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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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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인가? 꼼수인가?

막무가내로 박정희 공원 추진하는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 5·16을 ‘혁명’이라 부르는 친이계의 공천 위한 언론플레이?
등록 2013-06-19 14:45 수정 2020-05-03 04:27

박근혜 대통령이 만류해도 막무가내다. 서울시가 틀었지만 강행한단다. 새누리당 소속인 최창식 서울 중구청장은 아무도 못 말린다. 그는 서울 중구 신당동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옛 사저 일대에 기념공원을 만들겠다고 선언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박 전 대통령은 1958년 5월부터 1961년 쿠데타 이후까지 이 집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다. 1979년 10·26 사태 이후 청와대에서 나온 ‘큰영애 박근혜’는 이 신당동 집으로 돌아왔다가 성북동, 장충동을 거쳐 1990년 현재의 서울 삼성동 자택에 들어온 뒤 대통령 당선 시점까지 살았다.
박 대통령은 2007년 자서전에서 양친을 모두 잃은 당시 신당동 집에서의 생활을 이렇게 묘사했다. “적막한 신당동 집을 보고있자니 첩첩산중에 버려진 심정이 이렇게 막막하고 외로울까 싶었다. (중략) 누군가 틀어놓은 거실 텔레비전에서 코미디 프로를 하고 있었다. 나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시선이 갔지만 손톱만큼도 우습지 않았다. 끼니때마다 밥을 먹는 것도 곤욕이었다. 밥알이 모래알처럼 느껴져서 넘길 수가 없었다.”
 

일러스트레이션/이강훈

일러스트레이션/이강훈

서울시 투자심사 요청 반려에도 추진

이 집을 중심으로 ‘박정희 시대’를 기리는 기념시설과 기념공원, 공영주차장 등을 조성하겠다는 게 최 중구청장의 계획이다. 중구청이 지난 3월 작성한 ‘박정희 기념공간 조성사업 주민설명 및 의견수렴’ 자료는 사업의 목적을 “박정희 대통령 가옥을 포함한 역사문화적으로 의미 있는 공원을 계획해 시민들을 위한 풍부한 녹지와 역사성이 살아있는 중구 신당동의 새로운 명소 조성”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테마 관광벨트 조성’ 항목에는 “육영수 여사가 (중구) 중앙시장으로 가시던 길을 특화해 시장 가는 길을 조성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286억원에 이르는 사업 예산은 중앙정부(50%)와 중구(30%), 서울시(20%)가 나눠 부담하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논란은 거세게 일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일고 있는 ‘박정희 미화’ 움직임이나 보수 진영의 역사왜곡과 같은 맥락이라는 게 야당의 시각이다. 결국 직접 교통정리에 나선 박 대통령은 6월10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가 경제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국민세금을 들여 기념공원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 중구청장은 이같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그는 직후 가진 라디오 인터뷰에서 “286억원을 들여 전시사업을 하는 것처럼 언론이 보도했는데, 사실 기념시설은 그중 6%인 16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공원 등 주민편의시설”이라며 “지역 주민을 위한 주거환경 개선의 의미가 상당히 크다”고 주장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잘못된 언론 보도를 보고 청와대가 오해한 것 같은데 전후 사정을 설명하고 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게 중구청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14일에는 서울시가 중구청이 제출한 투자심사 요청을 반려했다. 기초자치단체의 사업 예산이 300억원을 넘어가면 중앙정부가, 300억원 미만이면 광역자치단체(서울시)가 사업 심사의 주체가 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비가 투입될 사업이라면서 계획을 수립할 때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지만 중구청은 강행 의사를 재확인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같은 날 “계획 수립 단계부터 서울시와 여러 번 접촉했는데 심사를 반려한 것은 부당한 조치”라면서 “곧바로 재심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사업의 실현 가능성은 어떨까. 청와대도, 서울시도 반대했다. 중구의 올해 예산에는 사업 타당성 평가를 위한 9천만원 규모의 외부 용역 예산만 통과됐다. 실제 추진을 위해선 중구가 100억원에 이르는 예산을 부담해야 한다. 중구가 지역구인 정호준 의원(민주당) 쪽 관계자도 “아무리 봐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사업인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영선 구의원(민주당)은 “여당 의원들을 제외하면 모두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중구 의회에서 이 사업이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중구 의회는 새누리당 4명, 민주당 3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새누리당 소속 구의원들 중에 최 중구청장과 가장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혜경 구 의원도 “아직 구의회 통과 여부를 단언하긴 어렵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면서도 “개인적 의견으로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시설 부분이 너무 정치적으로 부각된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5·16 혁명의 가치 전달 매우 유익”

