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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규의 로비는 박근혜에게 가닿았을까?

단독-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의 최측근 B씨의 증언… “저축은행 구명 위해 박근혜를 비롯해 김문수·안상수도 만나”
등록 2011-09-28 15:13 수정 2020-05-03 04:26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로 한창 시끄러웠던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의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로 최고급형 에쿠스 한 대가 들어섰다. 부산저축은행 구명을 위해 정·관계 인사에게 광범위한 로비를 펼치던 로비스트 박태규(72)씨가 타고 있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한겨레 탁기형 선임기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한겨레 탁기형 선임기자

“오늘 만날 사람, 박 대통령 따님이야”

박씨가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에 앞서 먼저 시기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G20은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중요한 분기점 가운데 하나다. 2010년 4월 금융감독원은 시중 저축은행 860개 프로젝트 파이낸싱(아파트 분양 등 프로젝트 자체를 평가해 대출을 우선 결정하고 차후 원금과 수익을 돌려받는 자금구조)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인 뒤 감사원에 그 결과를 넘겼다. 감사원은 한 달 뒤인 그해 5월, 이명박 대통령에게 저축은행 부실의 심각성에 대해 보고했다. 하지만 그 뒤 적절한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청와대와 금융 당국의 늑장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부른 대목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는 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을까. 민주당의 박병석 의원은 지난 7월 저축은행 청문회에서 “G20 때문에 추후 조치인 공적자금 투입이 연기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부가 G20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나면 선진국 반열에 오른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해온 마당에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폭탄’의 존재를 감추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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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저축은행 처지에서는 G20으로 인해 공적자금 투입 시기가 연기된 것이 호재였다. 퇴출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자구책을 찾던 때였다. G20이 끝나면 정부가 덮어뒀던 저축은행 부실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올 수 있다는 예견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박태규씨는 김양 부산저축은행 부회장(구속)한테서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15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았는데 이 가운데 11억원을 그해 8월부터 G20 즈음까지 집중적으로 뿌리며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수사 무마와 퇴출 저지를 위해 로비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즉 G20 즈음에 로비스트 박씨가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인사는, 부산저축은행의 사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었을 터다.

로비스트 박씨가 만난 사람은 누구였을까. 지난 4월 말 부산저축은행 사태를 특종 보도(858호 표지이야기 ‘돈을 갖고 튀어라!’)한 은 박씨와 그의 주변 인사들을 추적해온 끝에 박씨의 최측근인 B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박씨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터라 박씨의 구체적인 일정은 물론 누구를 만나는지까지 알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었다.

B씨는 로비스트 박씨가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난 인사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라고 했다. “박(태규) 회장님이 좀처럼 그런 일이 없는데 그날은 들뜬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오늘 만나러 가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박 대통령 따님이야.’” B씨의 증언이다.

만난 시기로 추정하면 로비스트 박씨는 G20 이후 닥쳐올 재난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대화의 소재는 부산저축은행이었을 텐데 최측근 B씨가 박씨에게 들은 내용에는 부산의 ‘ㅂ’도 등장하지 않는다. B씨가 박태규씨에게서 전해들은 내용은 딱 네 문장이다. ‘부친인 박 전 대통령께 실수한 게 있다. 따님인 박 전 대표께서 대신 용서해달라. 그리고 박 전 대표가 현재 상황을 잘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잘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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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경기도 지사. 한겨레 김경호 기자

김문수 경기도 지사. 한겨레 김경호 기자

“김문수의 멘토를 자처한 박태규”

박태규씨가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는 장면을 목격한 사람은 없으므로, 실제 박씨가 박 전 대표를 만났는지는 알 길이 없다. 박 전 대표는 만날 사람을 정할 때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년 병장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한다’는 이치와 같다. 따라서 박 전 대표가 로비스트 박씨를 만났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다.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은 리츠칼튼호텔, 그랜드인터컨티넨탈과 함께 박 전 대표가 즐겨 이용하는 곳이다. 가 박 전 대표의 지난해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분석해 보도한 것(9월15일치)을 보면, 박 전 대표는 이곳을 15차례 이용하며 341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나온다. 또 과 만나 로비스트 박씨의 접촉 대상을 증언한 B씨가 거짓말해서 얻을 실익은 없다. 아울러 박씨가 박 전 대표에게 ‘과거사’를 언급하며 사과한 대목을 보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인연이 있을 수 있겠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박근혜 전 대표 쪽은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박 전 대표 쪽은 “(로비스트 박씨가) 비서실로 면담 요청을 한 적이 없다”며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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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씨는 지난 9월 중순 과 만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포함해 정치권과 재계, 그리고 관계의 로비 대상과 방법, 당시 정황 등을 상세히 털어놨다. 로비는 부산저축은행 김양 부회장에게서 현 정권의 핵심 인사를 향한 로비를 청탁받고 자금을 건네받은 지난해 4월 이후에 시작됐다.

