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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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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사드와 한 몸이다”

국방부, 혼란한 시국에 북한 핵미사일 위협 내세워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강행

무리한 추진에 시기와 절차적 문제 놓고 의혹만 키워
등록 2016-11-24 13:05 수정 2020-05-03 04:28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회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월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회진보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월17일 서울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최순실 사태로 나라가 혼란한 상황임에도 국방부는 결국 11월1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가서명해 끝까지 강행하고 있다. 2012년 당시 밀실 추진 논란과 한국과 일본 간 국민 감정 문제로 여야 모두 반대해 결국 협정은 체결 1시간 전에 연기됐다. 이후 국방부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에도 이와 관련한 국회 질문에서 일관되게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거론하며 여건이 성숙되면 추진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다 갑작스레 여건 조성이고 뭐고 안보의 위중함을 내세워 시기가 됐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추진한다고 말을 바꿔 밀어붙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적잖은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무리한 추진에 대해 시기와 절차적 문제 의혹 제기와 한-일 관계 등 국민 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도 넘쳐난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는 국민의 반일 감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느니, 국정 공백 상황에서 꼭 해야 하느냐고 반발하면서도 왜 이 협정을 추진해선 안 되는지에 대한 반론이 분명치 않다. 찬성이든 반대이든 정작 이 협정이 무엇인지, 맺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또 무엇을 내주고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는 없어 보인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보호협정이지 교류협정이 아니다 </font></font>

이미 한국은 32개 국가와 유럽연합(EU)을 포함해 총 33건의 군사정보보호협정 내지는 약정을 맺고 있다. 일부에서는 러시아와도 맺은 협정을 일본과 맺는 게 뭐가 대수냐고 한다. 반면 일본은 전범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어떻게 일본에 한국의 군사정보를 줄 수 있느냐, 매국 행위이라는 것이다. 두 주장 모두 군사정보보호협정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 올바른 논의와 접근을 위해서는 일단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무엇인지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2012년 일본과 맺으려다 중단된 당시 협정 초안의 제1조를 보면 “양 당사자는 각 당사자의 유효한 국내 법령에 부합할 것을 전제로 여기에 제시된 조건에 따라 군사 비밀 정보의 보호를 보장한다”고 협정의 목적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 어디를 봐도 한-일 간에 어떤 군사정보를 언제, 어떻게 주고받는지 명확하게 규정한 내용은 없다. 이 협정은 ‘보호협정’이지, 정보 교류 자체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군사정보는 무기 거래, 파병, 합동작전, 훈련 등 국가 간 군사외교와 군사교류 과정은 물론 무관 등 다양한 경로로 전달 및 교환될 수 있고 실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국가 간 군사교류나 접촉이 확대돼 민감한 군사정보의 전달이 많아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방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자 필요한 것이 바로 군사정보보호협정이다. 군사정보를 주고받는 통로를 만드는 법적 절차일 뿐이다.

그러나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통해 양국의 군사정보 교류가 더 활성화되고 나아가 군사교류 협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는 있다. 군사정보의 ‘직거래 교환’을 가능케 하는 일종의 신뢰의 통로와 공간이 열리는 것으로, 한-일 양국도 이를 통해 서로 믿고 군사정보를 직거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보 교류와 무관치 않은 포괄적 협상임이 틀림없다

이번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의 본질을 보려면 필요성, 의도성, 시기성이라는 세 가지 차원에서 살펴봐야 한다. 순수한 필요성만을 두고 보면 협정을 추진하는 것이 맞다. 여기서 필요성이란 국방부가 주장하는 것과 같은 북핵이니 북한 미사일 때문이 아니라 군사정보와 정보 자산 보호다. 정작 국방부는 왜 이 시점에 무엇 때문에 협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지 속 시원한 설명을 찾아보기 힘들다.

국가 간에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이유가 다 같은 건 아니다. 러시아와는 2001년 무기 거래와 통상 확대 목적으로 맺었다. 아랍에미리트는 원전 수주와 연관된 파병 논란이 있던 2010년에 정보보호 약정을 체결했다. 그러니 한-일 간 협정을 다른 국가들과 맺은 협상과 동일한 것으로 볼 수 없을뿐더러 무엇을 위해 어떤 군사정보를 주고받으려 일본과 이 협정을 맺는지 이유가 불분명하다.

