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주자들의 정치적 멘토, 정치 개혁의 브레인, 전략가, 비운의 참모….’
윤여준(77) 전 환경부 장관을 수식하는 말을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 정치권의 주요 정치적 고빗사위에서 빠지지 않는 주요 전략가이자 참모였다. 정치 지도자들은 대선, 총선, 창당 등 주요 정치적 사건 때마다 그를 찾았다. 여야 구분이 없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모두 그의 손을 당겼다. 판을 보는 그의 탁월한 감각과 기획력, 얽매이지 않는 직언을 껄끄러워하면서도 탐냈다. 그 역시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공직자로서 20여 년간 녹봉을 먹은 자로서 정치 발전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가 정통성 기반 허물어져”그러나 힘이나 자리를 얻는 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자신이 재능을 보탠 지도자가 아니다 싶으면 미련 없이 털고 일어났다.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그를 “윤 전 장관에겐 봉사할 그 누구도 없다. 이회창도, 안철수도, 문재인도 그에게는 그의 뜻을 펴기 위한 ‘인적 수단’이지 봉사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했다. 이해관계를 떠난 자유로움은 권력자들의 부침과 함께 사라진 수많은 책사, 참모들과 그를 구분하고 현재까지 그가 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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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1일 서울 시내 한 호텔 커피숍에서 그를 만나 박근혜 정부에 대한 평가와 한국의 정치를 물었다. 그는 다소 수척해 보였다. 신장이 좋지 않아 올해 초 입원까지 했다. 긴급 수혈을 해야 할 정도였다. 한때 5kg까지 빠졌던 체중은 아직도 절반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집중력이 달려 2~3시간씩 내리 집중하던 독서도 1시간 이상을 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 그는 특유의 명쾌한 논리와 달변으로 현 정부에 대한 절망과 미래에 관한 걱정을 쏟아냈다. 최근 “말하는 것이 부질없다”고 느껴져 각종 인터뷰를 마다하던 그였다.
윤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국가성을 상실한 정권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을 것 같다”며 “이미 무능함과 무책임을 드러낸 이 정부에 반등의 기회는 없다”고 단언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의 죽음과 주검을 존중하지 않는 정부는 절대 안 된다”며 침통해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장시간의 인터뷰가 끝나자 그의 눈 밑은 걱정 탓인 듯 피곤 탓인 듯 다소 처져 있었다.
박근혜 정부 4년을 평가해달라.새삼스레 평가할 것이 없다. 임기 전반기를 마치는 시점에 이미 국민에게서 무능, 무책임하다는 판정을 받은 정권이다. 지금 이 정권이 스스로 반등의 계기를 만든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럴 능력이 있어야 반등을 하지.
박근혜 정부는 한마디로 무능과 무책임 때문에 국가성을 상실한 정권이라고 평가받을 것이다. 국가성이라는 것은 쉬운 말로 ‘국가다움’이다. 사람은 사람답고 기업은 기업다워야 하고 국가는 국가다워야 하는데 그걸 상실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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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때 국민들은 이렇게 질문했다. “이것을 국가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국가라는 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 임무다. 그런데 못했지 않은가. 승객 300여 명, 이 가운데 250명 이상의 꽃다운 고2 학생들이 서서히 죽어간 것 아닌가.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한 명도 구조를 못한 채 말이다. 그래서 국민은 질문을 던진 것이다. 그 뒤 정부가 뭐라고 했나.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를 개조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개조가 됐나. 국가가 해야 할 기본적인 역할과 책임을 못한 것이다. 국가다움을 상실한 것이다.
그뿐인가? 그 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경북 경주 지진에 이르기까지 정부가 전혀 위기 대처를 못했다. 위기 대처도 평상시 국정 수행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다. 평상시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에 위기 대처 능력이 있을 수 없다.
