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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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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수부, 검찰의 속내를 말한다

청와대가 끼어들어 더욱 복잡해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 논란… 검찰총장 폐지 반대 태도에도, 검사들 사이엔 찬반 양론이 엇갈려
등록 2011-06-15 17:26 수정 2020-05-03 04:26

“뭐라고?”
이 말을 남기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고작 한마디 듣겠다고 난방도 안 된 썰렁한 복도를 4시간 넘게 혼자 지키고 있었다니. 1진에게 보고하니 좋아라 한다. 어차피 무슨 말을 할 거라고는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뭐라고?”라도 들었으니 그만하면 됐다는 것이다. “우리 막내가 한마디 들었어.” 1진은 기자실에 죽치고 있는 타사 기자들에게 4시간을 공들여 받아낸 “뭐라고?”를 ‘풀’했다. 2004년 3월1일의 일이다. 7년 전이지만 당시 김원기 열린우리당 의원의 “뭐라고?”라는 한마디는 잊히지 않는다.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뒤 ‘중수부’라는 존재와의 첫 대면이기도 했다.

누구를 위하여 중수부 불은 켜지나?

김준규 검찰총장(앞)과 김홍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뒤). 김 총장은 지난 6월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중수부를 ‘해병대 상륙부대’에 비유하며 국회의 중수부 수사 기능 폐지 합의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겨레 김정효

김준규 검찰총장(앞)과 김홍일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뒤). 김 총장은 지난 6월6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중수부를 ‘해병대 상륙부대’에 비유하며 국회의 중수부 수사 기능 폐지 합의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겨레 김정효

질문은 이랬다. “돈 받은 거 인정하세요?” 이랬으니 그런 답변이 나올 만도 했다. 김원기 의원은 그날 불법 대선자금을 수사하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김 의원과 검찰 수사관이 탄 엘리베이터는 11층에 멈춰섰다. 중수부 조사실이 있는 층이다. 김 의원은 개인 비리 혐의에 더해 대선 때 중앙당에서 받은 돈을 지구당에 건넸는지를 추궁당했다.

검찰 기자들은 퇴근할 때마다 대검 10층과 11층에 불이 몇 개나 켜졌는지를 본다. 불이 들어온 방의 숫자와 위치를 보고 “중수부 오늘 노는구만” “열심히 일하네. 누구 불렀나?”, 이런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10층에는 중수부 검사와 수사관들의 방이 있다. 11층에는 조사실이 있다. 2009년 4월30일 노무현 전 대통령도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조사를 받았다. 과거 10층과 11층의 메인 게이트는 두꺼운 철문이었다. 철문 옆에 시커먼 먹글씨로 ‘중앙수사부’라고 쓴 현판이 걸려 있었는데, 들어오는 ‘손님’들은 현판을 보고는 무릎이 풀렸다. 2007년 말에 철문은 지문 인식 장치가 달린 스크린도어로 바뀌었고, 문이 바뀔 때 현판도 가로 글씨로 교체됐다.

부산저축은행 수사가 한창인 요즘에는 10층과 11층의 불은 자정이 넘어도 꺼지지 않는다. 저녁 식사 시간이면 대검 현관 앞에는 밥을 배달하는 오토바이가 줄지어 선다. 수십 명분의 식사가 10층과 11층으로 올라간다. 11층에 불이 좍 켜져 있을 때 기자들은 긴장한다. 다음날 아침 ‘중수부 ××× 조사’라는 큼지막한 제목이 1면에 박힌 타사 신문을 받아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수부는 ‘간단한’ 인물은 부르지 않는다는 모종의 ‘합의’가 있다. 요즘은 ‘잔챙이’들만 상대한다는 비난을 받지만, 그래도 한국 사회에서 웬만큼 힘을 써서는 중수부 문턱을 넘어보기 힘들다. 아주 큰 힘(정치권력), 엄청 많은 돈(재벌)을 가지고 있어야 중수부의 ‘타깃’이 된다. 한보 정태수, YS 아들 김현철, 대우 김우중, 현대 정몽구, 대통령 측근 은진수가 중수부에 ‘입고’(검사들은 구속을 ‘입고’라고 돌려 말하기도 한다)됐다. 그래서 중수부가 불야성을 이룰 때마다 한국 사회는 들썩인다. 검사들은 “중수부 불이 안 들어오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말한다. ‘권력형 부정부패’와 ‘거악’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면 중수부가 나설 일도 없다는 뜻이지만, 달리 보면 중수부는 ‘거악’만 상대한다는 자존심이 묻어 있다.