국방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이라고 밝힌다. 지금까지 한-일 간 북한 핵미사일 관련 군사정보는 2014년 체결한 한·미·일 군사비밀 보호 양해각서(MOU)에 따라 미국을 통해 일본 쪽 정보를 약 한 달 뒤에나 받아볼 수 있었다. 안보가 위중한 만큼 한시라도 빨리 받아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의 정보 수집 능력이 부족하니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일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무엇을 위해 어떤 군사정보 주고받으려 하는가 </font></font>
11월17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반대하는 시민이 정부 서울 청사 출입문 앞에 펼침막을 걸고 있다. 정용일 기자

11월17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반대하는 시민이 정부 서울 청사 출입문 앞에 펼침막을 걸고 있다. 정용일 기자

이에 발맞춰 한국 국방부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위협 정보와 관련해 일본의 정보 수집이 탁월하다며 지금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서둘러서 협정을 맺어야 할 만큼 SLBM 위협이 심각한 수준인지 궁금하다. 정말 북한의 SLBM 위협 때문이라면 국내 정치 상황이 안정된 상태에서 제대로 해도 늦지 않을 텐데 왜 이리 서두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또 북한의 SLBM이 한반도에 얼마나 큰 위협이 되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북한은 우리를 위협하고 공격할 수 있는 무기 수단이 얼마든지 많다. 그런데 고작 우리 뒤통수를 쏘기 위해 SLBM을 개발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SLBM을 막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지 않았는가.

북한의 SLBM 위협 때문이라는 국방부의 주장이 더 말이 안 되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다. 국방부는 일본이 위성과 X밴드급 레이더도 다수 있고, 이지스함도, 대잠탐색을 위한 해상초계기도 많기 때문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위성 정보는 미국을 통해 받고 있고 레이더 역시 한국 쪽이 지리적으로 더 가깝기 때문에 접촉에 유리하다. 북한이 광명성 등 장거리로켓을 발사했을 때 한국 이지스함이 가장 먼저 접촉했다고 자랑한 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말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머슴, 주인마님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font></font>

결국 이지스함이나 해상초계기(P-3)인데, 그렇다면 일본 이지스함이나 해상초계기가 한국의 해상작전구역이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들어와 작전하고 정보 수집하는 것을 용인하겠단 것인지, 아니면 일본이 한국 구역 밖에서도 북한의 잠수함을 탐지하고 정보를 수집할 만한 엄청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일본에서 SLBM 정보를 받기 위해 자위대 군함과 항공기에 한국의 바다와 하늘을 내주는 것이야말로 나라를 팔아먹는 일이 아닐까 한다.

일본에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자존심 문제나 지금까지 우리는 돈 들여서 무엇을 했느냐는 자괴감이 아니라도, 국방부의 기대처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통해 일본에서 한국이 원하는 정보를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일본에 양질의 정보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보 교류에서 보호의 핵심은 자신의 정보 수집 능력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이다. 결국 주는 만큼 받고, 받는 만큼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협정에는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나 질, 범위 등을 규정하는 이른바 ‘가이드라인’도 없다. 대단한 정보를 받거나 반대로 대단한 군사정보를 주는 것도 아닌 셈이다. 정보 자산 능력이 적은 쪽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강행하는 것이 국방부의 생각이라면 주인마님 정신 못 차릴 때 머슴이 곳간 터는 꼴이다. 그렇지 않고 대통령의 지시라면 더더욱 우려스럽다. 머슴일까, 아니면 주인마님일까?

한국보다 월등한 정보 수집 능력을 가진 일본이 왜 이 시기에 한국과 협정을 하는지도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지난 림팩(RIMPAC·환태평양합동군사훈련)에선 한·미·일 이지스함 훈련도 열렸다. 이 훈련에서 한국 쪽 접촉 정보는 일본 이지스함에 바로 전달되지 않고 미국을 거쳐갔다. 그런데 협정이 체결되면 한국이 곧바로 일본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북한이든 중국이든 미사일을 쏘는 상황에 대입해보면, 한국이 지리적으로 가장 먼저 미사일의 이동을 파악하고 이 정보가 일본과 미국에 순차적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상정할 수 있다. 결국 이는 미국의 희망인 미사일방어(MD) 체제의 완성이라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font size="4"><font color="#008ABD">한·미·일 군사협력 강화되는 수순</font></font>

과거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도 미 의회 청문회에서 한·미·일 정보를 통합하는 것은 한반도 MD 편입의 2단계이고 3단계가 사드라고 밝힌 바 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도 북핵과 미사일 위협을 내세운 사드의 본질과 다르지 않다. 미국 MD와 미-일 동맹 속에 한국이 편입되면서 한·미·일의 군사협력이 강화되는 수순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한 달씩 늦게 일본의 양질의 정보를 한국에 툭툭 던져준 것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유인하는 미국 쪽 미끼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혼란의 시기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하는 커튼 뒤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있는 게 아닐까? 그 손의 주인이 궁금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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