지금 유행어처럼 도는 말이 ‘각자도생’이다. 애초 국가라는 공동체를 만든 이유가 무엇이냐. 각자도생이 어려우니까 만든 것 아니냐. 지금 같으면 국가라는 게 있으나 마나 한데 왜 거대 공동체를 만들어서 세금 내고 군대를 가느냐. 여기에 구조화된 관료사회 부패도 결정적으로 국가의 정통성 기반을 허물었다. 북한의 위협을 강조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방위산업 비리가 벌어졌나. 공권력의 보루라는 검찰 간부도 줄줄이 비리로 체포됐잖은가.
이러면 무슨 수로 국가성을 지키나. 민주화 이후 서서히 국가성이 약해지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가속화했고 이번 정부에서 완결판이 나온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역사적으로 국가성을 상실한 정부라고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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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과 무책임의 근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국정 수행 능력이 없었던 거다.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 성격을 보자. 당대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수직·폐쇄적 리더십 아니었나. 나는 대선 당시 “이런 리더십은 시대와 충돌해 본인과 국가 모두 불행해진다”고 했다. 불행하게도 그렇게 되고 말았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전형적인 권위주의적 산업화 시대의 리더십이다. 부국강병을 내건다든지, 산업화를 위해 국가가 국민을 수직적으로 동원하는 식의 리더십이다. 지배 체제에 대한 반론이나 다원성 등은 모두 국론 분열로 치부해버린다.
산업화 시대에 세 축은 군부, 관료, 기업이었다. 지금은 군부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대통령 주변 인사들을 보면 예비역 장성, 검사 출신이 많다. 수직적 질서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국민을 동의를 구할 대상이 아니라 동원의 대상으로 본다. 집권여당을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이 몰려오는 시기다. 이 시기에 국가를 산업화 모델로 운영하면 시차를 어찌할 것이냐.
국정 혼란은 바로 이런 격차에서 온다. 시대는 앞으로 나아가는데 정권은 뒤처져 있으니 수습할 길이 없는 것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선 4차 산업혁명을 쓰나미에 비유했다. 듣도 보도 못한 전대미문의 변화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 디지털 시대의 키워드는 공유, 개방, 참여다. 박 대통령의 리더십과 견줘보라. 정반대다.
최근 미르재단, 케이(K)스포츠재단 등 최순실씨 관련 측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모두 권력 사유 의식 탓이다. 대통령의 자리는 국민을 대신해 국가권력, 강제력을 행사하는 자리다. 철저히 공적 기준과 원칙, 헌법적 절차에 따라 행사해야 한다. 강제력을 행사할 정당성은 어디서 나오는가. 그건 국가 전체를 위한 일을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에서 나온다. 그런데 미르재단 등의 문제를 ‘한류 증진’이란 공적 목적으로 포장하면서 완전히 사적으로 운영했다. 공적으로 쓰라고 준 권력을 ‘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걸 ‘가산(家産)주의’라고 한다. 이건 내 집 것이고, 내 마음대로 쓰면 된다는 생각을 일컫는 말이다. 어떻게 그 어마어마한 돈을 하룻새 걷을 수 있는가. 민주공화국에서 어떻게 가능한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용납될 수 없다. 이 문제야말로 박 대통령이 말하는 ‘국가 기강’에 관한 문제이고 국가 정통성의 기반을 허무는 문제다. 여당 대표가 단식까지 해가며 막으려 했지만 덮을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 목표는 현재 뭘로 보이는가.새누리당 사람의 말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유업을 달성하려 대통령이 됐다”는 것 아닌가. 목표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 효심이 지극한 거야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버지 시절 통치 리더십을 갖고 어떻게 유업을 완수할 수 있겠나. 그런 방식으로는 아버지 명예에 먹칠하게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독재, 권위주의적 통치를 했지만 무능하거나 무책임한 사람은 아니었다.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은 어떻게 생각하나.경찰의 과잉 진압이냐 사인이 뭐냐 등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각론 전에 국민의 한 사람이 시위 과정에서 물대포를 맞고 의식불명으로 숨졌다는 사실이 있다. 국가는 절대 국민의 죽음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
우리는 관혼상제를 중시하는데 그중에 전통적으로 특히 중시했던 것이 ‘상’과 ‘제’다. 제례와 상례를 근엄하게 다룬 이유는 살아 있는 사람을 교육하는 의미가 담겼다. 사람의 죽음과 주검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이런 예절을 가르쳐야 사람들이 생명을 존중한다. 세월호 사건 때도 그랬듯이 국가는 국민의 죽음과 주검을 존중하지 않았다.
