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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필적 고의에 의한 존재감 표출

연일 강경발언 쏟아내며 ‘폭주’하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바라보는 시각
등록 2017-07-18 15:59 수정 2020-05-03 04:28
국민의당 ‘문준용 취업 특혜’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10일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추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국민의당 ‘문준용 취업 특혜’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10일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추 대표를 바라보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선임기자

“안철수 전 의원께서 몰랐다 하는 것은 머리 자르기다.”(7월6일 MBC 라디오방송 )

“형사법적으로는 미필적 고의다.”(7월7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김대중의 적자라는 박지원 전 선거대책위원장께 양심에 따른 행동, 정치에 대한 책임을 촉구한다.”(7월10일 최고위)

“이번 사건에 대해 보다 광범위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7월12일 최고위)

추 대표가 지른 불, 청와대가 진화 나서

연일 강경 발언으로 국회 갈등을 부추기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인해 여야 모두 부글부글 끓고 있다. 국민의당은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추 대표에게 사과를 촉구했고, 더불어민주당도 7월11일 우원식 원내대표가 마련한 ‘4선 이상 중진의원 회동’을 통해 추 대표에게 국민의당에 유감을 표명하라고 제안했다. 7월13일에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까지 국민의당 달래기에 나섰다. 이날 임 실장은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가 “(추 대표가) 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는지 청와대는 알 수 없다. 국민의당에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과 정부조직법 개편안 등 국회 처리가 시급한 상황에서 추 대표의 발언으로 국회 일정이 ‘올스톱’된 것에 대한 다급함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임 실장과 만난 뒤, 국민의당은 “청와대의 유감 표명을 수용하고 추경 심사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추 대표가 지른 불을 청와대가 나서서 진화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난감한 분위기다. 지속적으로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야 하는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 쪽은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과의 통화에서 “폭주기관차 추 대표 좀 말려달라. 매일 야당을 향해 융단폭격을 하는데 정말 큰일이다. 당에서는 대놓고 (비판적인) 말을 못하는 상황이다. 원내대표 쪽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당 분위기를 전했다.

추 대표가 ‘폭주’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표출하기 위한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여당 대표로서 이렇다 할 역할이 없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란 거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원래 정권 초기 첫 여당 당대표의 역할이 애매하다. 보통 청와대를 뒷받침해주는 게 주된 역할이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대표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도 협치에 도움이 되지 않는 추 대표의 존재감 표출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윤 실장은 “정치가 잘 돌아가야 나라도 좋고 당도 좋고 추 대표 본인도 좋다는 데 인식이 일치돼야 한다. 그런데 추경 등이 잘된다고 가정하면 그 공이 청와대와 원내대표로 돌아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어지는 추 대표의 행동은 적을 만들어 갈등을 유발하는 냉전적 정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권 초 여당 대표의 역할 부재는 ‘여소야대 5당 체제’인 국회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5개 당의 협치가 중요해진 다당 체제에선 당 조직 총괄 역할을 하는 당대표보다 입법 및 정책을 관할하고 협상을 주도하는 원내대표의 역할이 더 클 수밖에 없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뒤 여야 합의 없이 법안 처리가 어려워진 것도 원내대표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원내대표로 대폭 넘어간 당대표 권한

원내대표는 16대 국회까지 원내총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당의 모든 사안을 관할하던 ‘총재’가 임명하는 방식으로 한정된 역할을 수행했다. 당대표와 사무총장에 이어 당직 서열 3위이던 원내총무는 당대표의 대리인으로서 지시를 받고 여야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2003년 열린우리당이 정책 강화 차원에서 기존 원내총무를 처음으로 ‘원내대표’로 격상시키면서 권한이 강화됐다. 이후 2004년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도 원내정당화를 표방하며 원내대표라는 명칭을 따라 썼고 다른 당들도 자연스럽게 원내대표로 쓰고 있다.

총재가 임명했던 원내총무와 달리 현재의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이 투표해 직접 선출한다. 정책 결정과 협상의 권한도 당대표에서 원내대표에게로 대폭 넘어갔다. 당대표가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한다면,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 전반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특히 집권 뒤 첫 원내대표는 권력 핵심으로 올라가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위상이 더욱 높다. 집권 초 각종 개혁 법안을 처리하려면 청와대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첫 여당 원내대표는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이었고, 이명박 정부의 첫 원내대표는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였다. 모두 원내대표 이후 정부 또는 당의 핵심 인물로 자리잡았다.

이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우원식 원내대표의 관계도 친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자리 추경안과 정부조직 개편안, 인사청문회 등 야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에 여야 협상을 주도하는 여당 원내대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7월11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 대표에 대해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 우원식 원내대표에게만 전화를 하니 국민의당에 화풀이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런 상황과 궤를 같이한다. 현재까지 추미애 당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의 갈등이 전면적으로 부각되지는 않지만, 추 대표가 강경 행보를 계속하는 한 우 원내대표와 갈등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폭탄이다.

원내대표의 달라진 위상으로 인해 여당뿐 아니라 야당에서도 당대표-원내대표 간의 갈등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여소야대 상황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정부 개혁안에 반대할 경우 법안 처리가 사실상 힘들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위치가 중요해진 이유다.

정 원내대표도 원내 상황을 자신이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지난 7월3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당선되기 전부터 자유한국당은 정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송영무·조대엽 장관 후보자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다. 이에 대해 홍준표 신임 대표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부적격자로 드러나더라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게 현행 제도다. 판단은 국민의 몫이며 우리가 당력을 쏟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 정 원내대표가 바로 반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정 원내대표는 7월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회의 모든 원내 전략과 국회 내 관계는 제가 원내대표로서 의원들의 총의를 모아서 운영해나가고 있다”며 홍 대표에 일침을 가했다.

자유한국당도 투톱 갈등 드러나

자유한국당 내 ‘투톱 갈등론’이 대두되자 정 원내대표는 7월6일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언론에서 조장하는) 홍준표 대표와 (나 사이의) 갈라치기에 절대 현혹되지 않고 힘을 합쳐서 이 당이 잘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대표와 정 원내대표의 갈등은 여전하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중론이다. 홍 대표는 7월10일 주요 20개국(G20) 회의를 마치고 온 문재인 대통령에게 “밖에 나가 국익을 위해 외교 활동을 하시는데 참 수고를 많이 하셨다”고 말했다. 당대표를 대변하는 강효상 대변인도 7월9일 “문재인 대통령의 G20 외교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고 논평을 냈다. 그러나 정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좋은 논평이 아니었다”고 지적하며 감정의 골을 드러냈다. 여야 갈등뿐 아니라 당내 투톱의 갈등을 원만하게 조정하는 것도 다당 체제가 몰고 온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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