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박근혜 테마주, 서향희

박근혜 후보가 아끼는 올케 서향희 변호사,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 등 끝없이 불거져
변호사 20여명 법무법인 만들고 공기업 LH 법률고문 선임되는 ‘광폭 행보’, 시누이 대선길에 짐 되나

2004년 12월14일 시누이와 올케가 활짝 웃으며 눈을 맞췄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왼쪽)의 남동생 지만(가운데)씨와 서향희(오른쪽) 변호사의 결혼식 장면. 사진 한겨레 강창광

“우리의 사랑스런 예비 올케 서향희씨. 그 아름답고 고운 마음에 따뜻함을 느끼며, 동생에게 많은 사랑과 꿈을 전해주길….”

2004년 11월13일 새벽 0시28분. ‘누나’ 박근혜는 남동생의 배우자가 될 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뿍 담은 글을 자신의 인터넷 미니홈피에 올렸다. 자신과 남동생, 예비 올케가 활짝 웃으며 찍은 사진이 첨부됐다. 앞서, 열흘 전인 그해 11월3일 새벽 0시38분에는 이런 글을 올렸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때를 지나면 행복과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는 날이 오는 것 같습니다. 동생이 부모님을 잃고 외롭고 힘든 삶을 살아가느라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좋은 짝을 이제야 만나서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동생과 아주 잘 어울리는 아름답고 좋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안 계신 지금 큰누나인 저는 동생의 결혼이 너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동생이 막상 결혼을 한다고 하니 지나온 날들에 대한 생각 때문에 눈물이 나려고 합니다.”

그가 변호 맡으면 ‘박근혜 테마주’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곱고, 좋은 사람. 누나 박근혜는 자리를 잡지 못하고 한때 방황했던 막내동생 지만을 꽉 붙잡아 결혼하는 어린 올케가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그런 올케가 이듬해 9월 아들까지 낳았다. 박씨 일가의 대를 이을 피붙이까지 낳아준 올케를 시누이가 끔찍이 위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2004년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누이는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됐다. 2004년 30살의 나이로 16살 많은 남자와 결혼했던 젊은 올케는 2012년 ‘만사올통’(만사가 올케로 통한다)으로 불리는 ‘지위’에 올랐다.

올케 서향희(38)는 단순한 올케가 아니다. 2004년 12월 결혼 당시 서향희는 사법연수원을 갓 수료(2002년)한 3년차 변호사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박지만(54)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뒤 보여준 ‘광폭 행보’는 놀랍다. 2006년 3월 가죽 가공업체 신우의 사외이사가 되더니, 이듬해 CNH 감사가 된다. 2008년 국내 폐기물 처리 선두기업인 인선이엔티 법률고문을 꿰차고 KMAC 사외이사에도 선임된다. 남편이 이사, 동생이 감사,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은 자본금 30억원짜리 경영컨설팅 회사 피에스앤피를 설립한다. 2009년에는 대구고검장을 지낸 법조 경력 46년의 이건개 전 의원(15대)과 법무법인 주원을 설립한다. 저축은행 비리로 무너진 삼화저축은행 고문변호사를 맡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같은 해 캐피탈익스프레스 운영위원,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공제조합 운영위원을 맡는다. 2010년에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공제조합 서울지부 고문, 코오롱 법률고문, 동부티에스블랙펄 사외이사, 한국건설자원협회 법률고문, 대한노인회 서울특별시연합회 법률고문을 쓸어갔다. 지난해에는 국내외 변호사 20여 명을 거느린 법무법인 새빛을 만든다. 미주제강과 법률고문 계약도 맺는다. 알려진 것만 이 정도다.

중견 기업들이 판검사 출신이 아닌 별 경력도 없는 젊은 변호사를 앞다퉈 영입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지만, 지난 5년간 가장 확실한 ‘미래 권력’으로 군림했다. 서향희는 그런 시누이의 지위를 착실히 자기 것으로 돌려왔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기업들은 서향희를 영입하는 것만으로도 미래 권력에 줄을 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미주제강 등은 ‘박근혜 테마주’로 불리며 주가가 오르는 재미를 봤다.

특별한 기준은 없다, 전문성도 없다

공기업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지난 8월29일 박기춘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제출받은 ‘법률고문 소송 수행 현황’ 자료를 통해, 공기업인 LH가 지난 2010년부터 서 변호사에게 법률고문을 맡겨왔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2010년 LH로부터 소송 1건을 수임해 3천만원을, 2011년에는 5건의 소송을 맡아 5036만원의 수임료를 받았다. 올해에도 1건을 맡아 수임료 671만원을 챙겼다. 7건 가운데 승소한 것은 1건, 1건은 취하, 5건은 1심 계류 중이다. 승소한 1건은 LH가 토지 용도를 잘못 설명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이가 매매대금 등을 반환하라며 낸 소송이었다. 1심에서는 LH가 이겼다. 원고가 항소를 했지만 인지대를 제때 내지 못해 결국 싱겁게 LH가 이겼다. 박 의원은 “서 변호사가 딱히 그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닌데, 공기업인 LH가 새누리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후보를 보고 법률고문으로 위촉한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LH 쪽은 문제가 불거지자 법률고문 위촉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홍일표 대변인은 8월30일 현안 관련 브리핑에서 “당시 (법률고문) 위촉 자격에 전혀 하자가 없었다는 것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특별한 기준’ 자체가 없다니 자격에는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다만, 왜, 하필 서향희였느냐에 대한 답은 되지 못한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특별한 기준은 없지만 박근혜 후보의 올케라는 매우 정치적 기준이 작동된 것은 아닌가. 저축은행과 LH 등 부실한 기업들이 왜 굳이 박 후보의 올케 서향희 변호사와 연관을 맺으려 했는지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안대희 전 대법관이 퇴임 48일 만인 지난 8월27일 박근혜 후보 대선 캠프에 합류하며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으로 있으면서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지휘해, ‘차떼기’ 등을 동원한 한나라당 불법 자금을 밝혀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제기된 (박 후보) 친·인척 비리를 다룰 것이냐’는 질문에 “자료를 파악 중에 있다. 전반적으로 예외 없이 보겠다”고 답했다. 박지만·서향희 부부는 저축은행 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안 위원장은 와의 인터뷰에선 ‘서향희 변호사가 여러 곳의 고문변호사로 활동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물음에 “그런 부분에 대한 대책·제도를 마련하는 게 우리 일이다. 그런 게 문제가 된다면 (박 후보에게) 건의하고 앞으로 절대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 8월31일 MBC 라디오 에 출연해서는 ‘박 후보가 스스로 선을 그어버린 측면이 있다’고 하자 “친·인척 문제는 모든 것을 당사자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살펴볼 생각”이라며 “결국은 후보자가 결정할 일이라고 생각된다”고 답했다.

앞으로도 사랑스러운 시누이로 남을지

박근혜 후보는 동생 부부와 관련한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며 불쾌함과 짜증으로 일관해왔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박 후보가 올케 문제에 단호하지 못하다면 안대희가 아니라 안대희 할아버지가 와도 측근 비리를 막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랑스럽고, 아름답고, 곱고, 좋다던 올케가 대선을 앞둔 시누이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김남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