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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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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보수냐 혁신이냐

당론과 달리 ‘추경 찬성’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인터뷰…

류석춘 혁신위원장 겨냥 ‘우경화’ 우려 “소통과 반성” 강조
등록 2017-08-01 20:31 수정 2020-05-03 04:28

바른정당 대변인→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 청문회 스타→바른정당 탈당 및 자유한국당 입당→반대 당론을 거스른 추가경정예산(추경) 찬성….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의 요즘 행보는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킨다. 정치적 행보가 바뀔 때마다 찬사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진다. 그는 “국민이 너그럽게 시간을 갖고 내 선택을 지켜봐줄 거란 생각은 착각이었다. 지금 서 있는 지형과 생각의 괴리감이 커서 요즘은 밤 10시면 곯아떨어진다”고 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한 자유한국당이 계속 오른쪽으로 치닫는 것에 우려와 비판을 감추지 않았다. 자신의 선택이 잘못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당내에서 개혁 목소리를 내겠다고도 했다. 은 7월25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소신과 반성, 일말의 당혹감이 섞인 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강제당론 폐지, 정치 개혁 첫 번째 과제로”

추경 통과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가운데 김현아 의원과 함께 ‘유이’하게 찬성표를 던졌는데.

청와대나 여당은 1만2천 명의 공무원 증원을 원했다. 협상 과정에서 7500명은 지역 공무원으로, 2500명은 경찰공무원 등을 늘리는 것으로 결정됐다. 자유한국당이 여당일 때도 경찰·소방 공무원을 늘리자고 이야기해왔다. 그런데 여기에 ‘세금으로 공무원을 늘린다’는 식의 프레임을 씌우면 ‘외려 우리가 정치 공세를 하는 꼴 아닌가’ 생각했다.

표결 전 본회의장에 한참 혼자 앉아 있었는데.

국민의 뜻을 수용하지 못한 채 논쟁하고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20대 국회가 생산적·합리적인 국회가 되기 바랐는데 첫 추경부터 고성이 오갔다. 국민은 우리 정치가 과거 여야가 했던 것을 서로 되갚는 이른바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기 원하는데 말이다.

일부에선 여론을 인식한 튀는 행동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비판도 많이 받았다. ‘바른정당에서 넘어온 것을 세탁하려고 그런다’ ‘자기 정치를 하려 한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안다. 어쨌든 바른정당에서 자유한국당으로 왔을 때 그 틀 속에서 보수 개혁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은 다들 내가 개인적인 안위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한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행동을 통해 일관된 메시지를 내면 진정성을 인정해줄 것이다.

당에서 해당 행위로 징계를 검토한다는데.

해당 행위라고 판단해 당이 징계를 내린다면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소신에 따라 투표하는 본연의 임무를 해당 행위라 한다면 난센스다. 이번 기회에 강제당론 폐지를 정치 개혁의 첫 번째 과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의 존폐라든지 국방·안보·외교 외의 것을 강제당론으로 정한다면 국회의원은 거수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에 있을 때의 차이점은.

가장 다른 점이 바로 강제당론 부분이다. 바른정당에선 당의 존폐나 안보·외교 문제를 제외하고는 의견을 모으는 정도였다. 자유한국당처럼 강제당론으로 추경에 찬성·반대해야 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자유한국당은 더 오른쪽으로 가고 있지 않나 생각된다. 친박·비박 구분은 많이 없어진 듯한데 새롭게 탄핵파·비탄핵파로 당이 재편되는 것 같다.

당 개혁 작업과 관련해 류석춘 혁신위원장을 여러 차례 공개 비판했는데.

지금의 보수정당은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산업화 보수’와 김영삼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민주화 보수’가 손잡은 것이다. 두 세력이 타협하는 지점이 있다. 민주화 보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에 공이 있고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지도자인 것을 인정하고, 산업화 보수는 5·16은 군사 쿠데타이며 유신은 독재였다고 인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류 위원장은 유신독재를 ‘국가 위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수단’이라며 합리화한다. 결국 독재를 합리화하는 것인데 이는 민주화 보수와 산업화 보수가 손잡고 타협한 부분을 부정하는 것이다. 민주화 보수를 부정하고 산업화 보수로 회귀하겠다는 말인가. 류 위원장의 정체성에 의문이 든다.

류 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탄핵은 정치 보복’이라고 했다. 국회의원 3분의 2가 민주적 방식으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하고,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시킨 것을 정치 보복이라고 한 것이다. 대체 누가 무슨 정치 보복을 했다는 말인가. 보수는 탄핵으로 궤멸한 것이 아니라 국정 농단으로 궤멸한 것 아니냐. 일부 혁신위 위원들은 탄핵 찬성파를 향해 “주인을 문 개××다”라고 한다. 그럼 대한민국 주인이 박 전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냐. 이건 전체주의 국가 시절에나 가능한 역사 회귀적인 논리다.

