “제3의 길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굉장히 높다는 것을 확인했던 여론조사”라며 반겼다. 곧이어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정운천 최고위원을 만나며 양당 통합에 시동을 걸었다.

보수 향한 안철수의 구애

안 대표는 11월16일 덕성여대 특강에선 바른정당 분당 사태를 언급하며 “제3지대 합리적 개혁정당의 정체성을 가진 두 당이 분산되면 둘 다 생존하기 힘들다. (바른정당과) 연대 내지는 통합으로 가는 것이 우리가 처음 정당을 만들었을 때 추구한 방향과 같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의 구상은 이미 정책 연대라는 모양으로 실행되고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11월3일 방송법 개정안과 규제프리존법 통과 등 6개 공동 입법 사항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정책 연대에 나섰다.

안 대표의 통합 의지가 사실 ‘보수를 향한 구애’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치공학적으로 보자면 중도는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다. 중도 지향의 표는 정치 상황이 진보 또는 보수로 확 쏠릴 경우 대세를 따르는 경향을 보여왔다. 중도라는 흔들리는 민심에 터잡는다는 것은 정치인으로서는 기약 없는 어음을 떠안는 격이다. 안 대표가 바른정당이라는 중도보수와 그 너머 자유한국당까지 연대의 대상으로 바라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당은 11월21일 바른정당과 ‘통합’에 찬반 의견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끝장토론’을 벌였다. 최명길·이언주 의원 등 중도보수에 가까운 ‘친안철수’ 세력은 바른정당과 통합에 찬성, 정동영·천정배 의원 등 중도진보에 가까운 ‘반안철수’ 세력은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의원총회는 서로 이견만 확인한 채 똑 부러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러나 통합을 향한 안 대표의 행보는 이어지고 있다. ‘중도 통합’에 대한 안 대표의 의지는 끝장토론 전날인 11월20일 당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도 확인된다. 그는 “대한민국의 당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이념과 진영세력이 아닌 강력한 중도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 연대와 통합을 통해 국민의당은 3당에서 2당으로 나아갈 수 있다. 2당이 되면 집권당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 길이 국민의당을 우뚝 세워주신 국민의 뜻에 보답하는 길이자 그 자체가 정치혁명이 될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또 11월23일엔 호남 중진의원들의 만류를 꺾고 원외지역위원장 간담회를 강행했다. 본격적으로 통합을 위한 여론을 모으려 나선 것이다. 전체 195명 가운데 80여 명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는 이틀 전 의총과 달리 통합론으로 귀결됐다. 반대 의견조차 “통합은 무리다. 선거연대만 하자”는 수준에 머물렀다.

박지원, 천정배, 정동영 등 호남 중진 의원들이 주축이 된 ‘평화개혁연대’는 통합 불가론을 고수하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는 11월16일 교통방송(TBS) 라디오에서 “(바른정당과 연대·통합 논의는) 명분상도 그렇고 정치적 실리 면에서도 조금 저능아들이 하는 것 아닌가”라며 안 대표를 비난했다. 그는 11월23일엔 안 대표의 ‘정치적 미숙함’을 비꼬며 “이유식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도 했다. 정동영 의원 역시 11월21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에서 “(안철수 대표는) 부질없는 보수 통합 버리고 선거제도 개혁에 정치 생명을 걸어라”고 주문했다.

결국 안 대표의 통합론과 이에 저항하는 호남 중진 의원들의 갈등은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대선 직후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의 당내 갈등에 대해 “가치와 지지 기반, 권력투쟁 등 여러 요소가 중층적으로 얽혀 있다”고 설명했다.

세 불리기 들어간 반통합파

통합론을 지지하는 ‘친안’과 불가론을 고수하는 ‘반안’ 사이에는 화해하기 힘든 이념적 차이가 분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북 정책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는 “호남계 의원들에겐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정체성의) 상징과도 같은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만약 두 당이 합친다면 정체성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북관은 결국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인식과 호남이라는 지역 기반과도 연결된다. 호남을 지역구로 둔 현역 국회의원들은 통합 반대에 가깝고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원외위원장과 당원들은 통합 찬성에 가깝다.