“그런 방식, 아버지 명예에 먹칠”여기까지 말한 윤 전 장관은 말을 멈췄다. 그의 얼굴엔 무거운 침통함이 어려 있었다. 그는 잠시 뒤 한마디를 덧붙였다. “이건 절대로 안 됩니다”라고.
권력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 것인가.권력은 가장 강력한 마취제다. 권력의 속성은 집중과 연장이다. 이를 제도적으로 막은 것이 공화주의다. 삼권을 분립하고 선거제도를 만든 것이다. 나라를 어떻게 바꾸고 만들겠다는 철학과 신념이 있는 사람이 이 목표를 이루는 가장 효과적인 일은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의 대부분은 당선에만 전력을 쏟는다. 취임 때는 대부분 빈 가방을 들고 있다. 취임 뒤 1년은 대통령과 측근들이 구름 위에 있는 황홀한 기분으로 보낸다. 이 1년이 가장 중요하다. 미리 준비해서 이 기간에 의제를 던지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 중점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미국 학자들은 첫 1년을 보면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할 정도다. 그런데 우리는 1년 뒤 당황해 정책의 주도권을 관료로 넘긴다. 관료들은 개혁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반복돼왔다.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권력을 잡는 것만 목적으로 하지 말고 이를 수단으로 하고 권력에 도취되지 않는 내성을 길러야 한다.
<i> 윤 전 장관은 내년 대선에서 선택의 의미가 더없이 엄중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에 군사적 타격을 언급하는 엄중한 상황에 국내 경제는 회복 기미가 없다. 오죽하면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는 말까지 하는 상황인데 국가는 제대로 통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내년 선택은 중요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온갖 도전이 밀려오는데 아무리 유능한 정권이라도 쉽지가 않다. 잘못 선택하면 국가는 재앙적 수준의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i>반기문, 직업 외교관의 한계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오른쪽)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9월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모병제 희망모임 제1차 토크’ 행사에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 전 장관은 지난 5월 경기도가 추진하는 평생교육 온라인 프로그램인 지무크(G-OOC) 추진단장에 취임해 내년 대선에서 남 지사를 돕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연합뉴스
반 총장은 신사이고 외교관으로서 자질도 뛰어나다. 그런데 중대한 시기에 위기에 처한 국가를 직업 외교관에게 맡기기 조심스럽다는 생각이다. 지난 10년의 세월 동안 변화가 워낙 많았다. 과거라면 수십 년치에 해당할 만한 변화다. 반 총장은 그 기간 내내 외국에 있었다. 사회적 맥락이나 민초들의 삶, 애환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대선 이후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다. 2012년 대선 때 나에게 “대통령이 된 뒤 국가 운영을 어찌할지 좀 도와달라”고 해서 캠프에 갔지만 내부 친노 세력의 반발로 하루 만에 없던 일이 돼버렸다. 이걸 보고 ‘위기를 극복할 리더십은 아니구나’ 싶었다. 이후에 시련도 겪고 해서 지금은 달라졌겠지만 아직 보여준 게 없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어떻게 보는가.일관되게 새정치를 하겠다고 추진하는 것은 좋다. 총선에서 국민이 국민의당에 이 정도 ‘뜻밖의’ 의석을 만들어줬다면 제3세력에 대한 기대가 드러난 것이다. 그 기대를 무겁게 받아야 하는데 이후 당 운영을 보면 그렇지 않은 거 같다.
지금쯤은 뭔가 드러나야 한다. 이도 저도 아니라서 제3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은가.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을 극복하는 세력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 모습은 두 당 사이 틈쯤에 있는 거 같다. 그런 실망으로 인해 지지도가 최근 많이 내려간 것 아닌가.