B씨의 증언에 따르면, 박씨가 박근혜 전 대표를 만나기 전 집중적으로 만났던 인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다. 최근 검찰을 통해 흘러나온 광역자치단체장 로비설의 주인공은 한나라당의 대권주자인 김 지사다. B씨는 김 지사와의 만남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한겨레 탁기형  선임기자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한겨레 탁기형 선임기자

B씨는 “박 회장님이 김문수 지사의 멘토를 자처했다”며 “박 회장님이 부산저축은행 로비를 시작할 즈음인 지난해 4월 김 지사와의 만남이 잦아졌다”고 말했다. 둘은 G20 때까지 10여 차례 만났고, 박태규씨가 김 지사의 관사를 직접 찾아갈 만큼 친분이 두터워졌다고 했다. B씨는 “퇴근 시간이 지나 밤늦게 찾아가서 ‘파트너로 잘해보자. 밀어주고 당겨주면서 잘해보자’는 말을 주고받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김 지사 쪽은 이런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김 지사 쪽은 “일정표를 다 뒤져봤는데 박태규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며 “관저에서 개인적으로 만났을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B씨는 당시 여권 실세이던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도 박 회장님의 로비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B씨의 전언에 따르면, 박씨가 안 전 대표를 만나는 과정을 보면 박씨가 어떻게 유력 인사들과 가까워졌는지를 엿볼 수 있다. 안 전 대표와 처음 만난 것 또한 지난해 4월이었다. 유력 일간지와 방송사의 국장 및 정치부장 등 언론인 10여 명과 서울 광화문 인근의 한정식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안상수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초청하는 방식을 썼다고 한다. 안 전 대표는 박씨와 언론인들이 모인 자리에서 박씨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박씨가 언론인과의 친분을 로비의 인연을 만드는 도구로 이용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청와대 사진기자단

김두우 전 수석 부부에게 골프채 선물

안상수 전 대표는 박씨와의 만남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따로 만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B씨는 “언론인들과의 만찬이 끝난 직후 한정식집과 멀지 않은 서울시청 앞 플라자호텔 커피숍에서 두 분이 따로 만났다”고 말했다. 검찰은 안 전 대표와 박씨가 지난해 5월 서울 중구와 여의도에 있는 호텔 커피숍 등에서 몇 차례 더 접촉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박씨가 안 전대표를 통해 금융감독원의 부산저축은행 검사를 무마해달라고 청탁했는지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는 “언론인과 함께 만난 적은 있지만 둘이 따로 만난 적은 없다”며 “저축은행과 관련해 어떤 부탁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B씨의 증언을 통해서도 만남이 청탁으로 이어졌는지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B씨는 “안상수 대표, 김문수 지사와 세 분이 만날 때도 있었다”며 “특히 (안상수 전 대표가) ‘보온병 폭탄’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을 때는 박 회장님이 전화를 해서 ‘대표님이 정치를 잘하시려면 언론인들과 잘 지내야 한다’는 얘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의 말을 100% 참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 안상수 전 대표 등 한나라당의 주요 인사들이 로비 대상이었고 그들과 박씨가 만났다는 것 정도다.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를 시도했는지, 박씨의 로비가 실제 구명 활동으로 이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B씨는 “김 수석(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처럼 오래 관리해 서로 믿을 만한 관계가 아니라면 (제3자가 알 수 없는) 더욱 은밀한 방법을 쓰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B씨가 털어놓은 로비 대상은 정치인만이 아니었다. B씨는 박씨가 ㅇ아무개 경제부처 장관, ㄱ아무개 공기업 사장 등을 만난 정황도 구체적으로 말했다.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의 핵심인 로비스트 박태규씨(구속). 한겨레 김명진 기자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의 핵심인 로비스트 박태규씨(구속). 한겨레 김명진 기자