한 걸음 더 나아가보면, 양자 사이엔 바른정당에 대한 인식 차도 상당하다. ‘친안’인 이언주 의원은 11월23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바른정당을 “오른쪽에서 유신독재 잔존 세력, 산업화 세력에 저항하면서 낡은 보수를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자는” 세력이라고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이에 견줘 천정배 의원은 11월21일 오전 기자들에게 배포한 서면 발언에서 바른정당을 “국가 대개혁을 저지하려는 기득권 정당”으로 규정하며 “이 시대 최악의 적폐인 냉전적 안보관을 고수하고 호남을 겨냥한 지역차별적 자세에 여전히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안 세력은 바른정당이 아닌 더불어민주당과 적폐를 함께 뿌리 뽑기 위해 ‘개혁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합 찬반 세력 양쪽의 규모는 확실치 않다. 서로 자신이 유리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끝장토론 다음날인 11월22일 가톨릭평화방송(CPBC)에 출연해 “어제 30명의 의원이 발언을 했는데 통합을 찬성하는 사람은 아홉 분이었고, 20명은 ‘통합 논의를 여기서 중단하자’고 했다. 그 분위기를 알지 않겠냐”고 말했다. 통합 반대 세력이 찬성보다 두 배 이상 크다는 의미다.

친안 쪽은 정반대 주장을 폈다. 최명길 의원은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의원총회 결과를 언론에 잘못 전하는 분들이 계시다. 의원의 3분의 2는 통합에 반대했다는 인터뷰가 나오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며 “연대·통합 찬성이 26명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제가 메모한 것을 갖고 있다. 분위기를 왜곡하는 말을 서로 자제하는 게 좋겠다”고 날을 세웠다.

통합 찬반 세력의 ‘아전인수’
국민의당 진로에 대한 ‘끝장토론’이 논의될 의원총회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려 의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국민의당 진로에 대한 ‘끝장토론’이 논의될 의원총회가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려 의원들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겨레 강창광 기자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원내와 달리 일반 당원들은 통합 찬성에 무게를 두는 편이다. 국민의당이 권리당원 1500명에게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해 11월19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국민의당이 타 당과 연대가 필요하다면 어느 당과 우선 연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절반에 가까운 49.9%가 ‘바른정당’이라고 응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을 꼽은 이들은 30.3%였고, 정의당(4.8%), 자유한국당(4.3%) 등이 뒤를 이었다. ‘바른정당과 연대나 통합을 한다면 어느 수준까지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2.2%가 ‘통합’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선거 연대(27.5), 정책 연대(21.9%), 잘 모름(8.4%) 순으로 나타났다.

물론 현재 국민의당 내 갈등이 당장 대규모 탈당이나 분당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 사람은 드물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분당을 하려면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민주당이 갈라질 때는 안철수라는 에너지가 있었지만 지금 국민의당에는 그런 에너지가 없다”고 말했다. 최창렬 교수 역시 “호남계 의원들이 탈당한다고 해도 당을 꾸릴 만한 명분이 없고 민주당으로 입당할 수도 없어서 당분간 봉합 상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호남 중진 중 온건파로 꼽히는 박주선 의원은 11월21일 비공개 의원총회장 앞에서 기다리는 기자들에게 다가와 끝장토론에서 자신이 발표했던 말을 전했다. “여기서 갈라져 헤어져서는 안 된다. 국민과의 약속이 있고 앞으로 할 소임과 역할이 있는데 다당제는 몇 개월간의 정치 실험의 제도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박 의원은 기자들에게 “우려할 만한 일(분당)은 안 벌어질 것이다”라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친안’과 ‘반안’이 정체성과 현실정치 모두에서 화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장기적으로는 헤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분수령

그렇다면 바른정당과 통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한 답은 유동적이다. 윤태곤 실장은 “당장 통합은 어렵다. 일단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거 연대를 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통합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건 선거 결과가 잘 나왔을 때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변지민 기자 d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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