“해병대” vs “당나라 군대”

검찰 말마따나 좋은 사회가 갑자기 도래한 것은 아니지만, 중수부 불이 아예 꺼질지도 모르는 상황이 왔다. 지난 6월3일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검찰관계법소위에서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를 합의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3월10일 사개특위 6인소위원회에서 중수부 폐지안을 들고 나왔을 때만 해도 설마설마했다. 날벼락을 맞기는 했지만 물밑 작업과 로비로 국회의원들을 설득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실제 검찰 출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존재감’을 보여줘야 했던 중수부는 부산저축은행 수사도 떠맡았다. 중수부가 직접 나설 정도의 사건은 아니라는 말이 나왔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중수부가 금조부(서울중앙지검 산하에 있는 금융조세조사부)냐”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부정 대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더니 대통령이 수사에 관심을 나타냈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인 은진수 당시 감사원 감사위원을 잡아들이며 수사가 커졌다. 중수부 폐지안은 완전히 물 건너가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여야가 중수부 폐지를 합의하자 난리가 났다. 대검은 휴일인 6월6일 간부 전원을 출근시켜 비상회의를 연 뒤, 김준규 검찰총장이 직접 나서서 ‘중수부 폐지 반대’라는 공식 견해를 밝혔다. 김 총장은 “상륙작전(저축은행 수사)을 시도하는데 갑자기 해병대 사령부를 해체하면 상륙부대가 어떻게 되겠느냐”는, 검찰 특유의 비유법을 동원해 불만을 나타냈다. 여야가 정치권으로 번지는 수사를 방해하려고 중수부 폐지를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도 “중수부를 폐지하면 권력은 누가 견제하느냐” “중수부의 대안으로 야당이 생각하는 공직자비리수사처나 여당이 고려 중인 서울중앙지검 내 별도수사 조직 설치는 전국 단위 수사 등에서 여러 가지 한계가 있다”며 검찰 편을 들었다. 검찰의 집단행동에 청와대까지 거들고 나서자 정치권도 가만있지 않았다. “해병대가 아니라 당나라 군대”(한나라당 정태근 의원)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검찰은 해병대처럼 사지에 들어가 국가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센 데는 피하고 쉬운 사건은 북 치고 꽹과리를 친다”는 조롱이었다. 거악은커녕 정치적 중립성을 잃고 죽은 권력만 뒤진다는 비판이다. “청와대가 정치검찰을 뒤에서 수렴청정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결국 청와대의 의중을 따라 여야 합의 일주일 만인 지난 6월9일 “중수부 폐지에 반대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야당이 펄쩍 뛰었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한국 사회는 중수부 때문에 들썩이는 상황이 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현재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여야의 중수부 폐지 합의를 두고 검찰의 반발이 격해진 지난 6월7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200여 명이 ‘중수부가 적극 수사해 진실을 밝혀달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108배를 하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현재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여야의 중수부 폐지 합의를 두고 검찰의 반발이 격해진 지난 6월7일, 부산저축은행 피해자 200여 명이 ‘중수부가 적극 수사해 진실을 밝혀달라’며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108배를 하고 있다. 한겨레 김봉규

검사장급도 폐지 의견이 많았다

검찰은 정말로 중수부 폐지에 반대할까. 검찰총장까지 비장하게 나선 것을 보면, 검찰의 반발은 단일대오처럼 보인다. 검찰은 검찰총장부터 말단 검사까지 하나로 뭉치는 ‘검사동일체’가 원칙이다. 외부의 공격이 세질수록 안으로 더욱 단단하게 뭉치는 조직 논리가 강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검찰의 생각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검찰은 대검에 미래기획단을 만들어 몇년간 검찰제도를 연구해왔다. 외국의 검찰제도와 한국의 제도를 비교·분석하는데, 중수부 시스템의 장단점 역시 잘 알고 있다. 서울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에서는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다. 하지만 중수부 존폐에 대해서는 솔직히 어느 쪽 손을 들어주기 어렵다”고 했다.

