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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 문재인 정부는 다를까?

2003년 참여정부 민정수석실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한 이석태 변호사 인터뷰
등록 2017-05-18 19:27 수정 2020-05-03 04:28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월10일 발표된 청와대 참모 인사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앞으로 ‘검찰 개혁’을 책임지고 이끌어야 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이었다. 조 교수가 맡게 된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 대통령과 깊은 인연이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2003년 2월 출범한 참여정부의 첫 민정수석으로 1년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보좌했다.
대통령 된 참여정부 1호 민정수석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 개혁에 대해 강한 철학과 소신이 있었지만, 검찰 조직의 강력한 저항 등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독립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정권을 내려놔야 했다. 이번엔 달라질 수 있을까. 9년 전 문재인 민정수석과 함께 참여정부 초기 인사 검증, 공직 기강, 검찰 개혁 문제를 담당했던 이석태 변호사에게 검찰 개혁 등 문재인 정부 앞에 가로놓인 산적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인터뷰는 5월11일 서울 역삼동 이 변호사의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김진수 기자

김진수 기자

5월10일 청와대 참모 인사가 발표됐다. 임종석 전 의원이 대통령비서실장이 됐고,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민정수석을 맡게 됐다. 검찰 출신이 아닌 조 교수의 임명을 파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조 수석이 어제 기자회견하는 내용을 봤다. (검찰 개혁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어조와 발언 내용이 겸손했다. ‘대통령의 뜻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간결하면서도 강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

조국 수석은 5월10일 민정수석 취임 기자회견에서 검찰 개혁 문제에 대해 “한국의 검찰은 기소권, 수사권을 독점하고 있고, 그 외에도 헌법을 통해 영장 청구권까지 확보하고 있다. 아주 강력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검찰이 막강한 권력을 제대로 사용해왔는가에 대해선 국민적 의문이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도 검찰이 권력을 제대로 사용했다면 이런 게이트가 초기에, 미연에 예방됐을 것이라 믿고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대통령의 확고한 철학이고, 그런 구상과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나는 대통령의 구상과 계획을 충실히 보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참여정부 초기인 2003년 2월부터 만 1년 동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를 어떻게 보나.

민정수석으로 계실 때 옆에서 지켜봤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검찰과 국가정보원 개혁 의지만은 매우 강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당시는 본인이 대통령이 아니니까 뜻을 펴는 데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 자신이 민정수석 경험이 있고 조국 수석과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에 일이 훨씬 잘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참여정부 초기에는 의욕이 크다보니 전략적 고려가 덜된 측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국정을 아는 유경험자가 많다. 예를 들면 참여정부 초기(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이 ‘검사와의 대화’를 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권위주의를 배제하고 평검사들과 직접 대화한다는 좋은 뜻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대화’가 진행되면서 검사들이 ‘대화’의 의미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대통령을 비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대화’가 과연 참여정부가 구상하던 검찰 개혁과 연관돼 효과적이었는지 의문이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검찰 개혁에 대한 국민적 의지가 크고 조 수석이 형사법을 전공했기 때문에 잘해나갈 거라고 본다.

2003년 ‘검사와의 대화’ 좋은 뜻 못 살려

현재 검찰 개혁을 위해 공수처 신설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잘될 것이라 보나.

그동안 검찰 개혁을 위해 꾸준히 의견을 내온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입장도 공수처 신설이고,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도 확고한 것 같다. 그럼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는 종국적으로 국회에서 결론을 내야 할 과제다. 참여정부 초기에도 공수처 얘기가 나왔다가 결실을 보지 못했고, 이후 검경 수사권 독립이 주요 이슈로 다뤄졌던 기억이 있다.

난 2004년 2월 청와대에서 나온 뒤 얼마 안 돼 민변 회장이 됐다. 당시 나에게도 꽤 유능한 검사들이 찾아와 로비를 많이 했다. 검경 수사권 독립과 관련해 당시 민변에서 공식 입장을 낸 기억은 없고, 다만 검찰의 ‘기소권 독점’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경찰에 수사권을 주는 방식으로 푸는 게 국민들의 인권 향상에 도움이 될까 하는 회의적 시각이 있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공수처 문제는 결국 입법으로 풀어야 하니, 정권 초기에 대통령과 여당이 다른 야당들과 어떻게 협치를 해나갈지가 제일 큰 관건이다. 이 문제가 잘 풀려 숨통이 트이면 연이어 다른 분야 개혁 논의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게 잘 안 되면 반대의 관성이 생겨 머지앉아 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 국회는 1년 내내 열리는 게 아니라 개원 기간이 정해져 있다. 개혁의 소득 없이 1~2년 시간이 휙휙 지나갈 수 있다. (조 수석도 10일 기자회견에서 공수처 신설에 대해 “제 소신이 있고, 대통령도 소신이 있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통과시킬지는 국회에서 협조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에 계셨다. 지금 상황과 비교해보면 어떤가.