왜일까. 최창식 중구청장은 왜 ‘박정희 기념공원’ 조성 사업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의 이력에 단서가 있다. 박 대통령과 동갑(1952년생)인 그는 상대적으로 ‘박정희·육영수 향수’가 강한 충북 영동 출신이다. 육영수 생가가 위치한 충북 옥천군과도 가깝다. 최근 이뤄진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 중구청장은 끝까지 5·16 쿠데타를 ‘혁명’이라고 불렀다. “그 집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를 기획하고 성공시킨 다음에 (이사를) 간 건가”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 5·16 혁명이 끝나고 다른 데로 이사를 갔다”고 대답하는 식이었다. 그는 “5·16 혁명 등 역사적 사건들이 우리 현대사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며 “그 장소적 가치를 살려서 후세와 우리 시민, 외국 관광객들에게 그러한 사실과 의미, 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매우 유익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정희 시대에 대한 개인적 신념과는 별도로 정치적으로는 친이계에 더 가까웠다. 1977년 기술고시에 합격해 9급 공무원으로 서울시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정책보좌관과 뉴타운사업본부장, 지하철건설본부장, 건설안전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고, 오세훈 시장 시절 행정2부시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2011년 4·27 재보선을 통해 구청장에 당선되는데 이때 그를 적극 지원한 인물이 이 지역 국회의원인 나경원 전 의원이었다. 충북 영동은 나 전 의원 부친의 고향이다.

 

‘호남 솎아내기’ 파문의 주인공

이명박 시장 시절 승승장구했던, 게다가 친이계인 ‘나경원의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최 중구청장은 박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 3월 ‘짝퉁 트위터’ 계정에 이런 글을 남겨 화제를 뿌린다. “국운을 이르켜(일으켜) 세울 지도자께서 구청장까지 이르켜주시니 감사합니다. 서울의 중심 중구를 세계인의 역사문화도시로 발전시키겠습니다.” 이 트위터 계정의 사용자 이름은 ‘President LadyGaCa’였다. 그는 박 대통령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계정에, 게다가 맞춤법도두 차례나 틀려가며 눈물겨운 충정을 보인 셈이다. 김영선 구의원은 “박정희 기념공원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결국 내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위한 일종의 언론플레이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최창식이라는 인물이 많이 알려졌는데, 결국 그로서는 성공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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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으로 서울시와 대립각이 만들어진 대목도 최 중구청장으로선 나쁠 게 없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맞선 일개 구청장’ 구도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시장이 당선된 2011년 10·26 재보선에서도 최 중구청장은 나경원 당시 시장 후보 캠프에서 일했다. 공교롭게도 서울 중구에선 특정 후보의 선거 벽보가 훼손된 사례가 잦았다. 조배숙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은 공개적으로 “박원순 시장 후보의 선거 벽보가 의도적으로 말려 있는 등 훼손된 사례가 중구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는 결코 자연적인 훼손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그 배후로 최 중구청장을 지목하기도 했다.

각종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도모하는 행태는 그가 모셨던 두 명의 시장, 이명박·오세훈 리더십과 닮았다. 최 중구청장은 강경 일변도의 행정으로 각종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는 구청장에 당선된 이후 중구청에서 벌어진 ‘호남 솎아내기’ 파문의 주인공이다. 2011년 6월 중구청은 간부급 공무원(4·5급) 13명에게 전출을 종용했다. 이 중 12명은 호남 출신이다. 같은 해 9월에는 팀장급인 6급 이상 공무원 17명에게 전출을 요구했다. 역시 그중에서 12명이 호남 출신이었다. 지역 정가에 밝은 또 다른 인사는 “최창식은 호남에 대한 반감이 깊게 뿌리내린 사람”이라고 말했다. 당시 중구청은 “호남 출신이 전 직원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특정 지역 편중 현상이 심해 이를 해소하려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인사는 “최창식 청장은 호남 출신 공무원들을 잘라낸 자리에 대부분 동향 출신 인사들을 배치했는데, 그것을 어떻게 지역 안배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매우 권력지향적인 사람이다. 앞에서는 생글생글 웃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실제론 모두 배척하고 무시한다. 한번 마음을 먹으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스타일인데, 그가 모셨던 이명박 서울시장의 리더십에서 배운 게 아닌가 싶다.”

6·10 항쟁 기념일, 쌍차 농성장 또 철거

게다가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위치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농성장에 대한 반복적인 기습 철거도 ‘최창식의 작품’이다. 6월10일 중구청은 쌍용차 농성장을 다시 한번 철거했다. 이 과정에서 해고노동자 등 6명이 연행됐고,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은 구속됐다. 이날은 1987년 6·10항쟁의 26번째 기념일이었다. 그건 단지 우연이었을까.

송호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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