류 위원장은 “보수정당이 좌클릭해서 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비상대책위원회 당시 경제민주화와 복지라는 좌파적 의제를 가져와 51%의 지지를 얻었다. 당선 뒤 경제민주화, 복지 정책을 실천하지 않아 보수가 몰락한 계기가 된 것이지 좌클릭 정책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혼자서라도 목소리 내겠다”

자유한국당 복당 뒤 “정치 인생뿐 아니라 삶 전체에서 가장 잘못된 결정”이라고 한 말이 회자됐다.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겠다고 해서 복당했다. 그런데 혁신위원장으로 류석춘 위원장과 일부 혁신위원들을 임명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추구하려는 보수의 가치와 정반대로 가는 듯했다. 자유한국당 복당이 잘못했다는 게 아니라, 복당 뒤 흐름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잘못된 선택일 수밖에 없다. 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부여받은 숭고한 정치권력을 사유화하고 국정을 농단해 철퇴를 맞았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당 혁신위 등에서) 완전히 뒤집고 부정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잘못된 선택을 잘된 선택으로 만들려면 자기 노선과 가치를 갖고 당과 논쟁해야 한다.

당이 바뀔 기미가 보이나. 혼자로는 역부족인 듯한데.

일단 지금은 시작이니까. 홍준표 대표도 사안을 양쪽 눈으로 봐야 한다 했고, 좌파적 시각에서 당을 해부해보겠다고도 했으니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당이 절간처럼 조용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혼자라도 목소리를 내겠다는 각오다. 태극기집회 참여자 등 15%의 지지층에 갇혀버리면 보수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류석춘 위원장은 과거 자신이 지녔던 역사 인식, 이념만 고집하지 말고 20~50대까지 폭넓게 만나 그들이 자유한국당을 어떻게 보는지, 왜 싫어하는지 소통해야 한다.

만일 당이 계속 우경화한다면.

가정을 전제로 이야기하지 않겠다.

좀 거슬러 올라가서, 대체 왜 바른정당을 탈당했는가.

탈당할 때 두 가지 기준이 있다. 보수를 개혁하려는 정당은 원내 교섭단체(의석수 20석 이상)여야 하고 당의 지도자가 보수 개혁의 확신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에서 보수 통합 요구가 분출했다. 그 과정에서 애초 바른정당 소속 의원 가운데 15명이 탈당을 결행하려고 모였다. 이들이 탈당을 한다면 바른정당은 18석이 돼 원내 교섭단체가 깨지는 상황이었다. 나는 대중 정치인이다. 소속 정당이 교섭단체가 안 되면 현실정치에서 힘을 낼 수 없다. 그러면 개인의 가치도 실현할 수 없다. 아예 당을 옮겨 보수 통합을 위한 다리 구실을 하는 것이 현실정치인으로서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생각했다. 탈당 전날 홍준표 당시 대선 후보와 심야 회동에서 “여러분이 하려는 보수의 가치를 세우는 데 나와 함께하자”고 약속했고 그것을 신뢰했다.

탈당 직후 결정을 번복하려 했는데.

탈당 뒤 부산 지역구에 내려가 있는데 황영철 의원이 바른정당에 탈당계를 내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운천 의원 역시 지역구 민심을 듣고 탈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의원이 남는다면 바른정당은 20석으로 교섭단체를 유지한다. 교섭단체가 무너지지 않으면 탈당하지 않겠다는 내 생각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황 의원과 함께 탈당 번복 기자회견을 하려 했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무소속 출마 때부터 나를 지지해준 분들이 극구 말렸다. (당장 번복하지 말고) 냉각기를 가지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일주일 정도 의논을 거쳐 결국 남기로 했다. 그분들을 설득하지 못한 것은 내 잘못이고, 비판은 내가 받고 간다고 생각했다.

“보수정권 9년의 잘못 반성하는 백서 내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결국 통합된다고 생각하나.

지금으로선 못 합친다. 지금 탄핵에 대한 역사인식이나 정책 방향이 완전 다른 정당이다. 어떻게 통합되겠는가. 그런데 문제는 통합이 안 되면 다 죽는다는 것이다. 두 정당의 지지율을 합해도 20%가 안 되는 판국에 자유한국당이 혁신의 목소리를 내는 보수를 포용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 어떻게 이기겠는가. (이대로는) 그야말로 붕괴 수준에 이를 것이다. 큰 정당이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혁신적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는 개혁을 해야 한다. 지난 보수정권 9년의 잘못을 반성하는 백서를 내고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인재 수혈을 해서 보수 대통합으로 강한 야당을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때 모습과 견줘 실망한 사람이 적지 않다.

청문회 과정, 바른정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본 국민이 내가 자유한국당으로 옮길 때 ‘한번은 지켜보자’라고 생각할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아직 국민의 신뢰를 얻은 정치인이 아니라는 걸 반성한다.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당이 잘못한 부분에는 일관된 메시지를 낼 것이다. 올바르다고 생각한 것은 실천으로 보여주며 국민에게 매달려볼 참이다.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정리 류석우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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