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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야권 헤게모니 쥘까


내년 지방선거의 가장 큰 변수는 안철수의 신당 창당과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 문제… 10월 재보선 그 전초전 될 듯
등록 2013-06-19 19:51 수정 2020-05-03 04:27

역대 지방선거는 대부분 야당 판이었다.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론이 먹히는 ‘중간선거’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3개월 뒤 1998년 2회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했을 뿐, 2002년(김대중 정부 후반 한나라당 승리)과 2006년(노무현 정부 중반 한나라당 승리), 2010년(이명박 정부 중반 민주당 승리)에는 모두 야당이 승리했다.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경쟁 관계를 선포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분명한 우열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지도부가 개표방송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5월22일 최장집·장하성 교수와 함께 정책연구소 ‘내일’ 설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한겨레 신소영 기자

민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은 경쟁 관계를 선포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분명한 우열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6월2일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지도부가 개표방송을 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지난 5월22일 최장집·장하성 교수와 함께 정책연구소 ‘내일’ 설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겨레 김경호 기자, 한겨레 신소영 기자

정권 심판·견제론 형성 가능성 적어

내년 6월4일 6회 동시지방선거는 어떨까. 주목할 만한 것은 우선 ‘선거 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3개월 만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에 따라 달라질 여지는 있지만, 시점만으로 보면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견제론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도 집권 초반 야당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 촛불 정국, 2009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등 ‘반MB 정서’가 극대화하는 사건을 거치며 쌓인 야권 지지자들의 정치 에너지가 2010년 지방선거에서 폭발했다. 그런데 지난해 대선 때 야권을 지지한 48%의 정치 에너지는 지금 상당수 사라진 상태다. 이것이 언제 어디로 어떻게 다시 모아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지난 5월20~24일 조사 결과를 보면,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3.6%, 민주당 22.7%고, 부동층이 25.8%에 달한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명박 정부 때는 미국산 쇠고기, 4대강 등 정책적 사안이 있었지만, 지금은 경제민주화 등 진보 의제를 여권이 가져간 상황이다. 정권 심판·견제론이 강하게 형성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 낮아

오히려 지역에 따라서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야당에 대한 ‘지방권력 심판론’이 제기될 수 있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민주당은 서울(박원순)·인천(송영길)·충남(안희정)·강원(최문순) 지역을 수성해야 한다. 인천·충청·강원에서는 2012년 총선·대선 때 새누리당이 압승했다. 새누리당은 경기(김문수)·경남(홍준표)이 수성 지역이다. 김 지사가 3선에 도전할지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밀어붙인 홍 지사의 재선 여부가 관심사다.

가장 큰 변수로는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과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 문제가 꼽힌다. 안 의원은 5월22일 정책연구소 ‘정책네트워크 내일’ 출범을 선언하며 독자세력화 행보를 본격화했다. 안 의원은 “사람이 가장 중요하고, 그것을 담을 그릇은 나중 문제”라며 신당 창당에 대한 직접적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인위적인 야권 단일화나 연대는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도 ‘경쟁적 동지 관계’를 선포했다. 김한길 대표는 5월3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4·24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취한 태도는 다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양쪽의 태도를 보면, 2010년 지방선거 때처럼 야권 후보단일화를 통한 새누리당과의 일대일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윤희웅 실장은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정권 심판·견제론보다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 가운데 누가 야권의 헤게모니를 쥐느냐가 더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10월 재·보궐 선거는 이런 의미에서 민주당과 안철수 세력에게 지방선거의 전초전이다. 선거 지역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수도권과 영호남, 충청 지역을 아우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으로서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증명해 보여야 하고, 안 의원도 독자세력화 의지를 보인 만큼 어느 정도 성과를 내야 ‘바람’을 이어갈 수 있다. 안 의원이 ‘호남 1석’을 얻거나 수도권에서 민주당보다 나은 성적을 거둘 경우 야권에 끼칠 파장이 크다. 안 의원이 ‘민주당보다 나은’ 성적을 목표로 한다면, 야권 지지층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을 깨려면 새누리당 지역 기반에 대한 공략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안 의원이 이기기 어려운 곳(영남)에서 성적을 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것”(5월20일치 인터뷰), “안 의원이 무조건 독자세력화를 향해 가면 결과적으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다. 어쩌면 새누리당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을 일”(5월3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 등 연신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안 의원 쪽에서는 10월 재보선을 겨냥하기보다 지방선거를 통해 ‘야권의 미래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책네트워크 내일’에 참여하고 있는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5월2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10월 재보선으로 안 의원의 정치적 성패 내지 운명을 극단적으로 보면 안 된다. 좀더 장기적이고 큰 선거를 통해 정당의 능력을 평가받을 기회를 만드는 게 좋다”고 말했다. 굳이 서둘러 ‘진검승부’를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재보선에 내보낼 인물을 찾는 일이 만만치 않은 탓도 큰 것으로 보인다.

964호 기획연재

964호 기획연재

‘지역의 손발’이 잘리는 효과

기초단체 정당공천 폐지 여부도 ‘정답’이 무엇이냐를 떠나, 선거에 끼칠 영향이 복잡한 변수다. 지역 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새누리당은 공천을 폐지해도 손해 볼 것 없다는 분석이 많지만, 민주당은 그나마 갖고 있는 ‘지역의 손발’이 잘리는 효과가 있다. 현역이 유리할 것이란 측면에서 안 의원 쪽도 대처하기 쉽지 않다. 안 의원은 “기초의회 정당공천은 폐지하더라도 기초단체장의 경우 유권자 규모 등을 고려해 검토해야 한다”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방선거까지 ‘무려 1년’이 남았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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