은 최측근 B씨에게서, 박씨가 지난 9월23일 구속된 김두우 전 수석을 어떻게 관리해왔는지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박씨는 김 전 수석이 에 근무할 때부터 만나왔다. 하지만 부산저축은행 구명 로비는 지난해 4월 이후 본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김 전 수석과 관련한 B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이렇다. 박씨는 지난해 4월 김 전 수석의 부인에게 골프채를 선물하려고 직접 서울 강남의 ㄷ골프를 찾았다. 여성용 최고급 마루망(마제스티 프레스티지) 골프채를 풀세트로 주문했다. 마루망 최고급형은 드라이버 하나가 300만원, 아이언 하나가 500만원을 넘는다. 따라서 풀세트 하나가 1천만원을 훌쩍 넘어간다. 며칠 뒤 박씨는 골프채를 직접 김 전 수석의 부인에게 건넸다. 그 뒤에는 김 전 수석에게도 골프채를 선물했다. 검찰은 지난 9월23일 김 전 수석의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수석은 청와대 기획관리실장으로 재직하던 지난해, 상품권과 골프 세트 등 모두 1억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한테 박태규 진술 확인하는 검찰

로비스트 박씨의 최측근 B씨의 증언은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을까. 그는 과 만난 자리에서 검찰 쪽 인사와 접촉하고 있는 상황을 알렸다. 부산저축은행 로비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입을 열기 시작한 박씨의 진술을 확인하려고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는 “내 입에서 실수로 튀어나온 분이 소환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B씨는 과 만난 직후인 9월21일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로비자금은 수십억원 규모일 것”
로비 정황에 대한 증언들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최측근 B씨와의 대화 가운데는 로비 대상뿐만 아니라 로비 정황에 대한 것도 적잖다. 우선 B씨는 “부산저축은행에서 박씨가 건네받은 로비자금의 액수는 알려진 것과 다르다”며 “검찰이 밝힌 그 액수는 드러난 최소한이다. 15억원이 아니라 수십억원 규모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 액수는 이 지난 6월 부산저축은행 핵심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 보도한 액수와 유사하다(864호 이슈추적1 ‘현 정권 최고 실세에게 6억원 건네’ 참조).
다만 김두우 전 홍보수석에게 골프채를 전달하는 정황 등을 상세히 기억하는 B씨도 돈이 전달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돈이 어떻게 전달됐는지는 당사자만 알고 있을 겁니다. 검찰에서는 쇼핑백 등 돈가방이 전달됐다고 알고 있던데, 실제로 (돈가방을) 직접 전달받아 보관하는 것을 보지도, 그런 얘기를 듣지도 못했거든요.” 검찰은 박씨가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건네받은 돈가방의 행방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는 다른 증언이다.
B씨는 “부산저축은행 관계자나 정권의 유력 인사를 만나고 난 뒤 가져온 봉투에는 돈이 아닌 서류가 들어 있었다”며 “그 서류봉투에는 포스텍·삼성 로고가 박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 봉투를 들고 유력 인사를 만나고 나면 (부산저축은행 앞) 임페리얼호텔로 가서 은행 관계자와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부산저축은행이 지난해 6월에 유상증자로 1천억원을 포스텍과 삼성꿈장학재단으로부터 투자받는 과정에 박씨가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정에 합리적 의심을 더할 수 있는 방증이다.



언론인과의 친분을 징검다리 삼아

로비스트 박태규의 로비수법
고희를 넘긴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로비스트 이전의 삶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그런데 로비스트로서 이명박 정부의 실세에 접근하는 경로는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의 사례로 일부 드러났다.
박씨는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등 주요 언론인들과 오래전부터 교우해왔다. 또 결정적인 시점엔 이들을 로비 대상에 접근하는 지렛대로 삼거나, 현업을 떠나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을 땐 직접 로비 대상으로 활용했다. 과 만난 박씨의 최측근 B씨는 “박씨의 힘은 곧 언론사의 힘”이라고 말했다. 평소에 인맥으로 관리해온 주요 언론사의 편집·보도국장, 정치부장 등은 안 전 대표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였다.
B씨의 전언에 따르면, 정·관·재계 유력 인사들의 박씨에 대한 신뢰도는 높았던 것 같다. 그가 자신을 철저히 감추고 비밀리에 활동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절대 자신의 휴대전화로 로비 대상의 개인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지 않았다. 기록이 남지 않는 일반전화나 공중전화를 이용했다. 상대방의 전화기에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녹취 위험을 회피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유력 인사를 만나기 전에는 당사자에게 직접 전화하지 않고 공개된 대표 전화번호를 이용했다.
물론 상대와 친밀해지면 ‘특별한’ 전화번호를 공유하며 친밀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박씨는 늘 두 대 이상의 휴대전화를 가지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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