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은 누구에게 투표했을까? 야권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사퇴한 안 후보의 지지자들이 39 대 61의 비율로 각각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게로 나뉘어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야권 단일화의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뜻이다.
류재성 계명대 교수가 1월23일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의 유권자 1200명 면접조사 자료를 토대로 안철수 지지자의 특성을 조사한 결과, 자신을 안철수 지지자라고 밝힌 유권자 153명 가운데 박 후보와 문 후보에게 투표한 사람은 각각 60명, 93명으로 나타났다. 또 안철수 지지자들의 투표 불참 비율(16.6%)은 박 후보 지지자(8.4%)나 문 후보 지지자(13.4%)에 견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 포기층’이 적지 않은데다, 그나마 문 후보로의 쏠림 현상도 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안철수 지지자들은 왜 이런 비율로 나뉘었을까.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류 교수의 보고서는 “정치 이념적으로 이질적인 집단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류 교수는 “안철수 지지자의 정치 이념이 통상적으로 중도라고 표현되지만, 이는 평균에 불과할 뿐 실제로 중도는 30% 정도이며, 나머지 70%는 진보와 보수가 7 대 3 정도로 혼재돼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안철수 지지자들은 지난 5년간의 국가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할수록, 한-미 동맹 강화에 찬성하고 대북 지원확대에 반대할수록 박 후보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 이념을 진보 0, 중도 5, 보수 10의 척도로 평가했을 때 박근혜 지지자는 평균 6.01, 문재인 지지자는 4.33, 안철수 지지자는 4.57로 나타났는데, 박 후보에게 투표한 안철수 지지자는 5.26, 문 후보에게 투표한 안철수 지지자는 4.37로 나타났다. 정치 이념상으로 이질적인 집단이 ‘안철수 지지자’란 틀로 묶여 있다가 안 후보의 사퇴 뒤 원래 갖고 있던 정치 이념 성향에 따라 투표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이를 “안 후보를 지지했던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회귀”라고 규정했다. 류 교수는 “문 후보의 슬로건이 ‘정권 교체냐 정권 연장이냐’였는데, 이는 일정한 정치적 지향을 갖고 있지 않은 안철수 지지자의 특성에 대한 이해부족이 가져온 전략의 실패”라고 말했다.
고학력·고소득 지지자들, 사회 참여는 저조안철수 지지자들은 다른 후보의 지지자들에 견줘 고학력·고소득·젊은층 중심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은 높은 사회·경제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시민단체나 노조, 종교모임, 문화단체, 동창모임 등과 같은 사회적 참여는 저조했다. 사회단체·집단에 가입한 수가 평균 1.18개로, 박 후보 지지자(1.55개)와 문 후보 지지자(1.6개)보다 적었다. 또 2007년 대선 때 투표한 비율이 59.85%로, 박 후보 지지자(78.8%)나 문 후보 지지자(68.14%)보다 훨씬 낮았다. 류 교수는 이런 결과에 대한 원인으로 “이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고려할 때 투표 참여에 따른 효용성을 낮게 인식하거나 그에 따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니라, 기존 정치 및 정당에 부정적인 태도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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