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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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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만으론 안 되지만 연대 없이도 안 된다

총선 앞두고 다시 움직이는 야권연대론…
연대 효과와 한계 확인하고 지역구 배분 등 현실 문제 풀어가야
등록 2016-01-26 15:27 수정 2020-05-03 04:28

“4월 재보선과 내년 총선, 우리 힘으로 치르겠다. 원칙 없는 야권연대, 하지 않겠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승리하겠다.”
“박근혜 정권의 불평등 경제에 맞서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동의하는 야권 세력이라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범야권 연대의 힘으로 이번 총선을 치러야 한다.”
둘 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 대표의 발언이다. 앞의 것은 2015년 2월8일 전당대회장 연설의 일부이고, 뒤의 것은 2016년 1월19일 신년 기자회견의 한 부분이다. 많은 ‘사정 변경’이 있었음을 고려해도 온도차가 확 느껴지는 발언이다.
더민주나 정의당 등 야권은 대체로 총선·대선 등 주요 선거를 기준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자강론’을, 임박할 때는 ‘연대론’을 내세운다. 야권 지지자들의 대체적 움직임도 그렇다.
여당과 1 대 1 구도를 만들겠다는 목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19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의 뜻과 함께 야권연대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기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19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대표직 사퇴의 뜻과 함께 야권연대 의지를 밝히고 있다. 한겨레 이정우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는커녕 석패율제조차 없는 다수소선거구제, 결선투표의 부재 등 제도적 한계를 내세우지만 이제 야권연대가 과거 선거만큼 큰 감동을 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연대를 안 하면 특히 수도권에선 야당 패배 가능성이 극히 높다.

예컨대 최근만 해도 2014년 7월 동작을 보궐선거에선 당시 노회찬 정의당 후보를 중심으로 야당이 힘을 모았지만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에게 패배했다. 그리고 2015년 4월 관악을 보궐선거에선 새누리당 오신환, 새정치민주연합 정태호, 국민모임 정동영이 격돌해 오신환 의원이 낙승했다. ‘연대를 제대로 못해서 그렇다. 각 세력들이 힘을 잘 모으는 연대를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하나 마나 한 이야기다.

‘진보언론’에서도 별 주목을 못 받았지만 지난 1월19일 “야(野)! 1 대 1로” ‘다시민주주의포럼’ 결성 제안 모임과 토론회가 열렸다. “우리는 국민의 이름으로 야권에 강력히 호소합니다. 공동정책에 근거한 연대정치를 통해 분열을 극복하고 여당과 1 대 1 구도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피땀 흘려 민주주의를 실현해온 대한민국 역사가 정치권에 내리는 거역할 수 없는 명령입니다.”

이날 채택된 제안문의 일부다. 이 포럼에는 한완상 전 부총리, 함세웅·송기인 신부, 이해동·조현정 목사,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과 이애주 교수, 정동익 4월혁명회 상임의장과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

이 포럼에 참여한 인사들의 상당수는 몇 년 전만 해도 ‘원탁회의’ 등의 이름으로 야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이다. 이에 비해 현재의 더민주 선대위원장(김종인)과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윤여준)은 냉정히 말하면 야권연대에 심드렁한 사람들이다.

“( )만으론 안 되지만 ( ) 없이도 안 된다”는 문장은 야권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만능키’나 다름없다. ( )안에 ‘친노’를 넣어도 통하고 ‘호남’을 넣어도 통한다. ‘문재인’ ‘안철수’ ‘선명성’ ‘중도성’을 넣어도 통한다. 그리고 ‘야권연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생각보다 야권연대 혹은 단일화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7년 대통령 선거를 제외하곤 ‘여야 1 대 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조차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2002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정몽준 후보가 오직 ‘이회창 반대’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드라마를 쓴 이후부터 ‘화두’가 됐다.

