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팔로를 만들어주는 데 단가는 100만원 정도 합니다. 운영까지 도맡아 하는 경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요. 이게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4·11 총선을 앞두고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이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현역 국회의원과 각 지역의 예비 후보자를 대상으로 계정 거래 혹은 인위적 팔로어(구독자) 수 조작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5천만원에 관리되는 트위터들
SNS에 대한 몰이해와 취약한 온라인 감수성, 당장 가시적인 효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증이 이런 무리수를 낳고 있다. SNS 홍보회사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전문적으로 정치인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관리해주고 돈을 받는 팀이 100곳이 넘는다”고 말했다. 가격도 대체로 정해져 있다. 트위터는 1팔로당 100원, 페이스북 페이지는 1천 건의 ‘Like’(좋아요) 등록에 50만원이 ‘정가’라고 한다. 실제 한 인터넷 거래 사이트에는 “트위터 계정 1만5천 명 팝니다” “트위터 팔로어 8천/9천/1만1천 팝니다”는 글이 수십 건 등록돼 있었다. 그 형태도 날로 진화하는 추세다. 계정을 통째로 판매하는 경우 말고도 복수의 유령 계정을 생성해 고객의 트위터 팔로어를 집중적으로 늘려주는 사례, 반복적인 리트윗(RT·재전송)을 대행해주며 수수료를 받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한 판매자는 “아이디 30개가 있으니 RT·홍보 요청시 해드립니다. 막막한 초심자에게는 대행하여 1만 팔로어까지 모아드립니다”라는 광고를 올려 ‘호객’하기도 했다.
총선 ‘대목’을 앞두고 비밀스럽게 움직이는 전문적인 팀들은 이런 광고에 의존하지도 않는다. 노출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은 형성돼 있다. 이들은 ‘SNS 바다’ 앞에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잠재적 고객에게 먼저 접근한다. 계약이 체결되면 선거일까지 2~3개월 동안 보좌진과 소통하며 팔로어를 늘리고, 직접 트윗까지 작성하는 등 아예 계정 운영을 대리하게 된다. 중국 등을 통해 사들인 개인 정보로 반복해서 계정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유령 계정으로 고객인 정치인의 트위터를 팔로하거나 리스트에 추가하는 방식도 동원된다. 이렇게 ‘종합적인 관리’를 받는 경우 단가는 4천만~5천만원 선까지 치솟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적인 SNS 대응팀이 100곳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은 개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언론에 노출되지 않는데다, 관리 수준이 높아서 네티즌들에게 걸려 사고가 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SNS 역량 수식으로 계량하려는 새누리당
유혹의 손길은 SNS 활용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새누리당 의원과 예비 후보들을 향하고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권은 초창기부터 SNS를 활발하게 활용해온 의원이 많기 때문에 대리 트위터나 업체를 통한 홍보가 파고들기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 야권 인사가 공식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동안 보좌진이 대신 트위터 글을 전송했다가 네티즌과 야권 정치인들에게 포착돼 ‘유감’을 표명한 사례도 있었다. 거꾸로 말하면, 일정한 수준의 자기 정화 메커니즘이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보좌진들 중에서도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꼽히는 민주당 정동영 의원실의 황유정 비서는 “대리 트위터나 업체를 통한 홍보는 동료 의원이나 보좌진에 의해 발각될 확률이 높고, 네티즌들에게는 상당한 배신감을 안겨줄 수밖에 없다”며 “야당 쪽에선 문제가 일단 발생하면 SNS 공간에서 회복이 불가능한 정도의 상처를 받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런 유혹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지난 두 달 동안 피 말리는 긴장 속에서 지내야 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눈높이위원회’가 트위터 활용도 등 SNS 역량지수를 공천에 반영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스타 정치인’인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초창기부터 트위터를 활발하게 이용해온 일부 의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의원들은 높은 점수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 기준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눈높이위원회는 애초 ‘X=(팔로어 수-팔로잉 수)+팔로어 수×0.1+트윗양×0.1+리트릿 수’라는 공식을 사용했다. 다른 이용자를 구독하는 팔로잉 수는 낮고, 팔로어와 리트윗 수가 높아야 더 높은 점수를 얻는 구조였다. 이러다 보니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금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으려고 ‘트친’(본인이 구독하고 있는 다른 이용자)들을 ‘언팔로’(구독 해제)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SNS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역으로 소통을 저해하기 시작한 셈이다. 부작용이 드러나자 위원회는 한때 ‘X={[log(팔로어 수+팔로잉 수)/1000]/10+1}×{∑[1+트윗 수+리트윗 수/100]}’라는 기상천외한 수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눈높이위원회 위원을 겸하고 있는 이준석 비대위원의 작품이었다. SNS 역량지수가 공천 심사에 반영되는 비율은 2%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빙의 승부를 펼치는 예비후보들이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이다. 