실제 검찰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설 때 내부적으로 중수부 폐지안을 검토한 적이 있다고 한다. 중수부의 수사 기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등 전국 검찰청의 특별수사 기능을 검찰에서 따로 떼어내 특별수사청을 만드는 안이었다. 특별수사청에는 강력부와 범죄정보 수집 기능까지 떼어주고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검찰에는 형사부와 공안부만 남기는 방안이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나 특수부 수사 때마다 정치적 중립성 논란으로 검찰이 욕먹는다. 검찰 수사의 99%를 맡아 하는 ‘선량한’ 형사부 검사들까지 함께 욕먹느니 중수부·특수부 수사를 검찰에서 분리해 따로 특별수사청을 두자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이 안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관심을 가졌지만 검찰 내부에서 ‘기각’됐다고 한다. 너무 큰 조직 변화이기도 했지만 ‘위험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별수사청장 역시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그런 이에게 큰 권력을 쥐어주면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야당과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에 대한 검찰의 반대 논리와 같다.

대검에 수사 기능(중수부)을 두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그런 만큼 중수부에 대한 검찰의 고민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서울대와 대우경제연구소는 1998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법무부와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조직진단을 한 뒤 ‘법무부·검찰청 경영진단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특별수사의 정치적 중립성 문제’라는 항목에서 중수부 존폐 여부를 다뤘다. 중수부를 그대로 두고 중립성을 확보하는 방안(1안), 중수부를 폐지하고 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는 방안(2안)이 대안으로 거론됐다.

참여정부와 검찰이 검찰 개혁을 두고 맞붙던 2006년 12월, 대검은 이라는 책자를 펴냈다. 대외비였다. 대검은 검사장급 이상 현직 간부 41명에게 중수부의 수사 기능 폐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결과는? 뜻밖에도 수사 기능 폐지 여론이 많았다. 13명이 찬성했고, 11명이 반대했다. 17명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전직 간부들도 마찬가지였다. 전직 법무부 장관·검찰총장에게 중수부를 아예 없애는 방안을 물었는데, 22명 가운데 10명이 찬성했다. 반대는 8명, 시기상조는 4명에 불과했다. 검찰 안에서도 중수부의 효용성에 반신반의했다는 얘기다. 공부를 잘하지만 사고도 세게 치는 애물단지, 그러니까 ‘모범생’은 아니라는 게 검찰 내부의 평가다.

폐지 찬성 쪽이 설명하는 중수부의 ‘폐해’는 이렇다. 대통령에게 직접 연결되는 사건이 많기 때문에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기 쉽다. 총장이 사실상 ‘주임검사’가 되어 직접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수사의 잘못을 시인하기 힘들다. 그러다 보니 과잉 수사, 곁가지 수사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반대하는 쪽은 정치권력의 외풍을 막는 데 인사에 신경 써야 하는 일선 지검장보다 임기가 보장된 총장이 낫다. 다른 수사를 병행해야 하는 일선 특수부로는 중수부의 전국적 수사 기능을 감당하기 어렵다. 전국적 수사를 지휘한다는 총장의 상징적 권위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편다.

중수부 폐지 반대에 베팅한 청와대

중수부 검사는 전체 1800여 명 검사 가운데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사건이 터지면 검사를 지원받아 몸집을 키우지만 기본적으로 중수부장(검사장), 수사기획관, 과장 3명, 연구관 10여 명이 전부다. 이른바 ‘특수 라인’을 타는 검사들이 몰려 있다. 대다수 형사부 검사들은 중수부로 인사가 날 일이 ‘절대’ 없다.