2012년은 ‘연대’의 완결태라 할 만하다. ‘혁신과통합’이 민주통합당과 1 대 1로 합당했고 진보 진영과 국민참여당은 ‘통합진보당’으로 결집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총선에서 전면적 연대로 새누리당에 맞섰다. 대선에서는 안철수, 이정희 후보가 차례로 사퇴해 문재인 후보가 명실상부한 야권 단일후보로 나섰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의 승자는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야권 및 진보 진영 내의 2012년 평가는 크게 두 가지다. ‘제대로 연대하지 못해서 졌다’는 쪽이 있고 ‘연대에만 매몰돼서 졌다’는 쪽이 있다.

이는 전망에 대한 차이로도 연결된다. “지난 대선에서 48.4%를 얻었으니 반새누리당 전선을 강화해 조금만 더 보태면 된다”는 쪽, “그런 식으로 조금만 더 똘똘 뭉치자”는 쪽, “온갖 무리수를 던져서 끌어모은 게 그거다”는 쪽이 맞선다.

좀더 뭉치자? 여기가 한계다?
 연대에 부정적인 안철수 의원이 1월21일 국민의당 광주시당 창당대회에서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연대에 부정적인 안철수 의원이 1월21일 국민의당 광주시당 창당대회에서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총선만 국한해볼 때 선거 시점이 다가올수록 연대론이 힘을 얻게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연대의 ‘실제’로 들어가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야권 내 세력들이 연대의 원칙에 합의하더라도, 그걸 현실로 풀어내서 지역구 배분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다.

첫째, 야권의 여러 정당들 간엔 지역적 대체효과가 거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더민주나 국민의당이나 정의당이나 강세 지역이 일치한다. 더민주가 기대해볼 만한 곳은 국민의당에서도 기대가 큰 곳이다. 한 몸에서 갈라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과거 민주노동당은 울산 등 영남 진보벨트에서 강세를 보였는데 정의당에선 상당히 퇴조하고 있다. 그러니 야당 예비후보군은 특정 지역 집중화 현상을 보인다.

예를 들어 서울 관악을은 야당의 초강세 지역이지만 지난해 재보선에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승리한 곳 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김무성 대표와 가까운 새누리당 오신환, 문재인 대표의 직계인 더민주의 정태호, 안철수 의원의 측근 국민의당 박왕규의 경합 양상이다. 여기에 정의당이 가세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둘째, 각 당 지도부의 권위와 장악력만으로 후보들을 완전히 통합하기가 어렵다. 어렵게 몇 년간 선거를 준비하며 표밭을 갈아온 정치인들은 공천에서 탈락할 조짐만 보여도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심심찮게 보이는 공천 탈락자들의 난장판에 대해 국민은 혀를 차지만 야당 인사들은 “오죽하면…”이라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내 지역구가 ‘연대 지역’으로 묶여 다른 당 인사에게 넘어간다? 납득할 사람은 거의 없다. 지도부가 강제하기도 쉽지 않다. 과거에는 후보들을 주저앉힐 때 음성적으로 선거자금을 보전해주기도 했고 여당은 다른 ‘당근’을 제시할 수 있지만 야당은 그런 수단도 없다.

셋째, 우여곡절 끝에 연대를 합의해도 적용이 쉽지 않고 부작용도 만만찮다. 정책을 중심으로 한 연대 등 이상적 방안이 거론되지만 후보 조정의 현실적 방법은 ‘협상’과 ‘여론조사’밖에 없다. 19대 총선 때도 그랬다. 당시 민주당 무공천 지역이 소수 있었고 통합진보당과 민주당 경선 지역이 일부 있었다. 여론조사 경선 단계에서 여러 잡음이 일었다. 이후 상황도 참혹하다. 당시 민주통합당에서 야권연대 지역 선정 실무를 총괄했던 박선숙 의원은 “동료들을 볼 면목이 없다”며 당장 그 선거에서 불출마하고 당을 떠난 일도 있다.

연대 방안 이상과 현실 사이

4월 치러질 총선에선 어떠할까. 야권 내부엔 ‘연대만으론 안 되지만 연대 없이도 (새누리당과의 총선 승부가) 안 된다’는 복잡한 기류가 흐른다. 더민주와 정의당은 야권연대에 긍정적이지만 국민의당 창당을 주도하는 안 의원은 연대에 부정적인 상황이다. 야권이 다시 ‘연대’라는 만만치 않은 이름 앞에 놓이게 됐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 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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