참여정부 초기 1년 동안 인사 검증과 공직자들의 사정 업무 일부를 담당했다. 1년 정도 지나 공직기강비서실 시스템이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판단해 물러났다. 그 무렵 (상사로 모시던) 문재인 수석도 물러났다. 2004년 3월 노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빠지면서 시민사회수석으로 다시 청와대에 들어갔다. 그런 문제가 없었다면 문 대통령은 다시 청와대로 안 들어갔을지도 모르겠다. 참여정부 초기에 화물연대 파업, 전북 부안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건립 논란 등 국내에서 문제가 많이 터졌다, 밖에서 보기엔 어땠는지 몰라도 이 문제는 갑자기 닥친 게 아니라 해묵은 현안들이었다.

어느 면에서 그때보다 지금 상황이 더 어려운 것 같다. 특히 외교·안보 문제가 그렇다. 나라 밖으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인한 중국과 갈등, 일본군 ‘위안부’ 문제, 특히 북한을 평화적 대화로 이끌어가는 문제가 내가 보기엔 만만치 않다. 참여정부 초기엔 북한 정권이 안정돼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당시에는 심각하지 않았던 북핵 문제도 있다.

이제 장관 지명도 시작된다. 인사 검증이 초미의 관심사가 될 텐데.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는 워낙 사고가 많았지만, 내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있을 때는 문제가 없었다. 당시 인사 검증에 융통성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 그랬다. 인사 검증을 하다보면 땅 투기, 세금, 음주운전, 폭행 전과 등 별의별 일이 다 나온다. 청와대에 각 부처의 유능한 공무원들이 파견돼 나온다. 중립적 견해를 갖고 좋은 사람을 뽑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인사 사고가 생길 수 없다. 그게 아니라 일단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을 점찍어놓고 검증을 곁다리로 하다보면 문제가 생긴다.

세월호 2기 특조위 제대로 지원해야

세월호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2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반드시 만들어야 한다. 1기 특조위는 거의 일을 못했다. 박근혜 정권의 온갖 방해 속에 근근이 조직을 유지하다 해야 할 일의 3분의 1 정도를 마무리하는 선에서 끝났다.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에서 끝나버렸다. 지금 세월호 선체가 인양됐는데 운영 중인 선체조사위원회와 어떻게 역할 구분을 해야 할지 등을 입법 기술적으로 잘 조절해 2기 특조위를 만들어야 한다.

특조위 위원장 때 정부의 조사 방해가 심했던 것으로 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특조위의 예산과 주요 보직을 틀어쥐고 업무를 철저히 방해했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의 파견공무원들이 특조위를 좌지우지했고, 진상 규명 소위의 가장 선임인 조사1과장을 법무부 서기관이 맡았다. 2기 특조위가 무엇보다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유능한 조사관의 충원이다. 2기 특조위 때는 업무적으로 뛰어난 이들을 비교적 힘들이지 않고 뽑을 수 있도록, 그리고 조사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을 해야 한다. 조사는 조사관이 하고 파견 공무원은 행정 지원에 머물러야 한다. 그게 안 되니까 1기 특조위 초기에 조직 내부 갈등이 많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2기 특조위가 만들어지면 제대로 지원을 할 것으로 본다.

2기 특조위는 무엇을 밝혀야 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진상 규명이다. 왜 배가 침몰했는지, 왜 구조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여전히 의문인) ‘대통령의 7시간’을 포함한 청와대의 참사 당시 직무 상황이다.

보수정권 9년을 지나며 유예된 국기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 등 많은 인권 현안이 있다.

국보법과 관련해선 참여정부 때도 논의가 많았다. 이것이 주요 사회 이슈가 됐을 때 민변 회장이었다. 그때 느낀 것은 사회적으로 크게 쟁점이 된 법을 폐지하거나 새로 만들고자 할 때, 어느 쪽이든 한 입장이 우월하게 여론을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맹렬히 반대하는 세력이 있으면 일이 쉽게 진척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당시는 열린우리당이 다수당이었고, 한나라당도 국보법 제7조 찬양·고무 조항에 대해서는 ‘폐지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데 거기에서 더 나아가 국보법 완전 폐지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보수 쪽의 완강한 반대로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은 북핵 문제 등으로 인해 남북관계가 더 어려워진 측면이 있고, 따라서 저항도 더 심할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는 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견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는 북한과 직접 연관이 없고 순수한 인권 문제의 측면이 크기 때문에 국보법 폐지보다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김기춘은 증거인멸의 화신”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의 변호사였다.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 사건을 주도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구속됐다. 감회가 새로웠을 텐데.

글쎄…. (한동안 말이 없다.) 그는 불의의 대명사였다. 훨씬 더 이전에 정의의 심판을 받았어야 마땅한 사람이다. 법률가로서 내가 가진 인권의 관점이 있다. 기본적으로 피의자는 혐의 내용이 어떻든 도망가거나 증거를 인멸할 위험이 없으면 ‘불구속 수사’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국정 농단 사태로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국민은 김기춘이 시종일관 ‘모른다’고 하는 답변에서 그 사람 자체가 증거인멸의 화신이라는 데 공감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관의 판단은 정당했다.

길윤형 편집장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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