남경필 경기지사와 관계는?윤 전 장관과 안 전 국민의당 대표는 애증의 인연이다. 두 사람은 ‘새정치’를 매개로 결합과 결별을 반복했다. 안 전 대표의 멘토로 인연을 맺었지만 안 전 대표의 “(윤 전 장관 같은) 멘토는 300명쯤 된다”는 발언 뒤 소원해졌다. 2013년 안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추진하며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으로 윤 전 장관을 재영입했으나 민주당과의 통합에 반대해 결별했고, 올해 초 국민의당 창당 과정에서도 다시 손잡았지만 ‘지역정당화’된 국민의당에 실망해 거듭 손을 놨다.
50대 중·후반 중심 젊은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는데.상대적으로 50대 정치인들은 세대가 달라 개방적이고 국민을 설득하려는 타입이다. 시대에 적합한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 내 주장을 ‘50대 세대교체론’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는 많이 대화했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과도 만난 지 10년이 넘었는데 과거하고 생각이 많이 달라진 것 같더라.
5월 남경필 지사가 추진하는 경기도 평생교육연구원 ‘지무크’(G-MOOC) 추진단장으로 취임하면서 그를 돕는다는 말이 있다.아직까지 남 지사가 대선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 남 지사는 마음을 열고 틈나는 대로 질문하고 공부한다. 그런 태도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는 드물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이 벌어질 때는 주말에 인공지능 권위자와 철학자, 기업인들을 모아 토론했다. 북한의 5차 핵실험 때도 전문가들을 불러 샅샅이 검토하더라. 모병제도 남 지사가 연구해서 내놓은 것이다. 머릿속 살림살이가 간단하지 않다. 대선 출마 여부는 내년 초에 결심한다는데 그 뒤 공부했던 것을 제시하면 국민적 평가가 단시일 안에 바뀔 수 있다.
개헌과 제3지대론의 가능성은?제3세력의 당위성은 살아 있다. 그러나 등장은 쉽지 않을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제3세력을 만들겠다고 해서 일정 부분 국민의 기대를 받았지만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이게 제3세력의 등장을 막을 수도 있다. 제3세력은 기존 양당 세력이 따라오지 못할 국가 비전이나 정책 집행 능력을 증명하고 보여줘야 한다. 양강 구도는 워낙 오랫동안 지속돼왔다. 나는 이걸 ‘철근 콘크리트’라고 표현하고 싶다. 부수려면 웬만한 에너지 갖고는 안 된다. 국민의 폭발적 지지가 없으면 어렵다.
개헌을 매개로 국민의 지지를 결집하겠다는 분들도 계신다. 그러나 개헌은 수단이지 목적이 돼선 안 된다. 민생이 너무 어렵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들에게 개헌은 한가한 소리로 들린다. 내년에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관심은 더 줄어들 것이다. 현실적으로 개헌은 어렵다. 그리고 개헌을 주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다들 차이가 있다.
수많은 지도자를 지켜봐왔다. 좋은 지도자의 핵심은 무엇인가.의제 설정 능력과 추진력이다. 의제 설정 능력은 상당한 이론적·경험적 지식이 있어야 가능하다. 학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지도자 자신의 능력이 없으면 안 된다.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 추진할 능력이 필요하다. 두 가지 모두를 갖추지 않으면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 국정을 책임진 최고 책임자 개인이 무능하다고 평가를 받으면 죄악이다. 해악이 국가 전체에 미치게 된다.
“나는 본 대로 이야기한다”대선 등 주요 국면마다 책사로 거론되는데.하하. 일차적으로는 언론의 책임이 크다. 별것 없는데도 마치 대단한 전략가나 책사로 포장해줬다. 나를 재능과 경험이 많다고 오해하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굳이 꼽자면 나는 이해관계를 초월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내 재능을 필요로 한다면 도와줄 뿐 그걸로 뭘 얻으려는 것은 없었다. 사람이 이해관계에 얽히면 정직하지 못하고 상황을 잘 못 보는데 나는 본 대로 이야기한다. 이런 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글 성연철 기자 sychee@hani.co.kr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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