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서울시장을 비롯해 시·도지사를 임명하던 때가 있었다. 경기도지사를 하다가 대통령 눈에 들면 서울시장으로 ‘승진’도 했다. 군수가 읍·면장을 뽑고, 구청장급이 동·이장을 임명했다.
그래서 1995년 6·27 지방선거는 역사적이었다. 36년 만에 광역·기초단체장 직선제가 다시 실시됐다. 그리고 21년이 흘렀다. 중앙정부는 지방 권력에서 손을 떼지 않고, 지방자치는 아직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례가 대표적이다. 서울시가 월 50만원씩 ‘청년수당’(만 19~29살 청년 중 정기소득이 없는 중위소득 60% 이하 3천 명)을 주겠다고 하자, 보건복지부가 “중앙정부와 협의가 없었다”며 지방교부세 삭감 등 사실상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경기도 성남시의 ‘3대 무상복지 사업’도 비슷하다. 정부가 대법원 제소까지 동원해 막아섰고, 성남시 역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이 지방분권과 자치를 보장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방에 권한을 넘기지 않으려고 제도적 허술함을 악용한 것이다.
20여 년, 아직도 가로막는 중앙정부20대 국회에선 달라질 수 있을까? 4·13 국회의원선거(총선)를 앞두고 희망제작소와 바른지역언론연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주요 정당과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20대 국회에서 지방분권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지방분권 7대 공약 실천’을 약속받고 있다. 이들은 7가지 실천 약속을 제안했다. 지방정부가 지방의 중요 정책을 중앙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결정하는 것을 비롯해 자치입법권 강화, 자치사무 권한과 자치조직 운영·주민참여제도 강화,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 6:4(기존 8:2)로 확대, 국회 상설 지방분권특별위원회 설치,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 등이다.
정당 가운데는 녹색·정의·노동당의 태도가 적극적이다. 이들은 7가지 모두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특히 녹색당은 “지역 내 생산·유통·소비 순환을 활성화시켜 지역 자립을 추구해야 한다”는 추가 의견까지 냈다. 더불어민주당(더민주)도 자치조직 운영·주민참여제도 강화와 지방분권형 헌법 개정에는 ‘동의한다’, 나머지 사안에는 ‘적극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자치입법권 강화와 지방세 비율 확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가 사무 가운데 주민 생활과 밀접한 사무를 중심으로 자치단체에 이양하고 그에 따른 재정을 이양하는 것이 순서”라는 등의 이유를 댔다. 새누리당의 나머지 의견은 ‘조건부 동의한다’ 3건, ‘동의한다’ 2건, ‘적극 동의한다’는 없었다.
아쉬운 총선 후보 서명 결과4·13 총선에 나서는 후보자 일부도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월14일부터 총선 예비후보 1200여 명에게 ‘지방분권 7대 과제 실천약속 서명서’를 돌린 결과 100여 명이 응답해왔다. 정당별로는 더민주 62명, 새누리당 11명, 국민의당 11명, 정의당 13명, 무소속 3명이었다. 정창기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팀장은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정당과 당선 의원들을 상대로 지방자치의 법적 토대를 단단히 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본격적인 활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카카오톡에서 을 선물하세요 :) ▶ 바로가기 (모바일에서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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