“요즘 같은 시기가 아니라 평시에 간부나 평검사들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중수부 폐지 여론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한 검찰 간부의 말이다. 그는 “(정치권의 폐지) 동기가 불순한 것이 문제다. 중수부 기능을 어떻게 분산시키고, 정치적 중립성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아니라 검찰 손봐주기 차원에서 접근한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런 점이 충족된다면 중수부를 없애고 서울중앙지검에 특수부를 추가로 설치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 인사에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서울중앙지검장 밑에 중수부 수사 기능을 이관할 경우, 검찰총장 밑에 있을 때보다 정치적 중립성이 더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한 반박도 나온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중수부장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를,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검사장을, 중수부 과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장 자리를 노린다. 인사에 목매는 것은 마찬가지 아니냐”고 일축했다.

반면에 다른 검찰 간부는 “임기 2년이 보장된 검찰총장이 중수부를 컨트롤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이라고 해도 결국은 지검장이다. 대통령 관련 사건이라도 맡게 되면 어떻게 할지 몰라 벌벌 떤다”는 것이다. 총장이 책임지고 외풍을 막아줘야 수사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는 “결국 중수부 시스템이 문제가 아니라 중수부를 부리는 사람의 문제”라고 결론지었다. 중수부가 아니라 중수부 운용자의 ‘정치적 중립’과 철학이 문제라는 것이다.

“검찰총장을 잘 뽑아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1년 동안 개점휴업 상태이던 중수부가 벌인 첫 수사가 이미 죽은 기업인 C&그룹 수사였다. 중수부 존치 이유는 C&그룹이 아니라 한화에 있었다.” 다른 검찰 관계자도 ‘사람론’을 폈다. 지난해 말 대검은 한화 비자금 사건 수사를 중수부에 맡기지 않고 서울서부지검으로 밀어냈다. 중수부 손에는 이미 망한 기업인 C&그룹이 쥐어졌다. 한화 사건은 수사 과정에서의 외압 논란 속에 남기춘 서울서부지검장이 지난 2월 옷을 벗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유야 어쨌든 폼 잡고 있던 중수부는 죽은 기업을 향해 편하게 칼을 휘둘렀고, 일선 검찰청은 살아 있는 재벌을 상대하다 피를 튀기며 장렬히 전사한 셈이 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맡은 우병우 검사를 중수부 수사기획관에 임명했기 때문에 중수부의 정치적 중립성을 두고 야당의 표적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청와대가 검찰 후견인을 자처하고 나선 이유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한나라당 안에서조차 “지난 몇 개월간 검찰 개혁 논의에는 입 다물고 있던 청와대가 왜 지금 나섰는지 모르겠다. 정치적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말에 검찰의 협조를 받아 쉽게 가보자는 것 아니냐”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는 ‘입속의 혀’처럼 놀아주면 좋은 조직이지만, 전 정권이 중수부에 당하는 모습을 보고 학습 효과가 있지 않았겠느냐. 집권 후반기라면 차라리 중수부를 없애는 것이 청와대에는 좋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수부가 칼을 쥐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칼춤(저축은행 수사)을 추다가 어디에나 내려칠 수 있는 상황에서는 청와대로서도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검찰이 의리 있는 조직은 아니지 않으냐”라고 분석했다.

학습은 ‘중수부 붕괴’ 막을까

검찰도 나름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대검 안에서는 중수부를 계속 유지하되 중수부가 직접 수사에 나서는 ‘발동 기준’을 강화하거나, 일선 지검에서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검찰시민위원회를 중수부 수사에서도 운영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 검사장은 “검찰 권력 분산이 옳은 방향이지만, 어차피 중수부는 이번 폐지 논란으로 인해 앞으로 직접 수사에 나서는 경우는 극히 제한될 것이다. 정치권의 요구처럼 굳이 법으로 중수부 폐지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약간의 견제 장치를 중수부에 다는 것으로 논란을 잠재울 수있을까?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지난해 7월 일본 도쿄지검 특수부 출입기자가 쓴 라는 책을 검사들이 직접 번역해 검찰 내부에 뿌렸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우리의 대검 중수부쯤에 해당한다. 김홍일 중수부장은 한글판 서문에서 이렇게 썼다. “우리 검찰은 수사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정정당당하고 수준 높은 수사를 구현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는 일본 검찰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에도 특별수사와 관련하여 성찰의 기회를 줄 것이다.” 이 책의 첫 문장은 “특수부가 이상하다”는 말로 시작한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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