당내 논란이 거듭되자 위원회는 구체적인 적용 기준과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어떤 공식이 사용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며 “비대위에 문의해도 알려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멘션 없이 폭주하는 팔로잉?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여당 의원들의 트위터 활용은 지지부진했다. 아예 트위터를 사용하지 않는 의원이 수십여 명에 달했다. 그러나 공천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3월8일 현재, 이들의 트위터는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그야말로 ‘폭발’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 최근 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ㅅ 의원이 3월8일 현재까지 트위터에 올린 글은 15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의 팔로잉은 8063명, 팔로는 8697명에 이른다. 15건의 글도 자기 의견보다는 명언이나 속담을 나열해놓은 것이다. 재선에 도전하는 같은 당 ㅎ 의원은 트윗 8건에 1718명, ㄱ 의원은 5건의 글에 팔로어 1172명을 각각 거느리고 있다. 100건도 안 되는 트윗으로 수천~1만 명의 팔로어를 자랑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많은 글을 올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ㅇ 의원은 불과 한 달 사이에 700건 넘는 글을 등록했고, 같은 기간 그의 팔로어는 약 4천 명이 늘어났다. 트위터 공간에서 ‘지존’으로 통하는 소설가 이외수씨는 지금껏 6200건의 글을 올렸고, 팔로어는 126만 명을 넘는다. 1건의 글에 팔로어 200명이 새로 유입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건당 팔로어 유입만을 기준으로 본다면 새누리당에는 이외수 작가에 필적하는, 혹은 그를 뛰어넘는 ‘소통의 달인’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해당 의원실 관계자들은 계정 매매나 업체를 통한 팔로어 수 늘리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1천 명 수준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한 의원실 관계자는 “우리 의원이 트위터 글을 거의 등록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역구 주민들이나 기자들의 관심이 높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의 보좌진들도 “자연스럽게 팔로어가 늘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인위적인 조작을 시인한 경우도 있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 차원에서 작업을 한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SNS 역량지수를 공천에 반영하기 때문에 팔로어 수를 억지로라도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다만 그는 “업체에 돈을 주고 한 것은 절대 아니다. 자체적으로 한 일”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지수 산정이 시작된 이후 업체를 통한 인위적 조작이 당 지도부에 의해 들통 난 사례도 확인됐다. 눈높이위원회 조현정 위원장은 “현역 의원 2명이 업체와 계약을 맺고 트위터를 운영하다가 위원회에 적발됐다”며 “곧바로 당시까지의 지수는 0점 처리했고, 이후부터 다시 시작한 트위터를 놓고 운영지수를 산정했다”고 밝혔다. 조 위원장은 “그 외에 업체를 통한 홍보 사례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보좌진들이 의원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다른 이용자를 대량으로 팔로잉, 즉 ‘선팔’을 해서 팔로어가 늘어나는 것까지 막을 수 없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내에만 존재하는, ‘맞팔’이라는 독특한 트위터 문화를 활용하는 것까지는 허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려 섞인 관측이 여당 내부에서도 나온다. 새누리당 디지털정당위원회 김성훈 위원장은 “정체를 알 수 없는 20~30개 계정이 한꺼번에 움직이며 장사를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식으로 팔로어 수를 올리는 방법은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전했다.
“돈으로 인격을 사고파는 행위”
근본적인 문제는 ‘소통의 진정성’은 계량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가장 활발하게 SNS를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정옥임 의원실 관계자는 “당에서 이런저런 수식으로 역량지수를 측정하고 있는데, 의원실 내부에서는 원래 관심이 없었다”며 “평소 하던 대로, 꾸준히 소통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SNS 전문가는 “수만 개의 유령 계정들로 포위된 트위터와, 트위터 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큰 100명과만 팔로잉·팔로어 관계에 있는 트위터 중 어떤 쪽이 더 긍정적이겠느냐”라며 “이런 ‘선거철 떴다방’류의 사이비 장사꾼들 때문에 정상적으로 SNS 홍보를 컨설팅하는 회사들이 도매금으로 욕을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돈을 주고 계정을 사고팔거나, 정치인들의 트위터를 편법으로 대신 운영해주는 업체가 생겨나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트위터라는 공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NS가 의원실 조직이 아니라 본인의 얼굴이자 인격, 그 자체라는 점을 모른다. 돈 들여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닐까?”한 SNS 전문가의 말이다.
송호균 기자 ukno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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